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5

        새로운 날이 밝았다.

        평소처럼 방송을 켜니, 언제나처럼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라하!

        – 용하!

        – 하이용!

        – 알흠다운 점심이예요!

        – 오늘 점심 뭐 드셨나요?

        – 라하!

        – 라하라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점심 뭐 먹었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해 보았다.

        내가 먹은 거?

       

        “……도화야.”

       

        “네.”

       

        “내가 오늘 무엇을 먹었지?”

       

        내가 오늘 먹은 것은 고기가 맞다.

        그런데 그게 무슨 고기인지는 모른다.

        나에게 권속이 없었을 때는 내가 그때그때 사냥해서 뭘 먹어야 했지만, 권속이 생긴 이후로는 내가 직접 사냥해서 뭔가를 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수하들이 다 알아서 해주니까.

       

        그렇기에 오늘 내가 고기를 먹은 것은 알지만, 그게 무슨 고기인지는 모른다.

        솔직히 맛만 좋으면 알 필요가 없기도 하고.

       

        “레드 드레이크의 안심살로 만든 숙성육 10t입니다.”

       

        “그렇군.”

       

        고기가 상당히 묵직하다고 생각했는데, 드레이크라는 생물의 고기였던가?

        고개를 끄덕인 후 카메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는구나.”

       

        – 아닠ㅋㅋㅋㅋ

        – 엌ㅋㅋㅋ

        – 10톤이나 드셨엌ㅋㅋㅋㅋ

        – 드래곤 모습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긴 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뜻밖에 대식가셨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시청자들과 대화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약 2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제 내 방송을 볼 이들도 대충 다 들어오게 된다.

       

        “그럼 오늘은 무엇을 하느냐 구나.”

       

        – 드디어!

        – 오늘은 할모니의 옛날 이야기를 할거애오!

        – 합방 또 하시나요?

        – 어제 개꿀잼이었음.

        – ㄹㅇㅋㅋ

        – 와아ㅏㅏㅏ!!

        – 사랑해요!!

       

        시청자들이 기대에 찬 감정으로 내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순간, 천천히 말을 꺼냈다.

       

        “오늘은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옛날이야기나 해 주마.”

       

        – 와ㅏㅏㅏㅏㅏ!

        – 키타아아아!

        – 이예이!

        – 아싸!

        – 감사합니다!

        – 감사! 압도적 감사!

        – 크으으으!

        – 치킨 시켜야겠다.

        – 아, 점심 먹었는데 또 치킨 시켜야겠네.

       

        내 말에 시청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옛날이야기가 좋은 것인가 싶으면서도, 왜 치킨을 시키겠다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니,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하는 차례다.

        그리고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역시 투표나 추첨을 사용하는 편이 낫겠지?

       

        “그럼 투표로 할까, 추첨으로 할까?”

       

        – 추첨이요!

        – 투표!

        – 투표가 깔끔하긴 한데.

        – 추첨으로 한 번에 하시죠.

        – ㄹㅇㅋㅋ

       

        반응이 갈린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보다 결정했다.

       

        “그럼 추첨으로 하마.”

       

        프로그램을 열자, 시청자들이 빠르게 추첨에 접속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추첨에 참가할 이들은 전부 참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 한 명을 뽑으마.”

       

        또르르륵!

       

        추첨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이내 한 닉네임이 전면에 나타난다.

       

        “라플라시아로구나. 반갑다.”

       

        – 와!

        – 엄마! 나 뽑혔어!

       

        당첨된 아이의 채팅이 추첨 프로그램 위로 떠오른다.

        비록 인공적으로 가공된 전자 음성이었으나, 그 문장에선 기쁨과 감탄의 감정이 보였다.

        그렇게도 좋을까…….

       

        “그래. 어떤 이야기를 해주랴?”

       

        지난번에 못다 한 우주선 이야기를 해도 좋겠고, 아니면 오크 이야기라고 부르는 이야기의 다른 사건을 이야기해 주어도 좋겠지.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도 좋다.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은 안 되었지만, 이번에는 이 운 좋은 아이가 원하는 이야기할 생각이다.

       

        – 어

        –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새로운 이야기라. 그래. 무엇이 듣고 싶으냐?”

       

        – 뭔가 액션 영화같은.

        – 미니어처 재현

        – 많이 보고 싶습니다.

        – 싸우는 이야기

        – 혹시 그런 거 없나요?

       

        “흠.”

       

        싸우는 이야기를 원한다는 소리인가?

       

        시청자의 말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 너무 많아서 그렇다.

        실제로 지금까지 한 이야기 중에서, 싸움이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없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중에서도 싸움의 비중이 높았던 경험들을 꼽아보니, 약 30개 정도가 나왔다.

        그리고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뭔가 더 원하는 것은 없느냐?”

       

        – 진짜 없는 게 없으시넼ㅋㅋ

        – 아닠ㅋㅋㅋ

        – 30개는 무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장르별로 다 있는 거 아닐까?

        – 저거 하나하나 다 소설로 쓰면 진짴ㅋㅋㅋㅋ

        – 소설이 아니라 수필 아닐까?

        – 판타지 수필ㅋㅋㅋㅋㅋㅋㅋㅋ

       

        시끄러운 채팅창을 잠시 옆으로 치워둔 채 당첨자의 말을 기다린다.

        잠시 말없이 고민하던 당첨자는, 조심스럽게 채팅을 쳤다.

       

        – 그러고 보니

        – 예전에 외신과 싸우셨다고 하셨죠?

       

        “음?”

       

        당첨자의 채팅에 잠시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런 이야기했던 것 같기도 하고…….

       

        – 그거 들어 보고 싶어요!

       

        “흠.”

       

        당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이야기도 앞서 말한 30개의 이야기에 속해 있긴 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싸웠던 경우도 거의 없었다.

        어찌 된 놈들인지, 초월자라는 놈들이 나에게 하나씩 싸움을 걸었는데…… 참…….

       

        “그래. 그럼 그때 이야기를 해줄까?”

       

        – 와아아아ㅏㅏ!!

        – WA! 싸움!

        – 싸움 이야기를 못 참지.

        – 싸움 구경이다!!!!

        – 아싸!

        – 감사합니다!

        – 치킨 빨리 와주세요!!

       

        시청자들의 환호성과 함께,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차원의 경계를 가르고 튀어나왔다.

        내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 달인가?

       

        암석의 성분, 질량, 형태를 보아하니, 지구의 위성인 ‘달’로 보였다.

        지구의 대기권에서 튀어나오려고 했는데…… 약간의 오차가 생겼던 모양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지구를 두 눈에 담았다.

       

        = ……?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알던 평행세계의 지구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데?

       

        = 에코. 분석해라.

       

        – 알겠습니다 마스터.

       

        내 명령에 에코가 지구의 형태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비록 이곳은 다른 차원이니, 평행 차원의 다른 지구와 비교한다고 해서 반드시 같을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말이다…….

       

        – 분석 완료.

        – 초월자 다수 확인.

       

        = 역시 그런가?

       

        구구구구구구구-!!

       

        수많은 초월자에 의해 기괴하게 변질한 지구의 풍경은, 누가 보더라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            *

       

       

        – 오.

        – 시작부터 음산하네.

        – 오늘은 코즈믹 호러인가요?

        – 아, 치킨옴.

        – 이야기 맛있당.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아직 이야기의 서두를 떼었을 뿐이건만, 참으로 성급한 아이들이다.

       

        “조용. 지금 이야기하고 있지 않으냐?”

       

        – 저흰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 그냥 글을 썼을 뿐.

        – 소리는 안나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맞는 말이긴 함.

        – ㅋㅋㅋㅋ

       

        “…….”

       

        그렇지.

        생각해 보면 이들은 채팅만 쳤을 뿐이지,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물론 컴퓨터 너머에서는 말했을 수도 있겠으나, 내가 그것을 들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맞는 말이로구나.”

       

        – 어우.

        – 시원시원하시넼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빠르게 수긍한 후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나는 수많은 차원을 방문했고, 수많은 ‘지구’를 보았었다.

        때로는 다른 외계 행성을 본 적도 있었고,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세월 중에서, 이 정도로 ‘중간계’가 망가진 것은 처음 보았다.

       

        = 이건…… 심하군.

       

        수많은 초월에 의해 오염된 세계.

        어떤 곳은 불길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지, 물, 공기까지 모든 것들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안에서 생명들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또 어떤 곳은 죽은자들이 살아 있었다.

        기존에 필멸자들에게 주어진 법칙이, 초월자들의 초월에 의해 왜곡된 현상.

       

        초월자들에게 필멸자들의 세계는 ‘서리로 만들어진 세계’와 같다.

        단지 존재만으로도 서리의 세계는 녹아내리고, 부서지고, 망가진다.

       

        그렇기에 초월자들은 필멸자들의 세계(중간계)에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나처럼 가진 힘을 제약하든, 자기 존재감을 중간계에 맞춰줄 ‘닻’을 준비하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지금의 이 세계처럼 변하리라.

       

        = 초월자의 규율을 어겼군.

       

        지구를 내려다보는 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초월자의 규율.

        그것은 전 차원을 돌아다니는 초월자들 사이에서 정해진 규율이다.

        나 역시 초월자가 된 이후, 나에 의해 초토화된 신계를 복구한 ‘모네비아’라는 여신에게서 들은 내용이다.

       

        규율은 단 하나.

        바로 지금 보는 것과 같은 일을 벌이지 말라는 것.

        중간계에서 초월자의 힘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어, 중간계를 망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여러 제약을 부여해봤자, 이 수많은 차원 속에서 모든 초월자들을 구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필멸자가 필요한 ‘신’들과 ‘필멸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 대다수의 초월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 만큼은 지켜달라고.

        이것조차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때는 척살이라고.

       

        하지만 이 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자들은 그 규율을 어겼다.

        모르고 저지른 짓이라기엔, 이 지구에서 느껴지는 초월자들의 흔적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무리 이 세상이 수많은 차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들, 이렇게 많은 초월자들이 모인 이상 ‘초월자의 규율’을 아는 이는 한 명이라도 있을 터.

        즉 이건…….

       

        = 전부 한통속인 건가?

       

        상상 이상의 사태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였다.

       

        = ……!

       

        = 음?

       

        나는 ‘놈’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유하자면, 저 때 드래곤님이 방문한 차원은 일종의 뒷골목 같은 세상인 것입니다.

    질 나쁜 불량배(초월자)가 깽판 치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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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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