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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 슬슬 다른 사람들도 물들어가는 듯?

        – 상남자식 전술.

        – ㅋㅋㅋㅋㅋ

        – 시무룩해진 라나님 왤케 귀여움?

        – 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푸흐흡~!!”

       

        시청자들과 도돌순이가 웃었다.

        이 부분도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나는 어디에서 인간들이 웃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시무룩했다는 부분에서 웃는 것인가?’

       

        내 ‘천룡안’은 상대의 생각을 읽는 것은 아니다 보니, 확신할 수가 없다.

        뭐, 나를 비웃는 것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으니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설사 그런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를 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 “그래서. 그 황당한 전술을 진짜로 했나요?”

       

        “그랬지.”

       

        나는 다시 한번 황금을 불러내어 그 당시의 상황을 미니어처로 재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때 지형이…….

       

       

        *            *            *

       

       

        한쪽은 협곡과 협곡 사이에 건설된 거대한 요새.

        다른 한쪽은 좁은 길.

        아무리 무리와 무리의 전쟁에 관해서 무지한 나라도, 이런 지형이 ‘공성 측에 불리한 지형’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은 데다, 성벽과의 거리가 절묘하군.’

       

        이전에 이 세계의 원거리 무기를 몇 가지 볼 수 있었는데, 이 세계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활의 유효 사거리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그런 거리였다.

        즉, 공성 측이 공격을 위해 좁은 길목에 몰리는 순간, 수성 측에서는 일방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날릴 수 있는 그런 거리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수성 측의 사기는 높아 보였다.

       

        “하하하하하!”

       

        “올 테면 와봐라!”

       

        “다 죽여주마!”

       

        “에베베베~!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각종 비속어와 음담패설을 입에 담으며 소리치는 수성 측의 인간들.

        내가 알기로, 저런 모욕을 들은 인간들은 분노를 표출하고는 했다.

        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아군에선 조금의 분노도 나타나지 않았다.

       

        “불쌍한 놈들.”

       

        “어휴.”

       

        “난 못 보겠다.”

       

        오히려 수성 측 인간들을 연민의 눈으로 볼 뿐.

       

        “……쟤네들 왜 저래?”

       

        “뭐지?”

       

        “???”

       

        그게 오히려 혼란을 불러왔는지, 수성 측 인간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쪽에서는 단 한 명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

       

        “뭐지?”

       

        드레스를 입은 채 천천히 걸어가는 아나티샤.

        머리에는 예쁜 모자를 썼고, 손에는 면장갑을 꼈다.

        오른손에서는 예쁜 양산이 펼쳐진 채, 아나티샤의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가려 준다.

       

        아나티샤왈.

        귀족 여자들의 기본적인 나들이 복장…… 이라고 했던가?

       

        “뭐 하는 짓거리지?”

       

        “하! 전장에 여인을 데려오다니!”

       

        “창녀인가?”

       

        “어이! 좋은 것 보여주게?”

       

        “깔깔깔깔~!”

       

        당연히 성벽 위에서는 아나티샤를 향해 조롱이 섞인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공성 측 인간들의 눈빛은 더더욱 아련해질 뿐이었다.

        몇몇은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욕을 받는 당사자.

        아나티샤는 양산을 살짝 들고, 화장이 된 얼굴로 환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우.”

       

        “끝났군.”

       

        그리고 그것을 본 이쪽 인간들이 더더욱 몸을 떨었다.

        ……예쁘기만 한데, 왜 두려워하는 것일까?

       

        “흥! 쏴라!”

       

        피이이이잉!

       

        성벽 위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정확히 아나티샤를 향해 날아온 화살은 그녀의 심장을 노렸고…….

       

        턱!

       

        파르르르……!

       

        “……??”

       

        “엥?”

       

        “어?”

       

        아나티샤의 손에 잡혔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는 수성 측 인간들.

        그러고는 뭔가를 깨달은 듯, 그들의 표정에 경악이 어리기 시작했다.

       

        “고, 공격을…….”

       

        “궁병……!!”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이미 아나티샤는 ‘유효 거리’까지 성벽에 접근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울끈! 불끈!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근육의 압축을 푸는 아나티샤.

        풀파워 모드가 된 ‘거인티샤’가, 두 눈을 번쩍이며 땅을 박찼다.

       

        쿠과과과과광!!

       

        “공격해라!”

       

        “막아!”

       

        “피, 피해!!!”

       

        수없이 많은 인간들의 목소리가 겹친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허공을 가르는 아나티샤의 몸 주위에서 터지는 소닉붐에 지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시원한 미소를 지은 아나티샤의 주먹이 성벽에 닿았다.

       

        “타앗!”

       

        투쾅!

       

        쿠과과과과과광!!

       

        “으아아악!”

       

        “사, 살려 줘!!”

       

        일격이면 충분했다.

        아나티샤의 주먹은 성문을 비롯한 성벽 한가운데를 박살 냈고, 당연하게도 성벽 위에 서 있던 인간들도 함께 날아갔다.

        

        석재, 나무, 인간, 강철…… 모든 것들이 허공으로 비산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아나티샤가 오른 주먹을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전군! 공격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나티샤의 명령과 함께, 공성 측 인간 군대가 달리기 시작했다.

       

       

        *            *            *

       

       

        황금으로 이루어지는 그때의 재현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 쩐다!

        – 캬!

        – 나노머신 썬!

        – 주모!

        – ㅋㅋㅋㅋㅋㅋㅋ

        – 저게 무슨 황녀얔ㅋㅋㅋㅋ

        – 히로인이 아닌뎈ㅋㅋㅋ

        – 이거 로맨스 아니었나요?

        – 이미 장르는 안드로메다로 가써!

       

        = “아하하핰ㅋㅋㅋㅋ 아. 진짜 재밌어. 개 재밌어!”

       

        도돌순이도 폭소하며 좋아한다.

       

        나는 황금을 치웠다.

        대충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 이상의 재현은 필요 없겠지.

       

        “우리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단다.”

       

        아나티샤가 성벽을 부수고, 그 후에 인간 군대가 달려가 점령한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전술…… 이 맞나?

       

        – 전술이 맞긴 함.

        – 맞긴 한데…….

        – 솔직히 맞긴 한 데 좀…….

        – 뭔가가 뭔가임.

        – ㅋㅋㅋㅋㅋ

       

        “…….”

       

        인간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양이다.

       

        뭐,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순조롭게 나아갔다.

        물론 인간들도 바보는 아니었으니, 아나티샤를 막거나 방해하기 위해 여러 수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나티샤에게는 통하지 않았단다.”

       

        그 세계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재능을 가진 아나티샤가, 나의 힘마저 받아들이며 힘을 개화했다.

        그렇기에 그 당시의 아나티샤는, 내가 감히 말하는데…….

       

        “그쪽 차원 인간들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었단다.”

       

        적어도 ‘힘’이라는 측면에선 말이다.

        실전 경험이 적었기에, 그 부분을 어떻게든 공략한다면 아나티샤가 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었겠지.

       

        하지만 황제파는 아나티샤를 ‘상식’이라는 범위 안에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차라리 아나티샤가 아닌, 아나티샤가 이끄는 ‘귀족파’의 군대를 공략했다면 아나티샤로서도 조금 난감했을 것이다.

       

        “허나 황제파는 아나티샤만을 노렸지. 그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로…….”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엌ㅋㅋㅋ

        – ㅋㅋㅋㅋㅋ

       

        = “큭큭큭큭……!”

       

        시청자들과 도돌순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뜸을 들였다.

        탄산수로 목도 축이고, 과자도 먹고.

        그렇게 충분히 뜸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국의 수도에 도착했단다.”

       

       

        *            *            *

       

       

        땡땡땡땡~!

       

        적이다!

       

        위치로!

       

        빨리 움직여!

       

        성벽 위로 인간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화살과 돌을 옮기고, 기름을 끓이기 시작한다.

        잘 모르지만, 아마 이 세계에서 말하는 ‘공성전’의 정석적인 준비겠지?

       

        나는 루이 볼레스토 공작의 옆에서 전장의 모든 것들을 천천히 관찰했다.

        지금껏 인간의 전쟁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관찰한 적이 없다 보니, 이번 경험은 나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루이 볼레스토 공작은 자기 옆자리에 나를 모시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접을 해주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나는 이 전쟁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아나티샤가 걱정되어서 따라온 것에 불과했고, 역시 아나티샤의 안위만을 챙길 것이다.

        드래곤인 나에겐 이곳에서 얼마나 되는 인간이 죽든, 별로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인 법.

        내가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않는 것이고, 전쟁을 구경하는 것은 구경하는 것이다.

       

        ‘이미 난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도 했으니…… 거리낄 것도 없지.’

       

        옴뇸뇸.

       

        인간들이 진상한 과자를 먹으며 인간들의 전쟁을 구경한다.

       

        지금껏 아나티샤의 힘으로 돌파했던 이전까지의 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석적인 공성전을 진행한다고 했다.

        아나티샤가 성벽을 부수는 전법은 너무 사용하기도 했고, 이쯤에서 다른 병사들과 귀족들에게도 전공을 세울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던가?

       

        “응?”

       

        “저, 저건?!”

       

        그 순간 이쪽 인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명백했다.

        성벽 위로, 화려한 복장을 한 인간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황제?!”

       

        “호오.”

       

        옆에서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놀라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2년 만에 만난 황제는, 겨우 2년의 시간이 지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졌다.

        살은 쭉 빠졌고, 눈 밑에는 기미가 가득했다.

        심지어 머리카락도 빠졌는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했다.

        딱 봐도 마음고생이 심해 보이는군.

       

        내가 드래곤의 뛰어난 시력으로 황제를 구경하는 사이, 성벽 위로 올라간 황제가 옆을 바라본다.

        그러자 마법사로 보이는 이가 무언가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 반역자들은 들어라!

       

        ‘호오? 목소리를 증폭하는 마법인가?’

       

        마나를 저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인가?

        조금 신기한 기분으로 황제가 하는 행동을 지켜본다.

       

        = 나는 카이로스 제국의 정당한 황제이자, 정당한 주인이다!

       

        외형은 추레해졌으나, 황제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다만 ‘우두머리’로서의 힘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주 당연한 것’을 말하는 자의 힘.

        듣는 자에게 자기 ‘진실’을 강요하는 종류의 힘에 더 가까웠다.

       

        = 나는 선왕께 정당한 황권을 받았으며, 정당하게 황위에 올랐다!

       

        진실이다.

       

        = 가짜 황녀와 반역의 주체를 나에게 잡아 와라. 그렇다면 죄를 사하여주는 것은 물론, 평생을 놀고먹을 재물을 내려주마!

       

        황제의 말이 끝났다.

        그리고 그 말에 반응한 이가 한 명.

       

        “못 들어 주겠네!”

       

        콰아아앙!!

       

        어느새 황제의 앞에 나타난 ‘거인티샤’였다.

       

        “……?”

       

        “???”

       

        “?!!”

       

        “!!!!”

       

        이쪽도, 저쪽도.

        양측의 모든 인간들의 반응이 한 박자 느렸다.

        마치 ‘상식’의 선을 10개쯤 뛰어넘은 것 같은 반응이다.

       

        모든 인간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인티샤’는 온몸의 근육을 꿈틀거리며 황제의 멱살을 잡았다.

       

        “뭐? 정당한 황제? 이게 장난하냐?!”

       

        = 어어어어?!

       

        “세상의 어떤 정당한 황제가 백성의 고혈을 짜고, 귀족들의 재물을 갈취한단 말이냐!!!”

       

        =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거인티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마법에 의해 증폭된 황제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온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성벽 위에서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 황제 폐하가 붙잡히셨다!!!”

       

        “폐하아아아아아아!!!”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도로 발달된 초인은, 비상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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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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