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5

        내가 선택한 무기는 당연히 ‘실드 크러셔’였다.

        내가 이 무기를 특히 마음에 들어 한 것이 아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실드 크러셔’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를 빨리 진행하느라, 다른 무기까지 만들 시간이 없었다.

       

        반면에 나와 함께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무기는 다양했다.

        자기들끼리 무슨 몬스터를 사냥할지 고민할 때, 자기들의 무기 조합도 고민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결정된 다른 참가자들의 무기는 다음과 같았다.

       

        투두두두두두!!

       

        탄환을 연속으로 날려 보내는 ‘슬링건’.

       

        쾅! 쾅! 쾅!

       

        묵직한 공격을 연속으로 날릴 수 있는 ‘해머’.

       

        챙챙챙!

       

        한쪽에는 큰 창이, 반대편에는 사슬검이 달려 있는 ‘사슬창’이라는 무기였다.

       

        – 가즈아!

        – ㄱㄱㄱㄱㄱ

        – 고릴라 사냥 가즈아!

        – 화이팅!

        – 힘내여!

        – 다들 파이팅!

       

        펑!

       

        쾅!

       

        시청자들의 응원과 함께, 참가자들의 공격이 몬스터에게 작렬했다.

        그리고 두 명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쿠당탕!

       

        콰당!

       

        “응?”

       

        뭐지? 왜 공격을 당했지?

        고르고라스의 공격을 회피하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들도 이 몬스터는 처음 사냥하는 것이냐?”

       

        = “아뇨?”

       

        = “아닌데요?”

       

        = “많이 사냥했죠?”

       

        “그런데 왜 공격을 당했느냐?”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이미 여러 번 사냥했다면, 당연히 저 몬스터의 패턴을 숙지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심지어 ‘헌터 난이도’가 적용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저들은 ‘일반 난이도’가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

        나보다도 회피 무적 시간이 넉넉하게 적용되고 있을 터인데, 도대체 왜……?

       

        = “게임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손이 아직 덜 풀렸습니다.”

       

        = “조작 실수로…….”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고르고라스의 공격을 모두 회피했다.

       

        – 와씨.

        – 저러면서도 할 건 다 하시넼ㅋㅋㅋ

        – 그런데 이 와중에도 패턴 파악 중이얔ㅋㅋㅋ

        – ㅋㅋㅋㅋㅋ

        – 진짜 웃기넼ㅋㅋㅋ

       

        휘리릭! 휘리릭!

       

        채팅창을 힐끔거리며 캐릭터를 조작했다.

        최대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며, 패턴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그 양상이 달랐다.

        나 혼자 게임을 할 때, 그때는 몬스터가 오로지 나만을 노렸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지금.

        몬스터는 오로지 나만을 노리지 않았다.

       

        = “으아악! 아악!”

       

        = “꺅!”

       

        “…….”

       

        몬스터는 나를 노리다가도 바로 다른 이를 노리고는 했다.

        마치 공격 한 번마다 4명 중 랜덤한 이를 노리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아마 그게 맞겠지.

       

        ‘이건 게임이니까.’

       

        문제는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고르고라스의 공격을 온전히 피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피한다고 피하는 것 같은데, 매번 몬스터의 공격에 맞고 날아갔다.

        그러고는 포션으로 회복하곤, 다시 무기를 들고 달려와 몬스터를 공격했다.

       

        나는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자꾸 공격을 맞는 것 같은데, 패턴 숙지가 미숙하다면 나처럼 회피하며 다시 패턴을 숙지하는 것이 어떠냐?”

       

        = “아, 예!”

       

        = “패턴은 대충 아는데요.”

       

        = “꺅! 살려!”

       

        퍽! 퍽!

       

        나는 또다시 날아가는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패턴 숙지는 대충 된 것 같고…….”

       

        어쨌든 패턴 숙지는 끝났으니, 이젠 나 역시 전투에 참여해야 하겠지.

        나는 무기를 든 채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언제든 몬스터의 공격을 패링하기 위해 준비했다.

       

        크워어어어어어!!

       

        = “으갹?!”

       

        = “어어어?!”

       

        = “엄마야!”

       

        “…….”

       

        물론 몬스터가 나를 공격했다면 말이다.

        기묘하게 나를 무시하는 몬스터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너무 웃기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몬스터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구나.”

       

        그렇다.

        내가 들고 있는 ‘실드 크러셔’라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막으며 ‘게이지’를 쌓고, 그것을 소모해 강한 공격을 날리는 형태의 무기다.

        즉…….

       

        ‘몬스터가 나를 공격하지 않으면 나 역시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나는 혼자서 사냥을 진행했고, 당연히 몬스터가 공격할 대상은 ‘내 캐릭터’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 이런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 엌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제 왜 방패가 꺼려지는지 아시겠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저래서 문제였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끙.”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실드 크러셔’라는 무기가 단순히 ‘재미없는’ 무기라는 이유로 인간들에게 외면받았던 것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다인 모드’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큥큥큥!

       

        그 순간 내 옆에 있던 여우 형태의 동반자.

        내가 ‘자예’라고 이름 붙인 동반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춤추기 시작했다.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며 동반자가 춤을 춘 일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나는 이번에도 그것을 무시하려 했다.

       

        크워어어어어!!

       

        “응?”

       

        ‘둥글게둥글게’를 공격하던 고르고라스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팅! 팅! 팅!

       

        “뭐냐? 이 몬스터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냐?”

       

        다른 참가자를 공격하던 놈이, 갑자기 눈이 돌아간 듯 나만을 공격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공격을 패링하거나 피하던 나는 의아한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답은 참가자들에게서 돌아왔다.

       

        = “어어? 뭐지?”

       

        = “……아! 그거네! 동반자 스킬!”

       

        = “아아! 그러고 보니 라나님, 여우 고르셨죠?”

       

        “응?”

       

        참가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동반자랑, 지금 이 몬스터의 모습이 무슨 상관일까?

       

        = “동반자마다 서포트 스킬이 있는데, 라나님이 고르신 여우는 도발이에요.”

       

        “도발?”

       

        = “네. 그래서 지금 몬스터가 라나님만 공격하는 거예요.”

       

        “아하!”

       

        그제야 몬스터의 이상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 역시 내가 ‘실드 크러셔’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솔로 모드’에서는 어차피 몬스터가 플레이어 캐릭터만을 노린다.

        그러니 굳이 ‘동반자’의 스킬로 몬스터의 공격을 자신에게 유도할 이유가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 내 동반자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 아닠ㅋㅋㅋㅋ

        – 솔직히 말할까 했는데, 혼자서도 잘하셔서 냅뒀는뎈ㅋㅋㅋ

        – 이제야 아시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사실상 헌터 난이도에서, 자체 하드모드로 게임 하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와. 생각해 보니까 라나님, 지금까지 동반자 스킬 없이 게임 하셨네요?”

       

        = “그러게요?”

       

        = “아, 저 탄환 떨어져서 잠깐 귀환할게요!”

       

        = “다녀오세요.”

       

        “…….”

       

        나를 놀리는 채팅창.

        나에게 감탄하는 참가자들.

        그 모든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말없이 몬스터의 공격을 패링했다.

        아이들에게 놀림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            *            *

       

       

        1번 참가자들과의 전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이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 해왔기 때문일까?

        그들의 장비는 나보다도 좋았고, 그들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몬스터의 체력을 깎아냈다.

        덕분에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사냥을 끝낼 수 있었다.

       

        – 와. 딜 지분 보소.

        – 아닠ㅋㅋㅋㅋㅋㅋ 왜 라나님 딜 지분이 비슷햌ㅋㅋㅋ

        – 장비 차이가 분명 있지 않나? 왜 딜링이 비슷햌ㅋㅋㅋㅋ

       

        = “헐.”

       

        = “와. 이게 되네?”

       

        = “와와와와와.”

       

        사냥이 끝난 후.

        사냥 결과가 나타난 표를 보며 시청자들과 참가자들이 모두 감탄을 터뜨렸다.

       

        “왜들 그렇게 놀라는 것이냐?”

       

        – 당연히 놀라죠.

        – 장비 차이가 있는데, 후진 장비로 종결템 맞춘 사람들과 딜 지분이 비슷하니까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지금 본인이 뭘 한 것인지 모르신닼ㅋㅋㅋㅋ

       

        = “이게…… 절대 라나님 놀리려는 것은 아니고요.”

       

        = “그러니까, 저희는 이 게임을 오래 했거든요? 그래서 템도 종결템으로 맞췄고요.”

       

        = “라나님과 저희가 주는 데미지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렇지.”

       

        당연한 말을 하는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무리 게임에 대해 무지하더라도, 그 정도는 안다.

       

        = “그런데 그런 라나님이 저희와 비슷하게 몬스터에게 딜을 가한 거예요.”

       

        = “네네네네네.”

       

        = “솔직히 이게 말이 안 되거든요.”

       

        “아하. 난 또 무슨 이야기하는가 했더니…….”

       

        그제야 나는 아이들의 반응과, 그 이유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란다.”

       

        = “네?”

       

        – ?

        – ??

        – ?

        – ?

        – 넹?

       

        “너희들이 몬스터에게 줄 수 있는 데미지는 나보다도 높겠으나, 너희들은 몬스터를 때리는 시간보다 맞고, 피하고, 구르는 시간이 더 많았지 않았느냐?”

       

        그렇다.

        아무리 장비가 좋고, 데미지가 높은 무기를 사용하면 무엇하는가?

        그 데미지를 제대로 줄 수 없다면, 그것들은 전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나는 몬스터의 패턴을 숙지한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몬스터의 공격을 패링하고, 피하고, 공격을 가했다.

        반면에 저들은 몬스터의 패턴과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을 버렸다.

        같은 시간 동안, 몬스터를 공격한 횟수는 내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 “오우.”

       

        = “네에에…….”

       

        = “힝…….”

       

        “??”

       

        담담하게 사실을 말했는데, 어쩐지 돌아오는 반응이 이상했다.

        의아한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니, 그곳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 속보 : 너희들은 게임 못한다고 선언…

        – 아닠ㅋㅋㅋㅋ

        – 아니라는 거 아는뎈ㅋㅋㅋㅋ 왜 돌려까는 것 같냨ㅋㅋㅋ

        – 겜 존나 못하네 시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악의가 없어서 더 긁힘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여전히 이해 못 할 상황에, 나는 다시 한번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의 악의 없는 ‘너희들 게임 진짜 못한다’ 공격!

    효과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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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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