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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오오오오!!

        – 그래서 어떻게 싸웠나요?

        – ㄷㄱㄷㄱ

        – 캬! 기대된다!

        – 치킨 하나만 더 시켜야 하나?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찬물 좀 마시마.”

       

        – ?

        – ??

        – ?

        – ?

        – 뭐임?

        – 설마 그거 개그임?

        – ?

        – ??

        – ??

       

        “……재미없느냐?”

       

        이상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런 말장난을 치면 인간들이 재미있어하던데?

        나는 찬물을 마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시청자들의 채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누구냐? 나와라?

        – 라나님에게 아재 개그 가르친놈 나와!

        – 갸아아악!!

        – 우리의 라나님이 아재 개그에 물든다!

        – 라그나님 지켜!!

        – 지켜!

        – 갸아아아악!!

       

        “…….”

       

        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슬쩍 눈동자를 굴렸다.

        아무래도 인간들의 유머는 잘 모르겠다.

       

       

        *            *            *

       

       

        나의 영역과 상대의 영역이 겹치는 경계.

        그곳에서 나와 창조체의 힘이 맞부딪쳤다.

       

        콰지지지직!

       

        끼기기기긱!!

       

        공간 자체가 뒤틀리고, 구부러지고, 깨져나간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나의 멸천이 세계 자체를 중독시키며 나아가고, 그 사이로 무한히 창조된 감정의 기류가 독을 틀어막는다.

       

        = 흠.

       

        창조 속성을 가진 이들이 파괴 속성을 가진 이들과 상극인 이유가 이것이다.

        파괴 속성을 가진 존재가 아무리 파괴한다고 한들, 창조 속성을 가진 이는 파괴된 만큼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 채워 넣는다.

        아무리 장애물을 파괴하며 상대에게 다가간들, 상대가 계속 장애물을 채워 넣으면 영원히 상대와 나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상대가 창조하는 것은 ‘감정’이다.

        그것도 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형체가 없는 감정’이 아닌,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감정’이다.

        아마 저 초월자가 태어났던 차원은, 감정이 실체를 가진 차원이었겠지.

       

        콰콰쾅!!

       

        = 골치 아프군.

       

        상대가 가진 ‘분노의 감정’이 날카로운 형태가 되어 나에게 날아오고, 이내 내 ‘멸천의 독’에 불타오르며 사라진다.

        반대로 내가 퍼뜨린 ‘멸천의 독’은, 안개처럼 퍼진 ‘편안함의 감정’만을 불태우며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서로 시간만 잡아먹을 것이다.

       

        = 그렇다면 방법을 달리하는 수밖에.

       

        펄럭!

       

        나의 의지에 따라, 뼈대만 남은 나의 여섯 개의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

        그렇게 펼쳐진 내 여섯 개의 날개 위로 용금이 달라붙고, 용금으로 이루어진 깃털이 펼쳐진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마치 뿌리처럼 펼쳐진 용금의 깃털을 따라, 이 차원에 모인 거대한 ‘코즈믹 에너지’가 나의 몸으로 흘러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흘러들어온 코즈믹 에너지는 정제되지 않은 채 나의 ‘드래곤 코어’로 모이고, 이어서 그 에너지는 나의 ‘브레스 기관’으로 흘러들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나의 브레스는 마나를 거칠게 진동시켜 내뿜는 ‘파이어 브레스’다.

        거기에 내 초월을 섞으면 멸천의 독이 섞인 ‘포이즌 파이어 브레스’가 되는 것이고.

       

        하지만 차원을 넘나들기 위해 코즈믹 에너지를 다루게 되면서, 나는 나의 브레스에 또 다른 필살기를 만들어냈다.

        나의 용금과 날개를 이용해 차원에 퍼진 코즈믹 에너지를 한 번에 끌어모으고, 그것을 정제하지 않은 채 브레스로 내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차원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코즈믹 에너지를 모으고, 그것을 정밀하게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을 반대로 해석하자면, 정제하지 않은 코즈믹 에너지는 그만큼 거칠고 위험하다는 뜻이 된다.

        정제하지 않으면 위험하지만 정제하면 안전한 것?

        인간들 사이에서 이것과 비슷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가?

       

        ‘핵폭탄이라고 했던가?’

       

        구구구구구구구-!!

       

        나의 몸에 흘러들어온 정제되지 않은 코즈믹 에너지가 나의 몸 안을 거칠게 순환하기 시작한다.

        초월자의 육체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힘이었으나, 나의 몸은 그 힘을 버텨 냈다.

        차원을 넘나들기 위해 코즈믹 에너지를 다루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나의 날개, 심장, 혈관…… 마지막으로 브레스 기관까지.

        나의 모든 비늘이 찬란히 빛을 내뿜고, 그 위로 혈관의 형태를 따라 더욱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마침내 모여든 코즈믹 에너지가 임계점에 다다른 순간, 나는 입을 쩍 벌리며 브레스 기관을 열었다.

       

        = 그것은?!

       

        = 이것도 받아보거라.

       

        뒤늦게 내 방법을 눈치챈 창조체가 황급히 방어를 굳히는 가운데.

        나는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코즈믹 에너지에 멸천의 독을 ‘점화’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멸천의 독에 의한 폭주.

        정제되지 않은 코즈믹 에너지가 거칠게 날뛰며 전방을 향해 질주한다.

        나와 상대의 영역, 공간, 시간, 차원…… 그 모든 것들이 갈가리 찢겨나간다.

       

        이것이 초월자가 된 이후로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비장의 일격!

        이름은…… 딱히 정하지 않았다.

       

       

        *            *             *

       

       

        – 아닠ㅋㅋㅋ

        – 이름을 왜 안 정하셨어요?

        – 캬!

        – 필살기는 이름이 있어야죠!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니…… 왜 내 필살기 이름을 너희들이 뭐라고 하느냐?

        나는 황당함을 숨기지 않은 채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이름이 굳이 필요하느냐?”

       

        – ㅇㅇㅇ

        – 필요하죠.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름이 없어도 딱히 불편함은 없었는데?

        어차피 이 기술을 직접 상대하는 상대는, 어지간해서는 이 일격으로 끝장난다.

        코즈믹 에너지는 초월자들조차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어하는 상위의 에너지 체계 중 하나다.

        차원 그 자체를 이루는 상위에너지이기에, 어지간한 초월자는 이 일격에 제대로 맞는 순간 그대로 끝장난다고 보면 된다.

        말 그대로 ‘필살(必殺)’의 기술인 것이다.

       

        – 헐.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러니까 더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글세다?”

       

        참고로 나는 나 자신의 브레스를 이렇게 부른다.

        그냥 마나만 사용한 브레스는 ‘약한 브레스’.

        멸천의 독을 섞으면 ‘적당한 브레스’.

        코즈믹 에너지를 사용하면 ‘전력 브레스’.

       

        – 대충이얔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어차피 이런 형태의 브레스는 나밖에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굳이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나 혼자만 사용할 것이고, 나 혼자만 지칭하는 방식이니까.

        이름을 붙여 봤다 그냥 ‘약한 브레스를 써야겠다’라든지, ‘좀 세게 브레스를 뿜어야겠다’ 정도로만 생각할 테니까.

       

        “애초에 이름을 붙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 멋있잖아요?

        – 간지가 있음.

        – 멋있어야죠.

        – 필살기에는 간지나는 이름이 붙어야 함.

        – ㅋㅋㅋㅋ

        – 전부 중2병을 불태우고 있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이거 내 필살기인데, 왜 너희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느냐?

        하나 같이 고얀 놈들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이야기나 계속 듣거라.”

       

        슬슬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            *            *

       

       

        쿠구구구구구구-!!

       

        지워진 차원의 틈으로 격렬한 기류가 흐른다.

        그것은 필멸자의 시선으로는 바라보는 것 자체로 뇌를 파괴할 정도의 격렬한 정보 덩어리였다.

        심지어 저것들은 보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보게 만드는 정보의 덩어리였기에, 나는 영역을 조작해 지구로부터 저 흔적을 가렸다.

       

        ‘살짝 어지럽군.’

       

        이 ‘전력 브레스’는 나조차도 쉽게 사용할 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코즈믹 에너지를 충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거칠게 날뛰는 코즈믹 에너지가 내 몸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용해서 제대로 맞추기만 한다면 진짜 어마어마한데, 그 과정이 어려운 기술.

        심지어 사용 직후에는 나 역시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 코즈믹 에너지의 기류가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멸천의 독마저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 후우~!

       

        푸쉬이이익!!

       

        파스스스스…….

       

        나의 몸에서 다시금 멸천의 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과열된 신체 내부의 혈관과 드래곤 코어, 브레스 기관을 냉각시키기 위해, 냉각 기관이 열리며 열기를 수증기의 형태로서 밖으로 내보낸다.

        흐릿했던 시야가 다시 돌아오고, 찢어졌던 차원이 점점 아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꾸물꾸물……!

       

        = 크으으윽!!

       

        치명상을 입은 창조체의 모습이 보였다.

        ‘감정’으로 이루어진 그의 몸이 서둘러 복구를 시작하지만 코즈믹 에너지와 나의 멸천의 독이 찢어발긴 상처다.

        아마 쉽게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 멸천룡…… 그랑 라그나…… 기억났다.

       

        = …….

       

        = 하늘의 멸망. 신들의 천적. 우주의 재앙.

       

        창조체의 몸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도망치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도망치려는 그를 그냥 보내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아직 몸 상태가 다 나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다시 보지 말자.

       

        = 그러지.

       

        스으윽!

       

        그렇게 창조체는 도망쳤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내 ‘전력 브레스’의 여파에 휘말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범죄자들뿐.

       

        = 기기기기기긱!!

       

        = 사, 살려…….

       

        몸을 꾸물거리며 도망치려는 이들의 위로, 나의 영역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그들도 황급히 내 영역에 맞서 자신들의 영역을 펼쳐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화르륵!

       

        = ?!

       

        = 크아악!!

       

        그들의 몸은 이미 자색의 불꽃에 타들어 가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초월은 급격하게 나의 멸천으로 물들고, 그들의 영역은 내부에서 자라난 나의 영역에 의해 파먹힌다.

        나의 독에 중독된 이들을 앞발로 붙잡은 채, 나는 말했다.

       

        = 보거라.

       

        너희의 멸망이, 여기에 왔으니.

       

        콰직!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싸움이 좀 일찍 끝난 감이 있는데, 본래는 초월자 답게 영역으로 싸웠답니다.

    다만 드래곤님이 그 부분은 생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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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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