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8

        약간 당황하기는 했으나, 이번에도 사냥은 그럭저럭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련한 ‘패링’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뿐이지, 패턴 자체는 간단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실드 크러셔’라는 무기는 14종의 무기 중 가장 ‘가드’ 능력이 뛰어난 무기이기도 했다.

        애초부터 ‘가드’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 기회가 되었을 때 반격을 날리는 컨셉의 무기이기 때문이라고 하던가?

       

        “겨우 두 번째 몬스터를 사냥했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지…….”

       

        – 그야 앞에서 30번이나 패링 연습한다고 시간 보냈으니까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ㄹㅇㅋㅋ

        – 라나님은 이미 앞일을 잊어버리셨닼ㅋㅋㅋ

        – 흑역사는 없는 취급임ㅋㅋㅋㅋ

       

        시끄럽다!

        시답지 않은 말을 하는 시청자들을 한 번 흘겨본 후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느새 방송 종료 시간이 임박해 있는 것이 보였다.

       

        ‘진짜로, 하루 만에 끝낼 게임은 아니로구나.’

       

        보드게임 종류는 아무리 길어도 하루 만에 끝나는 종류들이 많았었는데 말이다.

        나는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래도 다음 사냥이 마지막일 것 같은데…….”

       

        – 앙대여!

        – ㅠㅠㅠㅠ

        – 왜 시간은 이렇게 빨리 가는가?

        – 흙흙흙

        – 너무 감질나아아아아ㅏㅣㅏㅏ!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뭐…… 내 방송을 재미있게 봐준다는 뜻이기에, 좋긴 하지만 말이다.

       

        “걱정 말거라. 아마 당분간은 이 게임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으니 말이다.”

       

        – 오?

        – 진짜요?

        – ?

        – 오오오?

        – 와ㅏㅏ!

        – 진짜예요?

        – 왕!

       

        “아마 스토리만은 끝까지 보지 않을까 싶구나.”

       

        이런 게임은 스토리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질릴 때까지 영원히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정확히는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즐길 수 있는 ‘반복 콘텐츠’가 존재하는 경우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런 반복 콘텐츠…… 정식 명칭으로는 ‘엔드 콘텐츠’라고 부르던가?

        그것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스토리만은 다 끝낼 계획이었다.

       

        “한 번 잡았으면, 적어도 끝은 내야지.”

       

        – 감사

        – 감사염.

        – 아싸!

        – 감사. 압도적 감사!

        – 이예이!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

        다음 사냥감을 사냥하고 나면, 방송 시간이 딱 맞게 끝날 것 같았다.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볼까?”

       

        – 네!

        – 가즈아!

        – 가자!

        – ㄱㄱㄱ

       

        그렇게 나는 사냥에 들어갔다.

       

       

        *            *            *

       

       

        한 편 라그나가 게임 방송에 들어가 있는 사이.

        대한민국의 헌터 협회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고 ‘인천 국제 공항’에서 말이다.

       

        “거기! 서둘러!”

       

        “사람들 차단하고!”

       

        “빨리빨리 움직여!”

       

        공항의 한구석을 비우고, 아예 능력자들을 동원하여 결계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수많은 무장 병력을 준비했으며, 이현을 제외한 두 명의 S급 능력자들이 이곳에 모이기까지 했다.

       

        “야. 재홍아.”

       

        “네, 형님.”

       

        “형님은 새끼가……. 내가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지?”

       

        “…….”

       

        ‘진홍의 마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이자, 대한민국에 단 3명만 존재하는 S랭크 헌터 중 하나인 ‘김재홍’.

        그는 자신과 같은 S랭크 헌터이자, ‘박수 무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황조령’의 말에 황당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형님. 양심이…….”

       

        “뭐 임마?”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보다도 한참 나이를 먹은 형님…… 아니, 이제는 누님.

        솔직히 형님이나 누님보다는 ‘아저씨’나 ‘아줌마’에 더 가까운 나이 차이고, 겉모습으로만 보면 노중년 아저씨와 젊은 처녀로 보인다.

        그리고 그 ‘노중년’ 아저씨가 된 김재홍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양반이 노망이 들었나?’

       

        남자가 여자로 성별 전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황조령의 얼굴이 이렇게 두껍지는 않았다.

        뭐, 그야 하루아침에 성별이 바뀌었으니, 본인도 혼란스러웠을 테니 이해는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양반, 너무 뻔뻔해졌다.

       

        ‘요즘은 오히려 여자의 삶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여기서는 ‘여성의 삶’을 즐긴다기보다는, ‘젊은이의 삶’을 즐기는 쪽이라고 봐야 하나?

        비록 성별이 바뀌긴 했으나, 동시에 그녀는 젊어졌다.

        어찌 보면 성별과 젊음을 교환했다고 봐도 좋으리라.

       

        “야. 재홍아.”

       

        “네 누님.”

       

        “우리 진짜 오랜만에 출현한 것 같지 않니?”

       

        “???”

       

        그리고 때때로 김재홍은 고민한다.

        혹시나 이 양반이 성별을 대가로 젊음을 사 올 때, 대가가 부족해서 지능도 함께 팔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 양반은 원래 엉뚱했지?

       

        “그게 무슨 개소리입니까?”

       

        “뒤질래?”

       

        황조령의 스산한 미소에, 김재홍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물론 단순 무력으로 따지면, 김재홍이 더 강했다.

        ‘진홍의 마도사’라는 이명답게, 그는 뛰어난 마법사였다.

        문제는 상대가 ‘박수 무당’이라는 것.

        그리고 황조령이 모신다는 ‘동자신’은, 황조령이 각성한 능력과 어울리며 ‘상대의 운명을 조작’하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뽐낸다.

       

        물론 그 능력에 한계가 명확하긴 하지만 적어도 김재홍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어 줄 정도의 능력은 충분했다.

        예를 들어서 매일 외출하다가 새똥을 맞게 된다든지, 라면을 샀는데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라면 스프가 없다든지 같은 일들 말이다.

        왜 이렇게 자세하게 아냐고?

        알려 하지 마라. 다친다.

       

        “후우~! 지금 그렇게 장난을 치고 싶으십니까?”

       

        “이렇게 장난이라도 쳐야, 긴장이 좀 풀리지 않겠어?”

       

        “쯧.”

       

        틀린 소리는 아니라서 더 짜증 난다.

       

        그렇게 두 S급 헌터들이 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다.

        김재홍의 눈에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날아오는 비행기의 모습이 보였다.

       

        “누님. 준비하죠.”

       

        “음? 아, 그러네.”

       

        서로 농담을 따먹던 두 S랭크 헌터들이 옷매무새를 다듬고, 자신들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일인 군단에 버금가는 S랭크 헌터들이었으나, 그들의 얼굴에는 큰 긴장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 인천 국제 공항의 활주로에 내려앉고 있는 비행기에 탄 존재를 생각하면, 이런 긴장감도 당연한 일이었다.

       

        “가자.”

       

        “네.”

       

        둘은 긴장감을 끌어올린 채 활주로로 향했다.

        이미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물리쳐 놓았고, 심지어 결계까지 쳐 놓았다.

        그런데도 둘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 듯, 긴장감을 쭉 끌어올린 채 비행기에서 내려올 ‘손님’을 기다렸다.

       

        턱!

       

        “후우! 공기가 텁텁하군.”

       

        비행기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그들이 기다리던 손님이 내린다.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주위를 휙휙 둘러본다.

       

        “Mr. V. 길을 막으시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쯧.”

       

        혀를 찬 벨제투스의 아바타가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고는 계단의 양옆에 일렬로 서 있는 무장 병력들을 힐끔 바라보곤, 이내 그 앞에 서 있는 황조령과 김재홍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김재홍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상대는 무려 대서양을 지배하는 엘더 드래곤이다.

        그것도 백익룡과 비슷한 급에, 마음만 먹으면 지구를 끝장낼 수도 있는 초월자.

       

        비록 눈앞의 상대가 본체가 아닌, 그의 아바타라고 하더라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바타에게서 느껴지는 힘만 따져도, 어지간한 S랭크 헌터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초월자라는 놈들의 힘인가…….’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아바타를 보았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 그녀는 인간들을 배려해 자기 기운을 숨겼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심해룡의 아바타는 달랐다.

        그는 기운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란 듯이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만약에 심해룡의 아바타 바로 뒤에 붙어 있는, 영국 출신의 결계 능력자가 그 기운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이 인천 국제 공항을 이용하고 있을 인간들 전체가 기절할 정도로 흉흉한 기운이었다.

       

        더 웃긴 사실은, 이게 심해룡의 아바타가 낼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아바타는 그냥 조금의 가감도 없이, 자기 힘을 느긋하게 풀어놓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다만 그 힘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상대가 일부러 흉흉하게 힘을 풀어놓고 있다고 생각될 뿐인 것이다.

       

        ‘이걸 보면, 멸천룡이 진짜로 인간들을 배려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

       

        진짜 모자지간이 맞나?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며, 김재홍은 심해룡의 아바타…… 일명 ‘벨제투스’에게 말했다.

       

        “우선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원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주변에 인간들이 없었으면 좋겠군. 꾸물거리는 것이 징그러워.”

       

        “……알겠습니다.”

       

        역시나 심해룡.

        대서양을 점거한 채, 인간의 그 어떤 것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 인성이 대단했다.

        아니…… 여기서는 ‘인(人)성’ 보다는 ‘용(龍)성’이라고 해야 하려나?

        인공위성에 찍힌 심해룡의 모습도 동양의 용(龍)과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말이다.

       

        “그럼 가자고 인간.”

       

        “그러니까 제 이름은…….”

       

        겁도 없이 벨제투스와 티격태격하는 금발 여자와 함께, 벨제투스는 자신을 기다리는 리무진에 탑승했다.

        그리고 그곳에 동승하는 황조령이 김재홍에게 손짓했다.

       

        “다녀온다.”

       

        “조심하십시오 형님.”

       

        “시끄러워.”

       

        그렇게 출발하는 리무진을 바라보다, 김재홍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부하직원에게 말했다.

       

        “바로 이현에게 직통 연락을 넣어. 드디어 도착했다고.”

       

        “저…… 백익룡과 멸천룡께는?”

       

        부하직원의 질문에, 김재홍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백익룡은 이현과 같이 있을 테니 상관없을 거고, 멸천룡은 백익룡이 직접 사정을 전달할 거다.”

       

        “알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넵!”

       

        김재홍의 외침에, 헌터 협회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멸천룡의 둘째 아들이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            *            *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다.”

       

        – 용바

        – 빠빠이

        – 라바

        – 용바!!

        – 용바바!

        – 용빠빠

        – 수고하셨어요.

        – 오뱅알!

       

        나는 방송을 종료했다.

        그리고 잠시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아바타와 연결된 의식이 잠시 흐려지고, 대신 본체의 감각이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주인님.”

       

        = 자예구나.

       

        쿠구구구궁!!

       

        마그마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황금색의 마그마.

        그것을 우산으로 막아 내던 자예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인간 세상에 나가 있던 첩보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연락이?

       

        그들이?

       

        = 무엇이냐. 인간들이 나를 사냥하겠다고, 군대라고 일으킨 것이냐?

       

        어지간하면 인간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내 성향상, 인간 세상에 나가 있는 첩보대가 나에게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대부분은 자예의 선에서 처리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나에게까지 보고가 올라온다는 것은, 자예의 권한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예상은 사실이었다.

       

        “둘째 도련님의 아바타가,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입니다.”

       

        = ???

       

        ……벨제투스라면 이해되지.

        나는 납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송 시간 관계로, 한 번 끊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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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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