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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9

        전쟁이 끝나고 1년 후.

        제국은 새로운 황제를 맞이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와아아아아아!!

       

        수많은 이들이 아나티샤의 황제 등극을 축하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1년 동안 아나티샤가 워낙 황제의 일을 잘 처리했기 때문이다.

       

        “정작 실무는 제가 다 했습니다만?”

       

        “…….”

       

        얼굴이 홀쭉해진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새하얗게 타버린 얼굴로 축 늘어졌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토닥토닥…….

       

        뭐, 보다시피 실제적인 서류 업무는 다른 이들이 고생하긴 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아나티샤는 그저 황녀 경험이 조금 있는 힘센 마을 처녀에 불과했다.

        그녀는 정치에 관해서 배운 적이 거의 없었고, 그런 그녀가 우두머리로서 무리를 잘 이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에 관한 지식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아나티샤가 황제의 자격을 증명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간단했다.

       

        ‘잘 모르는 분야에는, 그것을 잘 아는 이들을 데려와 일을 시켰지.’

       

        소규모의 무리를 이끄는 동물의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우두머리가 대부분의 일들을 처리한다.

        무리의 이동 방향.

        외적에 대한 처리 방법.

        말썽을 피우는 내부 구성원의 처우 결정 등.

        그 모든 것들을 우두머리 혼자서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두머리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힘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지성체들은 다르다.

        그들은 지능이 뛰어나고, 또한 ‘언어’라는 수단을 사용해 서로의 생각을 어느 정도 교환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아나티샤는, 인간의 그런 특성을 100% 활용했다.

       

        외교에 대해 모른다고?

        그렇다면 외교를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 외교에 대한 전권을 부여한다.

       

        군사 교리에 대해 모른다고?

        그렇다면 군사 교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 데려와 전권을 부여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못 하는 부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사람들을 고용한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고, 그들의 책임도 대부분이 아나티샤가 떠안기까지 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을 인간들은 리더십이라고 부르던가?’

       

        대충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각 분야에 잘 아는 전문가가 배치되니, 제국은 황제의 자리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나티샤에 대한 백성들의 호감도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이 분산된다는 것.

       

        인간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당연히 인간들이 떠올리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인간들이 각각의 전문가에게 전권을 맡기는 선택을 기피했는가?

        그것은 ‘황제’라는 절대 권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다른 이들도 아나티샤의 선택에 우려를 표했다.

        자칫하면 또 다른 반역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두 번인가? 반역이 일어날 조짐이 있긴 했다.

       

        ‘뭐, 전부 아나티샤가 허리를 접어 버렸지만.’

       

        울끈! 불끈!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아나티샤를 바라보며,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 참…… 정말로 간만에 ‘육아’의 보람이 느껴지는 아이다.

        너무 잘 컸어.

       

        내가 아나티샤의 건강한 몸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사이.

        백성들의 환호 속에서 왕관을 쓴 아나티샤가 힘차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두 들으라아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엉!!

       

        단순히 소리 지름만으로 충격파를 터뜨리는 아나티샤의 폐활량!

        이젠 익숙하다 못해, 아나티샤를 따라 근육을 키우기 시작하는 백성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나티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평범한 농민의 태생이다!”

       

        “하아!!”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이마를 탁! 친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으나, 결국 밝혀 버린 출생의 비밀(?)에 머리가 아픈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나티샤의 출생이라면 다 알지 않나?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 섰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불끈!

       

        아나티샤가 팔을 굽혔다.

        그리고 그녀의 우람한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황제 폐하! 황제 폐하!

       

        만세에에에!!

       

        힘차게 맥동하는 아나티샤의 근육에, 백성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몇몇 이들은 상의를 탈의하고는, 아나티샤처럼 팔을 굽히며 근육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들어라! 강대한 육체에, 강대한 정신이 깃드는 법!”

       

        와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이 강대한 육체로서, 잘못된 길을 가는 이전의 황제를 끌어내렸다!!”

       

        아나티샤의 말은 간단했으나, 그 내용은 간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근육이, 그녀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주었다.

        언제나처럼…….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게거품을 물기 시작하는 루이 볼레스토 공작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즘 약을 달고 살던데, 오늘도 두통약을 힘차게 들이킬 것 같았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내 근육에 맹세코! 나는 황제로서의 의무를 다 할 것이다! 하지만!”

       

        퍼어엉!

       

        아나티샤의 마지막 말인 ‘하지만!’에서 소닉붐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폐에서 뿜어져 나온 공기가 음속을 돌파했다는 증거였다.

        1년 전보다도 더 강해졌구나.

       

        “나의 치세에 불만을 가진 자는 덤벼라! 나의 이 근육으로 상대해 주마!”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주 짧고 강렬한 연설을 끝으로, 아나티샤의 즉위식이 끝을 맺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래오래 제국을 다스렸다.

       

       

        *            *            *

       

       

        나는 이야기를 끝마친 후 말했다.

       

        “이걸로 이야기는 끝이란다.”

       

        – 앜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 진짜 재미있었어요.”

       

        웃음기가 남아 있는 목소리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도돌순이.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뿐이지,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게 들은 모양이다.

       

        – 그런데 집착 어디 갔음?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그러고 보니 집착이 없었네?

        – 후회, 피폐 다 있는데 집착이 없다?

        – 헐?

        – ㅎㄷㄷ

        – ㅋㅋㅋㅋㅋ

       

        = “……그러고 보니 집착이 없었네?”

       

        “…….”

       

        이런.

        일부터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끈질긴 녀석들 같으니라고.

       

        = “라나님? 집착은요?”

       

        “…….”

       

        나는 침묵으로서 나의 의견을 행사했다.

        인간들은 이것을 일컬어 ‘묵비권’이라고 하던가?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 “라나님? 후피집 비슷한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하지만 도돌순이의 무언의 압박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내가 비슷한 이야기라고 했으니, 어쨌든 ‘집착 비슷한 것’이라도 말해주는 것이 옳은 일일 터였다.

        ……결국에는 말해야 하는가?

       

        – 우우우우!!

        – 스트리머는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 보장하라!

        –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 ㅇㅇㅇㅇㅇㅇ

        – 스크리머는 각성하라!

        – 그리고 오팬무를…… (매니저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 각성하라!

        – ㅋㅋㅋㅋㅋㅋ

        – ? 차단글 뭐임?

        – 용자넼ㅋㅋㅋㅋ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팅창의 재촉에, 결국, 나는 숨기고자 했던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나티샤가 황제가 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엄마. 아~!”

       

        “…….”

       

        나는 나에게 과자를 내미는 아나티샤를 보며 각오를 굳혔다.

        자칫 성인이 된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제는 말해야 할 때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나티샤야.”

       

        “네?”

       

        “짝짓…… 아니, 결혼은 안 하느냐?”

       

        그렇다.

        아나티샤가 인간들의 우두머리가 된 이후로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아나티샤는 단 한 번도 짝짓기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짝짓기를 하지 않는 것이 뭐가 어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짝짓기라는 것은, 생물의 본연에 깃들어 있는 생존 이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다.

        자기 DNA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인데, 아나티샤는 짝짓기 적령기가 지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짝짓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하아~! 저도 하고 싶죠.”

       

        “…….”

       

        거짓말이다.

       

        “하지만 제 구혼 상대라는 것들이, 제 주먹질 한 번도 막아 내질 못하는데 어떻게 해요?”

       

        “…….”

       

        이 대륙에서 아나티샤의 주먹을 정면에서 막아 낼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저히 짝짓기 생각이 없는 아나티샤의 모습에,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것이 바로 ‘두통’이라는 것인가?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매일 두통약을 달고 살던데, 그의 기분이 어떤지 공감될 것 같았다.

        맙소사. 내가 인간에게 공감하는 날이 올 줄이야.

       

        아바타의 혈압을 조절해 두통을 없앴다.

        그러고는 아나티샤에게 물었다.

       

        “그래도 아나티샤. 이미 인간으로서, 가장 건강한 후손을 볼 수 있는 적령기가 지나갔지 않았느냐? 그나마 마나의 힘으로 육체가 젊을 때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것도 이제 한계가 될 것이다.”

       

        “그럴지도요?”

       

        “너도 슬슬 아이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느냐?”

       

        “있으면 좋겠죠?”

       

        “…….”

       

        도저히 짝짓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아나티샤의 모습에 나는 다시 머리를 잡았다.

        아…… 두통이 다시 온다.

       

        뭐, 그래.

        백번 양보해서, 짝짓기는 아나티샤의 선택이라고 하자.

        아나티샤가 짝짓기를 하든 안 하든, 어차피 아나티샤의 삶을 그녀의 책임이니까.

        드래곤으로서, 나는 다 큰 성인의 앞날에 큰 상관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세상의 인간 암컷들이 ‘독립’할 때는, 바로 ‘결혼’이라는 것을 치르렀을 때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쉽게 말해서.

        ‘아나티샤가 결혼하지 않는다 = 나는 여전히 아나티샤의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소리다.

       

        ‘슬슬 코즈믹 에너지도 다 모았는데…….’

       

        이제 슬슬 다른 차원으로 떠나도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나티샤가 독립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아나티샤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 차원에서 시간만 보내게 생겼다.

       

        ‘……잠깐?’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에 재빨리 아나티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먹이의 목에 송곳니를 박아 넣은 맹수의 표정이 된 아나티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헤헤헤. 결혼 못 하면, 평생 엄마랑 같이 살아야겠네요.”

       

        “…….”

       

        헤프게 웃는 아나티샤의 미소를 보며, 나는 직감했다.

       

        ‘당했구나!!!’

       

        수천 년을 살아온 엘더 드래곤이, 50년도 못 산 어린 아이의 꾀에 당해버린 순간이었다.

       

       

        *            *            *

       

       

        – 앜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랰ㅋㅋ 이게 집착이짘ㅋㅋㅋㅋ

        – 후피집! 완벽!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거짘ㅋㅋㅋㅋ

        – 백합각이네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하하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ㅋ!!”

       

        “…….”

       

        새파랗게 어린 인간에게 당해 버렸던 나의 흑역사.

        그것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피집 완성.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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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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