Switch Mode

EP.165

        게임의 장소는 작은 도시로 보였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현재 내가 있는 곳은 부둣가의 구석으로 보였다.

       

       

        

       

       

        “호오. 이런 모양의 지형을 가지고 있구나.”

       

        – 오른쪽 위에 미션 있는데, 헌터들은 그걸 전부 끝내도 이길 수 있어요.

        – 파이팅!

        – 라나님은 할뚜이따!!

        – 에일리언은 하수구로도 이동이 가능함.

        – 중립 직업도 있어요. 조심하세요.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통해 이 게임의 세부 규칙에 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아직 이런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설명들이라 고마웠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고맙구나.”

       

        – 꺅!

        – 라나님이 날 바써!

        – 아! 난 여기에 묻힙니다.

        – ㅠㅠㅠㅠ

        – 죽어도 여한이 없음.

        – ㄹㅇㅋㅋ

       

        “흠. 조종법은 이렇게 인가?”

       

        키보드를 사용해 캐릭터를 조종하고, 마우스를 이용해 다른 사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으로 보였다.

        그렇게 게임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였다.

       

        = “헉?! 누구야!”

       

        “응?”

       

        위쪽 통로를 통해 누군가가 부둣가로 들어섰다.

        이 목소리는…… ‘철수’인가?

       

        = “아, 라나님이셨네요?”

       

        “반갑구나.”

       

        – 오!

        – 철수님이시네.

        – 로단님 하이!

        – 로하!

       

        시청자들과 함께 철수를 환영했다.

        ……그런데 ‘로단’님?

       

        “로단님이라니?”

       

        = “아, 제 예전 닉네임이 ‘로단’이었거든요.”

       

        “음? 그랬느냐?”

       

        들어 보니, 그는 본래 ‘로단’이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철수’라는 본명으로 방송 닉네임을 변경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이유라도 있느냐?”

       

        = “그냥…… 제 얼굴도 공개했겠다, 본명으로 방송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되지 않는 이유라고 하더라도, 그에게는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겠지.

        그렇기에 나는 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뭐, 애초에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 엌ㅋㅋㅋ

        – 어떻게 철숰ㅋㅋㅋㅋ

        – 교과서에서 많이 본 이름인뎈ㅋㅋㅋㅋ

       

        “떽! 이름을 놀리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 개체를 지칭하는 단 하나뿐인 언어다.

        그리고 우리 드래곤들은 이름을 매우 중요시하는 종족.

        이름이 없는 일반적인 드래곤들도 ‘이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고 있는데,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엘더 드래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

       

        – 잘못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 ㅠㅠㅠㅠ

        – 무섭.

        – 죄송합니다ㅠㅠ

       

        = “아이고. 그렇게 화 안 내셔도 됩니다.”

       

        “크게 화를 낸 것은 아니란다.”

       

        화가 난 것은 맞지만, 나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드래곤이다.

        이쪽 차원의 인간들에겐 평균적으로 이름이 우리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

        동명이인도 많고, 서로의 이름으로 놀리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 같았으니까.

       

        “그보다 게임을 해야지?”

       

        = “아, 그렇죠. 그러고 보니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영매사라고 하는구나.”

       

        = “아! 영매사! 죽은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채팅으로 볼 수 있는 직업이에요.”

       

        “너는 직업이 어떻게 되느냐?”

       

        = “아, 저는 경찰입니다.”

       

        그 순간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방금 철수가…… ‘거짓말’을 했는데?

       

        “철수…….”

       

        삐이이이익!!

       

        [사망자가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8개의 화면으로 나눠진 창.

       

        = “뭐야? 무슨 일이야.!”

       

        = “꺄악! 사람이 죽었어!”

       

        = “제 앞에서…… 제 앞에서 사람이 죽었어요!!”

       

        “???”

       

        뭐지? 갑자기 들리지 않던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 엌ㅋㅋㅋ

        – 라나님 표정ㅋㅋㅋㅋㅋ

        – 시체를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는데, 그러면 이렇게 모여서 대화하고 투표할 수 있습니다.

        – ㄹㅇㅋㅋ

       

        “호오.”

       

        다행히 시청자들이 채팅창으로 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렇군. 그런 시스템인가?

       

        = “아이고! 순대야아아!!”

       

        = “순대형!”

       

        =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 “서시내! 순대 시체 어디 있었어?”

       

        = “은행 하수구 근처에 있었어!”

       

        내가 감탄하는 사이, 남은 6명의 선배님들은 서로 대화하며 범인을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에겐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 “나랑 라나님은 부둣가에 있었음.”

       

        = “저랑 나랑님, 그리고 순이님은 같이 광장에 있었어요.”

       

        = “그런데 나랑이가 가장 마지막에 오지 않았다. 그것도 왼쪽에서 왔는데?”

       

        = “아, 억울해요!”

       

        각자 서로의 위치와 시간…… 그러니까 이곳에서는 ‘알리바이’라고 하던가?

        그것들을 비교하면서 서로를 속이고, 다른 이에게 속고, 속임수를 간파하는 일련의 과정.

        그것은 단순한 게임에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해 보였다.

       

        “재미있구나.”

       

        띠링

       

        – 순대국밥 : 아. 죽음. ㅋㅋㅋㅋㅋㅋ

       

        “음?”

       

        그 순간 내 채팅창 위로 붉은색의 채팅이 올라왔다.

        닉네임을 보건대…… 혹시 죽었다는 ‘포동순대’인가?

       

        – 순대국밥 : 영매사 있음? 범인 시내님임.

       

        “호오.”

       

        그렇군.

        영매사라는 직업은 이런 직업이었던 것인가?

        이렇게 죽은 사람의 채팅을 읽을 수 있는 것인가?

       

        = “라나님은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말했다.

       

        “철수야.”

       

        = “네?”

       

        “왜 방금 전에 네가 ‘경찰’이라고 거짓말을 했느냐?”

       

        = “……네?”

       

        = “???”

       

        철수가 자기 직업을 ‘경찰’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왜냐하면 아바타인 나에겐 열화된 천룡안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은 포동순대도 시내에게 죽었다고 하는데…….”

       

        = “아, 아니. 라나님이야말로 거짓말 아니세요?”

       

        “음……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

       

        내가 만약 에일리언이었다면,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볼’ 수 있단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순간, 너희의 대화 속에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지.”

       

        그렇다.

        내가 거짓말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모니터 화면을 통해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의 대화를 통해, 이미 에일리언들이 누구인지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나의 이런 능력이, 아무래도 게임을 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되겠지?”

       

        이것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나의 능력은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렇게 서로 역할극을 하는 게임에서는 오히려 게임을 시시하게 만드는 주범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다는 듯, 잠시 잠잠하던 채팅창에서 큰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 “아, 그러고 보니 드래곤이셨죠?”

       

        = “하긴. 그 정도면 헌터랑 게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네?”

       

        = “아, 헌터랑은 같이 할 만한 게임이 거의 없는데.”

       

        더 이상 숨기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듯, 철수와 서시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다른 이들도 걱정의 감정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과, 그들과는 다른 능력을 갖춘 헌터들의 게임 능력이 같을 리가 없다.

        몬스터의 바른 움직임을 잡아내는 순발력을 가진 헌터들에겐, 일반적인 액션 게임도 시시하게 보일 뿐이다.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에겐, 블러핑 게임이 매우 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헌터들은 게임을 하더라도, 신체 능력과 크게 상관이 없는 부류를 즐긴다고 한다.

        아니면, 헌터 전용 서버에서 같은 급으로 싸우든지 말이다.

       

        참고로, 이전에 최강물소와 함께 배틀로얄 게임을 했을 때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 때는 이현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헌터 협회에서 발급해 준 임시 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큰아들 덕분에 이현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후, 바로 사용하던 번호가 정지되고 새로운 임시 번호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등록번호가 ‘일반인’으로 맞추어져 있었기에, 나는 헌터 전용 서버가 아닌 일반 서버로 매칭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헌터 전용 서버’로 매칭된다.

        내가 게임 합방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은 대부분이 헌터 전용 서버로 매칭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특수성 때문에 더 이상의 게임 진행이 어려워진 상황.

        이제 와서 나를 쫓아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방송각’이 나오지 않는 게임을 속행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모두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모두를 다독이듯 말했다.

       

        “그것은 걱정 말거라.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주인님.”

       

        때마침 내 심부름하러 갔던 도화가 돌아왔다.

        금사로 짠 천 위에 올려진 물건을 받아 얼굴에 썼다.

       

        – ??

        – ?

        – 웬 썬글라스?

        – 오우야. 스웨그~!

        – ㅋㅋㅋㅋㅋ

        – 선글라스 스웨그 넘치시네욬ㅋㅋㅋ

       

        “괜찮아 보이느냐?”

       

        = “엌ㅋㅋㅋㅋㅋ”

       

        = “갑자기 웬 선글라스예요?”

       

        = “왘ㅋㅋ 멋지네욬ㅋㅋㅋ”

       

        “참지 말고 그냥 웃어도 된다.”

       

        = “아하하하하핰ㅋㅋㅋㅋ”

       

        내 말에 다른 이들이 시원하게 웃기 시작한다.

        ……이게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나?

        이상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선글라스’라는 검은 안경은 이쪽 세상에서는 ‘멋있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사용되던데?

       

        = “그런뎈ㅋㅋ 그건 갑자기 왜 쓰셨어욬ㅋㅋㅋ?”

       

        “당연히 멋으로 쓴 것은 아니란다. 이것은 일종의 ‘봉인구’거든.”

       

        비록 외형은 ‘선글라스’로 위장해 두었지만, 사실 이 안경은 ‘눈’과 관련된 이능을 봉인하는 종류의 아티팩트다.

        그리고 나는 이 봉인구를 사용해서, 내 천룡안을 잠시 봉인할 생각이었다.

       

        = “그게 그걸로 봉인이 되나요?”

       

        “물론 본체의 천룡안이었다면, 이런 것으로는 한참 부족했겠지.”

       

        하지만 아바타가 가지고 있는 천룡안은, 본체가 가진 진짜에 비교하면 한참 열화된 능력을 갖춘 복제품이다.

        그리고 열화된 복제품 정도라면, 이 정도의 봉인구로도 충분히 능력을 봉인할 수 있다.

       

        “자. 이것으로 나 역시 너희들과 비슷해진 것 같지 않으냐?”

       

        = “아하하핰ㅋㅋㅋ 그럼 방 다시 파겠습니다.”

       

        = “다시 파이팅해요!”

       

        = “이 원한! 잊지 않겠다 서시내!”

       

        = “꺅! 살려주세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필요할 것 같아서, 간단한 ‘맵’을 그려보았습니다.

    맵 디자인은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냥 대충 이런갑다 하고 봐주세요.

    밸런스는 ‘에라 모르겠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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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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