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1

        콰아앙!

       

        나는 제다하크의 공격을 피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뭔가…….

       

        “처음 보는 패턴이었는데?”

       

        – ㅇㅇㅇㅇ

        – 2페 들어가면 패턴 추가됨.

        – 신규 패턴임.

        – 맞아영.

       

        “끙!”

       

        시청자들의 대답에 나는 신음을 흘렸다.

        한 번의 사냥에서 갑자기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는 몬스터는 처음이다.

       

        나는 즉시 내 캐릭터의 무기를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제다하크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 ?

        – ??

        – ?

        – 뭐 하세요?

        – ??

       

        “뭐 하긴? 새로운 패턴을 숙지해야 하지 않느냐?”

       

        현실에서도 처음 보는 생물을 만났을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 생물이 육식동물이라서 나에게 달려들 수도 있고, 독을 내뿜을 수도 있고, 사실은 미끼였을 수도 있으며, 순간 이동 능력이 있어서 갑자기 나에게 다가올 수도…….

       

        – 아닠ㅋㅋㅋ

        – 누가 그렇게까지 경계해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왜 우리 동네 누렁이가 날 그렇게 경계하는지 알겠넼ㅋㅋㅋ

        – 앜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크흠! 어쨌든 현실에서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다.”

       

        그렇게 오랫동안 대상을 관찰하고,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그러다가 충분히 판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때때로 목숨이 여러 개인 생물도 있긴 한데, 그런 생물들도 자기 목숨을 함부로 소모하는 법은 없지.”

       

        – 목숨이 여러 개인 생물이 있긴 했구나.

        – ㅎㄷㄷ

        – 진짜 고양이는 목숨이 9개인가요?

        –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요점은 이것이다.”

       

        현실에서도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선, 아주 오랫동안 대상을 관찰하며 최대한 많은 변수를 차단하려 한다.

        그런데 패턴이 정해져 있는 게임에서는 안 그럴 이유가 있을까?

       

        “난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경우가 특이할 것 같은데?”

       

        – 너무 지루함.

        – 패턴 파악은 원래 맞으면서 하는 거임.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정론이기는 한데, 너무 지루해요.

        – 게임 그렇게 하면 너무 피곤함.

       

        그런가?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게임이라는 것은 즐기는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니, 그냥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즐기면 된다.

       

        퍼어엉!

       

        그러는 사이에도 내 캐릭터는 제다하크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아무리 처음 보는 패턴이라고 하더라도, 무적 시간이 넉넉하게(?) 0.08초나 되는 회피를 사용하면 피하는 것 자체는 쉬웠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을 피해내며 새롭게 추가된 패턴들을 확인한다.

       

        “3개의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었구나. 그리고 2개의 패턴이 조금 다르게 변형된 것 같고 말이다.”

       

        변형된 패턴의 경우, 움직임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공격이 피격 시에 검은 입자가 피어오르는 효과가 추가되었다.

        본래 저 패턴들은 그냥 앞발로 때리는 패턴이었는데, 이제는 그 성가신 상태 이상도 유발하는 공격으로 변경된 것이겠지?

       

        “좋다. 그럼 다시 사냥을 시작해 볼까?”

       

        – 오오오!

        – 숙지 빠르네요.

        – ㄱㄱㄱㄱ

        – 패링 마스터!

        – 사냥 마스터 라나!!

        – 가즈아!!

       

        내 캐릭터가 다시금 방패를 들고, 제다하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링!

       

        팅! 팅! 휘리릭! 팅! 팅! 팅!

       

        패링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패링하고, 패링이 불가능한 것들은 가드 하거나 굴러서 회피한다.

        그렇게 얼마나 공격을 했을까?

       

        = 조심해!

       

        쿠구구구궁!!

       

        제다하크가 허공으로 날아오르자마자 화면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화면 위로 몬스터 연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 적이 강력한 공격을 하려 하고 있어!

       

        = 저 바위 뒤로 숨자!

       

        쿵! 쿵! 쿵!

       

        지진 때문일까? 주위로 바위가 떨어진다.

        나는 캐릭터를 움직여 바위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하늘에서 제다하크의 검은 브레스가 대지에 뿜어지고, 그 위로 불이 붙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어마어마한 화염이 몰아친다.

        내 캐릭터가 피한 바위의 뒤쪽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화염으로 뒤덮인다.

       

        “일종의 즉사 패턴인 것이냐?”

       

        – 넹.

        – ㅇㅇㅇㅇ

        – ㅇㅇㅇ

        – 맞아영.

        – ㅇㅇㅇㅇㅇ

       

        쿠우웅!

       

        모든 패턴이 끝나자마자 제다하크는 힘없이 대지로 내려앉았다.

        숨을 헐떡이며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아하니, 딱 봐도 그로기 상태에 진입한 모습이었다.

        현실이라면 저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을 테지만, 이것은 게임!

       

        “이거, 공격할 기회인 것이냐?”

       

        – ㄱㄱㄱ

        – 폭딜!

        – 딜찬스임!

        – 가즈아!!

       

        = 하압!

       

        즉시 ‘버파 어택’과 연계 강공격을 욱여넣는다. 그것도 두 번이나.

        즉사 패턴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그로기 시간이 제법 길었기에 가능했던 공격이었다.

       

        쿵!

       

        결국 제다하크는 쓰러졌다.

        아무리 인간보다 강대한 몬스터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다.

        그리고 내 캐릭터는 이 게임의 주인공.

       

        “드디어 복수를 끝냈구나.”

       

        이것으로 마을을 위협하던 몬스터들의 혼란도 멈췄고, 주인공 역시 선배들의 복수를 이루어냈다.

        어찌 보면 이것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었다고 봐도 될 터.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과연?

        – ㄷㄱㄷㄱ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응?”

       

        다만 시청자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내가 그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던 그때, 화면이 전환되며 컷신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수고했어 신참.

       

        = ?!

       

        몬스터 연구가가 등장했다.

        그는 주인공을 지나치더니, 쓰러진 제다하크의 시체로 다가간다.

       

        = 굉장해. 정말로 제다하크를 사냥할 줄은 몰랐어.

       

        = 정말로 다행이야.

       

        = 마을의 헌터들이 전멸했을 때만 하더라도 실패인 줄 알았는데, 네 덕분에 이걸 얻을 수 있었어.

       

        무언가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몬스터 연구가는 제다하크의 시체에서 ‘검은 입자’를 채취한다.

        그런 몬스터 연구가를 향해, 주인공의 사냥을 서포트하는 ‘소꿉친구’가 소리친다.

       

        = 당신! 그게 무슨 말이죠?

       

        그 말에 몬스터 연구가가 대답한다.

       

        = 아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모르겠군.

       

        = 사실 몬스터들의 이상 현상은 제다하크의 짓이 아니야.

       

        = 모든 것은 나의 짓이지.

       

        뒤를 돌아본 몬스터 연구가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주인공과 ‘소꿉친구’가 당황한다.

       

        = 마을에서 떨어진 ‘고대의 사원’에는, 오래전 잠든 고대의 몬스터가 존재하지.

       

        = 고대인들은 그 고대의 몬스터를 조종하여 세상을 지배했다고 전해진다.

       

        = 나는 오래전 잠든 고대의 몬스터를 깨우는 방법을 찾았다!

       

        = 고맙군! 핵심 재료인 제다하크의 독을 구해 줘서 말이야!

       

        = 아하하하하하!!

       

        그렇게 떠들어댄 몬스터 연구가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몬스터들의 이상 현상은 사실 저 몬스터 연구가가 반쯤 깨운 ‘고대의 몬스터’의 태동을 일반 몬스터들이 감지했기 때문이고, 제다하크 역시 그중 하나인 것이냐?”

       

        – ㅇㅇㅇㅇ

        – 맞음.

        – 맞아영.

        – 엄청 차분하시네요?

        – 놀라실 줄 알았는데.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예상하셨나요?

       

        “예상하지는 못했단다.”

       

        다만 이런 일로 놀라기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게다가 워낙 다양한 차원을 돌아다녔다 보니,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몸이 되어 버렸다.

       

        – 아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채팅창.

        그러는 사이에도 스토리는 흘러가기 시작한다.

       

        = 고대의 몬스터.

       

        = 오르바트.

       

        = 전설에 나오는 그 몬스터가 깨어나면 모든 것들이 끝장이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마을은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주인공이 모두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동안 주인공의 활약을 보아온 마을 사람들은, 이내 주인공에게 마지막 희망을 건다.

       

        =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 오르바트를 사냥한다!

       

        = 신참…… 부탁한다!

       

        마을의 모든 이들이 함께 힘을 합치며, 마침내 스토리는 최종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오르바트라는 고대의 몬스터가 진짜 보스이지 않으냐?”

       

        그런데 왜 게임 패키지에는 ‘제다하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냐?

        그런 내 질문에, 시청자들이 웃으며 답해주었다.

       

        – 원래 그럼ㅋㅋㅋㅋ

        – ㅋㅋㅋㅋ

        – 시리즈 전통임.

        – 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이 시리즈가 원래 페이크 보스, 진 보스 두 종류가 나옴.

        – 패키지에는 항상 페이크 보스만 그려요.

       

        “그렇구나.”

       

        원래 그렇다는데, 그럼 할 말은 없지.

        나는 새로운 장비를 만들고, 무기를 강화한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마침내 최종 보스전으로 향한다.

       

        – ㄷㄱㄷㄱ

        – 기대되네.

        – 과연 라나님은 이번에도 무쌍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 그런데 진짜 빠르게 진행하셨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흠.”

       

        방송 종료까지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만약 이번 사냥에 실패할 경우, 내일 이어서 게임을 이어나가야 할 정도로 말이다.

        뭐, 그 때는 내일도 계속 게임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만약 내일도 게임을 하게 된다면, 내일은 다른 이들과 이 게임을 해볼까?’

       

        이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아는 스트리머가 있으려나?

        최강물소나 살랑미미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아예 시청자들을 부르거나.

       

        쿵!

       

        = 하앗!

       

        사냥은 ‘고대의 사원’이라는 개별적인 필드에서 진행되었다.

        필드에 들어선 순간, 바로 컷신이 진행된다.

       

        = 왔느냐?

       

        어떤 제단 위에서 무언가를 하는 몬스터 연구가.

        그런 몬스터 연구가를 향해, 주인공과 소꿉친구가 나타난다.

       

        = 그만둬!

       

        = 하! 그만둘 리가 있겠냐?

       

        날카로운 말이 오고 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을 내뿜고 있던 제단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광경에 몬스터 연구가가 광소하기 시작했다.

       

        = 으하하하하하!

       

        = 온다! 고대의 몬스터!

       

        = 오르바트가!!

       

        콰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거대한 황소를 닮은 형태였다.

        크기는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게임 속 몬스터들 중 가장 거대했다.

        6개의 뿔을 달고 있고, 육중한 껍질로 몸을 보호한 몬스터.

        그 몬스터의 머리에 올라탄 몬스터 연구가가 소리쳤다.

       

        = 오르바트여! 저들을 죽여라!

       

        크워어어어어어어어!!

       

        거대한 오르바트의 울부짖음과 함께, 사냥이 시작되었다.

       

        “웅장하군.”

       

        – 최종전이 다 그렇죠 뭐.

        – ㅋㅋㅋㅋㅋ

        – 파이팅!

        – 힘내세여!

        – 라나님 화이팅!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컨트롤러를 잡았다.

        자. 방송 종료까지 시간이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드래곤님은 방송 종료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이 시간에!!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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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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