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2

        시작은 언제나처럼 회피였다.

        회피를 이용해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고, 이어서 몬스터의 패턴을 확인하는 것.

       

        콰아아아아앙!!

       

        “?!”

       

        다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상대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번 ‘최종 보스전’이 치러지는 이 ‘고대의 사원’이라는 필드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장소였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길은 보이지 않으니, 아마 이곳에서 최종 보스전이 끝까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대 몬스터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게임 속 몬스터들 중 가장 크고, 움직임이 가장 굼떴다.

        보통 덩치가 큰 짐승이 움직임이 조금 굼뜨는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저 쓸데없는 움직임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냥 큰 덩치를 움직이는 칼로리를 아끼기 위해서 쓸데없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저렇게 까지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크기는 큰데, 장소도 넓다.

        그런데 움직임이 느리다?

        이런 조건으로 헌터를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는 과연 어떤 공격 방식을 보여주겠는가?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

       

        답은 ‘범위기’다.

        발로 땅을 밟는 순간, 그 주위로 일정 지대에 일제히 데미지가 들어가는 방식이라든가…….

        입에서 소리 충격파를 발사한다든가…….

        대충 그런 것들.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고전하신닼ㅋㅋㅋㅋ

        – 회피가 안됨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나는 회피를 실패한 채 뒤로 나뒹구는 캐릭터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걸 어떡해야 하는가?

       

        “회피 타이밍은 대충 맞는 것 같은데…….”

       

        크기가 크기 때문에 피격 타이밍과 회피 타이밍이 조금 헷갈릴 수는 있지만, 눈이 좋은 나에게 회피 타이밍을 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피격 직전에 작게 ‘반짝’만 확인해도 언제 회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문제는 덩치가 크다 보니, 상대의 공격이 회피 무적 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 이것 때문에 말 많았음.

        – 일반 난이도에서는 회피 가능한데, 헌터 난이도는 회피 시간이 짧아서 그럼.

        – ㅋㅋㅋㅋㅋㅋ

        – 결국 끝까지 안 고쳤넼ㅋㅋㅋ

        – 저거 회피 스킬 끝까지 설정해야 겨우 회피 가능할걸요?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파이팅!!

       

        “흠.”

       

        그렇군.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긴.

        알아보니, 이 게임 시리즈는 이 세상에 게이트가 출현하기 직전에 출시된 게임이라고 했다.

        중간에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러워지고, 경제가 파탄 난 적도 있고, 여러 일들을 겪었지만.

        어쨌든 이 게임 시리즈는 그런 역사 속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게임 시리즈라고 한다.

       

        그리고 이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당연히 이능을 각성한 이들이 없었을 것이고, 이 게임의 기본은 당연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즉,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임’에서 ‘능력자를 위한 난이도’를 끼워 넣으려니, 당연히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그게 왜 어쩔 수 없는 거에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노력했는데도 안 되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물론 어쩔 수 없는 일과 하자가 있는 물건을 판매한 일은 별개다.

        물건의 매매는 ‘신용’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 파트너! 도와드릴게요!

       

        “음?”

       

        그 순간 ‘소꿉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내 캐릭터 위로 빛무리가 일어난다.

        그리고 화면 옆에 떠오르는 ‘버프 목록’.

       

        “호오?”

       

        회피 능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 오?

        – 패치했네?

        – 아닠ㅋㅋㅋ

        –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보스전에서만 회피 시간을 늘려 줬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어찌 보면 성의가 없어 보이지만, 이들로서도 딱히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일 터.

       

        “뭐, 대책을 마련해 주었다면 상관없겠지.”

       

        어쨌든 이것으로 다시 회피가 가능해졌다.

        오르바트의 공격을 회피하며, 동시에 녀석의 패턴을 숙지한다.

        그리고 그러던 순간이었다.

       

        = 오르바트의 힘을 목도하라!

       

        쿠구구구궁!!

       

        몬스터 연구가의 목소리와 함께 오르바트가 양 앞다리로 대지를 내려찍었다.

        그러자 주변의 절벽에서부터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인간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기계들이 말이다.

       

        “음? 저건 무엇이냐?”

       

        – 무기요.

        – 최종 보스가 약간 기믹 보스이기도 함.

        – 기믹이예요.

        – 설정상 고대 시설임.

        – 발칸포요.

       

        갑작스러운 지진에 휘청거리는 내 캐릭터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오르바트의 몸에서 무언가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딱 봐도 뭔가 거대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 파트너! 적이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려는 것 같아요!

       

        = 앗?! 저건 고대의 병기! 가보죠!

       

        = 실린더 기관을 이용하면, 저걸 작동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고 보니, 이 실린더 기관이라는 것은 고대 문명의 기술이라는 설정이었지?”

       

        – ㅇㅇㅇㅇ

        – 넹.

        – 맵 곳곳에서 실린더 기관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기물이 있죠.

        – 정작 라나님은 안쓰셨지만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시청자들의 말대로, 본래 이 실린더 기관은 단순히 신규 커맨드를 추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각 맵마다 ‘실린더’를 소모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존재했으니까.

        예를 들어서 맵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탈 것’이라든지, 몬스터를 속박할 수 있는 ‘함정’이라든지, 맵의 끝에서 끝으로 단번에 이동시켜 주는 ‘순간 이동 장치’ 같은 것 말이다.

        물론 난 사냥하는 데 실린더를 사용하기 급급해서, 정작 저것들을 사용해 보지는 않았다.

       

        “뭐, 이번에 한 번 사용해 보면 되지 않겠느냐?”

       

        나는 캐릭터를 움직여 필드에 떨어진 4개의 장치 중 하나에 올라탔다.

        그러자 실린더 기관을 끼우는 모션과 함께, 조준선이 화면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이것으로 조준하고, 버튼을 눌러 투사체를 발사하는 것인가?

       

        시점을 돌려 오르바트를 바라보자, 오르바트의 몸 세 군데에 붉은색 원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마 저곳을 이 장치로 조준하여 공격하라는 뜻으로 보였다.

       

        “그럼 해볼까?”

       

        철컥!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총알로 보이는 것들이 나의 조준에 따라 표시된 곳을 두드린다.

        본래라면 ‘관통’이 맞는 표현이겠으나, 게임상에서는 도저히 관통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두드린다’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약 5초 정도 공격했을까?

       

        파칭!

       

        쿵!!

       

        꾸우우우우웅!!

       

        내가 조준했던 표식이 깨지며, 오르바트의 거체가 흔들렸다.

        이제 남은 표식은 둘!

       

        투두두두두두두두-!!

       

        파칭!

       

        파칭!

       

        쿠과과과광!!

       

        마침내 3개의 표식을 모두 깨부순 순간, 오르바트는 힘을 끌어모으던 행위를 중지한 채 힘없이 쓰러졌다.

        동시에 내가 탑승하고 있었던 ‘포탑’ 역시 무너져 내렸다.

       

        – 프리딜타임!

        – 지금임!

        – 공격이예요!

        – ㄱㄱㄱㄱ

        – 파이팅!

        – 라나님! 지금!

        – 지금!

       

        “알겠으니,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

       

        = 하아앗!

       

        즉시 ‘버파 어택’을 이용해 ‘이동’과 ‘공격’을 실행하고, 이어서 연계 커맨드를 실행해 공격을 개시했다.

        본래라면 이렇게 나만 공격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는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공격을 했을 때였다.

       

        파앙!

       

        쿠당탕!

       

        쓰러져 있던 오르바트의 몸 주위로 무언가 투명한 막이 씌워지는 효과가 나타나더니, 내 캐릭터가 뒤로 날아갔다.

        동시에 쓰러져 있던 오르바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이놈! 감히……!!

       

        몬스터 연구가의 대사가 재생되었으나, 내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흠? 이제 보니 오르바트의 몸 주위에 방어막이 둘러져 있었구나?”

       

        – ㅇㅇㅇㅇㅇ

        – 원래 그럼.

        – 그래서 최종 보스전이 반쯤 기믹 보스전인 거예요.

        – 딜타임 아니면 딜이 아예 안 들어가요.

        – 회피 열심히 하시길!

       

        그렇군.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도 이런 방식은 반복되었다.

        오르바트의 공격을 회피하다, 필드에 ‘고대의 장치’가 나타나면 그것을 이용해 오르바트의 패턴을 파훼한다.

        그리고 기절한 오르바트에게 달라붙어 일방적인 공격!

       

        “……너무 쉬운데?”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 그 발언ㅋㅋㅋ

        – ㅋㅋㅋㅋ

        – 과연?

        –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ㅋㅋㅋ’를 연발하지만 이런 전투는 나에겐 너무 쉬웠다.

        피하기만 할 때에는 무조건 피하기만 하면 되고, 기믹을 수행할 때는 정해진 대로 기믹을 수행하면 되었으며, 공격할 때는 최고의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연계 커맨드만 연타하면 되었으니까.

        인간에겐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겐 쉬운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곧 끝나겠구나.”

       

        벌써 데미지도 제법 주었겠다, 이제 슬슬 최종 보스전이 끝나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4번째 기믹에 의해 오르바트가 쓰러지며 새로운 컷신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쿵!

       

        = 큭!

       

        = 설마…… 네 녀석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몸을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몬스터 연구가.

        그리고 그런 몬스터 연구가를 향해 적의를 불태우는 주인공.

        그런 둘 사이에서 적막이 흐르는가 싶은 순간, 몬스터 연구가는 비틀거리며 양팔을 활짝 펼쳤다.

       

        = 하하하! 설마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콰직!

       

        쩌저적!

       

        = ?!

       

        쓰러진 오르바트의 몸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껍질이 깨져나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 보아라! 이것이 오르바트의 진정한 모습일지니!

       

        크롸라라라라라라라-!!

       

        새로운 모습으로 울부짖는 오르바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 무슨 일이긴요. 2페죠.

        – 이제 1페 끊임.

        – ㅋㅋㅋㅋㅋㅋㅋㅋ

        – 1페 끝났다는 소리임.

        – 참고로 3페까지 있어요.

        – ㅋㅋㅋㅋㅋ

        – 2페부터는 실력겜임.

        – ㅋㅋㅋ

        – 이래서 반쯤 기믹 보스전이라는 겁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설에 나온 최종 보스전은 다음과 같이 페이즈가 나뉩니다.

    기믹으로만 이루어진 1 페이즈.

    전투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2 페이즈.

    발악 패턴 이후 기믹과 전투가 섞인 3 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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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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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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