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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8

        “그렇게 재미있느냐?”

       

        – 그럼요!

        – 넹.

        – 너무 재미있음.

        – 라나님 이야기는 언제나 황홀함.

        – 아, 황올 너모 맛있고!

        – 치킨 옴뇸뇸!

        – ㅋㅋㅋㅋ

       

        “나에게는 흑역사인데도 말이냐?”

       

        – ??

        – 그게…… 흑역사?

        – ????

        – ??????

        – ?

        – 읭?

       

        시청자들이 의아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나는 말했다.

       

        “너희들은 의아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겐 흑역사가 맞단다.”

       

        내가 신도 아닌데, 내가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 ‘신앙’과 ‘숭배’를 강제적으로, 자발적으로 하다니?

        이것은 나에겐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듣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리를 피하자니, 중간계의 정화가 다 끝난 것도 아닌 터라 피할 수도 없고…….”

       

        결국 100년 동안 강제적으로 숭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정말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고생하셨습니닼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귀여우셬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라나님이 우리가 웃을 때마다 고개 갸웃거리는 기분이 딱 이런 기분이었낰ㅋㅋㅋㅋㅋ

       

        “적당히 웃거라.”

       

        잠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다가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이 지구의 인류는 나의 그늘 아래에서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다.

        몇몇 문화와 기술은 잃어버렸으나, 그들은 남은 것들을 추스르고, 잃어버린 것들을 빠르게 채워 넣었다.

        그렇게 인간들의 문명은 다시 부흥하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오! 신께서 날 봤어!”

       

        = …….

       

        그러니까 숭배 좀 그만 하래도!

       

        오늘도 끊이지 않고 몰려오는 인간들의 숭배 행렬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쯤 되면 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가 아닐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내가 힘을 봉인하고 있다고 한들, 필멸자는 초월자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

       

        ‘진짜로 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이 지구에 남은 범죄자들의 흔적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대량의 용금이 필요하고, 망가진 지구를 원상태로 되돌리는데도 용금이 필요했다.

        그리고 용금을 무한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며, 용금을 지구에 순환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황금수’에서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원해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나와 ‘황금수’의 주변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자, 가장 깨끗한 곳.

        당연히 생명체들은 본능적으로 내 주위로 모일 수밖에 없었으니…….

       

        ‘내가 문제로군.’

       

        그냥 빨리 정화를 끝내고, 숨어든 범죄자들도 잡고, 그다음에 다른 차원으로 떠나든 해야겠다.

        계속 이곳에 머물다가는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광신도로 만들어 버리겠다.

       

        꾸물꾸물!

       

        나의 용금이 조금 떨어지고, 거기서부터 나의 아바타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아바타를 향해, 자예와 인간이 다가왔다.

       

        “자예.”

       

        “네.”

       

        내 부름에, 자예는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둔 자료를 내밀었다.

        그것은 나의 권속들이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범죄자들의 흔적.

        그리고 그중에는 인간들의 도시에서 발견된 것들도 존재했다.

       

        ‘다시 손을 뻗는 것인가…….’

       

        겨우 백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직도 내가 이 차원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꼴이라니?

        당장에라도 다른 차원으로 도망쳐도 살 수 있을까 말까인데……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명백히 나는 무시하는 처사에 나의 감정이 꿈틀거렸다.

        만약 이곳에 필멸자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나의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이들의 선택은 참 적절했다.

        아직 필멸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내 수하들로 처리할 수 있었으나, 필멸자들이 존재하는 곳은 내 권속들이 건드리기 애매했다.

        왜냐하면 내 권속들이 힘을 잘못 사용하는 순간, 그 근처의 필멸자들은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감히 인질을 잡겠다?’

       

        발상은 좋았으나, 내가 그런 것에 대한 대비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나?

        범죄자들의 행태에 분노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범이여.”

       

        “네. 하명하시옵소서 신이시여.”

       

        나는 내 시종을 자처하는 늙은 인간.

        인간들 사이에서는 ‘교황’으로 불리며, 스스로는 신의 시종, 나에게는 ‘범’이라 불리는 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황금수를 만들고, 지구를 정화하기 시작한 때.

        살아남은 인간들이 아직도 외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있을 때.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에게 다가와 자비를 청했던 용감한 인간.

        그리고 지금은 ‘용신교’라는 교단을 만들어,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 인간.

       

        “준비는 어떻게 되었느냐?”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러지.”

       

        ‘범’이 능숙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선다.

        그리고 그런 늙은 인간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자예 역시 물러섰다.

       

        “수색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무리는 하지 말거라.”

       

        “네.”

       

        100살도 먹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경쟁심을 품다니.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자예가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연장자로서의 여유를 좀 부려도 되련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범이를 따라갔다.

        본체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 자리를 지키고, 아바타는 범이를 따라간다.

       

        나를 위해 준비된 자동차에 타고 이동하고, 번화한 인간들의 도시를 지나,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높게 솟은 건물과 부지를 바라보며, 범이가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곳이 신께서 명하신 곳이자, 악마들로부터 세계를 수호하기 위한 ‘전사’들의 육성기관.”

       

        “음…….”

       

        “라그나 아카데미입니다.”

       

        “……음?”

       

        ……뭔 아카데미라고?!

       

       

        *            *            *

       

       

        – 앜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번엔 아카데미물이었냐곸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왜 빵 터지냨ㅋㅋㅋㅋㅋㅋㅋ

        – 이제 주인공만 나오면 되낰ㅋㅋㅋㅋㅋㅋㅋㅋ

       

        “큼큼큼!”

       

        채팅창이 ‘ㅋㅋㅋ’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되었지.

       

        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웃는 시청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오해하는 이들이 있기에, 작은 설명은 덧붙였다.

       

        “이름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 교육 기관은 필요한 조치였단다.”

       

        필멸자가 어찌할 수 없는 초월자는 당연히 내 선에서 정리할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초월자들을 정리한다고 한들, 그 초월자로 인해 발생한 이변과 현상들까지 내가 일일이 처리해 줄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처리할 수는 있지만, 내가 거기까지 해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 정확하겠지.”

       

        내가 그 차원에서 범죄자들을 물리치고 필멸자들을 돌본 것은, 단순히 필멸자들을 가엾게 여겨서만은 아니었다.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그곳에 존재했던 초월자들이 ‘초월자의 규율’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즉, 내 역할은 초월자들을 처리하는 것까지라는 소리다.

       

        게다가 나는 그 차원의 존재도 아니었고, 그 차원의 필멸자들을 돌보아야 할 의무도 없는 드래곤이다.

        그들을 가엾게 여기어 돌봐주고는 있지만, 본래 어미의 아래에서 돌봄 받는 아이도, 결국에는 성장해 독립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법이다.

        그것은 그 차원에 존재하는 필멸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아카데미라는 교육 기관은, 앞으로 범죄자들이 남긴 흔적으로부터 인간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기술을 교육하는 목적으로서 설립한 것이란다.”

       

        – 아하.

        – 와.

        – ㅎㄷㄷ

        – 교육도 생각해주시는 라나님!

        –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신 거군요!

        – 흐미

        – 아주 칭찬해!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나를 칭찬한다거나, 나에게 감탄하는 등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의 채팅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내가 그때 아카데미를 찾은 것은, 때마침 그때가 아카데미의 1차 졸업생이 나타날 때였기 때문이란다.”

       

        교육에 탁월한 나의 권속들이 직접 가르치고 훈련시킨 인간들.

        때마침 인간들의 사회 속에서 범죄자들의 흔적이 발생했으니, 나 역시 이들을 시험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1차 졸업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그들의 효용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졸업식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

        300명의 1차 졸업생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공간에, 내 아바타가 등장한다.

       

        척! 척! 척!

       

        신께 감사를!

       

        “…….”

       

        이런 짓 하지 말라니까 참…….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무릎을 꿇은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나의 의지에 따라, 저절로 몸이 일으켜 세워지는 인간들.

        모두가 경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이, 나는 ‘교장’이라는 인간에게서 마이크를 받아 말했다.

       

        “나에 대하여 아는 이들도 있을 테고, 모르는 이들도…… 없겠군.”

       

        이 근처에 사는 인간들 중에서, 내 모습을 모르는 인간들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내 본체 모습을 물론이고, 내 아바타의 외형까지 파다하게 퍼졌더라.

        심지어 내 외형을 본뜬 기념품도 팔릴 정도였다.

        인간들은 그걸 ‘굿즈’라고 불렀던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졸업식 중이었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너희를 데리고 가벼운 ‘실전’을 치러보기 위해서다.”

       

        웅성웅성!

       

        내 말에 졸업생들 사이로 웅성거림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흐르는 것은 두려움, 기대, 감탄, 분노…… 다양한 감정들이 보인다.

       

        “원하는 이들의 지원을 받아 떠날 것이다. 기한은 내일까지.”

       

        헉!

       

        내일?

       

        너무 빠르지 않나?

       

        하하핫!

       

        수많은 웅성거림.

        수많은 감정.

        수많은 시선.

       

        그 앞에서, 나는 모두를 내려보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미쳐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겠지.”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해야겠지.”

       

        어느새 침묵이 내려앉은 강당을 향해.

        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졸업을 축하한다.”

       

        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부터 다시 뻥뻥 터지기 시작할 겁니다.

    ……아마도?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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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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