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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이튿날.

       

        – 용하!

        – 라하!

        – 라하라하!

        – 라하 용하

        – 하이용!

       

        “반갑구나 아이들아.”

       

        오늘의 방송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보란 듯이 세 개의 상자를 책상 위로 올렸다.

       

        – ?

        – ???

        – 뭐죠?

        – 헐?

        – 온텐도? 최신 기기네?

        – 스페이스 스테이션 6? 헐?

       

        “후훗!”

       

        현재 이 세상에는 총 세 종류의 게임 콘솔이 게임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돈을 사용해 그 모든 종류의 최신기기를 전부 구매해 왔다.

       

        “그러니 당연히 자랑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 갸아아아악!!

        – 부럽다!!

        – 이것이 드래곤의 플~렉스인가요?

        – ㅋㅋㅋㅋㅋㅋ

        – 어깨 으쓱거리는 라나님 귀여움.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귀여우셬ㅋㅋㅋ

       

        시청자들의 분위기는 다양했지만, 대체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나는 시청자들의 축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후후후. 이것으로 나는 모든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단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하지만 게임 잘 안 하시지 않음?

        – ㄹㅇㅋㅋ

        – 모든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썰풀이가 제일 재미있는 방송.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러게.

        외출 핑계로 삼아서 전부 사오긴 했는데, 막상 사놓고 게임을 많이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자랑하기 위해 책상 위로 올린 게임기들을 다시 아래로 내려놓았다.

        자랑도 끝났으니, 이제 오늘의 방송을 할 차례다.

       

        “게임기는 나중에 보기로 하자꾸나. 오늘은…….”

       

        – 썰풀이!

        – 제발! 제발!

        – 이번에는 지난번의 우주선 이야기 좀!!

        – 오크 이야기!

        – 다른 거!

        – 좀 깨부수는 그런 썰은 없나요?

       

        “…….”

       

        아이들아.

        내가 잡담 방송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 방송은 내 옛날이야기만 하는 방송이 아니란다.

       

        ‘한 번 주의를 주어야 하나?’

       

        매번 내가 생각한 콘텐츠를 하려고 할 때마다, 나의 옛날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행동에 대해 주의를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딱히 선을 넘은 일은 없었지만, 이들이 자꾸 이럴 때마다 내 본래 계획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주의를 주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애원하는 것 정도인데, 일단은 두고 볼까?’

       

        선을 넘은 경우는 없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어린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니까.

        그냥 나이가 많은 내가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크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큼큼! 오늘은 먹방을 해볼 생각이란다.”

       

        나는 게임기기 옆에 두었던 것들을 책상 위로 올렸다.

       

        – 햄버거?

        – 뭐임?

        – 웬 햄버거임?

        – 엥?

        – 햄버거네요?

       

        “그래. 오늘은 다양한 햄버거를 먹어볼 예정이란다.”

       

        오늘의 먹방 주제는 바로 ‘햄버거 먹방’이다.

        치킨과 피자는 지난번에 이미 했고, 족발의 경우에는 제대로 된 먹방을 해 보기도 전에 막내의 습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인간들의 배달 음식 중에서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았고, 결국 햄버거를 고르게 된 것이었다.

       

        ‘슈르네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족발을 다시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오늘은 족발이 당기는 날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결국 햄버거가 당첨된 것이었다.

       

        – 캬!

        – 아. 햄버거 땡긴다.

        – 햄버거 시키러 갑니다.

        – 햄버거 진짜 다양하게 시키셨네?

        – 그런데 라나님 게이트로 햄버거 배달 되나요?

        – ㅋㅋㅋㅋㅋ

        – 감튀랑 콜라는 어디 갔나요?

       

        “배달은 헌터 협회로 한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수하들이 이곳으로 가져오지. 그리고 감자튀김은 여기, 콜라는 없단다.”

       

        콜라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에 시키지 않았고, 감자튀김은 각 브렌드마다 하나씩만 시켰다.

        오늘의 먹방 주인공은 햄버거이니, 당연히 햄버거를 우선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우선 불고기 버거를 먹어보마.”

       

        시작은 ‘M’브렌드의 불고기 버거였다.

        ‘불고기 버거’라고 적혀 있는 포장지를 벗기고, 크게 한입 물었다.

       

        “합! 옴뇸뇸.”

       

        – ㄱㅇㅇ

        – 그런데 라나님 뭐 드실 때마다 자꾸 ‘옴뇸뇸’이라고 들리는데, 기분 탓인가?

        – ㅋㅋㅋㅋㅋ

        – 어? 너도? 야! 나도!

        – 옴뇸뇸 미치겠넼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 뭐지? 진짜 뭐짘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그런데 내가 뭘 먹는 소리가 뭐가 어때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차근차근 햄버거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M’브렌드의 불고기 버거에 대한 내 평가는…….

       

        “맛있구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전부 맛있댘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맛있었다.

        곧바로 같은 ‘M’브렌드의 ‘새우 버거’를 꺼낸다.

        그리고 한입.

       

        “합! 옴뇸뇸.”

       

        그 맛은…… 응?

       

        “……똑같은데?”

       

        – ??

        – ????

        – ?

        – 네?

        – ??

        – 뭐임?

       

        불고기 버거랑 맛이 똑같았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햄버거 안에 들어 있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니,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문제는 재료의 맛이 강하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맛이 강한 햄버거의 빵, 상추, 소스에 맛이 묻혀 버린다는 것이었다.

       

        “…….”

       

        나는 재빨리 다른 햄버거들도 포장을 벗겼다.

        그리고 그것들도 모두 한입씩 깨물었고…….

       

        “…….”

       

        나는 직감했다.

        오늘의 먹방은 망했구나…….

       

       

        *            *            *

       

       

        시간이 조금 지나고.

       

        – 요즘 햄버거집들 말들이 많더니ㅋㅋㅋㅋ

        – ㅋㅋㅋㅋ

        – 라나님 오열중.

        – ㅋㅋㅋㅋㅋ

        – 드래곤 인증! 햄버거 맛 똑같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청자들이 신나게 웃는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즐거우면 되었다.

       

        나는 비슷한 맛의 햄버거들을 우적우적 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햄버거의 맛들이 전부 비슷할 줄이야.

       

        – 그런데 라나님, 왜 계속 드세요?

        – 맛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 ㄹㅇㅋㅋ

        – 왜 드심?

       

        “먹이를 남길 수는 없지 않으냐?”

       

        그리고 맛이 없다고는 안 했다.

        그냥 모든 햄버거의 맛들이 비슷하다고 했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한입씩 먹은 햄버거를, 다른 이들에게 줄 수도 없지 않은가?

       

        – 저 주시면 안 되나요?

        – 헥헥헥!

        – 라나님이 한 번 먹은 햄버거? 쌉가능!

        – 폭풍가능!

        – 저희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

       

        이거, 장난이 맞…… 나?

        살짝 선을 넘을까 말까 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계약을 어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딱히 나쁜 말들은 아닌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렇게나 맛이 비슷하다니. 마치 푸드 프린터로 양산한 음식 같구나.”

       

        – 오? 

        – 우주선 이야기인가요?

        – 오나?

        – 큰거 온다!

        – 오오오오!!

       

        “음.”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채팅창의 모습에,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오늘의 먹방도 망했겠다, 햄버거를 처리할 시간도 필요하겠다…….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너희들이 원하는 이야기나 해 주마.”

       

        – 와아아아ㅏㅏㅏㅏ!!

        – 감사합니다 햄버거집!

        – 젠장! 믿고 있었다고!

        – ㅋㅋㅋㅋㅋ

        – ㅋㅋ

        – 이걸 이렇게 꺾으시넼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성과 함께, 나는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었더라?

       

       

        *            *            *

       

       

        우주선의 캡틴인 레이지. 그와 연인인 미네 황녀.

        그리고 미네 황녀를 둘러싼 인간들의 권력 다툼에 휘말린 크루들.

       

        “와우. 용병 인생이 화려하게 지는 건가?”

       

        우주선의 무기 목록을 재점검하던 ‘화기 및 실드 관리 담당’인 ‘아놀드’가 문득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아놀드의 말에, 옆에서 공구를 챙겨 가던 ‘엔지니어’인 ‘제인’이 얼굴을 구겼다.

       

        “또 무슨 병신같은 소리하려고?”

       

        “아니, 그렇지 않아? 밑바닥 인생이었던 우리가, 지금은 황녀님을 모시고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인 거잖아?”

       

        아놀드가 그 거대한 떡대를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만약 우리가 황녀님을 모시다 죽는다고 생각해 봐. 그러면 우리도 제국 역사에 한 줄을…….”

       

        “그냥 개죽음이잖아!”

       

        퍼억!

       

        “컥?!”

       

        그렇게 아놀드는 재수 없는 소리를 한 죄로 제인에게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사이좋은(?) 아놀드와 제인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용병단의 ‘오퍼레이터’인 ‘에이미’가 내 뒤에서 내 눈을 살며시 가려주었다.

       

        “저런 폭력적인 장면은 보면 안 돼요.”

       

        “…….”

       

        음…… 에이미야.

        저런 장면보다 우주선을 격추시키는 것이 더 폭력적인 장면이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그냥 에이미의 손길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딱히 나쁜 의도로 이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미의 손길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자 ‘푸드 프린터’ 사용법을 배우는 ‘알리네시아 제국의 황녀’인 ‘미네’와 그녀에게 용병선 내부를 안내 중인 ‘부함장’이자 ‘기계 생명체’인 ‘필립’이 있었다.

       

        = 이렇게 하면, 원하시는 맵기의 조절이 가능합니다.

       

        “와! 신기하네요!”

       

        제국인들의 음식 사정을 책임지는 ‘푸드 프린터’를 처음 본다는 듯 반응하는 미네 황녀.

        귀족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미네 황녀라면, 음식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해 본 적이 없을 테니 저런 반응도 당연한 일일 터였다.

        귀여운 아이로다.

       

        “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황녀님.”

       

        “아이참. 그러지 말아 주세요. 지금은 황녀가 아닌, 그저 여러분의 동료인걸요?”

       

        예쁘게 웃는 미네 황녀.

        그리고 그녀의 말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에이미.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든 에이미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황녀와 그런 황녀가 부담스러운 오퍼레이터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나는 슬그머니 에이미의 품에서 빠져나와 필립의 곁에 섰다.

       

        “레이지는 무엇을 하느냐?”

       

        = 함장님은…….

       

        “아, 모두 여기 있었구나!”

       

        때마침 식당으로 ‘그’가 들어온다.

        이 차원에서 나와 계약한 계약자이자, 내 본체가 위장하는 ‘우주선’의 주인, 용병단의 ‘단장’.

        ‘캡틴 레이지’가 입을 열었다.

       

        “이제 곧 프롤레티아 게이트에 도착할 거야.”

       

        그것은 또 다른 싸움을 뜻하는 신호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먹방이 망했기에, 재빨리 썰풀이 드리프트를 시도하시는 드래곤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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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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