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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이튿날.

       

        – 라하!

        – 라하라하

        – 안녕하세요!

        – 오늘도 좋은 점심!

        – 용하

        – 라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나는 언제나처럼 방송을 켰다.

        시청자들이 활기차게 채팅을 친다.

       

        – 어제는 개꿀잼이었음.

        – ㅋㅋㅋㅋㅋㅋ

        – 약속을 지켜 주시죠!

        – 우리는 이야기 약탈단이애오. 이야기 내놓으새오.

        – 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어제 마지막 레전드였어요.

       

        “에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나를 놀려 먹으려 드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뭐, 시청자들이 놀려봤자 나는 딱히 걸리는 부분은 없지만 말이다.

        그냥 시청자들이 재미있다면 상관없지.

       

        “그럼 오늘은…….”

       

        – 오는가?

        – 아아… 모르는가? 오늘은 바로 ‘그날’이다.

        – ㅋㅋㅋㅋㅋ

        – 기대기대

        – 약속 지키실거죠?

        – 초롱초롱!

        – ㅋㅋㅋ

       

        내가 입을 열자마자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감정을 보내지 않아도 약속을 잊어 버리지 않는다 이놈들아.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 오늘은 나의 옛날 이야기해 주마.”

       

        – 와아아아아아!!

        – 만세!

        – 라나님 최고!

        – 캬아아아!!

        – 치킨 시킬게요!

        – 만쉐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겁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잠깐 그런 고민이 들었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럼 오늘도 추첨을 하도록 하마.”

       

        – 왔다!

        – 크!

        – 젭알! 이번엔 젭알!

        – 두근두근

        – 진짜 떨린다!

        – 이번엔 꼭 우주선 이야기 후반부를!

       

        늘 사용하던 ‘추첨 기능’을 이용해 추첨에 참여할 시청자들을 모은다.

        그리고 적당히 참여할 이들이 전부 참여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추첨을 돌렸다.

        그렇게 추첨에 당첨된 이는…….

       

        “sutrain이로구나. 반갑다.”

       

        – 아.

        – 아싸!

        – 만세!

        – ㅎ

        – ㅎ

        – ㅎ

        – ㅎ

       

        뭔가 많이 부산스러운 느낌의 시청자였다.

        기쁨의 감정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냥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래. 그럼 나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으냐?”

       

        – 어어.

        – 잠시만요.

        – 그러니까.

        – 어

       

        당황한 듯 보인다.

        시청자가 진정하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자, 그제야 생각이 정리된 듯 떠듬떠듬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 라그나님은

        – 신들이랑

        – 만나신 적이 있나요?

       

        “신들이라?”

       

        그렇군. 그것이 궁금했던 것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제법 많은 신들을 만났다고 할 수 있지.”

       

        – 그럼 신들 이야기

        – 해주실수 있나요?

        – 예전부터 그게

        – 궁금했어요.

       

        무엇이 그리 급한지 문장을 끊어서 빨리빨리 채팅을 치는 시청자.

        나는 그런 시청자의 요청에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음…… 그런데 뭘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

       

        신들과 부딪쳤던 일들이 워낙 많다 보니, 딱 하나를 고르기가 애매했다.

       

        – 이젠 무슨 고민 하시는지 알 것 같음.

        – ㅋㅋㅋㅋㅋ

        – 딱 봐도 레퍼토리가 너무 많아서 고민하시넼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이젠 안 봐도 비디오임.

        – ㄹㅇㅋㅋ

       

        이젠 시청자들도 날 제법 알게 된 모양이다.

       

        “그래. 너희의 말대로, 워낙 다양한 경험들이 있다 보니 딱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구나.”

       

        – 어. 그럼.

        –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 그런 차원은 있었나요?

       

        “그리스 로마 신화?”

       

        낯선 신화 이야기에, 나는 잠시 인터넷 검색해 봤다.

        본체의 연산 능력도 빌려서 빠르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것의 내용을 훑어본다.

       

        “이것과 비슷한 차원이라면…… 몇 가지 있긴 하지.”

       

        – ㅋㅋㅋㅋㅋ

        – 이젠 안 놀람.

        – 오히려 없었다면 놀랐을 듯?

        – ㅋㅋㅋ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짝 무시한 채 고민에 들어갔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

       

        “뭔가 더 원하는 것이라도 있느냐?”

       

        – 아뇨.

        – 적당한 것으로

        – 부탁드립니다.

       

        “흠. 그래.”

       

        그렇다면 적당히…… 인간들의 방송에 내보내도 좋은 것으로 하나를 골라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중 적당한 경험담이 떠올랐다.

       

        딱!

       

        “그래. 그게 좋겠구나.”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            *            *

       

       

        나는 차원의 경계를 열어, 새로운 차원에 도착했다.

        언제 나와 같이 대량의 코즈믹 에너지가 소모되고, 짙은 탈력감이 몸을 감싼다.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룰’이 나를 강제하려 다가오고, 이내 내 ‘초월’에 의해 튕겨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 흠.

       

        이곳은…… 지구의 위성 궤도인가?

        옆에는 달이 보이고, 저 아래에는 지구가…….

       

        우우웅!!

       

        = ?!

       

        그 순간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공간의 일렁거림 건너편에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았을 때, 상대는 초월자가 분명했다.

       

        ‘어쩔까.’

       

        먼저 공격한다면 할 수 있겠으나, 나는 경계만 올릴 뿐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를 앞서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우우웅!!

       

        내가 경계심만 끌어올리는 사이, 공간의 일렁거림은 나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저항하려면 할 수 있었으나, 나는 나를 이동시키려는 공간의 일렁거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척! 척! 척!

       

        나를 둘러싼 초월자의 권속으로 보이는 인간 병사.

        그리고 그 권속들의 한가운데에서, 나를 바라보는 몇몇 초월자들.

        ……아니, 정확히는 신들이 있었다.

       

        = 나는 이 차원을 다스리는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다. 너는 누구지?

       

        이곳에 있는 신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긴 회색 수염을 쓸어내리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 반갑군, 하늘의 주신이여. 나는 하늘에 속한 존재를 멸하는 자이자,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자. 멸천룡 그랑 라그나라 한다.

       

        = ……멸천룡? 허? 설마?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가 두 눈을 부릅뜨며 놀라워한다.

        나는 그런 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날 아나?

       

        = 그래. 우리 신계는 초월자 네트워크와 협약을 맺었거든. 설마 소문이 무성한 3번째 ‘멸천(滅天)’의 초월자를 볼 줄이야.

       

        감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하늘의 주신.

        동시에 그의 뒤에 있는 다른 신들 역시 호기심 섞인 감정으로 나를 살핀다.

       

        그렇게 잠시 나를 관찰하던 하늘의 주신이 나에게 물었다.

       

        =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멸천룡이여. 나의 차원에 온 이유가 뭐지? 이 차원은 아직 멸망의 때가 아닐 텐데?

       

        = 하늘의 주신이여. 경계하지 않아도 좋다. 차원을 멸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의아한 얼굴이 된 하늘의 주신.

        나는 그와 그의 휘하에 있는 신들을 향해 말했다.

       

        =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여. 하늘의 멸망이자,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자로서 제안한다.

       

        = 음?

       

        = 나는 잠시 너희의 차원에 손님으로서 머물고 싶다.

       

        나의 말에 신들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            *            *

       

       

        – 와오.

        – 아닠ㅋㅋㅋ 무슨 호텔 온 것처럼ㅋㅋㅋㅋ

        – 이거 그건가? 사극에 보면 이리 오너라 하는 거.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너무 당당하신 거 아님?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인간들에겐 재미있는 부분인 것일까?

       

        – 약간 상상하던 것과는 다르네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초월자 네트워크는 뭔가요?

        – ㅋㅋㅋㅋㅋ

       

        “초월자 네트워크라는 것은,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임의로 번역한 것이란다.”

       

        정확한 명칭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 그저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초월자 네트워크다.

        어차피 초월자들은 텔레파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하기에, 딱히 정식 명칭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초월자 네트워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초월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몇몇 ‘연결’에 관련된 초월을 가진 초월자들이 하나의 차원에 모였을 때 만들어졌다는 초월자 네트워크는…… 음…….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뭐가 좋을까…….”

       

        – 인터넷인가요?

        – 인터넷?

        – 인터넷인 듯?

       

        “아니. 그건 아니란다.”

       

        인터넷은 확실히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아. 그거에 더 가까울 것 같구나.”

       

        – 그거?

        – 그거가 뭔데요?

        – 뭐예요?

        – 그거가 뭐임?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특정한 주제로 일정한 공간을 꾸미고, 그 안에서 여러 인간들이 기념품도 사고, 공연도 보고, 체험도 하는 그런 공간이 있지 않았던가?

        내 게임 방송에서도 한 번 나왔던 공간이었는데…… 이름이…….

       

        – 혹시 테마파크?

        – 놀이공원이요?

        – 놀이공원?

        – 테마파크 이야기인가요?

       

        “그래. 테마파크 말이다.”

       

        초월자 네트워크는 초월자들이 모여드는 특별한 차원이다.

        차원 하나를 통째로 개조하여, 오로지 초월자들만을 위한 차원으로 만들어 놓은 곳.

        수많은 초월자들이 모여들고, 거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특수한 차원이다.

       

        – 헐.

        – 그게 무슨 마경임?

        – 허미

        – 진짜 어메이징하네.

        – ㄹㅇㅋㅋ

       

        “뭐, 그런 차원이 있다고만 알 거라.”

       

        참고로 말하자면, 이전에 이야기했던 ‘초월자의 규율’도 그 초월자 네트워크에서 정해진 규율이다.

        그리고 그 초월자 네트워크에는 항상 수많은 초월자들이 상주하고, 수많은 초월자들이 왕래한다.

        인간들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초월자들의 가장 큰 국제 허브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더 가까운 표현은 ‘테마파크’가 더 가깝지만 말이다.

       

        – ㅎㄷㄷ

        – 헐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별게 다 있넼ㅋㅋㅋ

        – ㅎㄷㄷ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때의 나는 하늘의 주신과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몇 가지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그들의 차원에 머물며 코즈믹 에너지를 모으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지급한 대가는 다음과 같았단다.”

       

        1. 용금 10kg

        2. 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3.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물론 이것은 대표적인 사항만 추린 것이다.

        실제로 세부 사항은 더 복잡했고, 나 역시 이런저런 조건을 달았었다.

       

        – 조건이 너무 빡센 것 아닌가요?

        – ㅇㅇㅇㅇ

        – 이건 좀 불공정 거래 같은데요.

        – 흠.

        – 이건 좀.

       

        “나에게 불리한 계약 같다고?”

       

        나는 시청자들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불리한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은 공정한 계약이란다.”

       

        – ?

        – ??

        – ?

        – 엥?

        – 헐?

        – 왜용?

       

        내 말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품는다.

        그러기에 나는 그 의문에 답해주었다.

       

        “일단 용금은 문제 될 것이 없었지. 왜냐하면 나는 용금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어차피 내 초월을 흡수하며 계속 증식하는 것이 용금이다.

        그러니 용금을 대가로 지급하는 것은, 나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대가였다.

       

        “두 번째 조건 역시 당연한 것이란다.”

       

        그 차원은 ‘신들의 것’이다.

        이미 선점한 초월자들이 있고, 나는 그들의 손님으로서 잠시 그 차원에 머물게 된 것.

        그리고 주인 된 이들은, 손님이 자신들을 해하지 않을지 경계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나는 강하기 때문이다.”

       

        – 아.

        – 그러네.

        – 아 맞다.

        – 이 드래곤, 존나 쎘지 참?

        – 그러네.

        – 집 한구석에 SCP가 눈을 번뜩이고 있으면 존나 무섭긴 하겠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이집트 신화’ 같은 세계관에 방문했던 썰입니다.

    재미있게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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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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