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3

        새롭게 변한 오르바트의 모습은 조금 특이했다.

        기존의 모습이 몸에 철갑을 두른 거대한 황소였다면.

        지금의 모습은 날렵한 뿔 달린 호랑이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뿔 달린 고양잇과 동물처럼 보였다는 소리다.

       

        쾅! 쾅! 쾅! 쾅!

       

        “허어.”

       

        연속적인 앞발 공격을 피해낸 후 작게 감탄했다.

        모습만 달라진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패턴도 싹 바뀌었다.

        덕분에 방금 전부터 계속 회피만 하면서 패턴을 확인 중이다.

       

        “대충 패턴은 확인했구나.”

       

        – ㄱㄱㄱㄱ

        – 힘내여!

        – 화이팅입니다!

        – 라나님 파이팅!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르바트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고는 즉시 상대의 공격을 패링!

       

        팅!

       

        “음. 패링이 되는구나.”

       

        이전 페이즈에서는 직접적인 전투를 해 보지 않았기에, 패링이 되는지 확인해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오르바트라는 보스 몬스터의 설계상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는가?

        회피가 그런 형태였는데, 혹시나 패링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지만 말이다.

       

        팅! 팅! 팅!

       

        오르바트의 공격을 전부 패링하고, 때때로 기회가 될 때마다 공격한다.

        이번에는 이전 페이즈처럼 고대의 장치가 떨어진다든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내 캐릭터는 순수하게 필드를 돌아다니며 오르바트와 대결을 펼쳐야만 했다.

       

        “이전의 싸움이 마치 퍼즐을 푸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해온 사냥의 느낌이 드는구나.”

       

        – ㅇㅇㅇㅇ

        – 맞아요.

        – 원래 기믹 전투가 퍼즐 푸는 느낌이긴 함.

        – 표현이 맞아영.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어느 쪽이 편하세여?

       

        “편한 쪽이라면…… 아무래도 난 이쪽이 편하지?”

       

        아무래도 몸으로 싸우는 삶을 살아왔다 보니, 몸을 움직여 싸우는 쪽이 더 편하긴 하다.

        물론 지금은 진짜 내 몸으로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 도저히 기절하지 않는구나.”

       

        아까부터 계속 공격하고 있긴 한데, 이 오르바트라는 놈은 도저히 기절하거나, 혹은 ‘그로기’ 상태에 걸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이 ‘헌팅 어드벤쳐 월드’라는 게임은 몬스터의 패턴을 파악 후, 그 패턴의 틈마다 공격을 욱여넣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그래서야 강력한 공격할 수 없기에, 몬스터가 꼼짝도 못 하는 타이밍을 넣어 주었다.

        그것이 바로 ‘기절’과 ‘경직’, ‘그로기’ 같은 상태 이상이다.

       

        각 무기마다 유발할 수 있는 상태 이상에는 차이가 나지만, 모든 무기군이 유발할 수 있는 상태 이상인 ‘그로기’만은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그로기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2페에는 원래 그로기 안 일어남.

        – 상태 이상 면역이라서 소용없어요.

        – ㅋㅋㅋㅋㅋ

        – 그냥 때려야함.

        – ㅋㅋㅋㅋ

       

        “끙. 이대로는 사냥에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이제 곧 방송 종료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냥 이쯤에서 포기하고, 내일 다시 최종 보스전을 시도할까?

       

        내가 그런 생각할 때였다.

        내 캐릭터의 공격이 오르바트에게 적중해, 데미지를 입혔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이 전환되며, 또다시 컷신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펑!

       

        쿠당탕!

       

        = 큭!

       

        공격에 맞은 듯 뒤로 굴러간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소꿉친구가 붙잡아 준다.

       

        쿵!

       

        = 흐하하하하하!! 겨우 그 정도인가?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내려다보는 오르바트, 그리고 몬스터 연구가.

        지친 모습으로 최종 보스를 올려다보는 주인공과 소꿉친구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진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던 몬스터 연구가가 소리쳤다.

       

        = 보아라! 이것이 내가 얻은 힘이다! 나는 세상을 지배할 힘을 얻은 것이다!

       

        = 헛소리하지 마세요!

       

        소꿉친구가 버럭 소리친다.

        주인공과 몬스터 연구가가 화들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결연한 얼굴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 그것은 당신의 힘이 아니야! 오르바트의 힘이지!

       

        = 흥! 그 오르바트가 나에게 충성하고 있다! 이걸 뭐라고 할 거지?

       

        =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신의 힘이 된 것은 아니야! 그저 빌린 힘 따위로 유세 떨지 말라고!

       

        = 크읏!

       

        “호오. 제법 매서운 말을 하는구나.”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성우가 연기를 잘했어요.

        – ㅋㅋㅋㅋㅋ

        – 헤으응! 눈나!

       

        컷신이 나올 동안은 내가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나와 시청자들은 신나게 컷신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내 캐릭터가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지 않았느냐? 왜 내 캐릭터가 지고 있는 느낌으로 나온 것이냐?”

       

        – 원래 그럼.

        – 설정이 그렇대요.

        – 게임사가 그렇게 설정했으니까요.

        – 그런 거임.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흠.”

       

        뭔가 억울하긴 한데, 게임을 만든 이들이 그렇게 만들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내가 시청자들과 그런 이야기하는 사이, 스토리는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 이놈! 오르바트여! 저놈들을 죽여라!

       

        크롸라라라라라-!!

       

        양손에서 자줏빛 번개를 내뿜으며 오르바트를 조종하는 몬스터 연구가.

        그리고 그 힘으로 주인공과 소꿉친구를 향해 공격을 개시하는 오르바트.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피이이이잉!!

       

        퍼어엉!!

       

        = 크아악!

       

        크와아앙!!

       

        어디선가 날아온 포탄이 오르바트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주인공과 소꿉친구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수많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어이!

       

        = 우리가 왔다고!

       

        = 여기까지 해주었구나!

       

        “호? 저들은……?”

       

        모두 기억에 있는 이들이다.

        왜냐하면 저들 모두가 마을에 있던 NPC들이었기 때문이었다.

       

        = 모두!

       

        = 신참!!

       

        쿵!

       

        소꿉친구와 함께 지원 온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인공.

        그리고 그 옆으로 누군가가 떨어져 내린다.

        바로 ‘실린더 기관’을 재현해 낸 ‘발명가’였다.

       

        = 우리 모두 널 돕기 위해 왔어.

       

        = 마을을 위해 힘내는 널 위해서, 우리도 함께 싸우겠어!

       

        마을에 남은 유일한 신참 헌터.

        부족한 점도 많고, 실력도 부족한 주인공.

        하지만 그는 자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고, 이내 모두의 인정을 받는 진정한 헌터로 거듭난다.

       

        “이런 것을, 인간들은 왕도적인 스토리라고 하던가?”

       

        – 아마도요?

        – 캬!

        – 이 장면은 언제봐도 끝내주네.

        – 진짜 이번작은 스토리 잘 뽑았음.

        – 언제봐도 감동적이네.

        – ㄹㅇㅋㅋ

       

        시청자들과 잡담하는 사이, 어느새 주인공은 자기 무기를 고쳐 잡았다.

        그러고는 결연한 얼굴로 가장 앞으로 나섰다.

       

        = 큭! 이 버러지들이!

       

        크롸라라라라라라-!!

       

        = 마을의 모두! 전투 준비!!

       

        주인공을 비롯한 마을의 모두, 그리고 오르바트를 탄 몬스터 연구가가 서로 마주 보면서 컷신은 종료되었다.

       

        어느새 화면은 정상적인 게임 화면으로 돌아왔다.

        화면의 가운데에는 내 캐릭터가 서 있었고, 저 앞에는 오르바트가 서 있다.

        ……여전히 크군.

       

        “일단 2 페이즈와 크게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는구나.”

       

        아마도 이것이 시청자들이 말한 3 페이즈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3 페이즈의 시작에서 내가 느낀 것은, 뜻밖에 2 페이즈와 크게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전과 똑같이 전투하는 방식이랄까?

       

        – 크게 달라지지는 않음.

        – 좀 있으면 뭔지 알아요.

        – 일단 사냥ㄱㄱ

        – 힘내여!!

       

        팅! 팅! 팅!

       

        오르바트의 공격을 패링으로 쳐 내며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였다.

        절벽 위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쾅! 쾅! 쾅!

       

        크워어어어어-!!

       

        = 신참! 지금이야!

       

        “호오?”

       

        필드의 사방을 막고 있는 절벽 위.

        그곳에 있는 마을 사람들의 대포가 오르바트를 저격했다.

        그리고 그 저격에 당한 오르바트가 일시적으로 경직되었고 말이다.

       

        “그렇군. 이렇게 도와주는 것인가?”

       

        3 페이즈의 진행 방식을 이해하며 공격에 나섰다.

       

        = 신참! 녀석은 고대인들에게 봉인 당했어!

       

        = 실린더 기관의 힘이 약점일 거야!

       

        = 그걸 활용해!

       

        “그래그래.”

       

        ‘발명가’의 조언을 들으며 오르바트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넣었다.

        이후는 이런 방식의 연속이었다.

       

        오르바트와 적당히 싸우다 보면, 마을 사람들의 지원이 이어진다.

        때로는 대포를 쏴서 공격 타이밍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냥에 도움이 되는 ‘장치’를 내려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최종 보스전을 이어나가기를 얼마나 되었을까.

       

        쿠우웅!

       

        마침내 나는 최종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 크어억! 이, 이럴 수가…….

       

        쓰러진 오르바트의 머리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몬스터 연구가.

        그런 몬스터 연구가의 앞에, 주인공이 선다.

       

        = 내…… 야망이…… 너 따위에게…….

       

        털썩!

       

        마침내 쓰러진 진정한 원수의 앞에서, 주인공은 몸을 돌린다.

        그러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 잘했어!

       

        = 넌 우리 마을의 영웅이야!

       

        = 고마워!

       

        = 넌 최고야!

       

        때때로는 못마땅해했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했던 마을 사람들.

        그런 그들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주인공을 향해 환호성을 보낸다.

        그리고 그런 모든 이들의 환호성을 받아들이며, 주인공은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마침내 최종 보스전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휴. 시간에 맞췄다.”

       

        ……진짜 아슬아슬했다.

       

       

        *            *            *

       

       

        게임을 종료한 후.

        나는 개운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게임이었구나.”

       

        – ㅇㅇㅇㅇ

        – 지금해도 재미있음.

        – 내일도 하실 건가요?

        – ㅋㅋㅋㅋ

        – 잼썼다!

       

        “내일? 글쎄다?”

       

        딱히 내일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오늘 이 게임의 스토리를 전부 보지 못했다면, 내일도 이어서 게임을 진행하려고 했으니까.

        그렇기에 딱히 내일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내일도 이어서 할 생각은 없단다.”

       

        – 아! 시참 같은 거라도 해주시면 좋겠는데.

        – 시참좀!

        – 그럼 내일은 옛날이야기 시간인가?

        – 시참 마렵긴 해요.

        – 옛날이야기 해주시면 됨.

        – ㅋㅋㅋㅋㅋ

        – ㅋㅋ

        – 게임 방송도 재미있는데, 더 해주시면 좋긴 함.

        – ㅋㅋㅋㅋㅋㅋㅋ

        – 젭알!!

       

        “흠…….”

       

        시청자들의 말에 고민이 된다.

        ‘시참’. 그러니까 ‘시청자 참여 방송’을 내일 한다?

       

        “……뭐, 그럼 그럴까?”

       

        – 오?

        – ㄹㅇ?

        – 진짜요?

        – 헐?

        – 이게 된다고?!

        – ????

        – 허미?

       

        내 말에 채팅창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즉흥적으로 시참을 결정하신 드래곤님.

    과연 그녀의 시참 방송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게 되었기에, 게임 방송은 조금 더 진행됩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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