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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으니, 한 채팅이 눈에 띄었다.

       

        – 그런데 이거 우주 단위 이야기 아닌가요? 성계 외부에서 게이트까지 거리가 광년 단위 아닌가요?

       

        “음.”

       

        그래. 그러고 보니 이들에게는 의문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입안에 들어 있는 햄버거를 재빨리 삼킨 후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너희의 의문이 맞다.”

       

        내가 좀 상황을 생략하면서 이야기해서 그렇지, 저 과정에서 이미 몇 시간 정도는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거리 단위가 ‘광년’인 우주에서 벌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좀 더 느긋한 분위기였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내가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성계 외부의 소행성대에서 게이트 근처까지 워프 드라이브를 사용해서 이동하기도 했고 말이지.”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곸ㅋㅋㅋ

        – 아닠ㅋㅋ 그걸 왜 빼욬ㅋㅋㅋ

        –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왜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생략했냐고 묻는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것 하나하나 다 이야기해 주면, 오늘 안으로 이 이야기를 다 끝내지 못한다.”

       

        나는 내일도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 없단다 아이들아.

        남은 햄버거를 통째로 입안에 집어넣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게 무슨 햄버거였더라? 맛이 비슷하다 보니, 이름을 확인하지 않으면 무슨 햄버거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요즘 인간들은 이런 맛이 유행하는 것이냐?”

       

        – ㄴㄴㄴㄴ

        – ㄴㄴ

        – 무슨 말씀을!

        – 아닌데요?

        – 엌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군.

        어쨌든 햄버거 하나를 다 해치운 후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앞을 가로막았던 민간선을 지나쳤다.

        그러자 우주선의 앞으로 포구가 겨냥된 광경이 보였다.

       

        “헉?!”

       

        “게이트 방위 시스템!”

       

        장거리 워프 게이트에 장착되어 있는 방위 시스템.

        평소에는 장거리 워프 게이트의 워프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 작동을 정지시키지만, 비상시에는 장거리 워프 게이트에 사용되던 항성 에너지를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항성으로부터 공급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한 융단폭격은, 어지간한 군단 정도는 순식간에 분쇄할 정도의 화력을 낸다.

        그것이 지금 우주선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딜!”

       

        우우웅!!

       

        하지만 레이지는 망설임 없이 우주선의 속도를 올렸다.

        프롤레티아 게이트가 작동을 정지하면서 워프 게이트가 점점 닫히는 중이고, 아직 작동을 시작한 방위 시스템의 숫자가 적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간을 끄느니,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겠다는 판단이었다.

       

        “으아아악!!”

       

        “꺄아악!”

       

        어지간한 우주선은 실드 째로 녹여 버리는 빔이 쉴 새 없이 날아든다.

        그리고 그 경로에 있던 민간선을 물론, 우주선의 잔해들도 싹 녹아버렸다.

        당연히 레이지는 신들린 조종 실력으로 그것들을 다 피했지만 말이다.

       

        “장애물을 치워주면 나야 고맙지!”

       

        우우우웅!

       

        씨익 미소를 지으며 돌진하는 우주선.

        그리고 그 끝에…….

       

        슈우우웅!

       

        “나이스!”

       

        “통과!”

       

        거의 닫혀가던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            *            *

       

       

        – 워우.

        – 저걸 통과하네?

        – 썩은 물 보는 기분이다.

        – ㅋㅋㅋㅋㅋㅋ

        – 와씨. 끝내주네.

        – 아아… 이게 바로 쌉고인물이라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펼쳐지는 그 당시의 재현 상황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하긴.

        이 당시의 상황은, 드래곤인 나로서도 상당히 놀라웠던 장면이었으니까.

        단 하나라도 맞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아주 작은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모든 공격을 피했던 레이지의 실력은 참으로 감탄이 나왔었다.

       

        “이렇게 그 당시의 상황은 끝이 났단다.”

       

        – 그럼 그대로 그 공작인가에게 간 건가요?

        – 북부 대공!

        – 로맨스에서는 북부 대공이 진국이긴 한뎈ㅋㅋ

        – ㅋㅋㅋㅋ

        – 우주 공작이라닠ㅋㅋㅋㅋ

        – 공작님!

       

        “아, 그건 아니란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야기를 안 했었지?

       

        “그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사실 적들의 함정이었단다.”

       

        – ?

        – ??

        – ?

        – ?

        – 엥?

        – 네?

       

        내 말에 ‘?’를 채팅창에 올리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그런 그들의 의문에, 나는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작전이 시작되기 하루 전.>

       

        레이지가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 게이트를 통과하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을 거야.”

       

        “뭐?”

       

        “네?”

       

        레이지의 말에, 천천히 그의 작전을 듣던 크루들이 놀랐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문에 휩싸인 이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레이지는, 마지막에 나를 바라본 후에 말을 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저 게이트의 목적지는 ‘이르케 성계’지.”

       

        =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레지아 성계’와는 3개 성계 거리에 위치한 곳이죠.

       

        “맞아.”

       

        이르케 성계.

        상업이 발달한 성계로서, 수많은 물류가 움직이는 성계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레지아 성계와 가까우며, 동시에 레지아 성계를 다스리는 아스카 공작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기도 하다.

       

        레이지가 목숨을 걸고 이 ‘프롤레티아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저 게이트를 통과할 수만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 ‘믿을 수 있는 정보통’에 따르면, 이르케 성계의 수뇌부를 적들이 장악했다고 해.”

       

        “뭐?!”

       

        = ?!

       

        “그런?!”

       

        모두가 화들짝 놀란다.

        왜냐하면 이르케 성계가 ‘안전하다’라고 생각했던 사실을 부정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레이지의 말이 옳다면, 게이트를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끝에서는 또 다른 적들을 마주칠 수 있다.

        이 프롤레티아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힘을 소진한 우리로서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당하겠지.

       

        게다가 그곳은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아스카 공작’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다.

        공작이 직접 다스리는 것은 아니지만, 공작의 신하 중 하나가 다스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즉, 공작 자체도 우리의 편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지만, 반대편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강제로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에이미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장거리 워프 게이트의 원리는, 일종의 ‘웜홀’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웜홀의 경우, ‘출구’를 닫아버리게 되면 안에서 이동 중인 물체는 시공간의 흐름에 휩쓸려 산산이 분쇄된다.

        시공간 사이에 생성된 ‘통로’가, 입구와 출구가 존재하지 않게 되면서 붕괴하기 때문이라고…….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 그럴 가능성은 적습니다.

       

        어쨌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똑같다.

        결국 아놀드가 자기 이마를 딱 때렸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해? 게이트를 통과해도 안 되고, 게이트를 우회해도 안 되고! 방법이 없잖아!”

       

        “…….”

       

        “…….”

       

        = …….

       

        모두가 레이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크루들의 시선을 받게 된 레이지는, 자기 트레이드 마크라고 주장하는 ‘함장 모자’를 손으로 살짝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간단해. 게이트에 들어가되, 들어가지 않는 거지.”

       

        “??”

       

        “네?”

       

        “엥?”

       

        = ???

       

        모두의 얼굴 위로 의문이 떠올랐다.

       

       

        *            *            *

       

       

        <다시 현재>

       

        “흠.”

       

        나는 게이트를 통과한 ‘1번 디코이’와 연결되어 있었던 감각을 끊어냈다.

        그리고 레이지에게만 살짝 말했다.

       

        “디코이가 파괴되었다. 아무래도 반대쪽 게이트도 닫힌 모양이구나.”

       

        “역시. 반대편에서도 이야기가 되었던 모양인데?”

       

        아무리 장거리 워프 게이트라고 하더라도, 통로를 완전히 지나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최대 한 달 정도?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이 우주 제국에서 정보의 교류는 어느 정도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주니까! 빛조차도 그 끝에 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만큼, 우주는 넓기 때문이다.

        즉, 이곳에서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반대편의 게이트가 닫히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고마워, 믿을 수 있는 정보통.”

       

        “흠.”

       

        레이지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한 일이라고 해봤자, 적들의 통신 내역을 해킹해 준 것 정도일 뿐이었으니까.

       

        과자를 우물거리며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사이.

        레이지는 손뼉을 짝짝 치며 말했다.

       

        “자자! 상황 끝! 이제 우리도 움직이자고!”

       

        “후우~! 죽겠다.”

       

        “그러게.”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힘드네요.”

       

        긴장이 풀린 듯, 크루들의 몸이 축 늘어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할 일은 착실하게 했지만 말이다.

       

        우우우웅!!

       

        모든 이들의 시선이 프롤레티아 성계와 게이트에 집중된 사이.

        소행성대에서 끝까지 숨어 있던 우리의 ‘진짜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누구에게도 들켜지 않고, 재빨리 성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 에이미! 우회 루트는?”

       

        “등록했습니다.”

       

        “좋아! 이동하자!”

       

        그렇게 우리는 다른 루트를 통해 레지아 성계를 향하기 시작했다.

       

       

        *            *            *

       

       

        – 와씨.

        – 저게 전부 연기였다고?

        – 월척이넼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제국을 낚았닼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언제나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자신들의 죽음을 연출해서, 적들을 방심시킨 것이란다.”

       

        실제로 상대방은 우리가 함정에 빠져 죽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적들의 포위망은 사라졌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우회 루트를 항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레지아 성계에 도착할 수 있었지.”

       

        그것은 우회 루트를 통해 장장 두 달을 여행한 끝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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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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