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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오오오오오!

        – 그래서 어케 됐어요?

        – 오옹!

        – 와아아ㅏㅏㅏ!!

        – 끼에에에엑!!

        – 광기가! 광기가 치밀어 오른다!

        – ㅋㅋㅋㅋㅋ

        – 오오오오오옹오오오ㅗ오오오오!!

        – ㄹㅇㅋㅋ

       

        “음.”

       

        거기서 나는 잠깐 고민에 들어갔다.

        과연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가?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고…….’

       

        필멸자는 초월자의 진실된 것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

        왜냐하면 초월자라는 존재의 정보량은, 필멸자의 인식 수준과 뇌 용량으로는 감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툴루 신화라는 곳에서, 인간들이 광기에 미치는 것 역시 그런 맥락이었다.

        너무 많은 정보량을 감당하지 못해, 인간의 뇌가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모습을 ‘보는 것’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물론 이 ‘듣는 것’이라는 방식에 따라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소리와 언어를 이용한 듣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일어날 경우가 거의 없겠지.’

       

        언어라는 것은 이야기의 전달 과정에서 진실이 왜곡되기 마련이다.

        ‘마르고즈’라는 생물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간에게, 언어만으로 그 ‘마르고즈’의 생김새를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차원의 인간들은 이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내가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한, 큰 문제가 일어날 일은 거의 없을 터이다.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이야기를 조금 두루뭉술하게 포장해야겠군.

        그렇게 결정한 나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갑작스러운 또 다른 초월자의 난입.

        심지어 그 초월자는 나보다 격이 높은 상대에, 초월 속성마저도 ‘창조’ 속성이었다.

       

        ‘난감하군.’

       

        내가 가진 ‘멸천’의 속성은 ‘파괴’ 속성이다.

        그리고 ‘파괴’ 속성은 같은 ‘파괴’ 속성으로 맞서든, 아니면 아예 반대되는 개념인 ‘창조’ 속성으로만 막아 낼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창조’ 속성의 초월을 가진, 그것도 나보다 격이 높은 것이다.

       

        우우우우웅!!

       

        단숨에 놈의 주위로 ‘영역’이 펼쳐진다.

        우주 공간이 비명을 지르며 망가지고, 그 위로 녀석의 세상이 덧씌워진다.

        그리고 그에 맞서서…….

       

       

        *            *            *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던 중.

        누군가가 채팅창에 질문을 올렸다.

       

        – 그런데 그 영역이라는 것이 뭔가요?

        – 영역전개?

        – 고유 결계아님?

        – 영역선포!

        – 틀-과 MZ가 다 모였구만.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틀은 너무했닼ㅋㅋㅋㅋㅋㅋㅋ

       

        “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려다 끊기는 바람에 분위기가 팍 식어 버렸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하다는데, 설명을 안 해 줄 수는 없는 법.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 보다, 어제 에코의 도움으로 내용을 읽어냈었던 ‘엔젤리코’라는 라이트 노벨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걸로 설명하면 될 것 같았다.

       

        “엔젤리코라는 라이트 노벨을 본 적이 있느냐?”

       

        – 아닠ㅋㅋㅋ

        – 생각도 못 한게 튀어나와서 터짐.

        – ㅋㅋㅋㅋㅋㅋ

        – 애니만 봤습니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있다면 이야기하기 쉽겠구나.”

       

        그 엔젤리코라는 라이트 노벨에서는, 능력자의 최종 비기로 ‘영역선포’라는 기술이 나온다.

        능력자의 심상을 현실에 그대로 투영해 내는 원리라고 하는데…… 당연히 창작자의 상상으로 써낸 기술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충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초월자들의 ‘영역’이라는 것이란다.”

       

        – 헐

        – 이젠 뭐가 나와도 안놀랄 것 같음.

        – ㅋㅋㅋㅋㅋㅋ

        – 초월자님들.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가십니깤ㅋㅋㅋ

        –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한다.

        당연히 나로서는 그들이 왜 웃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야지…….

       

        어쨌든 초월자들이 말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인 소유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로 말이다.

       

        “초월자라는 것은 필멸자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의 속박이나 규율을 뿌리치고 초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단다.”

       

        이전에 말했던 ‘관성이 존재하지 않는 차원에서 관성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규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자기 규칙을 세상에 강권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영역’에 있다.

       

        “초월자가 된 순간, 그 존재는 더 이상 일반적인 시공간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단다.”

       

        내가 이전에 말했던 ‘서리로 만들어진 세계’라는 비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초월자라는 존재는 필멸자들에게도 재앙이지만, 초월자 처지에서도 재앙이다.

       

        – ??

        – 왜요?

        – ???

        – ?

        – 이건 또 신박하네.

        – 왜죠?

       

        “생각해 보거라. 너희들이 지금 서 있는 땅이 서리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 보자꾸나. 그렇다면, 너희들은 그 서리로 만들어진 땅 위에 계속 서 있을 수 있겠느냐?”

       

        – 아.

        – 앗아아…

        – 단박에 이해됨.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대충 저런 것이다.

        그렇기에 초월자는 본능적으로 자기 존재를 담을 수 있는 시공간을 창조한다.

       

        오로지 자신에게 맞추어진, 자신만의 세계.

        그 안에서는 주인 된 초월자가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주인 된 초월자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

       

        “그것이 바로 초월자의 ‘영역’이란다.”

       

        그렇기에 초월자의 ‘영역’을 보면, 그 초월자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영역의 크기가 크다면, 그만큼 그 초월자는 격이 높은 존재다.

        영역의 규칙이 섬세하다면, 그만큼 그 초월자의 초월은 강력하다.

        ……대충 이런 방식이라고 할까?

       

        “그렇기에 초월자가 ‘영역’을 꺼내 들었다는 말은, 자기 전력을 내보인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단다.”

       

        왜냐하면 초월자의 ‘영역’만이, 그 초월자의 전력에도 버텨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월자의 ‘영역’이 한 번 훑고 지나간 외부 공간은 죄다 망가져 버린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호주에서 아그라다의 주인이 영역을 전개했던 일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지.”

       

        – 그래요?

        – 뭔가 어마어마하긴 했던 것 같은데.

        – ㄹㅇㅋㅋ

        – 얼마나 위험했어요?

        – 지구가 뽀사지나요?

       

        시청자들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그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만약 슈르네가 우리를 먼 우주로 이동시켜 주지 않았다면, 지구상에 구현된 그 초월자의 ‘영역’이…….

       

        “아마 태양계 자체가 소멸되었겠구나.”

       

        – 미친.

        – ㅎㄷㄷ

        – 앞으로 초월자들한테 까불면 안 되겠네.

        – ㅎㄷㄷㄷㄷㄷ

        – ㄷㄷㄷㄷㄷ

        – 라나님. 감사합니다.

        – 앞으로 라나님 방향으로 매일 절할게요.

        –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을 할 것이라면, 내가 아니라 슈르네한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마.”

       

        이제 이야기를 이어 나갈 차례다.

       

       

        *            *            *

       

       

        범죄자들이 소환한 강대한 초월자의 영역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달은 진작에 집어삼켰고, 이제는 지구마저 집어삼키려 한다.

       

        = 쯧. 어쩔 수 없나.

       

        나의 의지가 지구상에서 자라난 ‘황금수(晃金樹)’에게 닿는다.

        그리고 그 ‘황금수’를 기점으로, 나의 ‘황금의 영역’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에코. 계산을 시작해라.

       

        – 네. 마스터.

       

        지구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에코의 서포트 아래에서 영역을 전개했다.

        지구는 그대로 둔 채, 지구를 감싸듯 나의 황금의 영역이 펼쳐진다.

        그리고 상대의 영역과 나의 영역이 충돌했다.

       

        콰지지지지지직!!

       

        시공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의 영역이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 힘은 저쪽이 더 강한가?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현실로 일어나니 입맛이 썼다.

       

        기본적으로 나는 ‘독룡(毒龍)’이다.

        상대를 중독시키고, 상대가 독으로 인해 전투 불능이 된 순간 숨통을 끊는, 그런 종류의 사냥꾼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황금의 영역’ 역시 그런 내 특성을 따라간다.

       

        기본적으로 내 황금의 영역은 똑같은 격의 영역보다 작고 약하다.

        하지만 상대가 내 ‘멸천의 독’에 중독된 상태라면, 상대의 영역 한가운데에서 나타나 상대의 영역을 잡아먹고, 마침내 상대의 영역을 무너뜨리는 특성을 가진다.

        즉, 상대가 내 독에 중독되었다는 가정하에, 영역의 크기와 밀도를 무시하고 상대의 영역을 잡아먹을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상대가 내 독에 중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같은 격의 영역보다도 약하다는 소리다.

       

        ‘일단 지구는 지켰다.’

       

        내가 150년이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정상화시킨 지구인데, 여기서 어이없이 잃을 수는 없지.

        나는 나의 영역에서 상대의 영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 영역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너인가? 나를 이곳에 부른 원인이.

       

        = 그건 이상한 말이로군.

       

        그렇게 따지면, 마치 나만이 잘못한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물론 저들 처지에서는 나만 잘못한 것이겠지만……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 ……파괴의 힘?!

       

        그 순간, 상대가 내 초월을 알아보곤 화들짝 놀란다.

        나에겐 상대의 ‘창조’ 속성이 거슬리듯, 상대 역시 나의 ‘파괴’ 속성이 거슬리기 때문이다.

       

        나와 녀석의 시선이 마주친다.

        뭐, 녀석에겐 ‘눈’이라는 기관은 없었지만…… 어쨌든 녀석의 ‘시선’과 나의 ‘시선’은 분명히 마주쳤다.

        동시에 나와 녀석은 서로의 이름을 밝혔다.

       

        = 나는 창조체 므뉴 파이로 오크다쥬.

       

        = 나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다.

       

        쿠구구구구구구-!!

       

        나와 녀석의 영역이 다시 한번 거칠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나의 몸에서 용금이 흘러내리고, 용금에 가려져 있던 멸천의 독이 거칠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녀석의 겉껍질이 부서지고, 그 안에서 감정의 격류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하늘을 파괴하는 힘과, 감정을 만들어 내는 힘.

        그 두 힘이 거칠게 부딪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슴이 웅장해지는 싸움이 시작된다!!

    창조체 므뉴 파이로 오크다쥬의 생김새는 일부러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충 ‘보는 순간 광기가 치솟는 생김새’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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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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