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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3

        내가 드래곤이 된 이후로 인간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일반적인 드래곤일 적에는 살아남는 데 급급했고, 여유가 생겼을 때는 살던 차원의 문명 수준이 원시인 수준이라 실망했으며, 남편을 만난 이후로는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신계에서 신들을 전멸시키고 있을 때, 내 아이들이 인간들을 대상으로 학살을 벌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정도니까…….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아이들까지 데리고 차원을 넘을 수는 없었기에,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내 아이들이 떠오른다.

        특히나 막내가 많이 울었지.

       

        ‘다른 아이들의 반응은 좀 이상했지만…….’

       

        뭐랄까?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사냥꾼의 눈이었달까?

        딱 그거랑 비슷한 눈빛이긴 했다.

       

        ‘뭐, 그런다고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을 리는 없지만 말이지.’

       

        나처럼 초월자라도 되지 않는 이상, 차원을 넘나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분노한 아나티샤가 연회장을 전부 뒤집어 버리는 것을 바라보며 손에 든 음료를 마셨다.

        음. 달달한 과즙이 섞인 음료로군.

       

        “감히 우리 엄마를 욕했냐?”

       

        “그, 그만…….”

       

        콰직!

       

        “너는 우리 엄마를 모욕했고!”

       

        투쾅!

       

        “너는 나한테 수작 부렸고!”

       

        쿠과광!

       

        압축 근육을 푼 아나티샤…… 줄여서 ‘거인티샤’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인간들이 반으로 접힌다.

        그것이 수컷이든 암컷이든, 거인티샤의 손속은 평등했다.

        평등하게 한 방씩.

       

        “켁?!”

       

        “끄억!”

       

        코뼈가 주저앉은 이들이 차례차례 연회장의 바닥을 굴렀다.

       

       

        *            *            *

       

       

        – ?

        – ??

        – 또 뭐임?

        – 아닠ㅋㅋㅋ

        – 왜 또 건너뛰셨음ㅋㅋㅋㅋ

        – 타임머신ㅋㅋㅋㅋ

        – 아아… 이것이 바로 드래곤식 타임머신이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또 건너뛰셨어요.”

       

        시청자들과 도돌순이가 웃음 섞인 지적을 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이번에는 일부러 그런 거다.”

       

        아까전부터 어쩌다 보니 결과를 먼저 말하고, 원인을 나중에 설명하는 형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 않던가?

        인간들은 이런 이야기 기법을 ‘도치법’이라고 불렀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쨌든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지금 생각해 보니 딱 그런 형태가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해 본 것이다.

        ……살짝 장난기가 돌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 앗! 아아…….

        – 그, 그렇구나..

        – 머쓱!

        – 긁적긁적.

       

        = “헤헤헤…….”

       

        귀여운 척을 하는 아이들을 한 번 흘겨봐준 후 말을 이었다.

       

        “그럼 왜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 설명해 주어야 하겠지.”

       

        상황은 간단했다.

        루이 볼레스토 공작의 영지에 도착한 우리는 여독을 풀었다.

        그리고 루이 볼레스토 공작을 중심으로 뭉친 ‘귀족 연합’의 명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나티샤의 환영 연회를 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명분에 불과했단다.”

       

        그들이 아나티샤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로 아나티샤의 억울함에 분개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나티샤를 핑계로 황실에게서 이권을 뜯어내려는 이들에 더 가까웠다.

       

        “그런 이들이, 진짜 황녀도 아닌 아나티샤에게 친근하게 굴 리가 없었지.”

       

        그 자리는 사실상 아나티샤를 굴복시키기 위한 자리에 더 가까웠다.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

        – 굴복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하하핰ㅋㅋㅋㅋㅋ”

       

        당연히 상황을 눈치챈 시청자와 도돌순이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예상했겠지만, 그들은 두 가지 실수를 범했단다.”

       

        첫 번째는 아나티샤의 무력.

        무예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아나티샤는, 이미 인간으로서도 정상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실전 경험만 없다 뿐이지, 실력 자체는 어지간한 인간으로는 얼굴을 들이밀지 못할 수준이었다.

       

        “게다가 내 옆에서 지내며, 아나티샤는 내 기운을 어느 정도 흡수한 상태였단다.”

       

        말하자면 내 힘을 나누어 받은……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이현’과 비슷한 상태였다고나 할까?

       

        – 드래곤 마스터!

        – 이현님이면 인정이지.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가뜩이나 강한 사람잌ㅋㅋㅋㅋ

       

        = “아핰ㅋㅋ 핰ㅋㅋ 하하핰ㅋㅋㅋ”

       

        “두 번째는 그들이 나마저도 모욕했다.”

       

        뭐랬더라?

        비천한 출생이 섞여 있다나?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 ‘호호호….’라며 자신에 대한 인간들의 모욕을 웃어넘기던 아나티샤는, 내 모욕을 듣자마자 돌변!

       

        “지금의 상황이 되었던 것이지.”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게 참교육이지. 푸하하하핰ㅋㅋㅋㅋ!”

       

       

        *            *            *

       

       

        아나티샤가 화장이라는 것을 얼굴에 덕지덕지 칠한 인간 여자의 멱살을 잡고 있을 때였다.

        덜덜 떨고 있던 늙은 인간이 아나티샤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이, 이게 무슨 짓이요! 후환이 두렵지 않소!”

       

        “후환?”

       

        음영이 진 ‘거인티샤’의 얼굴이 늙은 인간에게 향한다.

        단순한 ‘시선’에 불과했으나, 그 시선을 받게 된 늙은 인간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묻어나왔다.

       

        “이, 이곳에 있는 이들은 전부 귀족이오! 다, 당신이 황녀라도…… 아니지! 황녀도 아닌 평민이 이렇게 일을 벌이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쿵! 쿵! 쿵……!

       

        아나티샤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녀의 팔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그만둘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여기에 있어도 되는 것이냐?”

       

        “제가 나선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내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루이 볼레스토 공작을 바라보았다.

        아나티샤가 날뛰기 시작하자마자 재빨리 내 옆으로 피신을 오더니, 지금까지 이곳에서 아나티샤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하고 있었다.

        그보다 이 인간은 내 정체를 안 이후로도 딱히 두려워하지 않는군?

       

        “그래도, 저 인간들은 네 동맹이 아니었더냐?”

       

        “동맹이라…….”

       

        내 말에 루이가 여유로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술잔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수호룡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들은 저희의 동맹이죠.”

       

        “난 더 이상 제국의 수호룡이 아니다. 또한 나는 아나티샤의 후견이지, 너희의 동맹도 아니지.”

       

        그의 말실수를 정정해 주니, 루이 볼레스토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그랬던 것인가?

        왜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감정을 추스른 그가 말을 이었다.

       

        “네. 드래곤님. 아무튼, 저들은 제 동맹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더 중요한 동맹 상대가 있지요.”

       

        “그것이 나와 아나티샤라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가 아나티샤에게 구애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 감정은 진심이었고, 그 감정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 위로 두려움이라는 짙은 장막이 드리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공작’이라는 인간이었다.

        수많은 인간들의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그리고 우두머리는 무리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 볼레스토 공작은 ‘우두머리’에 합당한 인간이었다.

       

        “난 너의 동맹이 아닌데도?”

       

        “그러니 이렇게 구애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며, 루이 몰레스토 공작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과자를 먹으며 답했다.

       

        “난 이미 짝이 있다.”

       

        “……기혼자셨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네 구애는 안 받는다.

        나는 인간들의 말로 ‘철벽’이라는 것을 쳤다.

       

        콰아앙!!

       

        “백작님!”

       

        “호오?”

       

        그 순간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연회장의 문을 부수고 기사로 보이는 인간이 뛰어 들어온 것이다.

       

        “오오! 틸레토!”

       

        “이 악적아! 나의 주군을 놓지 못하겠느냐!”

       

        지이이잉!

       

        틸레토라 불린 기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 위로 마나가 모여들며, 예리한 칼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틸레토 자작입니다. 마스터의 경지에 들었으나, 특이하게도 유론드 백작의 가신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지요.”

       

        “그렇구나.”

       

        그 ‘마스터’라는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긴장된 얼굴을 하는 것으로 보아선 상당히 높은 경지를 뜻하는 단어로 보였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이지, 내 기준에서는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이지만 말이다.

       

        “죽어라!”

       

        쌔애애앵!!

       

        틸레토 기사가 검을 휘둘렀다.

        마나의 칼날을 두른 검이 아나티샤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고…….

       

        “흡!”

       

        터어어엉!

       

        “?!!”

       

        “???”

       

        아나티샤의 강화된 목 근육에 의해 튕겨 나갔다.

        마나에 의한 강화와 더불어 압축 근육까지 활용한 기예였다.

       

        “이놈!”

       

        하지만 틸레토 기사 역시 나쁘지 않은 실력을 가진 기사였다.

        그는 튕겨 나간 자기 검을 빠르게 회수하더니, 즉시 아나티샤의 급소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으니까.

        

        티티티티티티팅!!

       

        “?!!”

       

        ……전부 튕겨 나가서 그렇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군요.”

       

        “그런가?”

       

        루이 볼레스토 공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나티샤가 인간들 사이에서 천재라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 보기는 했지만, 겨우 저 정도로 천재 소리를 듣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육 조절 정도는 인간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나티샤가 하는 것을 관찰해 보니, 간단하던데?

       

        ‘역시 종족 차이 때문인가?’

       

        그런데 딱히 내가 드래곤이 아니더라도 저건 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저게 안 되나?

       

        내가 인간들의 재능이라는 것에 고민을 할 때였다.

        연신 틸레토 기사의 공격을 막아 내던(맞는 것으로 보였지만, 착각이다.) 아나티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톳!”

       

        척!

       

        짧은 기합과 함께 아나티샤의 손바닥이 틸레토 기사의 명치에 닿았다.

        검을 휘두르던 틸레토 기사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비틀려 했으나…….

       

        “타앗!”

       

        투쾅!

       

        “커억!!!”

       

        ……이내 가슴에 아나티샤의 손바닥 모양이 찍힌 채 뒤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제트 펀치’를 ‘장법’으로 변형한 응용 기술.

        아나티샤가 이름 붙이기로…….

       

        ‘제트 스타…… 였던가?’

       

        대충 그런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티, 틸레토…….”

       

        “쿨럭!”

       

        단 일격에 자기 기사가 쓰러졌기 때문일까?

        주저앉아 있던 유론드 백작이라는 늙은 인간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먹을 꽉 움켜쥔 아나티샤가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 하나 같이 쓰레기들 같군! 쭉정이뿐이야!”

       

        “히이익!!”

       

        어마어마한 아나티샤의 성량에, 아직 정신을 잃지 않은 인간들이 몸을 사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나티샤는 마침내 결심한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런 썩어 빠진 나라 따위, 내가 부숴주마!”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아나티샤의 웃음소리와 인간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 어라?

        – 이거…… 내용이 점점…….

        – 뭔가가 뭔가인데?

        – ㅎㄷㄷ

        – ??? : 넌 이미 죽어있다.

        – 이거…… 로맨스 비슷한 거 아니었나요?

        – 여기가 아닌가? 아닌가베?

       

        = “헐…….”

       

        시청자들로부터 두려움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렇게 장르는 점점 변질되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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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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