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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살랑미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하게 조용한 것 같지 않나요?”

       

        – ㅇㅇㅇㅇㅇ

        – ㅇㅇㅇ

        – ㄹㅇ

        – 아까부터 조용함.

        – 사람이 없는데?

       

        아무리 게임의 끝물에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적어도 슬슬 한 사람 정도는 마주쳐야 하지 않나?

       

        ‘뭐, 그래도 괜찮겠지.’

       

        살랑미미의 시선이 상단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번 게임의 ‘미션 진행도’가 표시되고 있었다.

       

        [미션 진행도 : 96%]

       

        “미션 거의 다 되었네요.”

       

        – 그러게

        – 좀만 있으면 미션 승 될 듯?

        – 파이팅!

       

        띠링!

       

        [‘도토리마스터’님이 1000츄르 후원! : 이제 여기서 마피아가 똭!]

       

        “에헤~이! 어딜 재수 없게!”

       

        그렇게 시청자들과 티키타카 하며 놀고 있을 때였다.

        마지막 미션을 진행하기 위해 움직이던 그때였다.

       

        타다닷!

       

        “어?”

       

        = “어?”

       

        은행에서 다시 광장으로 이동하려던 살랑미미는 서시내와 마주쳤다.

       

        “스톱!”

       

        = “네?”

       

        “거기서 더 오지 마요!”

       

       살랑미미는 경계심 높은 모습으로 서시내를 멈추게 했다.

       

        = “미미야? 너 왜 그래?”

       

        “시내 언니. 언니는 마피아 아니지?”

       

        = “그러엄!”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원래 이 게임에서 마피아가 자기 정체를 밝히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에 살랑미미는 결코 서시내에게 거리를 주지 않았다.

       

        만약 게임 초반이었다면 방송각을 뽑을 겸, 서시내와 함께 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 후반.

        남은 인원도 5명…… 어쩌면 4명일 터.

        이런 상황에서 미션 딱 하나만 완료하는 순간 헌터의 승리가 확정되는데, 괜히 다른 사람에게 거리를 줄 이유는 없었다.

       

        = “미미 너야말로 마피아 아니야?”

       

        “아니거든? 나 정비공이거든?”

       

        정비공.

        게임 당 3번, 미션 한 가지를 즉시 완료할 수 있게끔 해주는 능력을 지닌 헌터다.

        또한 다른 사람의 미션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에일리언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미션을 빠르게 완료함으로써 헌터의 미션 승리를 지원하는 종류의 직업이다.

       

        “언니는 무슨 직업이야?”

       

        “나? 배관공.”

       

        배관공은 헌터 직업으로서, 본래 에일리언만이 사용할 수 있는 ‘하수구’를 이용할 수 있는 헌터 직업이다.

        물론 쿨타임이 있지만 말이다.

       

        – ?

        – ???

        – ??

        – 헐?

        – 배관공?

       

        “어, 언니가 마피아구나!”

       

        = “어? 왜 그래 미미야?”

       

        살랑미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언니, 아까 나한테 ‘영매사’라며!”

       

        = “…….”

       

        게임 초반.

        살랑미미는 서시내와 함께 움직였었다.

        그리고 그때 살랑미미는 서시내와 함께 직업 정보를 교환했다.

        그때 서시내가 자기 직업이라고 밝힌 것이 바로 ‘영매사’였다.

       

        “그런데 왜 바뀌었어!”

       

        = “……이래서 눈치 빠른 고양이는 싫다니까?”

       

        “꺄악! 마피아가 쫓아온다!”

       

        무시무시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쫓아오는 서시내의 캐릭터를 피해, 살랑미미는 재빨리 도망쳤다.

        이제 미션 승리까지 1~2개의 미션만 남았는데, 여기서 잡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ㅋㅋㅋㅋㅋ

        – 이게 호러짘ㅋㅋㅋㅋ

        – 와. 시내님 쩌네.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어우. 안 쫓아오나? 식겁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살랑미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녀의 고양이 꼬리가 바닥을 탁탁 두드리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조금 화난다.

       

        – 미미쟝. 화났쬬?

        – 엌ㅋㅋㅋ

        – 화난 얼굴도 카와이!

        – 캬!

        – 코박죽 하고 싶네!

        – 마망! 맘먀조.

       

        “닥치세요. 죽으세요. 키모~”

       

        빠바밤!

       

        [‘미미쟝사랑해’님이 10000츄르 후원! : 맘마조.]

       

        “아이고~! 미미쟝사랑해님! 일만 츄르! 감사하다냥! 아리가또다냥~!”

       

        한참 신나게 후원 리액션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잡화점 방향에서 경찰서로 달려오는 캐릭터가 보였다.

       

        “라나님!”

       

        = “음? 살랑미미 아니냐?”

       

        “아이고~!”

       

        저 애늙은이 같은 말투를 듣자마자 설움이 올라왔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마피아의 위협을 받았다 보니, 더더욱 감정이 주체되지 않았다.

       

        살랑미미는 캐릭터를 움직여 라그나의 캐릭터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라그나의 캐릭터 주위를 빙빙 돌며 자기 설움을 풀기 시작했다.

       

        “저 진짜 죽을 뻔했어요!”

       

        = “그랬느냐?”

       

        “네! 시내 언니가! 막막! 마피아인데 아닌 척! 막!”

       

        = “그래. 힘들었겠구나.”

       

        “흐에엥~!”

       

        아아……. 이것이 바로 ‘엄마’라는 것일까?

        어떤 앙탈을 부려도 전부 받아주는 라그나의 분위기에, 살랑미미는 자신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투정 맛있고!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앜ㅋㅋ 꿀잼이넼ㅋㅋㅋ

       

        “……큼! 크흠!”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살랑미미가 말했다.

       

        “어쨌든 얼른 광장으로 가요. 가서 신고해서, 시내 언니만 투표로 찍으면 저희 이겨요!”

       

        “흠! 그렇구나.”

       

        라그나가 이해했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런 라그나의 반응에, 살랑미미의 얼굴 위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걸로 한 명 겟!’

       

        투표는 결국 다수결이다.

        이렇게 라그나를 자기편으로 영입한 이상, 투표에서 많이 유리해진 것은 당연한 일.

        라그나의 캐릭터 앞에서 자기 캐릭터를 좌우로 움직이며 애교를 떨었다.

       

        “그럼 얼른 가죠.”

       

        = “그런데 살랑미미야. 그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구나.”

       

        “네? 뭔데요?”

       

        살랑미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그나님이 뭘 물어보려는 것일까?

        그런 그녀의 의문에, 라그나의 캐릭터가 그녀의 캐릭터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 “내가 배관공이라고 하지 않았니?”

       

        푹!

       

        “꺄아아아아아악!!!”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에일리언 승리!]

       

        게임은 그렇게 끝났다.

       

       

        *            *            *

       

       

        나는 화면 위로 떠오른 승리 메시지를 바라보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후우~! 조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 캬~!

        – 마지막 완벽했다.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미미님 비명 소리 맛있었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와씨. 이거 영상각인데?

        – 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보이는 글은 오로지 칭찬, 감탄의 글들.

        다른 때라면 이해가 잘되지 않았을 반응이었겠으나, 이번만큼은 이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약간의 흥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나도 재미있었으니까.’

       

        = “와씨.”

       

        = “뭐였어요?”

       

        = “와. 라나님 뭐예요?”

       

        = 힝! 나 죽음.”

       

        = “아아아! 라나님 의심했는데!!!”

       

        게임이 끝나고 대기실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참아왔었던 말들이 대기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후후훗. 어떠했느냐?”

       

        = “소름 끼쳤어요.”

       

        = “아니, 라나님! 철수님인 척하고 저 속이기 있어요?”

       

        = “백 점…… 백 점이요!”

       

        게임도 끝났겠다.

        눈에 쓰고 있던 봉인구를 벗었다.

        그러자 확연하게 보이는 ‘감탄’의 감정!

       

        “마지막이고 하니, 조금 힘을 내보았단다.”

       

        = “와…….”

       

        = “아니, 모습하고 목소리도 바꾸는데 어케 알아요?”

       

        = “제작자님! 여기 밸런스 패치가 이상한데요?”

       

        조금 우쭐했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참으로 재미있다.

        이런 것을 인간들은 ‘기만질’이라고 하던가?

        나는 조금쯤 ‘기만질’을 해 보기로 했다.

       

        “나에겐 목소리를 바꾸는 것 정도는 쉽단다.”

       

        = “어… 쉬우시겠죠.”

       

        = “그건 그렇겠네.”

       

        = “인정.”

       

        “……?”

       

        뭐지?

        인간들은 ‘기만질’에 당하면 막 화나고, 분해하던데?

       

        ‘내 기만질이 어딘가 이상한가?’

       

        내가 생각하던 반응이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내가 당황하든 말든, 어느새 자기들끼리 진정한 선배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 “아무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했어요~!”

       

        “…….”

       

        아니, 기껏 ‘기만질’을 했는데, 이렇게 반응도 없이 끝낸다고?

        어쩐지 허무해지는 기분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 “오늘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기꺼이 저희와 함께 게임을 해주신 라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 “고마워요!”

       

        = “감사합니다!”

       

        = “재미있었어요!”

       

        = “마지막에 끝내줬습니다!”

       

        “크흠! 고맙구나.”

       

        마지막이 살짝 내 예상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감사한다고 하니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래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짝짝짝.

        – 수고하셨어요.

        – 오뱅알!

        – 캬~!

        – 마지막이 진짜 끝내줬지.

        – ㅋㅋㅋㅋㅋㅋ

       

        = “아. 혹시 토크코드 친추 받아주실 수 있나요?”

       

        “그럼.”

       

        철수의 말에, 즉시 그와 토크코드 친구 추가를 했다.

        이 정도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나 역시 이번에 함께 재미있게 논 이 아이들과 그냥 헤어지기엔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아! 나도!”

       

        = “저도 해도 되나요?”

       

        = “나중에 또 연락해도 되죠?”

       

        “그럼. 얼마든지 연락하거라.”

       

        순식간에 이곳에 있는 모두와 친구 추가를 할 수 있었다.

        최강물소와 살랑미미, 헌터 협회, 매니저들 이외엔 텅 비어 있던 나의 친구창에 순식간에 6명의 이름이 채워졌다.

        그 흐뭇한 광경에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맺혔다.

       

        – 엌ㅋㅋㅋ

        – 좋아하신닼ㅋㅋㅋ

        – ㅋㅋㅋ

        – 우리 라나님이 친구 없는 찐따일리가 없어!

       

        “조용히 하거라.”

       

        어허! 친구가 없다니!

        ……맞는 말이지만.

       

        나는 조금 변명에 가까운 말을 덧붙였다.

       

        “본래 육식 동물에겐 친구라는 존재가 생소한 법이란다.”

       

        왜냐하면 무리를 짓지 않는 육식 동물에게, 다른 개체는 전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무리를 짓지 않는 육식 동물.

        심지어 초월자이기까지 하기에, 나에게는 친구라는 존재가 낯설 수밖에 없다.

       

        – ㅠㅠㅠㅠ

        – ㅠㅠ

        – 토닥토닥…

        – 네. 힘내세요.

       

        “…….”

       

        왤까?

        왜 내가 동정을 받는 분위기가 된 것일까?

       

        = “수고하셨습니다!”

       

        = “다음에 또 봐요!”

       

        = “안녕~!”

       

        “그래. 다음에 또 보자꾸나.”

       

        어쨌든 그렇게 나의 세 번째 합방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렇게 드래곤님의 긴급 합방은 끝이 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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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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