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2

        청류와의 즐거운 잡담 시간이 지나갔다.

        그저 가볍게 청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버렸다.

        즐거운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원…….

       

        어쨌든 시간은 지났고, 모집은 끝났다.

        그리고 간단하게 추첨을 진행한 결과, 총 3개의 아이디어가 뽑혔다.

       

        – 아아아아아!!

        – 좀만 더요!

        – 겨우 3개는 좀.

        – 너무 적다!!

        – ㅠㅠㅠㅠ

        – 힝

        –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질렀다.

        물론 엄하게 타일렀지만 말이다.

       

        내가 겨우 3개의 아이디어만 뽑은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우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이제 겨우 4시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

       

        “알고 있겠지만, 내 방송 시간은 본래 4시간…… 요즘에는 5시간밖에 되지 않는단다.”

       

        초기에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4시간을…… 요즘에는 12시부터 5시까지 총 5시간을 방송한다.

        이 방송 시간도 길다고는 하지만 평소 8~10시간 정도를 방송하는 진짜 인터넷 방송인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짧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1시간은 아이디어 모집과 추첨에 사용한 바람에, 이제 남은 시간은 대략 4시간 남짓뿐이다.

        그 시간 안에 의상을 만들고, 수정하고, 입어보고, 가벼운 평가를 진행하는 등의 시간을 따져 보면 3개가 적당했다.

       

        “알았으면, 우선 첫 번째 아이디어부터 보자꾸나.”

       

        – 힝.

        – 넹

        – 알겠습니다.

        – ㅇㅇㅇ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시청자들을 잘 타이른 후 첫 번째 아이디어를 확인했다.

        갑자기 공개한 콘텐츠이기에, 그냥 한 줄에서 세 줄 정도 짧은 글귀만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음?”

       

        생각보다 방대한 양의 자료가 나왔다.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 없이 양만 늘여놓은 것이 아닌, 전문성이 느껴지는 그런 자료였다.

       

        – 헐?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왜 전문가께서 여기엨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호오오!”

       

        내 옆에서 홀로그램 화면을 들여다보던 청류의 6개 눈이 번뜩였다.

        그래도 비슷한 직종의 일을 하니,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아이디어’라고 쓰고, ‘도안’이라고 읽어야 할 그것을 쭉 훑어보더니 양손과 거미 다리를 쭈욱 피기 시작한다.

        마치 스트레칭처럼 말이다.

       

        “대충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겠네요.”

       

        “어떻게, 알아보겠느냐?”

       

        “그럼요.”

       

        자신만만하게 어께를 으쓱거리는 청류.

        그리고는 양 손과 8개의 거미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니다!”

       

        파바바바바밧!!!

       

        – 오오옷?!

        – 와씨.

        – 엄청 빠르네.

        – ㅋㅋㅋㅋㅋㅋㅋ

        – 개 빠르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이곳에는 이미 청류의 작업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청류의 기예는 확실히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자기 거미줄에 몸을 고정하고, 8개의 거미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며 자기 거미줄을 엮어 ‘천’을 만든다.

        그녀가 가진 인간의 양손은 좀 더 섬세하게 움직이며, 천과 천을 자르고 잇는다.

        그녀의 거미줄이 사방으로 뻗어지며, 각각 그녀에게 필요로 하는 재료들과 도구를 가져다준다.

        나의 눈에는 그녀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으나, 아마 인간들에게는 도구들과 재료들이 알아서 허공을 날아다니는 광경으로 보이겠지?

       

        아무튼, 그렇게 청류의 손이 움직이길 약 20분이 흐르고.

        마침내 하나의 의상을 완성한 청류가 가슴을 쭉 펴며 말했다.

       

        “완성했답니다!”

       

        “호오.”

       

        – 오오오오!

        – 멋지다!

        – 와우.

        – 옷이 저렇게 금방 만들어지는 거던가?

        – 아닠ㅋㅋ 그보다 즉석에서 천부터 짜는 거 맞냐곸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눈나! 주문 제작 받으시나요?

        – ㅋㅋㅋㅋㅋ

       

        도안을 보며 청류가 만들어 낸 옷은, 일종의 ‘정장’이었다.

        이쪽 차원에서 인간들이 입는, 그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정장’ 말이다.

        다만 내가 알기로 이쪽 차원에서 여성이 입는 정장은 ‘치마’인 것으로 아는데…….

       

        “바지구나?”

       

        – 아닠ㅋㅋㅋ

        – 누가 남성용 정장을 올렸냐곸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뭔가 개인의 특이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정장이 아닌, 그냥 이쪽 차원의 인간들이 입는 평균적인 남성용 정장이었다.

        혹시나 뭔가 다른 부분이 없나 했지만, 진짜 그냥 평범한 그런 정장.

        ……장난이었나?

       

        – 장난을 왜 이렇게 진심으로 치냐곸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저 정도면 인정해줘야 한닼ㅋㅋㅋ

        – 도안이 있길래 기대했는뎈ㅋㅋㅋㅋㅋ

        – 그냥 정장 도안 어디서 퍼온 듯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저작권에 걸리는가 싶어서 확인해 봤는데, 그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도안을 가져온 듯했다.

        이런 것을 인간들은 ‘오픈소스’라고 하던가?

       

        ‘그렇다면 문제는 없겠군.’

       

        비록 개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는 없겠으나, 문제가 생길 일은 없어 보였다.

        다만 본인의 노력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약간 괘씸하달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 이 옷을 입어봐야겠지?

        나는 청류와 함께 방 한쪽에 마련한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상을 시착!

       

        “어떠하느냐?”

       

        – 오?

        – 오오오오오!!!

        – 와우.

        – 뜻밖에?

        – 괜찮은데요?

       

        두 갈래로 묶던 머리카락은 하나로 묶어 오른쪽 어깨의 앞으로 늘어뜨렸고, 왼쪽 가슴 주머니에 꽂힌 손수건을 제외하면 다른 장식이 없는 정장.

        격식을 갖추기 위해 입는 의상인 만큼, 나의 사이즈에 딱 맞게 재봉 된 의상은 나의 몸에 꼭 맞았다.

        그새 눈대중으로 내 아바타의 사이즈를 확인한 것인가?

        역시 솜씨가 좋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나쁘지 않구나.”

       

        굳이 따지자면, 옷이 몸에 너무 딱 붙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 옷은 원래 이렇게 입는 옷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 와.

        – 평소 원피스 입고 계시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것도 좋음.

        – 집사님 같음.

        – 남장 라나님!

        – 와우

        – ㅎㄷㄷ

        – 머쪄….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평범한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나 역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인간들의 ‘정장’이라는 옷이죠?”

       

        “그래.”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청류가 턱을 문지르며 내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비록 그녀가 디자이너보다는 재봉사에 더 가깝다고는 하더라도, 그녀 역시 의상을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녀는 옷을 입은 내 모습을 확인하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이거랑 이거랑.”

       

        “…….”

       

        – 뭔가 바쁘시넼ㅋㅋㅋ

        – ㅋㅋㅋㅋ

        – 여기에 하얀 장갑 끼우고, 안경도 씌워주면 딱 남장 집사님 아님?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한쪽 구석에서 여러 재료들을 뒤적거리더니, 청류는 신발과 실크 햇, 지팡이 따위를 가져왔다.

       

        “주인님! 이걸!”

       

        “그래.”

       

        청류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치장을 한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 와!

        – WA! 영국 신사!

        – 이건 진짜로 신사넼ㅋㅋㅋ

        – 지팡이가 아니라 우산이었으면 딱 그건뎈ㅋㅋㅋ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 ㅋㅋㅋㅋ

       

        “어떠신가요?”

       

        “나쁘지 않구나.”

       

        나는 손에 든 지팡이를 휘리릭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류는 모르고 했겠으나, 지금 내 차림은 이곳 지구에서 이미 잘 알려진 모습이었다.

        대략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의 유럽 지역의…… 부르주아 남성의 옷차림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수고했다.”

       

        “에헤헤헤~!”

       

        헤프게 웃음을 터뜨리는 청류.

        고개를 숙인 아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준 후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볼 수 있었다.

       

        – 포즈! 포즈 좀요!

        – 멋있는 포즈좀!

        – 대사도!

        – ㅋㅋㅋㅋㅋ

        – 싸인 해주세요!

        – 꺄! 언니!

       

        “흠. 그럼 잠깐 해볼까?”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휘리릭 돌린다.

        그러고는 지팡이의 머리를 왼손에 딱 대고, 이어서 다시 왼손으로 지팡이를 휘리릭 돌린다.

       

        – 오오오오오!!

        – 와아아!!

        – !!!!!!!

        – ㅑㅐㅗㅑ오ㅗ무ㅏㅁ’ㅏㅗㄹㄷ

        – 감동!

        – 이게 방송이지!!!

       

        딱!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바닥에 소리 나게 내려찍는다.

        물론 바닥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해서 말이다.

       

        – 캬!!

        – 최고다!

        – 좀만 더! 포즈 좀만 더요!

        – 와아아ㅏㅏㅏㅏ

        – 눈나ㅏㅏㅏㅏ

        – 집사스러운 대사도요!

       

        “그래그래. 다 해 줄 터이니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머리에 쓴 실크 햇을 살짝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            *            *

       

       

        시간이 흐르고.

        적당히 시청자들과 놀았다고 판단이 되자마자 나는 말했다.

       

        “그럼 두 번째 의상도 볼까?”

       

        – 아아아앙!

        – 한 번만 더 도련님 해주시면 안 되나요?

        – 오죠사마도!

        – 힝

        – 아쉽….

       

        인간들에게 익숙한 ‘신사’의 의상을 입은 탓일까? 시청자들이 많이 아쉬워하는 것이 보였다.

        물론 나는 엄하게 타일렀지만 말이다.

       

        “이제 겨우 첫 번째 의상이지 않으냐? 다른 의상도 예쁠 텐데?”

       

        – 그래도오오…

        – 우린 우리를 못 믿음.

        – 분명 지뢰가 하나쯤은 섞여 있을 것 같은데….

        – ㅎㄷㄷ

        – 시작이 이러니 오히려 불안함.

        – ㄹㅇㅋㅋ

       

        “…….”

       

        아니, 인간인 너희들이 인간을 믿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나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시간은 되었고, 우리는 두 번째 아이디어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은,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

       

        [‘엔젤리코’의 ‘사사키 엔마리’의 전투복 코스프레 부탁드립니다!!!]

       

        “……응?”

       

        “엥?”

       

        엔젤리코? 사사키 엔마리? 그게 뭐지?

        나와 청류가 나란히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이 바로 시청자 평균?!

    가슴이 웅장해진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