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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7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 오!

        – 저 할아버지 자세, 롱소드 검술 아님?

        – 뭔가 익숙한 자세인데?

        – 리히테나워 롱소드 검술 자세네.

        – 약간 다른 데, 옥스 같음.

       

        “흠.”

       

        역시 같은 신체 구조를 가진 ‘인간’이라서 그런가?

        이쪽 차원에도 비슷한 검술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            *            *

       

       

        아나티샤의 ‘연속 제트 펀치’에 대한 알레그 경의 대처는 간단했다.

       

        “흐읍!”

       

        티티티티티팅!

       

        아나티샤의 모든 주먹을 검으로 쳐 내며, 자신에게 향하는 공격을 모두 옆으로 쳐내는 것이었다.

        머리 위로 치켜든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아나티샤의 모든 주먹을 절묘하게 쳐 낸다.

       

        “오오오오오!”

       

        “어마어마한 싸움이야!”

       

        “눈으로 볼 수도 없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충격파.

        휘몰아치는 흙먼지.

        그리고 아나티샤의 ‘연속 제트 펀치’에 의해 발생하는 소닉붐에 의한 수증기 응결 현상까지.

       

        아나티샤와 알레그 경의 싸움이 수증기와 흙먼지 속으로 사라진다.

        들려오는 것은 오로지 ‘쾅쾅!’거리는 싸움의 소리뿐.

       

        콰아아앙!

       

        촤아아악!!

       

        쿠그그그그…!

       

        “후우~!”

       

        “하아~!”

       

        이윽고 커다란 폭음과 함께 아나티샤와 노기사가 각자 뒤로 밀려났다.

        아나티샤의 전신은 과열된 것처럼 빨갛게 물든 채 땀방울이 기화되고 있었고, 알레그 경의 갑옷 곳곳에는 미처 비껴내지 못한 공격의 흔적인 ‘주먹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갑옷에 깃들어 있던 오러와 마법 덕분에 치명상은 피한 것 같지만, 갑옷에 새겨진 마법이 사라진 상태에서는 그것도 힘들겠지.

       

        “제법이군요 영감님.”

       

        “그쪽도.”

       

        턱! 턱! 턱!

       

        서로를 노려보며, 아나티샤와 알레그 경이 빙빙 돌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의 빈틈을 찾으며 돌던 어느 순간…….

       

        파밧!

       

        “타앗!”

       

        “합!”

       

        콰아아아아앙!!

       

        쏜살같이 달려든 아나티샤의 주먹과 알레그 경의 검이 맞부딪쳤다.

       

        “토옷!”

       

        아나티샤가 양손과 양발을 휘두르며 노기사에게 쇄도 한다.

        그녀가 사용하는 것은, 그녀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은퇴 용병에게 배운 ‘오르톤’이라 불리는 ‘격투 기술’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격투기라는 말이 들어맞듯, 아나티샤는 아주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기술로 알레그 경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술’이라는 것은 누가 펼치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어린아이가 뛰어난 격투기를 펼쳐봤자 성인 남성을 가까스로 쓰러뜨리는 수준이겠으나, 아나티샤가 펼치는 기본 격투술은 더 이상 기본 격투술이 아니었다.

       

        부우우우웅-!!

       

        본래는 가벼운 탐색기가 되어야 할 가벼운 주먹질이, 아나티샤의 손에서는 강철을 찌그러뜨리는 필살기가 되어 날아간다.

        본래는 상대의 발을 걸어서 넘어뜨리는 기술이, 아나티샤에게선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기술’이 되어 휘둘러진다.

        발휘할 수 있는 육체의 스펙 차이 때문이었다.

       

        “크으윽!”

       

        알레그 경이 숨을 헐떡이며 아나티샤의 공격에 저항한다.

        노기사의 무기는 ‘검’ 한 자루.

        반대로 아나티샤의 무기는 ‘전신(全身)’이다.

       

        쉽게 말해서…… 알레그 경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 아나티샤는 양팔과 양다리의 4개 무기를 휘두른다는 소리다.

        만약 아나티샤가 실전 경험이 풍부했다면, 그리고 아나티샤가 좀 더 고급스러운 기술을 알고 있었다면.

        지금의 싸움은 성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제법이군요! 알레그 경!”

       

        “끄으으으윽?!!”

       

        쾅! 쾅! 쾅! 콰앙!!

       

        알레그 경이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분명 알레그 경은 아나티샤의 공격을 읽었고, 그것에 대비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아나티샤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쳐내는 것만이 전부일 뿐.

       

        콰아아아앙!

       

        “후우~!”

       

        “하아! 하아!”

       

        그렇게 아나티샤의 공격이 끝났을 때, 가까스로 아나티샤의 모든 공격을 쳐낸 알레그 경은 숨을 몰아쉬었다.

        마나로 강화된 육체가 숨을 몰아쉴 정도로, 그 정도로 아나티샤의 공격을 어렵사리 막아 냈다는 뜻일 것이다.

        ……아니면 아닌 거고.

       

        “하압!”

       

        타앗!

       

        잠시 숨을 고른 알레그 경이, 이번에는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피할 수도, 막아 낼 수도 없는 아나티샤의 공격을 계속해서 허용할 수는 없다는 뜻이겠지.

       

        휘리릭!

       

        공세로 전환된 알레그 경의 검이 현란하게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            *            *

       

       

        – 그런데 왜 검을 저렇게 휘두름?

        – 그러게?

        – 인터넷에서 보니까, 진짜 검술은 눈치 보다가 슬쩍 찌르던데?

        – ㅇㅇ

        – 보기엔 현란한데, 효율적이지 않아 보임.

       

        “음?”

       

        이야기를 하던 중,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현해 왔다.

        단순히 한두 명의 의문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현하고 있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드래곤이다 보니, 검술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란다. 그러니 지금부터 하는 말들은, 어디까지나 내가 들은 것과 본 것을 ‘내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거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주의 사항을 설명한다.

        검술 따위는 쓸 이유가 없는 내가 검술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전문성이 결여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듣는 이들이 알아서 걸러 들어야 한다.

       

        “너희의 말대로, 기본적으로 검술은 간결한 것이 최고지.”

       

        기본적으로 ‘검술(劍術)’이라는 것은 ‘검을 다루는 기술’을 의미한다.

        인간은 ‘지성’과, 그 지성을 살릴 ‘손’이라는 신체 기관을 가지는 대신, 외부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발톱, 날카로운 송곳니, 털 등을 포기한 종족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성’과 ‘손’을 이용해, 자신들을 지킬 인위적인 ‘발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본래부터 신체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발톱을 처음부터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인위적인 발톱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검술’은 그 과정에서 생겨났다…… 라고 들었다.

       

        그리고 다른 존재를 ‘살해’하는 행위는, 최대한 간결한 것이 최고다.

        왜냐하면 검을 여러 번 움직일 필요 없이, 그냥 급소에 한 번 찔러넣으면 되니까.

        인간의 동체시력과 순발력, 사고능력은 같은 인간의 순간적인 움직임보다 느릴 수밖에 없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마나와 같은 방식으로 몸을 강화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단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같은 인간이 휘두르는 검을 자세히 볼 수 없다.

        보이는 것은 그저 무언가가 휘둘러진다는 것 정도.

        그런데도 인간이 휘둘러지는 검을 피할 수 있는 것은, 휘둘러지는 검을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검을 휘두르는 ‘상대방’을 보고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나와 같은 ‘신체 강화’가 가능할 경우, ‘휘둘러지는 검을 직접 본다’라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마나가 인간의 동체시력과 사고능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즉, 그때부터는 기회를 노려 간결하게 검을 찔러 넣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언제, 어떻게 검을 움직이는지 전부 보이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그때부터는 ‘정직한’ 공격이 아닌, 속임수와 선택지를 섞기 시작한다.

        상대가 어디로 피하더라도 공격 방향을 바꾸는 형식의 기술이라든지, 상대가 피할 수 있는 경로를 제한하는 방식의 기술이라든지, 상대가 감히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할 위력을 내는 기술이라든지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 상대하는 이들이 ‘인간’이 아닌 경우라든지, 환경적 요인이라든지, 혹은 애초부터 화려한 묘기를 보여주기 위한 ‘예식용 검술’이라든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논할 이유가 없는 것들이니, 잠시 옆으로 치워두자.

       

        “요점은, 마나로 몸을 강화할 수 있는 이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상대가 내 무기의 움직임을 전부 보고,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싸우게 된다는 것이란다.”

       

        좀 더 이해가 되도록 설명하자면…….

       

        “너희들이 검을 일정 속도 이하로만 휘두르면서 싸운다고 생각해 보거라. 상대가 휘두르는 검을 쉽게 피할 수 있겠지?”

       

        – ㅇㅇㅇㅇ

        – ㅇㅇ

        – ㅇㅇㅇ

        – 냉

        – ㅇㅇㅇㅇㅇ

       

        = “네!”

       

        그렇기에 일정 경지 이상의 인간 고수들은 상대 고수에게 공격을 성공 시키기 위한 ‘수싸움’을 하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겐 ‘쓸데없어 보이는 화려해 보이는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이다.

       

        – 아하!

        – 그렇구나.

        –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진짜인 것 같음.

        – ㄹㅇㅋㅋ

        – 말이 됨.

        – 납득했음.

        – 아! 이해했어.

       

        = “와. 그럼 무협지에서 나오는 무공들이 진짜 실재하는 건가요? 따라 하면 저도 막 대단한 고수가 될 수 있고요?”

       

        “글쎄다?”

       

        일단 앞서 설명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너희들이 ‘무협지’라고 말하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무공’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그런 것들은 ‘마나로 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발전된 경우가 많단다.”

       

        마나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본래는 보여야 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이는 것 역시 가능하다.

        즉,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일반적인 인간의 육체로는 불가능한 동작’을 사용하는 무술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무술에는 진짜로 쓸데없는 동작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이 이상은 드래곤인 내가 설명하기도 힘들구나.”

       

        – 오오오…….

        – 신기하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라나님도 무술 하실수 있나요?

       

        “할 수는 있는데, 그냥 따라 하는 정도지.”

       

        그리고 나는 딱히 무술을 쓸 이유가 없다.

        인간이 개미를 상대로 무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드래곤인 내가 인간을 상대로 무술을 쓸 이유는 없다.

        애초에 인간의 무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구조도 아니고.

       

        “자. 그럼 설명을 계속하마.”

       

        나는 책상 위에 멈춰져 있는 미니어처 모형을 다시 움직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슈슈슈슈슈슈슉!!

       

        쉴 새 없이 휘둘러지는 알레그 경의 검.

        ‘제국 제일검’이라는 칭호는 거짓이 아닌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검이 유효 공격과 견제 공격, 그리고 속임수로 나뉘어 쉴 새 없이 아나티샤에게 휘둘러졌다.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저 공격에 반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날아오는 검의 잔상은 수십 개.

        그 안에는 속임수, 견제하기 위한 공격, 진짜 공격이 마구 뒤섞여 있다.

        속임수나 견제 공격은 상관없어도, 진짜 공격을 하나라도 허용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겠지.

       

        아무리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급소를 공격당하는 순간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마나로 강화된 동체시력으로도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공격이니, 상당히 애를 먹었겠지.

       

        “하하하하하하하!!”

       

        채채채채채채챙!!

       

        “?!”

       

        하지만 아나티샤는 모든 공격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온몸의 근육을 압축하고, 또 오러로 강도를 강화하여 막아 낼 뿐!

        반격도 염두에 두는 ‘리플랙션 바디’와는 달리, 오로지 방어에만 초점을 두는 ‘머슬 임펙트’의 방어 기술.

       

        “머슬 아머!”

       

        “큭?!”

       

        결국 공격을 멈춘 알레그 경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그의 검 위로, 강렬한 오러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자잘한(?) 공격은 통하지 않으니, 강력한 공격 한 방을 날리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틀렸군.’

       

        나는 과자를 씹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나티샤가 개량한 ‘머슬 임펙트’는, 근육의 ‘압축’과 ‘팽창’을 이용한 ‘인간의 무술’이다.

        그리고 ‘머슬 아머’는 전신의 근육을 초강도로 압축하여, 전신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서 전신의 근육을 초강도로 압축하고 있다는 소리는…….

       

        불룩!

       

        퍼어어어엉!!

       

        “헉?!”

       

        ……언제든 압축된 근육이 다시 팽창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필살!!”

       

        마치 폭탄이 터지듯.

        마치 압축되었던 스프링이 튕겨 나오듯.

        아나티샤의 형상에서 ‘거인티샤’가 되며 달려드는 그녀의 오른팔이 두껍게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환하게 빛나는 알레그 경의 검 끝을 향해, 아나티샤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리벤지 버스트!”

       

        “하압!”

       

        아나티샤의 갑작스런 기습에, 알레그 경 역시 오러로 환하게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쿠과과과과과광!!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대결의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이번 이야기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지 작가도 헷갈리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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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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