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9

        이튿날이 밝았다.

        방송에 들어가기 전, 나는 자예를 불러 당부했다.

       

        “첩보대에 일러, 벨제투스가 인간들의 법을 벗어난 사고를 치지 않는지 감시하도록 하거라.”

       

        “개입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개입이라…….”

       

        자예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터무니없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벨제투스 역시 초월자다. 비록 내 힘을 나누어 받은 권속들이라 하여도, 그들로 벨제투스를 저지할 수는 없겠지.”

       

        상대가 벨제투스의 아바타라고 하여도 말이다.

        또한 벨제투스가 내 권속들의 개입에 반항할 경우, 자칫 인간들의 도시 하나가 쑥대밭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그곳은 블레이즈의 영역이 아니더냐? 블레이즈가 알아서 하겠지.”

       

        나의 아들이라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블레이즈의 영역이다.

        남의 영역에서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블레이즈가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지.’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 자예는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후, 나는 방송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송을 켰다.

       

        – 라하!

        – 라하라하!

        – 하이용!

        – 용하!

        – 라하용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시청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적당히 잡담을 나누다, 적당히 사람들이 모였다는 판단이 선 순간 게임을 켰다.

       

        “자. 그럼 오늘도 게임을 시작해 보자꾸나.”

       

        – 와아ㅏㅏㅏ!

        – 가즈아아ㅏㅏ!

        – 드래곤님의 사냥 실력! 기대하겠습니다!

        – 가즈아!

        – 이예이!!

        – ㅋㅋㅋㅋㅋ

       

       

        *            *            *

       

       

        사냥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몬스터를 사냥하고, 소재를 모은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소재를 사용해 무기를 강화하고, 장비를 맞춘다.

       

        때때로 모인 소재가 부족해 사냥했던 몬스터를 다시 한번 더 사냥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미 몬스터들의 패턴을 모두 숙지한 나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팅! 팅! 팅!

       

        퍼엉!

       

        캬아악!

       

        [사냥 성공!]

       

        – 캬!

        – 이젠 상대도 안 되네!

        – 그치! 이게 정상이지!

        – 라나님 능력으로 이게 정상이지!

        – 편-안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모든 공격을 패링하고, 패링이 불가능한 공격은 가드로 막는다.

        가드를 할 경우엔 스태미나가 소모되지만, ‘실드 크러셔’라는 무기는 방패 모드일 때 14종의 무기 중 가장 방어 성능이 뛰어난 무기다.

        다만 커맨드가 복잡하고, 인간들에겐 그다지 인기 있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인기가 없는 무기군이었을 뿐.

       

        = 신참! 드디어 개발에 성공했다고!

       

        “음?”

       

        이제 슬슬 게임의 전체적인 방식에 익숙해졌다 싶은 순간, 게임은 익숙해진 나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했다.

       

        = 실린더 기관이야! 이걸 써봐!

       

        “실린더 기관?”

       

        – 아! 드디어!

        – 드디어 해금!

        – 와씨. 이제 좀 더 볼 만 해지려나?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왔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게임 화면 위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흠……. 새로운 전투 커맨드인 것인가?”

       

        여러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지만, 짧게 줄여서 ‘새로운 커맨드’였다.

        기존의 전투 커맨드에 ‘두 가지 신규 커맨드’가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왜 따로 추가하느냐?”

       

        – 이게 이번 시리즈 신규 기믹임.

        – 시리즈 별로 신규 기믹이 있는데, 이게 그거예요.

        – ㅋㅋㅋㅋㅋ

        – 이건 새것라서 그럼.

       

        “흐음.”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해가 되었다.

        즉, 지금껏 사용했던 무기 사용 방식은 ‘헌팅 어드벤쳐’라는 게임 시리즈에서 공통되는 커맨드고, 시리즈별로 추가되는 기믹이나 커맨드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실린더 기관’이라는 것이, 이번 ‘헌팅 어드벤쳐 월드’라는 게임의 신규 기믹이었고 말이다.

       

        나는 화면에 떠오른 도움말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 실린더 기관이라는 새로운 기믹에 대해 대략 감을 잡았다.

       

        “즉, 이 실린더 기관은 개별적인 자원을 사용하는 특수 커맨드라는 뜻이로구나.”

       

        – ㄹㅇㅋㅋ

        – 넹

        – 맞아영.

        – ㅇㅇㅇㅇ

        – ㅇㅇ

        – 네

       

        내가 선택한 무기군인 ‘실드 크러셔’에 추가된 신규 커맨드는 총 4개.

        ‘공격’에 관련된 커맨드 두 개, ‘방어’에 관련된 커맨드 두 개였다.

       

        “이 4개 중 2개만을 선택하는 방식이로구나.”

       

        공격 커맨드만 두 개 선택하여 기존의 ‘가드 앤 히트’의 방식을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해도 되고, 방어 커맨드만 두 개 선택하여 방어적 운영을 해도 된다.

        물론 이 ‘실린더 기관’이라는 시스템은 ‘실린더’라는 개별적인 자원을 사용하고, 이 ‘실린더’라는 자원은 소모 후 몬스터에게 피격되거나 피격하면 다시 충전되는 방식이었다.

        즉,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나…….

       

        “어쨌든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같은 무기군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겠구나.”

       

        – ㅇㅇㅇㅇ

        – ㅇㅇㅇ

        – 맞아영.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나는 흥미로운 기분으로 새로 생긴 시스템을 살폈다.

        그리고 두 가지 커맨드를 장착 후, 그대로 다음 사냥에 나섰다.

       

        = 이건?!

       

        = !!

       

        = 신참! 위험해!

       

        내 캐릭터와 함께 마을 주변을 조사하러 나온 몬스터 연구자.

        그리고 함께 마을 주변의 ‘늪지 지대’를 살피던 중, 늪지에서 발견되면 안 되는 곰팡이 포자를 발견한다.

        그 광경에 내 캐릭터와 몬스터 연구자가 당황하는 순간!

       

        콰아앙!!

       

        키에에에에엑!!

       

        온몸에 곰팡이가 피어오른, 거대한 개구리를 닮은 몬스터가 등장했다.

        ‘고르고르’라는 이름을 가진 몬스터였다.

       

        – 캬!

        – 드디어 나왔네.

        – 시리즈 단골 형님.

        – 저 XX같은 놈!

        – 뉴비 절단기!

       

        “음?”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제법 악명이 높은 몬스터였던 모양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 뉴비 절단기라서 그래요.

        – 아직 약할 때 나와서, 독뎀과 지랄 같은 패턴으로 뉴비들 게임 접게 만드는 놈임.

        – ㄹㅇㅋㅋ

        – 이번에는 괴랄한 패턴이 추가되어서, 진짜 악명 높아졌어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라나님 파이팅!

        – 저놈을 요리해 주세요!

       

        “그렇구나.”

       

        여기서부터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인가?

        나는 시청자들의 응원과 함께, 고르고르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우선은 패턴을 파악해야겠구나.”

       

        처음 보는 몬스터니, 저 몬스터가 어떤 패턴을 사용하는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언제든 ‘가드’할 준비를 하며, 몬스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리고…….

       

        불룩!

       

        “?!”

       

        고르고르라는 몬스터의 볼이 부풀어 오르는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고 회피를 연타했다.

       

        퍼어엉!!

       

        – 와씨. 

        – 이걸 피하시네.

        – 잘 피함.

        – 저건 가불기임.

        – ㄹㅇㅋㅋ

        – 어케 알아채고 피하셨어요?

       

        “저게 가드 불가능한 기술이냐?”

       

        – ?

        – ??

        – ?

        – ?

        – 응?

       

        나와 시청자들이 나란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나대로 몰랐고, 시청자들은 시청자들대로 몰랐기 때문이었다.

       

        – 뭐임?

        – 알고 피하신 것 아니예요?

        – 읭?

        – 헐?

        – 그럼 왜 피하셨어요?

       

        “아니…… 딱 보니 독을 내뿜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 않았느냐?”

       

        내가 이래 봬도 왕년에 ‘독룡’이었던 몸이다.

        그런데 저 몬스터가 등장하기 이전에 나타났던 ‘곰팡이 포자’라든지, 저 ‘고르고르’라는 몬스터의 몸에 자라난 ‘곰팡이’만 봐도 저 몬스터가 ‘독’을 쓸 것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눈치챌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독’이라면 내가 전문이다.

       

        “독은 막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피하는 거지.”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맞는 말이긴 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렇넼ㅋㅋ 여기 독 전문가가 계시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피하기는 했는데, 덕분에 얻어걸렸다.

        운이 좋군.

       

        “어쨌든 너희들도 독은 절대로 막으려 하지 말거라. 독에 면역이 있더라도, 어쨌든 그 면역력을 발휘하는데 칼로리가 소모되니 말이다.”

       

        – 엌ㅋㅋㅋㅋ

        – 전문가의 조언ㅋㅋㅋㅋ

        – ㅋㅋㅋㅋ

        – 게임하다가 갑자기 조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너무 웃기넼ㅋㅋㅋㅋ

       

        쾅! 쾅! 쾅!

       

        키에엑!!

       

        어쨌든 최대한 회피를 하며 고르고르의 패턴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어지간한 패턴은 다 파악한 것 같은데…….

       

        ‘문제는 10개의 패턴 중 6개가 독을 사용하는 패턴이로군.’

       

        그리고 그 독을 사용하는 패턴 중 하나가 시청자들이 말한 ‘가드 불가 패턴’이었다.

        그것만은 방어가 아닌, 반드시 회피를 사용해야만 했다.

        원래도 피하려고 했지만 말이다.

       

        – 그런데 왜 안 피해도 되는 것도 다 피하심?

        – ㄹㅇㅋㅋ

        – 심지어 전부 독 공격만 피함.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나도 안 피해도 된다는 것은 안단다.”

       

        가드 불가 공격이 아닌 한, 그것이 ‘독’을 이용한 공격이라도 ‘가드’나 ‘패링’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내 캐릭터에게 오는 데미지가 0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알지만 말이지…….

       

        “독을 막는 것은 나로서도 좀…….”

       

        – 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확고하심.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이래서 라나님이 좋음.

        –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과 적당히 잡담을 나누던 그때였다.

        고르고르가 허공으로 힘차게 점프한다.

        그리고 위치는 내가 있는 곳!

       

        “옳지! 지금이로구나.”

       

        = 이야앗!

       

        그 순간 나는 아껴두었던 ‘실린더’ 두 개를 모두 사용해, 이번에 획득한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내 캐릭터가 들고 있던 거대한 방패가 대지에 틀어박히고, 이내 변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변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5초 정도.

        일반적으로는 저 긴 시간 사이에 몬스터의 공격이 이어졌을 테지만…….

       

        ‘저 공격 패턴은 점프 후 3초의 체공시간을 가지지.’

       

        즉,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게 변형된 방패가 양옆으로 펼쳐진다.

        이 형태가 유지되는 것은 무려 3초.

        3초 이후에는 자동으로 이 형태가 해제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공격을 받는 순간…….’

       

        키에에엑!!!

       

        휘이이잉!!

       

        때마침 내 캐릭터가 있는 장소를 향해 고르고르가 떨어져 내린다.

        고르고르가 사용하는 패턴 중 가장 위협적이면서도, 가장 빈틈이 큰 패턴.

        몬스터가 내 캐릭터의 위로 떨어진 순간, 펼쳐졌던 방패가 접히며 ‘반격’이 실행된다.

       

        퍼어어어어어엉!!

       

        콰과과광!!

       

        방패에 튕겨난 몬스터를 향해, 마치 튕겨 나듯 날아간 내 캐릭터의 거대한 건틀릿이 몬스터를 날려 버렸다.

        이것이 바로 내가 선택한 ‘공격’ 커맨드, ‘리벤지 어택’이었다.

       

        “오. 멋지구나.”

       

        짝짝짝짝!

       

        – 멋지긴 해.

        – 컷씬이 좋긴 함.

        – 간지….

        – 간지도 성능임.

        – 쓰기 어려워서 그렇지, 딜은 잘나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뭐라고 하긴 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분간은 게임 방송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시청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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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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