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7

        팅! 팅! 팅!

       

        방패가 들어 올려질 때마다, 패링을 뜻하는 효과와 함께 몬스터의 공격이 튕겨 나간다.

        그렇게 몬스터의 모든 공격을 패링하던 중, 마침내 몬스터가 지쳤는지 ‘그로기’라 불리는 상태가 된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즉시 커맨드를 입력!

        내 캐릭터가 들고 있던 대형 방패가 접히더니, 커다란 장갑의 형태로 변형된다.

       

        = 하압!

       

        콰아앙!

       

        거대한 건틀릿이 숨을 헐떡거리는 몬스터의 머리에 적중하고, 그 상태에서 건틀릿의 뒤쪽 실린더가 작동한다.

        그리고 가해지는 두 번째 충격!

       

        쿠과과과광!!

       

        – 캬!

        – 이거지!

        – 키야!

        – 게이의 무기지만, 뽕 맛은 죽임.

        – 저거 한 번 맛보면 중독성 엄청남.

       

        “호오. 괜찮구나.”

       

        모았던 ‘충격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 탓에, 다시 거대한 방패로 돌아온 무기를 잡은 내 캐릭터가 몬스터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한다.

        동시에 타이탄 오록스의 부러진 뿔이 바닥에 나뒹군다.

       

        [부위 파괴 – 머리]

       

        “음? 부위 파괴?”

       

        이건 뭐지?

        의아한 얼굴로 알림창을 바라보다 채팅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내 예상대로, 시청자들이 ‘부위 파괴’라는 것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었다.

       

        – 부위 파괴 된 곳은 육질이 연해짐.

        – 소재 수급 더 잘되는 시스템이에요.

        – 팔다리가 파괴되면 움직임이 좀 굼떠지거나, 꼬리를 자르면 꼬리 타격 범위가 짧아지거나 그런 거임.

        – ㅋㅋㅋㅋ

        – 부위 파괴 하려면 공격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요.

        – 꼬리는 참격으로만 부위 파괴 가능함.

       

        “흠…….”

       

        조금 두서없는 설명들이 이어졌으나, 대략 어떤 시스템인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특정한 방법’으로 몬스터의 각 부위를 공격하다 보면, 그 부위를 파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부위 파괴’가 된 부위에는 좀 더 높은 데미지를 입힐 수 있고, 이후에 사냥에 성공했을 때 특정 소재를 얻을 확률을 더 높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시스템이로구나.”

       

        현실성과 맞지는 않지만, 어떻게 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좀 더 재미를 줄 수 있는지 연구한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나는 한쪽 뿔이 부러진 타이탄 오록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저 몬스터가 저리된 것은, 내 공격이 계속 머리에 집중되었기 때문인 것이냐?”

       

        – ㅇㅇㅇㅇ

        – 특히 아까 마지막 공격이 좀 컸을 걸요?

        – 원래 방패의 패링 데미지가 충격 데미지긴 함.

        – 머리는 참격보다는 충격에 더 부위 파괴가 잘 쌓임.

        – ㅇㅇ

        – 맞아영.

        – 패링이 계속 머리만 때렸으니 뭐…….

       

        그러고 보니 저 타이탄 오록스라는 몬스터는 80%의 공격 패턴이 전부 ‘머리’를 활용한 공격이었다.

        몇몇은 다리로 내려찍는다거나, 몸을 밀치는 종류이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머리로 공격하는 종류였다.

       

        그렇기에, 패링을 마스터한 나의 모든 공격은 저 녀석의 머리를 공격했다.

        왜냐하면 패링으로 가하는 공격은, 나에게 공격을 가한 부위로 반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부위 파괴는 어쩌다 걸린 느낌인 것이지.

       

        “그런데 설마설마했지만…… 정말로 그것이 공격 신호였을 줄이야.”

       

        피격 판정이 뜨기 0.01초 전에 순간적으로 반짝거리는 작은 빛 조각.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청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그것이 ‘공격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맞았다.

       

        – 아닠ㅋㅋㅋ

        – 오히려 저희가 신기한데요?

        – 솔직히 30번이나 똑같은 광경이 나오면, 의심할 만도 하지 않나요?

        – ㄹㅇㅋㅋ

        – 어떻게 그걸 끝까지 눈치 못 채심?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레전드닼ㅋㅋㅋㅋ

       

        “이건 좀 억울하구나.”

       

        나를 놀리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볼을 부풀렸다.

        이건 나도 정말로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천지에 내가 공격하겠다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적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렇다.

        이래 봬도 나의 사냥 경력은 무려 육천 년 이상.

        초월자가 되고, 무언가를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된 이후로는 사냥하는 경우가 줄긴 했지만, 어쨌든 내 삶은 사냥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능숙한 사냥꾼인 나에게, 공격할 때마다 ‘나 이제 공격할 거야! 이제 공격이 너에게 적중할 거야!’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냥감 따위는 존재할 수 없는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함정이거나, 혹은 애초부터 그런 ‘차원’인 것이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게임이라고욬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이 드래곤, 왜 게임하면서 저렇게 열을 내심?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진짜 레전드닼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왜 게임에서 현실을 찾냐고욬ㅋㅋㅋㅋㅋ

        – 매 순간순간이 레전드넼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순식간에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시청자들을 볼 빵빵한 상태로 노려보았다.

        이 고얀 놈들…….

       

        어쨌든 그러는 사이에도 사냥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꾸우웅!!

       

        쿵!

       

        [사냥 성공!]

       

        “휴~! 드디어 첫 사냥감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구나.”

       

        마침내 나는 첫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다.

       

        – 길었다…

        – 솔직히 라나님 정도면 치트 쓴 것처럼 후다닥 깨실 줄 알았는데.

        – ㅋㅋㅋㅋㅋㅋㅋ

        – 이제야 첫 몬스터 사냥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보면, 라나님은 능력은 좋으신데, 이상한 상식 때문에 쉽게 갈 걸 자꾸 돌아가심.

        – 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이상하게 밸런스가 맞음ㅋㅋㅋㅋ

       

        “쩝.”

       

        나를 놀리는 시청자들의 말을 들으며 입맛을 다셨다.

        마음 같아서는 나를 놀리지 말라고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었기에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여기서 괜히 한마디 했다간, 곧바로 배가 되어 돌아올 것 같았으니까.

        요즘 아이들은 무섭구나.

       

        “다음 사냥이나 준비하자꾸나.”

       

        – 넹.

        – ㄱㄱㄱ

        – 가즈아!

        – 일단 무기부터 바꾸시죠?

       

        시청자들의 추천을 받아, 타이탄 오록스의 소재를 사용해 내 무기를 강화했다.

        타이탄 오록스의 머리가 박혀 있는 방패를 든 나의 캐릭터를 관찰하며, 나는 잔잔하게 감탄했다.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단 말이지…….”

       

        우리 드래곤들은 사냥감을 사냥하면 그냥 고기를 뜯어 먹는 것 정도가 전부인데, 인간과 같은 지성체들은 고기 이외의 다른 부산물을 활용해 특이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

        물론 나 역시 전생에 인간이었기에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인간에 대해 좀 더 잘 아는 드래곤에 불과한 몸.

        그래서인지 인간들의 창작물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특히 이런 인간의 순수 창작물은 더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 다음 사냥 ㄱㄱㄱ

        – ㄱㄱㄱㄱ

        – ㄱㄱㄱㄱㄱ

        – 렛츠고!

        – 가즈아아아아!!

        – ㅋㅋㅋㅋ

        – 파이팅!

       

        “그래. 그럼 가 볼까?”

       

        다음 목표물은 ‘삼안묘’라는 짐승이었다.

        세 개의 눈을 가진 거대한 토끼를 닮은 몬스터였다.

        타이탄 오록스가 나타났던 ‘산림 지역’에 내려선 후, 또다시 흔적 찾기에 돌입했다.

       

        “흔적이…… 이건 타이탄 오록스의 흔적이로구나.”

       

        이제 보니, 하나의 맵에 여러 마리의 몬스터가 동시에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 그게 이 게임의 묘미임.

        – 몬스터끼리 만나면 서로 싸워요.

        – 진 쪽은 무조건 다운되어서, 일부러 그걸 이용하기도 함.

        – 무승부 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서로 데미지 엄청 줌.

       

        “호오.”

       

        자연에서 일어나는 영역 다툼을 게임에서 어떻게든 재현하려 한 시도처럼 느껴졌다.

        왕년에 영역 다툼을 좀 해 본 드래곤으로서,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경해 봐야지.

       

        “일단은 목표물부터 찾아보자꾸나.”

       

        흔적을 찾고, 겸사겸사 약초나 광석들도 채취하며 맵을 돌아다니길 잠시.

        어느새 충분한 숫자의 흔적이 모이더니, 맵 위로 ‘삼안묘’의 위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이로구나.”

       

        타이탄 오록스의 경우엔 흔적을 전부 찾기도 전에 목표물을 발견해서 몰랐는데, 흔적을 모두 찾으면 지도 위로 몬스터의 현 위치가 표시되는 방식으로 보였다.

        현실성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게임이니까 이해가 되었다.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향하자, 저 앞에 ‘삼안묘’가 보였다.

        수풀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캐릭터를 무장시켰다.

       

        “그럼 시작해 볼까?”

       

        – 오오오!!

        – 파이팅입니다!

        – 파이팅!

        – 라나님을 할뚜이따!

        – 패링을 마스터한 라나님은 무적이다!

        – 와아ㅏㅏㅏㅏ!!

       

        시청자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나는 캐릭터를 조작해 삼안묘를 향해 공격을 지시했다.

       

        콰앙!

       

        키에에엑!!

       

        삼안묘의 괴성과 함께 전투가 시작된다.

        나는 침착하게 ‘패링’을 준비했고…….

       

        퍼억!

       

        “……음?”

       

        – ?

        – ??

        – ?

        – ???

        – ??

        – ???

        – 응?

       

        ……몬스터의 공격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 아닠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이번엔 또 뭐에욬ㅋㅋㅋㅋ

        – 엌ㅋㅋㅋ

       

        “이거…… 연속 공격이었느냐?”

       

        그렇다.

        이미 패링에 대하여 숙지한 나에겐, 패링에 대한 실수는 있을 수 없었다.

        문제는 몬스터가 ‘연속 공격’을 하는 경우다.

       

        ‘삼안묘’가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돌진하는 공격에서, 공격 판정은 무려 0.08초의 간격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내 캐릭터로서는 그 모든 공격을 모두 ‘패링’으로 방어할 수가 없었다.

       

        그 모든 공격을 내가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냥 단순히, 컨트롤러의 버튼 인식 간격이 0.08초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0.08초마다 버튼을 눌러도, 버튼이 인식해주지 않으면 나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 하드웨어 문제는 쩔 수 없음.

        – ㅋㅋㅋㅋㅋㅋ

        – 저건 그냥 가드해야 할듯?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패링 강화 스킬이 없으면 할 수 없어요.

       

        “끙.”

       

        무려 30번이나 반복 연습하면서 패링을 연습했더니, 바로 다음에는 ‘패링으로 막을 수 없는 몬스터’를 출현시키다니.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삼안묘의 공격을 ‘가드’했다.

        이 게임…… 쉽지 않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몸 성능은 뛰어난데, 인간과 상식이 달라서 인간과 밸런스가 맞는 드래곤님의 게임 실력.

    ㄹㅇㅋㅋ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