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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5

        “도착했다!”

       

        “와!”

       

        마침내 도착한 목적지에, 크루들이 힘차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동안 제국군의 눈에서 숨어다니며 알게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을 터였다.

        더군다나 이 용병선의 캡틴인 레이지가 자꾸 다른 일들에 훈수를 두고, 끼어들고, 난리를 쳤으니…….

       

        “도대체 왜 거기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나섰던 걸까?”

       

        “왜 성계군 비리를 잡겠다고…….”

       

        “이제 용병 은퇴해야 하나?”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크루들이 피곤한 얼굴로 축 늘어졌다.

        음…… 당분간은 방에서 잠만 자겠군.

       

        내가 크루들을 관찰하며 진단을 내리는 사이, 크루들과는 달리 상쾌한 얼굴인 레이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은 연인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도착했어 미네.”

       

        “네. 레이지.”

       

        “…….”

       

        밤새 짝짓기를 했는지, 둘 사이가 몰라볼 정도로 돈독해져 있었다.

        그래. 좋을 때지…….

       

        피부가 번들번들한 두 부부…… 아, 아직 부부는 아닌가? 그럼 연인?

        대충 연인인 둘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 연애하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            *            *

       

       

        – 라나님 연애하던 시절이요?

        – ㅋㅋㅋㅋㅋㅋ

        – 아니 무슨ㅋㅋㅋㅋ

        – 양심도 없으십니까?

        – 그런데 중간에 은근슬쩍 주인공이 히로인과 잤다고 하지 않았나요?

        – 남편분이 불쌍해질 지경임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시끄럽다.”

       

        내가 처음에는 좀 그랬어도, 짝으로 받아들여 준 이후로는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건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좀 화난다.

       

        나는 햄버거 하나를 먹으며 미간을 좁혔다.

        옴뇸뇸!

       

       

        *            *            *

       

       

        레지아 성계를 순찰하는 성계군.

        정확히는 아스카 공작 개인 사병들로 이루어진 성계군을 따라 우리는 공작성이 존재하는 행성에 내려앉았다.

       

        “후하~! 젠장. 내 심장 제대로 있냐?”

       

        “왜? 내가 뭉개줄까?”

       

        “웃기시네.”

       

        우주선 밖으로 나가기 전, 아놀드와 제인이 언제 나와 같이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귀족이라는 인간을 만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저렇게 긴장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감정들이다.

       

        그렇게 아놀드와 제인의 투닥거림을 구경하고 있을 때.

        준비를 끝낸 레이지와 미네 황녀가 함께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나가자.”

       

        “오우!”

       

        “알겠어.”

       

        미네 황녀의 에스코트를 하며 앞장서는 레이지.

        그렇게 모두와 함께 우주선 밖으로 나가자, 어느새 일렬로 선 채 길을 열고 있는 공작의 기사단이 보였다.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렸고, 그 끝에서는 단정한 검은 옷을 차려입은 짙푸른 머리카락의 인간 암컷…… 인간 여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못마땅한 감정이 보이는군.

       

        그런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레이지의 에스코트에서 벗어난 미네 황녀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못마땅한 감정으로 레이지를 바라보던 인간 여성은 절도 있는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어서 오십시오 황녀 전하. 신, 레인 아스카 공작이 인사 올립니다.”

       

        “일어나세요 아스카 공작님.”

       

        미네 황녀의 말에 다시 일어나는 아스카 공작.

        그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미네 황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예쁘게 자라셨습니다.”

       

        “아스카 공작님께서는 여전히 아름다우세요.”

       

        하하 호호 즐겁게 웃기 시작하는 두 여성.

        미네 황녀의 어머니가 아스카 공작의 언니라고 했던가?

        딱히 생김새가 닮은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전 공학에 의한 개조 때문이니 그렇다고 치자.

       

        ‘가족이라…….’

       

        가족. 좋지.

        비록 미네 황녀는 가족 때문에 죽을 위기를 겪었지만, 동시에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어느새 둘의 이야기가 끝났다.

        미네 황녀를 대할 때는 미소를 지었던 공작이, 우리 쪽을 바라볼 때는 싸늘한 얼굴이 되었다.

       

        “그대가 황녀 전하를 이곳으로 모시고 온 용병인가?”

       

        “그렇습니다. 공작 각하.”

       

        레이지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런 레이지를 뭔가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공작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물었다.

       

        “그래. 이름이……?”

       

        “레이지라고 합니다. 절 아는 이들은 ‘캡틴 골드’라고도 하지요.”

       

        “아! 캡틴 골드! 그래. 잘 알지. 알량한 재주로 해적들을 사냥한다고 들었는데……?”

       

        “하하하! 알량한 재주로 제국 치안 유지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요.”

       

        “…….”

       

        “…….”

       

        파지지지직!

       

        “……?”

       

        뭐지? 방금 둘 사이에서 뭔가가 부딪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내가 잘못 보았나 싶었지만, 초월자인 내가 잘못 보았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잘 살펴보니, 둘의 감정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뭐야? 왜 둘이 싸우고 있지?

       

        지금이야 감정으로 싸우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실제적인 싸움으로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실제로 싸우게 된다면, 레이지는 금세 져 버릴 거다.

        저놈은 우주선 조종 실력은 몰라도, 백병전 실력은 젬병이니까.

       

        “아이참. 이모님.”

       

        “크흠! 황녀님을 밖에 세워둘 수는 없지요. 집사!”

       

        “네.”

       

        공작의 말에 늙은 인간이 앞으로 나선다.

        공작은 못마땅한 얼굴로 레이지를 한 번 바라보고는, 집사라고 부른 인간에게 말했다.

       

        “손님들을…… 모셔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집사를 지나치며, 공작은 미네 황녀와 함께 성으로 사라져갔다.

        공작의 뒤를 기사들이 따라가고, 덩그러니 남은 우리를 향해 집사가 다가왔다.

       

        “절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아, 네.”

       

        그렇게 우리는 공작의 영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            *            *

       

       

        “일단 이것으로 사건은 끝이란다.”

       

        – 헐?

        – ?

        – 에반데.

        – 오늘 짧방이었나요?

        – ????

       

        채팅창이 난리가 나려고 하고 있었기에, 나는 입속에서 우물거리던 햄버거를 삼키곤 말을 이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는 소리가 아니라, 임무가 끝났다는 소리다.”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어쨌든 용병단이 받은 의뢰는 미네 황녀를 아스카 공작에게 데려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이지의 용병단은 그 임무를 완료했다.

       

        “용병으로서 보자면, 어쨌든 임무는 끝났다고 할 수 있지.”

       

        – 아하

        – ㅇㅇㅇ

        – 맞말임.

        – 맞는 말이긴 함.

        – ㅇㅇㅇㅇㅇㅇ

        – ㅋㅋㅋ

        – ㄹㅇㅋㅋ

       

        물론 단순하게 보자면 그런 것이고, 내막을 깊숙하게 파보면 조금 달라지기는 한다.

        미네 황녀를 공작에게 데려가기 위해, 레이지의 용병단은 제국의 황자와 적대하게 되었으니까.

        실제로 그의 파벌에 속한 제국군을 박살 냈고, 장거리 워프 게이트가 있는 성계에서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진정한 사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

       

        나는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공작의 성에서 지낸 지 며칠째.

        그동안 푹 쉬면서 쌓인 피로를 풀어낸 용병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모두 푹 쉬었어?”

       

        레이지의 말에, 평소보다 몸매가 통통해진 아놀드가 행복하게 웃었다.

       

        “최고지!”

       

        인조고기나 푸드 프린터로 만든 음식이 아닌, 진짜 풀과 짐승 고기로 만든 요리가 좋았던 것일까?

        아놀드를 비롯한 일행들은 하나 같이 살이 통통하게 올라와 있었다.

        툭 치면 굴러다닐 것 같군.

       

        = 함장님은 평소와 같으시군요?

       

        “뭐, 너도 같은 모양인데?”

       

        기계 생명체인 필립과, 미네 황녀와 매일 밤 운동(?)을 하는 레이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저 뒤에서 공작이 어마어마한 분노의 감정을 담아 레이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

       

        저 공작은 왜 레이지를 향해 화를 내는 것일까?

        그런 와중에도 미네 황녀를 끌어안고 있는 손길은 부드럽기만 하다.

        누가 보면 조카가 아니라 자기 친자식인 줄 알겠다.

        그런 와중에도 미네 황녀의 시선은 레이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좋을 때지.’

       

        흐뭇하게 두 짝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레이지가 짝짝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다들 들어 줘. 새로운 의뢰가 있어.”

       

        “의뢰?”

       

        “응?”

       

        “???”

       

        레이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그리고 크루들의 시선을 모은 레이지가 뒤를 돌아보자, 레이지를 노려보던 공작이 작게 헛기침했다.

        그렇군. 공작이 말하는 것인가?

       

        “반갑군 제군들. 나는 이 레지아 성계를 비롯해 6개 성계를 통치하는 공작, 레인 아스카라고 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꺼내는 공작.

        그런 공작의 분위기에 압도된 것일까?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축 늘어져 있던 크루들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공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인 크루들.

        그리고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는 나와 레이지를 힐끔 바라보던 공작이 작게 혀를 찬 후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황녀 전하를 무사히 이곳까지 모시고 온 것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지. 그 대가는 섭섭지 않게 챙겨 주겠다.”

       

        “가, 감사합니다.”

       

        아놀드가 목소리를 조금 떨며 대답한다.

        덩치도 커다란 놈이, 겨우 저 정도에 겁을 먹다니…….

       

        “본래라면 너희 용병들은 이쯤에서 빠지는 것이 도리지만…….”

       

        거기까지 말한 공작이 레이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지만, 감정을 볼 수 있는 내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레이지를 향한 공작의 분노, 질투와 같은 감정이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공작의 감정을 정통으로 맞게 된 레이지는, 오히려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크루들은 전부 덜덜 떨고 있는데, 오히려 싸움을 신청하다니?

        나는 신기한 기분으로 레이지를 바라보았다.

       

        “……뭐, 본인이 원하는데 굳이 빼기도 그렇지.”

       

        레이지를 향해 보내던 분노의 감정을 조금 내려놓으며, 그 대신 피식 미소를 짓는 공작.

        딱 봐도 이 의뢰는 레이지와 공작 사이에서 벌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들리는 소문대로라면, ‘캡틴 골드’의 실력은 대단하다고 하더군. 그 이명이 사실인지, 증명하길 바라마.”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파지지지직!!

       

        나는 레이지와 공작 사이에서 부딪치는 감정의 충돌에, 그저 과자를 씹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귀여운 조카를 홀라당 잡아먹은 놈팽이를 노려보는 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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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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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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