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3

        – 뭔가요?

        – 갑자기 뭔 계약이 끝났다는 건가요?

        – ???

        –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 뭐임?

       

        = “무슨 소리인가요?”

       

        “음? 아아…! 그래. 너희들에게는 사전 설명이 필요하겠구나.”

       

        그러고 보니 이들은 그 이전의 상황을 전혀 몰랐지?

        워낙 오래전 기억이다 보니, 조금 순서를 틀리고 말았다.

       

        “일단 말하자면, 이때는 내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막 찾아냈을 때란다.”

       

        그러니까 내가 차원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고 해야 하나?

        아마 그때가 3번째 방문지였나? 5번째였나?

        대충 그 정도쯤 되었을 것이다.

       

        – 와.

        – 진짜 오래전이네.

        – 라나님 리즈시절인가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런데요?”

       

        “지금이야 ‘차원을 찢고 이동하는’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요령이 생겼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요령도 없었지.”

       

        그래서 그 차원에 막 도착했을 때, 착지를 잘못해서 조금 다쳤던 일이 있었다.

        초월자가 되어서 다칠 수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대비도 없이 맨틀 내부에 도착했을 때는…… 좀 고생했었지.”

       

        – 앗! 아아…….

        – 그런 어쩔 수 없죠.

        – 맨틀 내부는 쩔 수 없음.

        – ㄹㅇㅋㅋ

       

        = “아. 거기는 좀 힘드셨겠네요.”

       

        그렇다.

        그냥 마그마에 빠지는 것이라면 모를까, 녹은 암석과 금속에 의해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짓누르는 맨틀 내부에서는 나라고 하더라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내 몸에 둘러진 용금과, 나의 금속 지배력이 아니었다면 고생한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잠수병으로 좀 고생했단다.”

       

        – ?

        – ??

        – ????

        – ??

        – ???

        – 맨틀에 들어가서…… 잠수병?

        – ??

        – 진짜 드래곤은 드래곤이구나.

        – ㅋㅋㅋㅋㅋㅋ

       

        = “????”

       

        너무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갑자기 잠수병에 걸려서 한동안 골골댔었지.

        그 이후로는 잠수병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고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골골거리던 때.

        내가 맨틀에서 빠져나오는 데 사용한 화산 근처의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던 나에게 다가온 인간 두 명이 있었다.

        그게 바로…….

       

        = “그 황제라는 사람하고 부인?”

       

        “아니다. 그냥 평민 부부였단다.”

       

        그들은 골골거리는 나를 보곤 놀랐지만, 이내 아픈 나를 돌봐주기 시작했다.

        물을 떠다 주고, 적은 양이지만 식량도 주었다.

        그리고 깨끗한 물로 내 비늘을 닦아준다든지, 불을 피워서 내 몸을 데워주려고 노력한다든지 같은 일들도 했다.

       

        – 와.

        – 지극정성이었네.

        – 착한 사람들이었나 봐요?

       

        = “오. 뭔가 흥부 부부 같네요.”

       

        “그 흥부 부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이들임은 분명했단다.”

       

        비록 나에게는 필요 없는 도움이었으나,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를 돌봐주었다.

        그리고 잠수병을 완전히 회복한 내가 그들에게 입은 은혜를 갚으려 했을 때였다.

       

        “나에게 은혜를 입힌 부부 중, 여자만이 나에게 왔지.”

       

        그 여자는 죽어 가고 있었다.

        병이나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닌, 같은 인간에 의한 상처가 그녀의 목숨을 거두려 하고 있었다.

       

        = “헉?! 뭔데요?”

       

        “같은 인간의 식량과 목숨을 빼앗는 이들이 있지 않으냐? 그…… 뭐랬더라? 약탈자?”

       

        = “도적? 산적?”

       

        “그래. 그것 말이다.”

       

        나에게 은혜를 입힌 이들의 마을을 도적들이 휩쓸고 지나갔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편은 부인을 대피시켰고, 부인은 대피 과정에서 도적에 의해 큰 상처를 입은 채 내 임시 거처로 왔던 것이다.

        ……그 품에 갓 태어난 아이를 품은 채.

       

        – 헐?

        – 설마?

        – 헉?!

       

        = “아. 그럼…….”

       

        “……나는 그 부인에게 물었단다. 부인의 상처를 치유해 줄까? 아니면 남편의 목숨을 빼앗은 이들에게 복수를 해 줄까?”

       

        비록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았으나, 나는 그들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은혜를 결코 저버릴 생각이 없었다.

        비록 내가 죽은 존재를 되살릴 수는 없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의 멸망까지도 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인은 나에게 한 가지만을 부탁하더구나.”

       

        품에 안고 있던 아기.

        그녀와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후견인이 되어, 아이를 지키고 돌보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 부탁을 하고, 그 부인은 숨을 거두었단다.”

       

        – ㅠㅠㅠㅠ

        – ㅜㅜㅜ

        – ㅠㅠㅠㅠㅠ

        – 아…… 엄마…….

        – 아. 갑자기 부모님 뵙고 싶음.

        – 있을 때 잘하자.

        – ㅠㅠㅠ

       

        = “아…… 그럼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나요?”

       

        “일단 내 은인들의 목숨을 빼앗은 도적들은 따로 처리했지.”

       

        = “엌ㅋㅋㅋ”

       

        – 일단 할 건 하시넼ㅋㅋㅋ

        – ㅋㅋㅋㅋ 

        – 내 감동 돌려 줘욬ㅋㅋㅋ

        – 앜ㅋㅋㅋ

        – 앜ㅋㅋ 갑자기 터짐ㅋㅋㅋㅋㅋ

       

        “문제는 은인들에게 부탁받은 아이였단다.”

       

        생각해 봐라.

        일단 나 역시 네 아이의 어머니고, 육아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 육아 경험은 전부 드래곤이지 않느냐? 인간의 아기를 돌본 경험이 없단 말이다.”

       

        = “아!”

       

        – 그러네?

        – 어라?

        – ㅋㅋㅋㅋㅋㅋ

       

        지금 살짝 말하지만, 드래곤들은 어릴 때도 튼튼하다.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고기를 먹고, 조금 상한 음식도 거뜬히 소화시킬 수 있는 위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지간한 추위나 더위쯤은 거뜬히 이겨 낸다.

       

        “하지만 너희 인간들은 다르지. 어릴 때는 어미의 젖 외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고, 조금의 더위나 추위도 버텨 낼 수 없지.”

       

        = “그건 그렇죠.”

       

        – ㄹㅇㅋㅋ

        – 그렇슴.

        – 이렇게 보니까 진짜 인간이 하찮아 보이긴 함.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 인간은 후반 빌드가 되면 개 세다고!

        – ㅋㅋㅋㅋㅋ

       

        “그렇기에 내가 돌보기 시작한 아기의 건강은 점점 나빠져만 갔고, 나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단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와중, 나는 기막힌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인간들 중엔, 육아만을 담당하는 이들이 따로 있지 않더냐.”

       

        = “아, 육아 도우미요?”

       

        “그래.”

       

        나는 인간의 아기를 돌본 경험이 없다.

        그렇다면…….

       

        “아기를 돌본 경험이 많은 인간에게 아기의 육아를 맡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란다.”

       

        – 엌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맞는 말이긴 한뎈ㅋㅋㅋ

        – 왜 웃기냨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하하핰ㅋㅋㅋ”

       

        “???”

       

        왜 아까부터 계속 웃는 것일까?

        나는 웃음을 터뜨리는 도돌순이와 채팅창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지. 은인들의 아기를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 인간을 말이다.”

       

        그러다가 적당한 이를 찾아냈다.

        수많은 인간들의 우두머리이기에 계급으로 부족함이 없고.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며.

        초월자인 나를 앞에 두고도 기절하지 않을 정도의 용기를 가진 인간을 말이다.

       

        = “아. 그럼 그게?”

       

        “그래. 그 인간이 조금 전 이야기에서 나왔던 황제…… 의 아비 되는 인간이었단다.”

       

        인간들의 말로 하자면, ‘선황’이라고 해야 할까?

        그 당시에도 상당히 늙은 인간이었는데, 육체는 노쇠했으나 속에 품은 용기와 정신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인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인간과 계약을 맺었지.”

       

        황제…… 그 당시에는 아직 제국이 아니었으니, 왕이라고 하겠다.

       

        ‘왕’과 ‘왕의 혈족’은 ‘멸천룡 그랑 라그나’에게 선택받은 아기가 제대로 독립할 때까지 무사히 키울 것.

        그 대가로 ‘멸천룡 그랑 라그나’는 ‘왕’이 지정한 장소에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금광을 만들어 준다.

       

        “본래는 좀 더 많은 조항들이 있었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이런 계약이었단다.”

       

        – 아!

        – 그럼 그게?!

        – !!

        – 아아아아아!!

        – 아하!

       

        = “그래서 아까 그 이야기가…….”

       

        “그래.”

       

       

        *            *            *

       

       

        “계, 계약이 끝났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호룡이시여!”

       

        나의 말에 황제가 말을 더듬으며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은인들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 제법…… 제 부모들을 닮았군.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 음? 어째서지?

       

        나의 의문에, 황제는 얼굴을 굳힌 채 소리쳤다.

       

        “당신과 선황 폐하의 계약은, 분명 ‘축복의 아이’가 독립하기 이전까지입니다! 하지만……!”

       

        황제는 자기 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축복의 아이인 제 딸은 아직 독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계약은 끊어질 수 없단 말입니다!”

       

        = 음???

       

        황제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황제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황제여.

       

        “네! 수호룡이시여!”

       

        득의양양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나는 조금의 기세를 드러내며 말했다.

       

        = 죽고 싶은가?

       

        쿠우우웅!

       

        “커헉!”

       

        피를 토해내며 주저앉는 황제.

        여기서 더 기세를 드러냈다가는 진짜 죽을 것 같아서, 나는 서둘러 기세를 거두었다.

        그제야 황제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서둘러 황제를 부축했다.

       

        “폐하!”

       

        “이놈!”

       

        챙!

       

        나에게 검을 뽑아 겨누는 인간들.

        하지만 내 눈길을 받자마자 그들의 손에서 힘이 풀리더니, 그들 역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인간이 두려움에 빠진 가운데.

        나는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 황제여. 정말로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느냐?

       

        “그, 그게 무슨…….”

       

        = 나의 선택받은 아이를 너희 혈족의 가계에 입적시키고, 은근슬쩍 그 대상을 비슷한 나이인 네 딸로 바꾸려 한 것 말이다.

       

        “?!”

       

        내 말에 이곳에 있던 인간들이 모두 두 눈을 크게 뜬 채 화들짝 놀란다.

        특히 평생 누구에게도 이 비밀을 말하지 않았을 황제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제의 말을 묻어 버리며 다른 이가 내 앞으로 나섰다.

        이 인간 남자는 분명히…… ‘루이’라는 이름의 인간 남자였지?

       

        “축복의 아이를 바꾸다니요?!”

       

        = 축복의 아이라…… 그래. 너희들은 이 아이를 그렇게 불렀지.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은인들의 아이.

        ‘아나티샤’라는 이름의 아이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안으며 말을 이었다.

       

        = 나와 너희들이 선황이라 부르는 인간 사이에 계약을 맺은 후, 계약자는 자기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단다.

       

        아나티샤를 부족함 없이 키워주었고, 인간으로서 살 수 있도록 훌륭한 교육도 해주었다.

        다만 왕이라는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어린아이를 소중하게 키우면 주목을 받을 수 있으니, 자기 아들 부부와 상의하여 아나티샤를 자신들의 딸로 위장하여 입적시키긴 했지만 말이다.

        딱히 계약을 어긴 것은 아니었기에, 그 부분은 나 역시 인정한다.

       

        = 하지만 선황이 죽고, 그의 아들인 황제는 욕심을 부렸지.

       

        나와의 계약이 지속되는 동안, 이들은 마르지 않는 금광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과의 계약은 ‘나의 선택받은 아이’, 이들의 말로는 ‘축복의 아이’인 아나티샤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게 되면 끝나게 된다.

       

        = 그렇기에 이들은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이들에겐 아나티샤와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수작을 부려, 축복의 아이가 아나티샤가 아닌 자신들의 아이가 되도록 뒤바꾼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은 그들의 계획대로 축복의 아이의 대상을 착각했다.

       

        =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이 아이가 인간의 손에 키워질 때부터, 내 ‘눈’을 통해 멀리서 계속 지켜보았다.

        초월자가 된 이후로 얻게 된 이 ‘눈’은, 마치 천리안처럼 먼 거리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 그래. 설명이 되었느냐?

       

        “…….”

       

        “…….”

       

        “…….”

       

        내 물음에,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카페베네 나오는 짤)

    Cuzz↘ you↗ are my↗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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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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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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