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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 뭔가 평화롭네.

        – 평화임.

        – 이게 일상물이지.

        – 어라? 그런데 이거 로맨스 판타지 어쩌구저쩌구 아님?

        – 후피집 어디 갔음ㅋㅋㅋㅋㅋ

       

        = “오오. 그래서. 그 부엉이인지 뭔지를 그냥 보냈나요?”

       

        “그랬지.”

       

        아직 우리에게 뭔가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한 것이라고는 그냥 우리를 훔쳐본 정도?

       

        “그 정도로 움직이기에는 귀찮지 않으냐?”

       

        – 그게…… 귀찮다로 끝나는 이야기였나?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 귀찮다곸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져. 귀찮져.”

       

        봐라. 도돌순이도 그렇다고 하지 않느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연히 채팅창은 ‘ㅋㅋㅋ’라는 단어로 가득 차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7일 정도가 지났을 때였나?”

       

        나는 탄산수로 목을 축인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나와 아나티샤는 마을로 내려왔다.

        왜냐하면 오늘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장날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작은 상단이 마을에 정기적으로 오는 날이지만 말이다.

       

        “저 어때요?”

       

        식물 기름으로 머리에 윤기를 내고, 내 도움으로 머리도 다듬고, 내가 만들어 준 철제 장신구로 멋을 낸 아나티샤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의 질문에,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그대로 답했다.

       

        “인간으로 보인단다.”

       

        “아뇨! 저 예쁘냐고요!”

       

        “건강해 보이는구나.”

       

        “……칭찬 맞나요?”

       

        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나티샤.

        그렇게 날 바라봐도, 나는 인간과 미적 감각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드래곤으로 살아온 세월이 굉장히 긴 지금의 나는, 마음마저도 완전히 드래곤화 되었으니까.

        내가 내 남편에게 반한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툴툴거리는 아나티샤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아이의 화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럼 가자꾸나.”

       

        “네.”

       

        우우웅!

       

        아나티샤의 다리에 마나가 깃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빠른 속도로 산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근처에 있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곳은 마을보다는 좀 더 큰 곳이었다.

        그러니까…… ‘도시’라고 하던가?

        아니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요새’가 더 적당한 느낌일 것 같다.

       

        인구는 대략 50가구 정도.

        물론 이 중 15가구 정도는 병사나 용병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남은 35가구 정도의 일반인들이 각각 ‘농업’, ‘상업’, ‘수공업’ 등의 직업을 가진 채 마을에서 일하는 구조다.

        마을의 이름은…….

       

        “오른 요새 도시가 보여요!”

       

        “그렇구나.”

       

        그렇다고 한다.

       

        마을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아나티샤와 함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나티샤의 말에 따르면, 괜히 눈에 띄는 것은 좋지 못하다나?

       

        천천히 걸어 마을에 가까워지자, 마을의 문 앞에서 줄을 선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이 이번에 마을에 찾아온 상단이라는 이들인가?

       

        “라그나님! 빨리 가요!”

       

        “그래. 재촉하지 말거라.”

       

        한 달 전에 왔었던 상단을 또 보는 것이 그렇게도 좋은 일인가?

        잔뜩 흥분한 아나티샤의 손길을 따라 도시로 향했다.

        그리고 줄을 서서 기다린 지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마침내 우리는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이. 아나양! 오랜만인걸?”

       

        “어머? 본씨!”

       

        친화력이 상당히 좋은 아나티샤가 문지기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인사 행렬은, 마을 안으로 들어간 이후로도 이어졌다.

       

        “어머! 아나양! 어서 오렴!”

       

        “라나양과 함께 왔구나.”

       

        “허허허! 반갑구나!”

       

        하나 같이 아나티샤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인간들.

        그리고 그런 인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아나티샤.

       

        “아나양. 동생하고 놀러 온 거야?”

       

        “그것도 있고, 팔 것도 있고요.”

       

        아나티샤가 등 가득 짊어지고 있는 동물 가죽을 가리키며 웃었다.

       

        참고로 인간 마을에서는 아나티샤가 언니, 내가 여동생인 척하고 있다.

        아나티샤의 말에 따르면, 키나 외모를 보면 내가 동생인 척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나?

        나야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그러자고 했고 말이다.

       

        동물의 가죽은 내가 사냥해 온 사냥감에서 채취한 것이다.

        매번 내가 만들어 주는 황금으로 값을 치를 수는 없다며, 적어도 돈이 들어올 법한 핑계라도 필요하다며 궁리해 낸 아나티샤의 꾀였다.

        이것 역시 아나티샤가 하자는 대로 한 것이고 말이다.

        내가 인간들의 사회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어야지…….

       

        “이번에도 활기찬 것 같구나.”

       

        “네.”

       

        한 달에 한 번 있는 장날이라서 그런가?

        평소라면 조용한 마을이 떠들썩하다.

       

        이 마을에서 사냥을 주로 하는 용병들과 사냥꾼들의 부산물을 사기 위해서 들어오는 상단들.

        그리고 그런 상단에 껴서 함께 들어오는 외부인들로 인한 떠들썩함이다.

        물론 아나티샤는 이런 떠들썩함을 즐기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어느새 노점 앞에서 장신구를 구경하기 시작하는 아나티샤.

        그 모습을 흐뭇하게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슥!

       

        “음?”

       

        나는 아나티샤에게 접근하는 세 명의 인간들을 보게 되었다.

        단순히 암컷에게 구애하려는 수컷은 아닌 것 같고…….

       

        ‘흐음?’

       

        잠깐 고민을 해 보았다.

        좋지 않은 이유로 아나티샤에게 접근하는 세 명의 수컷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아나티샤를 보호해야 할까?

       

        ‘아나티샤도 슬슬 성체가 되었는데…… 이제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도 배워야 할 때지.’

       

        그래.

        아나티샤가 자신을 성체라고 했으니, 나 역시 부모의 대행으로서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 법.

        상황을 보다가 위험하겠다 싶을 때 나서야겠다.

       

        나는 아나티샤에게서 살짝 멀어졌다.

        그리고 세 명의 남자들은 아나티샤에게 접근했고…….

       

        “뭐 이 새끼들아?!”

       

        퍼어어억!

       

        “꾸억?!”

       

        “꿱?!”

       

        “으아악!”

       

        ……그대로 아나티샤에게 제압당했다.

       

        “뭐야?!”

       

        “싸움인가?”

       

        “아나? 푸하하하하!! 이번엔 어떤 머저리들이냐?”

       

        이미 아나티샤의 강함을 잘 알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구경에 나섰다.

        그리고 나는 과일 노점을 열고 있는 주인이 준 과일 조각을 먹으며 그 광경을 구경했다.

       

        “이것들이 감히!”

       

        퍽퍽퍽퍽!

       

        “으아아악!”

       

        “살려 줘!”

       

        “아악!”

       

        은퇴한 용병이었던가?

        그 인간에게 배운 기술들을 잔뜩 활용해 수컷들을 두들겨 패는 아나티샤.

        내 옆에서 함께 과일을 우물거리던 노점 주인이 물었다.

       

        “네 언니, 시집갈 생각은 있대냐?”

       

        “응. 없대.”

       

        “쩝.”

       

        호시탐탐 자기 아들과 아나티샤를 맺어 주려는 노점 주인이 입맛을 다셨다.

       

       

        *            *            *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너무 씩씩하잖앜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

        – 왤케 씩씩함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어어엌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콜록콜록! 푸하핰ㅋㅋㅋㅋㅋ!!”

       

        도돌순이가 너무 웃다 못해 숨이 넘어가려 했다.

        이런. 이러다가 인간 하나 잡겠군.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 같으니, 그냥 핵심만 말해 줄까?”

       

        – ㄴㄴㄴㄴㄴ

        – 한참 재미있는데 왜요!

        – ㄴㄴㄴ

        – 앙대여!

        – ㅠㅠㅠㅠ

       

        = “아뇨! 좀 더! 좀 더 줘요!!”

       

        “아, 알겠다.”

       

        시청자들의 기세가 남다르다.

        뭐랄까? 평소보다 좀 더 질척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 그런데 이거 후피집 로맨스 아님?

        – 언제부터 육아물이 됬음?

        – ㅋㅋㅋㅋㅋ

        – 코미디 아니었음?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어라? 그러고 보니 후피집은요?”

       

        “음?”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피집?

       

        “내가 언제 ‘후피집’이 있다고 했느냐?”

       

        = “네? 후피집 이야기해 주신다면서요!”

       

        “정확히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지.”

       

        – 헐.

        – 틀린 말은 아님.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이래서 한국말은…….

       

        시청자들이 웃고, 도돌순이도 웃기 시작했다.

        다만 방금 전까지가 진짜로 웃겨서 웃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이가 없어서 웃는 느낌에 가까웠다.

       

        “뭐, 그래도 아마 이제부터가 너희가 원하는 부분일 것이다.”

       

        = “진짜죠?”

       

        “나야 모르지.”

       

        내 생각으로는 지금부터가 아마 이들이 원하는 그 ‘후피집’이라는 부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을 시청자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감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모를까,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사고방식과 감성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너희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화를 내지는 말거라. 알겠느냐?”

       

        – ㅔㅔㅔㅔㅔ

        – 힝.

        – 알겠쯉니다.

        – 넹

        – ㅇㅇㅇ

       

        = “네엥~!”

       

        나는 탄산수를 꿀꺽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털썩! 털썩! 털썩!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나티샤에게 골고루 두들겨 맞은 수컷들이 바닥을 굴렀다.

       

        탁탁탁!

       

        “후우~! 식후 운동도 안 되는 것들이…….”

       

        “…….”

       

        나는 집 옆에 세워져 있는 ‘쇠로 만들어진 바벨’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아나티샤가 들어 올리는 저 바벨에 비한다면, 저 수컷들은 한참 모자란 것이 진실이었다.

       

        은인들이여. 명계에서 보고 있는가?

        자네들의 아이가…… 그…… 뭐라고 했었지?

        아! 장군감!

       

        보고 있는가 은인들이여?

        자네들의 아이가 장군감이었네!

       

        “야. 새끼들아. 일어나!”

       

        짝! 짝!

       

        험악한 얼굴로 세 수컷들의 얼굴을 짝짝 때리는 아나티샤.

        그리고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세 수컷들이 정신을 차렸다.

       

        “크으으윽…….”

       

        “나는 도대체…….”

       

        “여, 여기는?!”

       

        잠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팔다리가 꽁꽁 묶인 자신들의 상태와 자신들의 앞에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 아나티샤를 보고는 버럭 소리 질렀다.

       

        “네, 네년은 누구냐!”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당장 이 줄을 풀지 못할까!”

       

        나름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수컷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궁지에 몰린 동물이, 포식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뚜둑! 뚜두둑!

       

        “너희들이 누군데?”

       

        울룩! 불룩!

       

        아나티샤의 가느다란 팔뚝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아이의 왜소했던 몸집이 순식간에 근육질로 변한다.

       

        아나티샤가 은퇴한 용병이라던 늙은 인간에게 배운 오러 운용법.

        이름이 분명…… ‘머슬 임펙트’라고 불렀던 기술의 하나.

       

        ‘벌크 업이라는 기술이었던가?’

       

        평소에는 압축시키고 있던 근육을 풀어, 강력한 근력을 내는 기술이라고 했다.

        그리고 저 상태의 아나티샤는, 아바타가 내는 근력보다 한층 더 강력한 근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너희들이 누구냐고!”

       

        “끼에에에엑!!”

       

        뚜두둑!

       

        단숨에 수컷 한 명을 집어 들어 허리를 꺾어 버리는 아나티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오줌을 지려 버린 한 수컷이 말했다.

       

        “우, 우리는 아나티샤 황녀님을 따르는 기사들이다!”

       

        우뚝!

       

        “……?”

       

        “???”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나와 아나티샤가 굳었다.

        조용히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가 떠듬떠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 아나티샤 황녀님을 어디에 숨겼느냐! 당장 이것을 풀고, 황녀님을 풀어드리지 못할까!”

       

        “…….”

       

        “…….”

       

        나와 아나티샤는 서로의 시선을 마주친 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역변 전 아나티샤의 이미지 : 대충 병약 미소녀.

    역변 후 아나티샤의 이미지 : 대충 농가 미소녀.

    벌크 업 아나티샤의 이미지 : 대충 여자 올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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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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