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9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 와씨.

        – 그리고 닌자가 나타났다.

        – ㅋㅋㅋㅋㅋ

        – 닌자 등판각인뎈ㅋㅋㅋ

        – ㅋㅋㅋㅋ

        – 좀 뜬금없긴 하다.

        – 소설도 이렇게 쓰면 욕먹음.

        – 그런데 이건 리얼이잖아?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ㅎㄷㄷ

       

        “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구나.”

       

        – 어…… 개연성이 없어서요?

        – 말이 안 되니까요?

        – 좀 뜬금없어서요.

        – ㄹㅇㅋㅋ

        –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요.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아이들아.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단다.”

       

        이 세상은 무수한 가능성으로 넘쳐난다.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낮더라도, 어쨌든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미 한 마리가 코끼리를 죽일 수도 있단다. 가능성은 한없이 낮겠지만 말이지.”

       

        – ?

        – 그런가?

        – 그건 맞음.

        – 0.0000…… 1% 정도라도 가능성은 있겠죠?

        – 그런데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면 좀.

        –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으냐? 그런데 왜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이지?”

       

        나는 그게 이해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곳에 갑자기 닌자라는 존재가 등장해서 모두 죽일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낮겠지만, 어쨌든 그럴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수많은 차원들이지 않느냐?”

       

        – 아.

        – Aㅏ

        – 그러네.

        – 그러고 보니 멀티버스가 대충 그런 개념이었지?

        – ㄹㅇㅋㅋ

        – 엌ㅋㅋㅋㅋㅋ

        – 목격자가 여기 계셨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차원들을 겪은 나에겐, 이들이 말하는 개연성이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겐 어떤 일이든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뭐, 내가 이렇게 말하더라도 너희들은 내 생각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

       

        – ㄹㅇㅋㅋ

        – 맞아영

        – ㅇㅇㅇ

        – 우린 드래곤이 아니라서… 헤헤.

       

        뭐, 이것은 ‘종족’, ‘경험’, ‘관점’의 차이니까.

        나는 내 생각과 관점을 이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강요한다고 어떻게 될 문제도 아니고.

       

        “그럼 이야기나 계속해 주마.”

       

        – 와아아아!!

        – 감사!

        – 감사함다!

        – 이예이!

        – ㅎㅎㅎㅎㅎ

       

        설명을 이어 나가며, 나는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음…… 방송 종료까지 시간이 모호하겠는데?

       

       

        *            *            *

       

       

        갑작스러운 적들의 기습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쪽에는 우주선 조종 실력이 뛰어난 ‘캡틴 골드’가 있었다.

        그리고 레이지와 용병들은, 용병 결성 초창기에 변경 지역에서 연방군을 상대한 전적이 존재한다.

        실제로 ‘캡틴 골드’와 그의 용병단이 유명해진 것엔, 그때의 유명세가 한몫한 덕분이었다.

       

        콰과광!

       

        “3번 적기 침묵! 남은 적기는 총 3기!”

       

        “열 추적 미사일 장전 완료!”

       

        “좋아! 그대로 간다!”

       

        그러니 뭐, 이렇게 되겠지.

        나는 손쉽게 적들을 요리하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과자를 먹었다.

       

        그렇게 모든 적들이 침묵했다.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되었을 때, 아놀드가 몸을 축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

       

        “…….”

       

        그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인 나라도 이 정도는 안다.

       

        내 옆에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레이지가 말했다.

       

        “에이미. 공작과의 연락은?”

       

        “……조금 전부터 계속 시도하는데, 연락되지 않아요.”

       

        현재 ‘골드쉽(내 본체)’이 있는 장소는 레지아 성계의 안쪽이다.

        그리고 제국의 번성한 성계에는, 성계 중간중간마다 통신 중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계기 덕분에, 시간 차이는 좀 나더라도 성계 내에서 통신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성계 안쪽에 들어와 있는 우리 역시 그 중계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당연히 공작측도 연락을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공작측과 연락이 연결되지 않는다?

       

        “…….”

       

        레이지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감정이 이리저리 뒤죽박죽 뒤섞이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이 복잡해 보였다.

       

        “어떻게 하지, 캡틴?”‘

       

        “……우선은 정보를 모아보자.”

       

        크루들은 즉시 드론을 내보내 파괴된 우주선의 잔해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이었다면 무언가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았겠지만, 지금 그들이 찾는 것은 정보가 보관된 우주선의 메모리였다.

        그것이 블랙박스든, 아니면 메모리 칩이든 전부.

       

        내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까닥거리고 있는 사이에도 크루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일행은 목표로 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 메모리 칩입니다.

       

        “분석 시작해.”

       

        =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            *            *

       

       

        – 뭐였나요?

        – ㅎㄷㄷ

        – 빨리빨리!

       

        “알겠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나는 햄버거를 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 무슨 정보가 적혀 있었더라?

        ……아!

       

        “그 메모리 안에는 리브로스토 연방군의 연락 기록이 남아 있었단다.”

       

        내용은 아스카 공작이 미네 황녀를 배신했고, 레이지 일행을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조작된 내용이었지.”

       

        – 헐?

        – ???

        – ?

        – 엥?

       

       

        *            *            *

       

       

        분석된 통화 기록을 확인하며 경악하는 크루들.

        하지만 일행이 통화 기록을 살필 때, 나는 고개를 돌려 우주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엔, 우주 공간을 떠도는 죽은 인간들의 영혼이 보였다.

       

        – 헤헤헤헤헤…….

       

        – 레나! 내가 해냈어!

       

        – 으하하하하하!!

       

        “…….”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덕분에,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영혼들.

        그 딱한 영혼들을 바라보다, 천천히 ‘본체’의 눈을 떴다.

        동시에 ‘본체’의 ‘천룡안’이 영혼들이 겪었던 과거의 ‘시간’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드러난 진실은 전혀 달랐지.”

       

        사실 그들은 진짜 리브로스토 연방군이 아니었다.

        그들로 변장한 황자의 개인 사병이었다.

        당연히 일행이 확인했던 메모리 칩의 내용도 전부 조작되었던 것이었다.

       

        – 헐

        – ㅎㄷㄷ

        – 와씨.

        – 교란 작전임?

        – 이게 그 유명한 반간계인가 뭔가인가?

       

        “반간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황자파는 공작과 레이지의 연합을 붕괴시키기 위해 손을 쓴 것이었단다.”

       

        실제로 그럴듯하긴 했다.

        조작된 통화 기록, 공작의 직영지에서 출현한 연방군.

        모든 정황이 조작된 증거물에 신뢰성을 부여했으니까.

       

        – 그럼 공작님은 어떻게 됬나요?

        – ㅎㄷㄷ

        – 공작님과 황녀님은요?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저게 어케 됨?

       

        “배신이 있었던 모양이더구나.”

       

        공작의 측군중 몇 명이 공작을 배신했던 모양이었다.

        비록 공작이 무능한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녀라고 하더라도 믿었던 측근의 배신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즉, 사실상 공작령은 황자파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

       

        – 헐? 

        – ㅎㄷㄷ

        – 황자파 왤케 유능함?

        – 그냥 공작이 무능한 거 아님?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            *

       

       

        “뭐?!”

       

        내 설명을 들은 레이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서는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젠장! 빌어먹을 공작!”

       

        “…….”

       

        나는 느긋하게 레이지의 결정을 기다렸다.

        어차피 드래곤인 나에겐, 누가 우두머리가 되든 큰 상관이 없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그저 하나의 ‘우주선’일 뿐.

        우주선은 우주선 답게, 조종사의 의지대로 움직일 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진정한 레이지가 나에게 물었다.

       

        “일단 이 정보를 크루들하고 공유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공유하면 되지 않느냐?”

       

        그냥 내가 한 대로 잘 설명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그렇게 물었으나, 레이지는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그…… 이번에는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

       

        “…….”

       

        그의 말에 나는 잠시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난데없이 없었던 방이 생겨나서 놀라는 크루들.

        모른 척하는 레이지를 두들기는 크루들.

        살려달라며 나에게 손을 뻗는 레이지.

        그리고 그 광경의 반복…….

       

        “…….”

       

        “…….”

       

        나와 같은 광경을 떠올렸는지, 레이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레이지를 위해, 나는 드래곤의 지혜를 빌려주기로 했다.

       

        “신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어떠냐?”

       

        “되겠냐?!”

       

        ……안 되나?

       

       

        *            *            *

       

       

        – 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암튼! 그래서 다음엔 어떻게 됐나요?

        – 빨리 설명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아아! 현기증이!

        – 크어억!

        – 슬슬 이쪽도 미쳐가는구낰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래야 육수들이짘ㅋㅋㅋㅋㅋ

       

        “옴뇸뇸.”

       

        나는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다음 햄버거를 집으려 손을 뻗었는데…….

       

        탑탑!

       

        “응?”

       

        ……햄버거가 잡히지 않았다.

        의아한 얼굴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가득 쌓여 있었던 햄버거가 어느새 전부 사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새 다 먹어 치운 모양이다.

       

        – 헐

        – 그걸 다 드셨네.

        – ㅋㅋㅋㅋㅋ

        – 이 정도면 먹?방이 맞지 않을까?

        – 와씨.

        – 옴뇸뇸 잘 드시넼ㅋㅋㅋ

        – 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이런 상황마저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하긴. 본래 어릴 때는 모든 것들이 재미있어 보이는 법이지.

       

        ‘고작 30년도 못 산 아이들에게는 다 재미있게 보일 터.’

       

        ……그런데 인간은 10년만 지나도 성년으로 치지 않던가?

        아, 이쪽 차원은 20년이었던가?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 후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본래 오늘은 햄버거 먹방이 본래 콘텐츠였지 않았느냐?”

       

        – 네

        – 넹

        – ㅔ

        – 맞아요.

        – 나 왠지 좀 불길해지는데?

       

        “그렇다면, 햄버거를 다 먹은 시점에서 콘텐츠가 끝난 것이 아닐까?”

       

        – 갸아악!!

        – 반대반대!

        – 앙대여!

        – 이렇게 가시면 어찌하란 말입니까!!

       

        시청자들이 열렬하게 반대를 한다.

        햄버거 먹방과 내 옛날이야기는 별개의 콘텐츠이니, 햄버거를 다 먹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설명하는 이들도 보였다.

        하지만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따로 있었으니…….

       

        “어차피 곧 있으면 방송 종료 시간이란다.”

       

        – 아

        – 아앗…

        – 앗!

       

        그렇다.

        이제 방송 종료까지 남은 시각은 단 20분.

        어차피 20분만 지나면 오늘의 방송은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우주선 이야기’라고 부르는 이야기는 아직 한참 더 남았다.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이때의 경험담은 큼직큼직한 사건들만 따져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워낙 사건·사고에 많이 뛰어드는 용병의 삶을 바로 옆에서 겪었기 때문일까?

       

        ‘그런 의미에서는, 크쉬타르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구나.’

       

        크쉬타르와의 이야기, 그러니까 시청자들이 ‘오크 이야기’라고 부르는 그 경험에서도 워낙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많아서…….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어쨌든 요지는 이거다.

        남은 20분…… 아니, 19분의 시간으로는 남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적당한 부분에서 끊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

       

        – 그럼 내일 이어서 해주시는 거죠?

        – ㅠㅠㅠㅠㅠ

        – ㅠㅠㅠ

        – ㅜㅜㅜ

        – 너모 슬푸다.

        – 흙흙흙.

        – ㅠㅠㅠㅠㅠㅠ

       

        “내일? 안 할 건데?”

       

        시청자들에겐 안타깝게도, 나는 내일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일은 미리 결정된 ‘특별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해주겠다. 그럼 슬슬 방송 종료 준비해 볼까?”

       

        – 아아아아!!

        – 안 돼에에에에!!

        – ㅠㅠㅠ

        – 앙대요!

        – 제발! 제발! 제발!

        – 가지 마요!!

        – ㅜㅜㅜㅜㅜㅜㅠㅠㅜㅜㅜ

       

        아우성치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며, 그날의 방송은 그렇게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의 이야기를 이렇게 끝났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서 해드릴게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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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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