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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 놈?

        – 뭐임?

        – 뭔데요?

        – 그 초월자인가하는?

        – 헐

        – 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하지만 나는 그 채팅창에 신경 쓸 수 없었다.

       

        “…….”

       

        그때 내가 보았던 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초월자들 중에서는 그 형태가 기묘한 것들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보통인 차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수많은 차원들은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차원에는 관성의 법칙이 약간 다를 수도 있고, 어떤 차원은 지구의 중력 가속도가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약간의 다름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필멸자의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 하긴.

        – 중력 가속도가 다른 거랑 생물체가 다른 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 문과라서 잘 모르겠어요.

        – ㅋㅋㅋㅋ

        – 이과도 모름.

        – 고등학교 중퇴는 입 다물고 있겠읍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를테면…… ‘관성’이라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차원이 있다고 해 보자꾸나.”

       

        그 차원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관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곳 차원의 지성체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김새와 움직임을 보인다.

        왜냐하면 ‘관성’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뭐, 이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차원의 존재가 ‘초월자’가 되었을 때다.

       

        “전에 잠깐 이야기했었는데, 초월자는 필멸자들의 제약을 벗어난 이들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나도 예를 들어 보자꾸나. 내가 ‘관성’이 없는 차원에 방문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나 역시 ‘관성’이 없다는 세상의 법칙에 영향을 받을까?

       

        – 어?

        – ??

        – 어어어?

        – 묘한데?

        – 그러게?

        – 나름 신적 존재니까, 안 받으시나요? 

        – 모호하네?

       

        시청자들이 당황해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답을 말했다.

       

        “답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란다.”

       

        초월자란 그런 존재다.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자기 법칙을 세상에 강요하는 존재들.

        그렇기에 초월자들이 머무는 차원은 다른 차원으로 분열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차원은 초월자에 의해 ‘고정’되어 버렸으니까.

       

        “내가 다른 초월자의 형태를 설명하거나 묘사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런 것이란다.”

       

        4차원으로 이루어진 차원 출신의 생김새를 3차원에 사는 이들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쪽 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생김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 미니어처 모형으로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 보여주면 되지 않아요?

        – ㅇㅇㅇㅇ

        – 보여주세요.

       

        “그런 존재들의 모습은, 비슷한 형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잘못될 수 있는데?”

       

        – 생각해 보니까 안 봐도 될 듯.

        – 그냥 이야기나 해주세요.

        – 아이고. 치킨이 맛있네?

        – 이 글은 저희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 전부 우디르급 태세 전환이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뭐, 잠깐의 소란이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            *            *

       

       

        놈은 지구를 점거한 초월자 중 하나였다.

       

        = 나는 ‘흐르는 광기’다.

       

        = 그렇군. 나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다.

       

        자신을 ‘흐르는 광기’라 칭한 자.

        나 역시 내 이름을 소개했다.

        상황은 명백했으나, 그렇다고 함부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이런 일은 신중했어야 했으므로.

       

        = 외계에서 존 존재여.

       

        하지만 나의 신중함은 소용이 없었다.

       

        = 이곳에는 너에게 남은 장난감이 없다.

       

        = …….

       

        = 그러니 조용히 있다 떠나라.

       

        = …….

       

        지구가 내려 보이는 우주의 한복판.

        나는 ‘흐르는 광기’를 바라보다 지구를 바라보았다.

       

        나의 천룡안이 뜨여지고, 이어서 ‘에코’가 나의 시선을 따라 나를 돕는다.

        그렇게 이 차원의 지구를 전부 살핀 후에야 나는 안도했다.

       

        = 아직 멀쩡한 이들이 남아 있군.

       

        = 뭐라…….

       

        화르르르륵!!

       

        ‘흐르는 광기’였던 것이, 자색 불꽃에 타들어 간다.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한 채, 하찮은 것은 그렇게 소멸했다.

       

        = ?!

       

        = !!

       

        = !!!

       

        지구에 자리 잡은 채 나를 훔쳐보고 있던 초월자들…… 아니, ‘범죄자’들이 동요한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선언했다.

       

        = 초월자의 규율을 어긴 자, 초월자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라.

       

        주르륵!

       

        나의 몸에서 용금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악!

       

        캬아아악!

       

        그 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필멸자이나, 초월자의 힘을 받아들인 ‘권속들’이었다.

        필멸자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초월자에게 감히 맞설 수 있는 존재.

        하지만 초월자보다는 못한 존재.

       

        화르르르륵!!

       

        캬악!!

       

        크아악!!

       

        그들은 내 몸에서 피어난 멸천의 독에 의해 단숨에 소멸했다.

        나의 초월은 ‘멸천’. 그리고 이곳은 ‘우주’라는 공간.

        지성체들이 말하는 ‘하늘’의 끝이자, 무한한 하늘.

        무한한 ‘장작’을 만난 멸천의 화염은 신나게 우주를 불태우며, 그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 쯧.

       

        당연히 그것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주위로 용금을 둘러 멸천의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아 내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초월자들에 의해 엉망이 된 지구인데, 내 ‘멸천의 독’까지 퍼지는 순간, 지구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 나오거라.

       

        그렇기에 나는 ‘내 권속들’을 불렀다.

        나의 용금이 출렁거리고, 그 안에서 ‘황금’을 두른 나의 권속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 자예.

       

        = 네.

       

        이미 전투태세에 들어간 듯, 꼬리 아홉 개를 휘날리는 여우의 형태가 된 자예.

        그녀의 자색 눈동자가 나의 분노로 인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화를 내도 내가 내야지, 왜 네가 내느냐?

       

        = 주인님의 분노는, 곧 저의 분노이옵니다.

       

        = …….

       

        잠깐 황당해했지만, 자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자예의 신호와 함께, 나의 권속들이 유성이 되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 지구의 필멸자들을 보호하라. 그리고 규율을 어긴 초월자들의 권속들을 죽여라.

       

        나는 그들에게 명령한 후 고개를 돌렸다.

        귀찮은 것들은 수하들에게 맡겼으니, 나는 내가 할 일을 해야 할 터.

       

        = 우선은 너로구나.

       

        = 꺄아아악!!

       

        필멸자의 감정을 빨아먹던 ‘범죄자’에게 나의 시선이 향했고, 그 ‘범죄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멸망’이 찾아왔다.

       

       

        *            *            *

       

       

        – 와씨.

        – 끝내주네.

        – 그냥 무쌍 아님?

        – ㄹㅇㅋㅋ

        – 무쌍 찍으셨넼ㅋㅋㅋ

       

        “무쌍이 무엇이냐?”

       

        채팅창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들이 말하는 ‘무쌍’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 무쌍 모르시나?

        – 모르실…… 수도 있지.

        – 혼자 다 썰어제끼는거예요.

        – 설원무쌍 시리즈 같은 거 모르… 시려나?

        – ㅋㅋㅋㅋㅋㅋ

       

        “흠.”

       

        시청자들의 말에 재빨리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무쌍…….

       

        “서로 견줄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거나 심하다는 뜻이로구나.”

       

        그런데 이게 왜?

        ……라고 생각했더니, 다른 의미도 튀어나왔다.

        본래 ‘무쌍(無雙)’이라는 단어에서 ‘무(無)’는 ‘없다’라는 뜻인데, 그것이 무예를 뜻하는 ‘무(武)’와 혼동되었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의미가 변질되었다고…….

       

        “그렇군.”

       

        즉, 시청자들은 내가 이때 혼자서 그 많은 초월자들을 다 처리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로구나.

       

        “……어떻게 알았느냐?”

       

        – 엌ㅋㅋㅋㅋㅋ

        – 진짜였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            *            *

       

       

        쿵!

       

        나는 앞발로 범죄자 한 놈을 눌렀다.

        동시에 내 몸에서 흘러나온 멸천의 독이 놈의 온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 그, 그만! 그마아아…… 갸아아아악!!

       

        꾸물꾸물!

       

        ‘공포의 형체’라고 자신을 칭했던 범죄자가 불타오른다.

        놈의 초월이 변질하고, 이어서 사라진다.

        마침내 놈의 영혼마저 변질되어 소멸하고서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고고고고고고고고-!!

       

        공간이 변질한다.

        보이는 것은 생명과 죽음의 반전.

        필멸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듣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붕괴할 정도로 강대한 기운.

       

        = 이 정도의 격을 지닌 이가 규율을 어겼을 줄은 몰랐군.

       

        = 즈즈즈즈즈…….

       

        ‘죽음과 삶의 반전’이 나를 바라본다.

        ‘하늘의 멸망’이 놈을 바라보았다.

       

        ‘격은 저쪽이 높다.’

       

        내가 아무리 오래 산 초월자라고 하더라도, 나는 기껏해야 만년도 살지 못한 어린아이다.

        그에 반해서 저 존재는, 적어도 수만 년은 살아온 존재.

        당연히 그동안 쌓아온 격과 힘은 무시할 수 없다.

       

        = 즈즈즈즈……!!

       

        하지만 놈도 나에게 함부로 다가오지 못한다.

        나의 주변에서 타오르는 멸천의 독을 경계하는 탓이다.

       

        내가 가진 ‘멸천’의 힘은, 상대의 격을 무시하고 상대를 중독시키는 극독.

        ‘파괴’의 힘을 막기 위해서는 같은 ‘파괴’의 힘을 가지고 있거나, 파괴와 반대되는 ‘창조’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가진 것은 죽음도, 생명도 아니다.

        그저 그 둘의 ‘법칙’을 뒤트는 정도뿐.

       

        = ‘법칙’의 초월이라…….

       

        법칙을 뒤틀기 때문에, 초월자들의 규율도 어긴 것인가?

        내 주위를 휘돌던 용금이 철퍽거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량의 ‘멸천’이 새어 나오고, 이어서 주위를 휘감은 다른 초월자들의 초월을 장작 삼아 타오르기 시작한다.

       

        = 즈즈즈즈즈즈즈!!

       

        그제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일까?

        상대가 공격을 개시한다.

       

        초월자의 싸움은 ‘초월’의 승부다.

        상대의 ‘초월’을 이겨 내거나 무시하고, 자기 ‘초월’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

        그 과정에서 서로는 서로의 ‘초월’이 가진 허점을 파고들거나, 혹은 상성으로서 상대의 ‘초월’을 짓누른다.

       

        상대의 초월 속성은 ‘법칙’.

        그리고 ‘법칙’에 관련된 ‘초월’은, 세계의 섭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월자에게 세계의 섭리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쿠르르르릉!!

       

        콰드드득!

       

        = 흠.

       

        지구의 ‘중력’이 나를 묶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방사능이 나를 해하려 한다.

        본래라면 세계의 섭리와 법칙은 초월자에겐 소용이 없으나, 상대의 초월이 나를 제약하려 한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상대의 공격이 아닌, 그저 상대가 힘을 쓴 여파일 뿐이다.

        상대의 진정한 초월은 아마도 ‘생명과 죽음의 개념을 뒤집는 것’에 관련된 것일 터.

        그리고 그 법칙에 따라, 죽은 것은 살아 있는 것이 되고, 살아 있는 것은 죽은 것이 된다.

        필멸자든 초월자든, 저 법칙을 강요받는 것이다.

       

        화르르르륵!!

       

        = 즈즈즈?!

       

        = 흥!

       

        물론 그것은 법칙이 나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다.

        상대의 초월과 법칙은 내 몸에 닿기도 전, 내 몸 주위를 휘도는 용금에 가로막힌다. 그리고 그것을 뚫어 봤자, 곧바로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멸천의 독에 의해 변질한다.

        끊임없이 공급되는 새로운 장작에 멸천의 화염이 신나게 타오르고, 나는 그 화염을 다독이며 범죄자를 바라보았다.

       

        = 즈즈즈즈즈-!!

       

        범죄자가 도주한다.

        드디어 내 초월이 무엇인지 깨달았는가?

        하지만 늦었다.

       

        화르르르르륵!!

       

        = 즈즈즈즈-!!

       

        그의 멸망은 이미 도달했으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월 경찰이애오!

    전부 사형이애오!

    문여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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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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