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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모든 이들이 식당에 모였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선 레이지가, 홀로그램을 켜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제 곧 프롤레티아 게이트에 도착할 거야.”

       

        프롤레티아 게이트.

        프롤레티아 성계에 위치한 거대 구조물로서, 쉽게 설명하자면 ‘장거리 워프 게이트’라고 보면 된다.

        웜홀의 원리를 이용하여, 일반적인 우주선의 엔진 출력과 연료로는 한 번에 이동이 불가능한 초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끔 해주는 행성 규모의 구조물이랄까?

        이 우주 제국이 ‘제국’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자, 교통의 핵심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중요한 요충지고, 당연히 곧 도착할 ‘프롤레티아 게이트’ 역시 성계 하나를 통째로 군사 성계로 삼은 곳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 제국군들의 머리가 저쪽 왕자님의 세력이라는 거지.”

       

        “…….”

       

        레이지의 말에 모두가 말을 잃어버렸다.

        부끄러운 듯, 혹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네 황녀가 보충 설명했다.

       

        “저곳을 지키고 있는 브리슨 중령은, 제 동생의…….”

       

        “아…….”

       

        “…….”

       

        “…….”

       

        모두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모두가 뾰족한 시선으로 레이지를 바라보았다.

       

        = 캡틴. 그렇다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래. 위험해.”

       

        필립의 말을 긍정한 레이지가 화면을 넘겼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프롤레티아 성계의 지도가 표기되기 시작했다.

       

        “모두 알다시피,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그 에너지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항성 하나를 통째로 사용해.”

       

        성계의 중심부에 위치한 항성.

        그 곁에 우리의 목표물인 ‘프롤레티아 게이트’가 표시된다.

       

        “그리고 이 성계에는 4개의 가스 행성이 존재하고.”

       

        항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4개의 가스 행성이 나타난다.

       

        “각 행성의 중력권 내에 제국군이 주둔하는 콜로니가 2개씩 존재하지.”

       

        4개의 행성 주위로 각각 2개씩의 콜로니가 표시된다.

       

        “물론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제국 물류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이기에, 상업 콜로니도 3개가 존재해.”

       

        마지막으로 프롤레티아 성계의 2번, 3번 가스 행성 주위에 각각 1개, 2개의 상업 콜로니가 표시된다.

        성계의 외부로 소행성계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일단 이것이 이 프롤레티아 성계의 대략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개구멍도 없잖아?”

       

        아놀드가 멍든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이마에 얼음찜질을 하던 제인이 아놀드의 말을 받았다.

       

        “이 멍청이랑 같은 의견인 것은 싫지만, 일단은 나도 동감이야.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그래. 딱 봐도 위험하지.”

       

        레이지의 시원한 인정에, 나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에 황당함이 어리기 시작했다.

       

        = 캡틴. 그렇다면 다른 길로 우회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래. 성계 두 개만 건너가면, 또 다른 장거리 워프 게이트가 있지 않나?”

       

        필립과 아놀드의 말에, 레이지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 위험을 피하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안전한 길을 찾아가는 것 말이야.”

       

        하지만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바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각은 얼마 없어. 얼마 전에 우리를 습격한 제국군은 선발대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지?”

       

        미네 황녀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변했다.

        아마 얼마 전에 있었던 제국군의 습격을 떠올리고 있겠지.

        그리고 그런 크루들을 바라보던 레이지가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각은 얼마 없어.”

       

        “……그래. 그건 인정할게.”

       

        레이지의 말에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하필 장거리 워프 게이트에서 그러는데! 보면 몰라?! 군용 콜로니가 무려 8개라고! 8개 군단이 주둔하고 있단 말이야!!”

       

        쾅쾅쾅!

       

        드물게 진짜로 분노하는 제인의 말에, 다른 이들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은하 단위의 거리를 잇는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아주 중요한 시설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이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사수하느냐, 혹은 빼앗기냐에 따라 전술 계획 자체가 바뀔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다.

        그렇다 보니 무려 8개의 군단이 주둔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일도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니까.

       

        “캡틴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야. 그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에 근거가 있는 것도 알아. 하지만!”

       

        쾅!

       

        “이번만은 아니야. 돌아가자.”

       

        제인의 말에 모두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도저히 설득될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레이지를 바라보았다.

        과연 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다들, 그거 알아?”

       

        “응?”

       

        “엉?”

       

        “제국군은, 도망치는 범죄자나 스파이를 쫓을 때, ‘쥐몰이 전술’이라는 것을 자주 사용해.”

       

        뭔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하는 레이지.

        모두의 시선이 의아하게 변하는 것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그가, 모두의 앞에 손가락 하나를 치켜든 채 말을 이었다.

       

        “사방의 도망칠 곳을 전부 막아 두고, 딱 한쪽 길만 열어놓는 거야. 도망치는 쪽이, 그곳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하도록 말이야.”

       

        레이지의 손가락이 허공을 움직인다.

        마치 외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그렇게 범죄자를 유인하고, 그 끝에는…….”

       

        텁!

       

        레이지의 손가락이 반대쪽 손에 붙잡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하지만 저희는 딱히 길이 막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부함장인 필립이 발언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까지는 적들이 우리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필립의 말에, 레이지는 단언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서 우회하잖아? 다음 장거리 워프 게이트에 가지도 못할걸?”

       

        “…….”

       

        “…….”

       

        그의 확신이 담긴 말에, 모두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기엔 레이지의 말이 너무 현실성이 있달까?

        그리고 아직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그들을 위해, 레이지는 마지막 추가타를 날렸다.

       

        “에이미. 저번에 해치웠던 제국군에게서 회수한 블랙박스 아직 검사 중이지?”

       

        “네? 네에…….”

       

        “지금 한 번 확인해 볼래?”

       

        “……네?”

       

        레이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즉시 우주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지금까지 분석된 제국군의 정보를 불러왔다.

        그리고 ‘에코’가 분석한 정보가 모두의 앞에 공개되었다.

       

        – ‘사냥감’의 움직임 예측.

        –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즉시 ‘몰이 계획’ 실시.

        – 위치는…….

       

        “봐. 맞지?”

       

        “…….”

       

        “…….”

       

        “…….”

       

        = …….

       

        딱 레이지의 예상대로의 움직임에, 결국 다른 크루들 역시 그 위험한 작전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            *

       

       

        – 캬! 이거지

        – 지금까지 나왔던 등장인물 중 가장 지능캐 비슷한 거.

        – 지능캐 비슷함

        – 네가 지능캐의 희망이다!

        – 그뉵그뉵의 향연이었지.

        – ㅋㅋㅋㅋㅋㅋㅋ

       

        “흠.”

       

        레이지가 머리가 좋은 아이였던가?

        시청자들의 말에 잠시 고민해 봤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레이지는 그렇게 머리가 좋은 부류는…….

       

        ‘잔머리는 잘 굴러갔었지.’

       

        ……생각해 보니까 레이지 정도면 머리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그 아이도 피지컬로 일을 해결했던 적이 많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아무리 무모한 짓을 하더라도 무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런 부분까지 계획에 넣고 움직였던 것이 레이지였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확실히 머리가 좋은 부류였다.

       

        생각을 정리하며 탄산수를 마셨다.

        톡톡 쏘는 느낌을 즐기며, 천천히 다음 이야기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컵을 다 비워내고, 남은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엄 이아이울 개셔햐먀.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마.)”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냥 다드시고 하세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ㄱㅇㅇ

        – ㅋㅋㅋㅋㅋ

       

        옴뇸뇸.

       

       

        *            *            *

       

       

        “작전은 간단해.”

       

        레이지가 홀로그램에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표현하는 황금색 우주선 마크가 프롤레티아 성계에 진입하자, 그런 우리 우주선을 향해 군용 우주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적들은 우리를 확인하자마자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우리를 체포하려고 할 거야. 마침 구실도 생겼고.”

       

        얼마 전에 몰살시킨 제국군을 뜻하는 말이다.

        비록 그들이 먼저 우리를 습격했지만, 그들은 엄연히 제국군 소속.

        증거품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증거쯤이야 무시하거나 조작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상대측은 그럴 힘이 충분히 있고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성계 바깥의 소행성대에 스텔스 항행으로 잠입한다.”

       

        성계에 진입하다 엑스 표시가 그어진 1번 예시가 사라지고, 이번에는 우리 우주선이 성계 외부에 존재하는 소행성대에 진입하는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 성계군에게 포착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성계군의 스캔 시스템이 좋더라도, 성계 밖의 소행성대까지 일일이 찾아볼 수는 없어. 실제로 해적들도 그 덕분에 소행성대에 숨어 사는 거니까.”

       

        = 그렇군요.

       

        레이지의 손가락이, 우리 우주선의 포식을 터치한다.

        그러자 우리 우주선, 일명 ‘골드쉽’에서부터 또 다른 골드쉽 마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행성대에 숨어 들어간 후, 우리는 디코이를 전개할 거야. 디코이들의 위치는 이쪽, 이쪽…….”

       

        레이지가 천천히,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크루들의 표정이 ‘우린 다 죽었다!’에서, ‘그럴듯한데?’라는 듯이 변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저 비유는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닌, 내 옆에 앉아 있는 아놀드가 중얼거린 내용이다.

       

        “그럴듯한데?”

       

        “…….”

       

        이렇게.

        아무튼 모든 계획을 설명한 레이지가 크루들을 돌아보았다.

       

        “질문은?”

       

        “…….”

       

        “없으면 바로 작전을 개시하자!”

       

        “알겠어!”

       

        “넵!”

       

        = 알겠습니다 캡틴.

       

        “오케이!”

       

        타다다닷!

       

        그렇게 용병단의 작전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각해보니까, 드래곤님의 이야기에 나왔던 이들 중 ‘레이지’가 그나마 지능캐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지능캐’적인 이미지를 좀 더 부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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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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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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