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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5

        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

        나의 둥지는 이 높은 산…… 이 포함되어 있는 산맥에 존재했다.

       

        본래 지내던 둥지는 다른 곳에 있었지만, 화산재와 인간에게 유독한 가스가 만연한 그런 곳에 아나티샤를 데려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평소 눈여겨보던 둥지 후보군 중 적당한 곳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정리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 정도라면 괜찮으려…… 나?’

       

        음. 모르겠군.

        나름대로 전생에 인간이었던 기억도 있건만, 너무 오랫동안 드래곤으로 살아온 탓일까?

        아니면 드래곤으로서 신에 버금가는 초월자가 되었기 때문일까?

        이곳이 인간에게 적절한 환경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곳이…….”

       

        = 당분간은 이곳에서 지내야 할 것 같구나.

       

        인간들 처지에서는 그다지 좋은 거주지는 아니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아나티샤의 의견을 들으며 조율하면 되지 않겠는가?

        아나티샤를 둥지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는 둥지 안쪽에 마련한 내 침상으로 향했다.

       

        쿵!

       

        = 후~! 좀 낫군.

       

        근처에서 긁어모은 마른풀을 잔뜩 깐 침상이건만, 푹신함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몸을 뉘이니 좀 낫다만.

       

        남편의 황금을 몸에 두른 탓인가?

        원래도 비늘 때문에 감각이 좀 둔했는데, 남편의 황금을 몸에 두른 이후로는 어지간한 외부 자극 따위는 아예 느껴지지도 않는 몸이 되어 버렸다.

        특히 아이들을 낳은 이후로는 온열 찜질을 즐기고는 했는데…… 그것도 못 하게 되어서 많이 슬프다.

        일부러 불을 피우고, 그 위에서 뒹굴어도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란 말인가?

       

        ‘진짜로 화산 같은 곳이라도 찾아가 봐야 하나?’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갈 때였다.

       

        마치 처음 보는 장소에 온 새끼 짐승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나티샤가 조심스럽게 동굴의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벽에 등을 붙인 채 웅크려 앉았다.

        ……저런 것을 보면 아직 독립할 때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구나.

        하는 행동이 딱 새끼 동물이야.

       

        모성애가 피어오른다.

        막 꼬물거리는 내 아이들의 과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래서 슬쩍 얼굴을 가져다 대니…….

       

        “힉!”

       

        = …….

       

        아, 무서운 것이 당연한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좀 더 둥지 안쪽에 집어넣었다.

       

        새끼 동물은 연약하고, 그중에서도 인간의 아이는 더더욱 연약하다.

        드래곤이자 초월자인 내가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순식간에 절명할 정도이니,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미 전례가 있었다.

        아나티샤가 아직 갓난아기일 시절, 억누르고 억누른 내 본체의 기세에 경기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어찌나 놀랐던지…….

       

        주르르륵!

       

        그렇기에 나는 오랜만에 ‘그것’을 꺼내 들기로 했다.

        아직 익숙지 않은 ‘금속 지배력’을 사용해, 내 몸에서 일정량의 황금을 뽑아낸다.

        그리고 그 황금을…… 잘…… 이렇게…… 으음…….

       

        ‘어렵군.’

       

        도대체 내 남편은 이걸 어떻게 능숙하게 다루었던 것일까?

        어쨌든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침내 완전한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어디, 이상한 곳은 없느냐?”

       

        일단 지금의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인간 형태이긴 한데, 순수 인간의 시선으로는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아나티샤에게 물어본 것이었지만, 아이는 입을 쩍 벌린 채 내 아바타를 바라보다 고개를 홱! 돌렸다.

       

        “그, 그보다…… 좀!”

       

        “응?”

       

        뭐라고?

        발음이 뭉개져서 뭐라고 했는지 잘 못들었다.

        아직 이쪽 세상의 언어는 완벽하게 습득한 것이 아니어서, 저렇게 발음이 뭉개지면 내 귀가 아무리 좋아도 못 알아듣는다.

       

        본체가 아닌, 아바타의 몸으로 아나티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내 아바타가 다가갈수록, 아나티샤의 몸이 움찔거린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느냐?”

       

        그런 내 질문이 트리거였던 것일까?

        아나티샤는 빨갛게 붉힌 얼굴로 빼액! 소리 질렀다.

       

        “옷 좀 입으시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내 아바타, 옷을 입히지 않았었지?

       

       

        *            *            *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시트콤인갘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푸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

       

        채팅창과 도돌순이가 쉴 새 없이 웃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이게 그렇게 웃은 이야기인가 싶긴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기에 같이 웃어 주었다.

       

        = “아니, 라나님은 수치심 안 느끼세요?”

       

        “수치심?”

       

        여기서 수치심을 느낄 이유가 있나?

       

        = “막 알몸 이야기하시면 안 부끄러우세요?”

       

        “어차피 내 진짜 몸 이야기도 아니지 않느냐?”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인간이, 실로 움직이는 개미 모형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개미가 개미 모형을 보며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 옷 좀 입으세요! 안 부끄러우세요?

       

        그러면 인간은 이렇게 말하겠지?

       

        – 뭐가 부끄러운데?

       

        지금 내 심정이 대충 이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나는 원래부터 의복을 입지 않는 ‘드래곤’이기도하고.

       

        – 그게 그렇게 되나?

        – ㄹㅇㅋㅋ

        – 맞는 말이긴 함.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일리가…… 있어?!

       

        = “아하!”

       

        이해가 된 듯, 시청자들과 도돌순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뭐, 저들의 수치심이라는 것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에서는 거의 의미 없는 일이지만, 내 전생은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왜 인간들이 이런 이야기에서 수치심을 느끼는지 대충은 이해하고 있다.

        다만 공감을 못 할 뿐이지.

        역시 난 인간에서 너무 많이 떨어져 버린 모양이다.

       

        = “그래서. 뒷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나요?”

       

        “뒷이야기라…….”

       

        힐끔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방송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충분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족하지는 않은 정도랄까?

        남은 시간에 맞추어 잘라낼 부분은 잘라 내고, 이야기할 부분을 정리한다.

       

        “아나티샤를 데려온 후, 한 일주일 정도는 서로 서먹서먹했단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아나티샤는 평생을 가족으로 알고 있었을 이들이 사실은 가족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그녀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당연히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게다가 드래곤이라는 생물이 자기 후견인이라고 했고, 심지어 알 수 없는 곳을 데려오기까지 했다.

        하루아침에 익숙했던 가족이 사라지고, 그 대신 낯선 이와 동거하게 된 것이다.

       

        – ㄹㅇㅋㅋ

        – 서먹서먹하는 게 당연하죸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저기서 곧바로 정신 차렸으면, 진짜 장군감이었짘ㅋㅋㅋ

        – 트라우마 생기지는 않았나요?

        – 나였으면 바로 자살각 봄.

        – 우울증 왔으면 큰일인데.

       

        = “일주일 후에는 달랐나요?”

       

        도돌순이의 질문에, 나는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러니까 분명히…….

       

        “평소처럼 아나티샤가 먹을 ‘먹이’를 잡아 왔을 때였지.”

       

       

        *            *            *

       

       

        “수호룡님!”

       

        “응?”

       

        나는 갑자기 들려온 아나티샤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진 일주일만인가? 나에게 말을 건 것이?

       

        그동안 동굴 구석에서 말없이 시들어만 갔는데.

        오늘 웬일로 아나티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도 씩씩한 목소리로 말이다.

        드디어 이 아이가 나와 대화할 마음을 먹은…….

       

        “제발! 제발!!”

       

        “으, 으응?!”

       

        “제가 요리할게요!!”

       

        “……응?”

       

        나는 아나티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리? 요리는 왜?

       

        아나티샤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요리를 하고 싶으냐?”

       

        인간들은 무리 생활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무리 생활하는 지성체들은, 각각 잘하는 분야를 나누어, 무리의 발전과 생활을 분담한다.

        그것을 ‘직업’이라고 하던가?

       

        ‘아나티샤도 자기 직업을 결정할 때가 되었는가?’

       

        마냥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독립이 가까워졌을지도…… 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아나티샤는 내가 직접 조리하고 있던 ‘요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인간은! 자이언트 웜을!! 불로 태워서!!! 못 먹습니다!!!!!!!!”

       

        “……?”

       

        “그냥 요리는 전부 제가 할테니까!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주세요!!!”

       

        “???”

       

        아나티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 앜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건 라나님이 잘못했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어엌ㅋㅋㅋㅋㅋ

       

        = “엌ㅋㅋ 쿨럭쿨럭! 아하핰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 내 배얔ㅋㅋㅋㅋㅋ 아이곸ㅋㅋㅋㅋㅋ”

       

        채팅창과 도돌순이의 웃음소리가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나, 도돌순이는 몰라도 시청자들이 이렇게 웃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 앜ㅋㅋㅋ 그렇지. 밥은 중대 사항이짘ㅋㅋㅋ

        – 인생 고민도 일단 배 채워야 하짘ㅋㅋㅋ

        – 살려면 밥부터 어떻게 해야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저건 인정이닼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아닠ㅋㅋ 라나님ㅋㅋㅋ 몬스터를 왜 태워서 사람한테 먹여욬ㅋㅋㅋㅋㅋ”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그때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였단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먹을 수 있다면, 인간도 대충 잘 먹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물론 독이 있거나, 너무 딱딱하거나 하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자이언트 웜’이라는 몬스터는, 인간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맞았다.”

       

        – 인간도 지렁이 먹을 수 있긴 함.

        – 맞는 말이긴 한뎈ㅋㅋㅋㅋ

        – 몬가가 몬가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맞짘ㅋㅋㅋㅋㅋㅋ

        – 세발낙짘ㅋㅋㅋㅋㅋ

       

        = “불로 태운 것은요?”

       

        “인간들은 음식을 모두 열로 익혀 먹지 않느냐? 그걸 따라 해본 것이란다.”

       

        물론 실패했던 것이지만 말이다.

       

        – 앜ㅋㅋㅋㅋ

        – 진짜 레전드넼ㅋㅋㅋㅋ

        – ㅋㅋㅋㅋ

       

        = “푸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

       

        다시 웃음이 이어졌다.

        어찌나 신나게 웃던지, 도돌순이는 의자에서 미끄러진 듯 뭔가 ‘우당탕탕!’하는 소리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크게 다쳤느냐?

        아, 다치지 않았다고?

        다행이구나.

       

        “뭐, 그 이후로도 아나티샤의 지적은 계속되었단다.”

       

        음식부터 시작하여, 의복, 행동거지, 침상들.

        아나티샤는 열렬한 기세로 내 둥지를 인간에게 적합한 형태로 꾸미기 시작했다.

       

        축축했던 동굴에서 밖으로 나와 주변 나무를 이용해 오두막을 지었다.

        근처에는 아나티샤가 만든 작은 텃밭이 생겨났고.

        내가 금속 지배력으로 만들어 준 조리 기구를 사용해 요리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조금 이상했지만, 그렇게 나와 아나티샤는 서서히 가까워져갔지.”

       

        비록 인간이 아니지만, 아나티샤를 소중히 생각하는 내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아나티샤는 점차 나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아나티샤를 통해 인간에 대해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쪽 시간으로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나?”

       

        아니…… 어쩌면 2년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단다.”

       

        – 오!

        – 큰 거 오나?

        – 큰거 온다!

        – 오오오오오!!

       

        = “오오오오오오!!!”

       

        시청자들과 도돌순이의 기대감에 어깨를 으쓱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것은 내일 이 시간에.

    ㅎㅎㅎ

    그리고 슬슬 여유가 생겨서, 어쩌면 토요일에도 연재가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해지면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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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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