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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 ㅋㅋㅋㅋㅋㅋㅋ

        – 시어머닠ㅋㅋㅋ

        – 무슨 아버지냨ㅋㅋㅋㅋ

        – 딸자식 훔쳐 가려는 도둑놈 보는 분위기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나는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일단 그 임무에 대해 설명해주기 전에, 배경 상황을 설명해 주마.”

       

        나는 황금을 조종해 간단한 모형을 만들어내었다.

        그 당시의 세력 관계나, 상황을 간단하게 묘사한 모형이었다.

       

        “일단 그 당시의 제국은 크게 네 가지 세력으로 나누어져 있었단다.”

       

        첫 번째는 황제를 비롯한 ‘황제파’다.

        황제의 두 자식이 권력 다툼을 하고 있었지만, 황제는 어엿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미네 황녀의 세력인 ‘황녀파’다.

        가장 적은 세력으로서, 내가 이야기한 부분에서는 사실상 아스카 공작과 레이지의 용병단을 제외하면 다른 소속이 없다고 봐야 한다.

       

        세 번째는 미네 황녀의 동생이 가진 세력인 ‘황자파’다.

        미네 황녀의 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야기의 상황에서는 가장 차기 황제에 가까운 세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세력인 ‘중립파’다.

        황제파라고 하기에는 모호하고, 황녀파나 황자파에도 속하지 않은 작은 귀족들을 부르는 단어라고 보면 된다.

        혹은 상단이나 용병들이기도 하고.

       

        – 아하

        – 클리셰스럽네요.

        – 클리셰라면 클리셰긴함.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내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알겠지만, 세력의 크기는 황녀파가 가장 작았단다.”

       

        그래서 황녀파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공작이라는 인물이 같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무리 동물이다.

        하나의 개체가 뛰어나더라도, 숫자의 우위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으냐?”

       

        – 글새여?

        – ??

        – 몰?루

        – 다른 파벌을 흡수한다거나?

        – 중립 세력 흡수하나?

        – ???

        – 암?살

        – 몰라영

       

        대부분은 모른다는 반응이었으나, 몇몇 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답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중 정답에 근접한 이들이 있었다.

       

        “그래. 답은 중립파를 흡수하는 것이었단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용병단에게 주어진 의뢰였다.

       

       

        *            *            *

       

       

        “그러니까, 적들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거 아니야?”

       

        “…….”

       

        아놀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여러 수사적 용어로 말을 꾸며낸들, 정리해 보면 딱 저렇게 설명할 수 있었다.

       

        = 저희의 목표는 이곳입니다.

       

        삑!

       

        필립이 공작에게서 얻어온 분석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 이름은 프라게즈 성계. 황자파 소속인 이즈벨 후작이 다스리는 성계 중 하나이며, 그의 직속 군수 회사의 본사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죠.

       

        “흠…….”

       

        레이지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상단이 이번 의뢰의 목표다.

       

        “그런데 우리가 해적은 아니잖아? 상단을 공격했다가는 곧바로 범죄자가 되지 않아?”

       

        “맞아.”

       

        제인의 말에 아놀드가 맞장구쳤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핵심을 찌르는 말이기도 했다.

       

        비록 용병의 인식이 ‘무뢰배’라고는 하더라도, 용병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무력’을 휘두르는 민간 단체다.

        그들의 신분은 용병 길드를 통해 관리되고,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순간 용병 라이선스는 취소, 곧바로 수배령이 붙는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든 용병은 위법적인 의뢰를 받으면 안 된다는 소리다.

       

        = 당연히 상단을 직접 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필립이 화면을 바꾸었다.

       

        = 공작의 정보통에 따르면, 최근 이즈벨 후작의 직속 군수 회사인 ‘오버벨’의 주요 신무기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합니다.

       

        화면에는 이번 임무의 대략적인 개요.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적혀져 나왔다.

        그 화면을 바탕으로 필립의 설명이 이어진다.

       

        = 신무기의 정보를 빼돌린 산업 스파이는 즉시 도주했고, 현재 외부 소행성계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신무기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이즈벨 후작의 직속 군대가 소행성대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고 하지.”

       

        필립의 설명을 받으며, 레이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가 보일 정도로 시원한 미소였다.

       

        “우리의 임무는 간단해. 이즈벨 후작보다 먼저 신무기 정보를 손에 넣는다.”

       

        “아하.”

       

        “그거라면 자신 있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크루들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용병들의 주 밥벌이 수단이 무엇이던가? 바로 해적 사냥이다.

        물건 운송이나 호위도 주요 밥벌이 수단이긴 하지만 그것은 여러 용병선들이 모인 ‘용병선단’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홀로 움직이는 용병선은 보통 해적 사냥으로 돈을 번다.

       

        그리고 ‘캡틴 골드’의 용병단은 그 해적 사냥에 도가 튼 이들.

        심지어 국경 지역에서 적군들까지 사냥했던, 그야말로 사냥의 스페셜리스트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해적 사냥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범죄도 아니었다.

        그들이 할 일은 ‘어쩌다 보니 해적을 발견해서, 그들을 사냥했을 뿐’인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기밀 정보를 획득했을 뿐.

       

        “가즈아!!”

       

        “아자!”

       

        득이양양한 미소를 지은 용병선이 우주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            *

       

       

        – 엌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개 웃기넼ㅋㅋㅋㅋ

       

        채팅창을 바라보다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새로운 햄버거를 꺼내 들며 한입 깨물었다.

       

        바삭!

       

        “……응?”

       

        오?

       

        “이건 좀 새롭구나.”

       

        맛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햄버거엔 ‘튀김’이 들어가 있었다.

        즉, 식감 자체가 다르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군. 햄버거는 맛이 아닌, 식감을 다르게 만든 음식이었구나!”

       

        그렇기에 ‘패스트푸드(fast food)’라고 부르는 것이었나?!

       

        – 아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드래곤님이 이상한 오해 하신닼ㅋㅋㅋ

        – 전문가님들! 여깁니다!

        – 엌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닌가벼?

        나는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자칭 ‘전문가’라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            *            *

       

       

        방송인 그랑 라그나가 한참 방송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영국 런던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남자가 신문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외국으로 가는 방법이 뭐 이렇게 어려워?”

       

        그렇다.

        간신히 인간형 아바타를 만드는 데 성공한, 우리의 둘째!

        심해룡 에나 벨제투스였다.

       

        “인간들은 당신들과는 달리 약하니까요. 무서운 포식자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요?”

       

        “…….”

       

        카페 의자에 앉아 있던 벨제투스의 옆으로, 정장을 입은 금발 미인이 다가오며 커피를 내밀었다.

        그런 미인을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벨제투스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커피를 들이켰다.

        ……그리고 뱉었다.

       

        푸우우웁!!

       

        “콜록콜록! 뭐야? 이거 왜 이래?”

       

        “……커피입니다만?”

       

        얼굴에 달라붙은 커피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금발 미인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야 했다.

        참아야 한다…… 눈앞의 이 썩을 놈은 무려 대서양을 지배하는 드래곤이다.

        인간은 그냥 ‘인간 따위’로 취급하는 말종이다.

       

        그런 미인의 옆에서, 벨제투스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맛이 너무 진해. 인간들은 이런 걸 잘도 먹는군.”

       

        “…….”

       

        먹어보겠다고 한 것은 네놈입니다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쌍욕을 진정시킨 금발 미인이었다.

        잘했어. 또 하나의 나!

       

        이 금발 미인은 뭔지, 그리고 벨제투스가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되돌려야 한다.

        아바타를 만들고, 드디어 인간들의 세상에 올라오게 된 벨제투스.

        그리고 벨제투스가 영국 서부에 나타난 순간, 영국의 헌터 협회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챘다.

       

        애초에 대서양은 심해룡의 지배에 들어간 이후, 그 어떤 인간의 문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대서양 방향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심지어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영국의 헌터 협회는 상당히 유능했고, 동시에 그들은 심해룡의 공포를 뼈저리게 잘 아는 이들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아바타 벨제투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처리해야 하는가?’

       

        ‘회유?’

       

        ‘그냥 감시만…….’

       

        수없이 많은 논의가 오고 간 끝에, 결국 그들은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선공(先攻)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몰래 감시만 하기에는 상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대놓고 대화를 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딱히 성공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고, 그저 상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라도 얻길 기대했을 뿐이었는데…….

       

        “저기…….”

       

        “인간인가? 잘되었군. 거래하자!”

       

        “?!”

       

        그동안 인간을 배척한 것과는 달리, 벨제투스는 먼저 인간과 거래하길 원했다.

        그리고 영국은 심해룡과 최초로 거래를 체결!

        제한 적이지만, 대서양 횡단 권한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신, 나는 여기서 이 똥멍청이의 비위나 맞춰주고 있고.’

       

        금발 미인.

        ‘Mrs. J’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영국의 왕실 헌터는, 오늘도 느껴지는 현자 타임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심해룡이 영국에 제한적인 대서양 횡단 권한을 준 대가로 가져간 것.

        그것은 아바타 벨제투스가 인간의 법으로서 그의 어머니, 그러니까 멸천룡의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할 수단이었다.

        그리고 그 수단이 마련되기까지, 이 ‘미스 제이’가 벨제투스의 시종 역할을 맡은 것이었고 말이다.

       

        그녀는 벨제투스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들어왔던 악명과는 달리, 신기하다는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벨제투스.

        만약 그의 정체를 모르고 봤다면, 시골에서 올라온 잘생긴 청년으로 봤을지도 모를 정도로 어수룩한 모습이었다.

       

        “인간. 저걸 가져와라.”

       

        “…….”

       

        물론 성격은 개차반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그녀는 오늘도 쌍욕을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퇴직하든가 해야지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잠깐 벨제투스의 최신 근황도 보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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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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