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9

        시청자들의 채팅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아직 이해가 안 되는 이들이 몇몇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초월자들의 세계는 너희들이 아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에 가깝단다.”

       

        강한 초월을 가진 초월자가 약한 초월자를 잡아먹고, 노예로 부리고, 지배하는 것.

        모든 초월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것이 기본이다.

        왜냐하면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방식은 이 우주가 시작될 때부터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기 때문이다.

       

        – 와.

        – 신들의 세계도 무섭네요.

        – 무슨 선협물 보는 느낌이네.

        – ㅎㄷㄷ

        – 왜 그런거예요?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잠시 고민해 보다 적당한 표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너희 인간들은 국가와 공권력이라는 강력한 억지력을 두어, 인간들 사이의 폭력을 규제하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인간’에 한정된다.

        왜냐하면 이능력을 얻은 ‘헌터’들은 예외가 되니까.

        아니…….

       

        “너희 인간들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 권력을 가진 이들은 그 억지력이 통하지 않지 않으냐?”

       

        – 앜ㅋㅋㅋ

        – 뭔지 알겠네요.

        – 정치인들 비리 엄청나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니까요.

        – 저기 중동쪽은 헌터가 왕 한다던데.

        – 아하.

        – 이해가 딱 됐어요.

       

        “그래. 초월자들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란다.”

       

        인간들의 경우에는 ‘인간의 집단’이라는 강력한 억지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초월자들에겐 딱히 강력한 억지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다른 차원으로 떠나면 되니까.

       

        애초에 ‘초월자의 규율’이 ‘필멸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라는 단 하나의 조항만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초월자들은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 상대가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 번째 조건도 두 번째 조건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정해진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이것 역시 저들이 나를 경계했기에 내민 조건이었다.

       

        – 아하.

        – 그렇구나.

        – 뭔지 알겠습니다.

        – 아하! 이해했음.

       

        “그래.”

       

        어쨌든 나에게 딱히 해가 되는 조건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그 차원에 머무를 수 있었다.

       

       

        *            *            *

       

       

        신들이 나에게 배정해 준 장소는 망망대해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화산섬이었다.

       

        = 이곳은 깊은 심해의 고신, 도룬타님의 영역에 존재하는 엘렘케의 섬입니다.

       

        = 그래.

       

        나를 이곳으로 안내한 이는 자신을 신계의 파수꾼, 푸푸르마라 소개한 신이었다.

        중간계와 신계를 잇는 게이트의 문지기를 맡고 있으며, 평소에는 주신인 페르제스의 명령을 차원 곳곳에 전달하는 전령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머물 곳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었고.

       

        = 도룬타께는 이미 허락을 받았습니다. 떠나시기 전까지, 이 섬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 그러도록 하마.

       

        신계의 파수꾼은 몇 번 더 나에게 주의를 준 후 신계로 돌아갔다.

        모습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시선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당분간은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을 것 같았다.

       

        ‘뭐, 상관없나?’

       

        나는 진짜로 이들에게 해코지를 할 생각이 없으니까.

        어쩌다 보니 ‘멸천’의 초월을 이룩한 나는, 초월자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가 되었다.

        여기서 본연의 격을 높인다면 정말로 강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격을 높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내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니까.

       

        = 적당한 동굴이 있군.

       

        때마침 화산의 아래에서 적당한 용암 동굴을 발견했다.

        내가 따로 손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넓고 깊었고, 안쪽에는 적당한 크기의 용암 호수도 존재했다.

        이 정도라면 정말로 푹 쉬면서 코즈믹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겠군.

       

        풍덩!

       

        치이이익!

       

        느긋하게 마그마에 몸을 담근다.

        용금을 뚫고 느껴지는 온기에, 피로 했던 나의 몸이 노곤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초월을 이룩하여 수명의 한계를 벗어난 초월자라도, 역시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뜨끈한 곳을 찾게 된다.

       

        = 후! 좋군…….

       

        나는 마그마에 몸을 담근 채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            *

       

       

        시간이 흘렀다.

       

        철퍽!

       

        = 으음……. 잘 잤다.

       

        설정해 둔 알람에 따라, 오랜 잠에 빠져 있던 나의 의식이 부상한다.

        이어서 마그마에 담그고 있던 나의 몸이 천천히 마그마 밖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얼마나 흘렀지?’

       

        나는 굳은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 차원의 시간으로 따지자면…… 약 100년 정도 흘렀을까?

       

        각막에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옆으로 치우며, 이번에는 코즈믹 에너지의 양을 확인했다.

        평균적으로 100년 정도의 시간이면 코즈믹 에너지가 거의 충전되고는 했지만…….

       

        ‘코즈믹 에너지가 생각보다 더디게 모이는군.’

       

        이제 절반쯤 모인 코즈믹 에너지의 용량에, 나는 작게 혀를 찼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곳은 다른 초월자들이 이미 점거한 차원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차원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코즈믹 에너지의 흡수율이 달라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말이다.

       

        ‘100년 정도는 더 이곳에 머물러야 하겠구나.’

       

        겨우 100년의 시간이지만,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불쾌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드드드드드드-!!

       

        천천히 몸을 담그고 있던 마그마에서 몸을 일으켰다.

        100년 사이에 나의 용금에 의해 황금색으로 변질한 마그마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출렁거렸다.

       

        카각! 카각!

       

        타다닷!

       

        나의 용금에 의해 황금빛으로 변질한 이 차원의 생물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겨우 100년의 시간만이 지났을 뿐이건만, 마그마에 녹아내린 용금은 어느새 이곳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쿵! 쿵! 쿵!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섬의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100년 전과는 달리,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섬의 풍경이 보였다.

       

        = 쯧.

       

        내가 100년의 시간을 더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낀 이유가 이것이다.

        내가 머무는 곳은, 나의 용금에 의해 변질한다는 것.

       

        기본적으로 내 용금은 나의 남편의 것이었으나, 오랜 시간 내 초월을 흡수하며 반쯤은 나에게 맞추어졌다.

        그렇기에 용금은 금속을 지배하는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동시에 나의 ‘독’처럼 끊임없이 주변으로 퍼지고, 주변에 흡수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주변을 나에게 맞추어진 환경으로 변질시켜 버린다.

       

        ‘고작 100년의 시간으로도 이 정도의 변질이 일어날 줄이야.’

       

        최대한 출력을 낮추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내가 초월자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신들이 ‘신계’라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머무는 것도 같은 의미다.

        자신들의 초월에 의해 중간계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니까.

       

        그리고 나는 나의 초월에 의해 중간계가 변질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잘 만들어진 작품에 내가 황금색 잉크를 쏟아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지겨운 황금색을 입혀 버리다니…….

       

        = 후우~!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섬을 둘러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안내받은 이후 잠만 자느라 이 섬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지.

       

        크륵! 크르륵!

       

        캬르륵!

       

        천천히 해변가를 향해 나아가자, 이 섬에 서식하고 있었던 몇몇 생물이 나를 보며 이빨을 드러낸다.

        나에게 적대하기 위해서가 아닌, 갑자기 나타난 최상위 포식자인 나를 경계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물론 나에게는 하찮은 반항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콰드득!

       

        키에엑!

       

        단숨에 물어 죽였다.

        아무리 강대한 포식자라고 하더라도, 필멸의 존재가 어찌 초월자인 나에게 위협이 될까?

       

        ‘어디…… 이곳의 생물은 어떤 맛을 가졌는지 한 번 먹어볼까?’

       

        해변가에 자리 잡고 앉아, 느긋하게 먹잇감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렇게 100년만의 식사가 시작되려던 찰나였다.

       

        펄럭!

       

        = 음?

       

        나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황금빛이 언뜻언뜻 보이는 해변의 모래밭.

        그 위에 벌거벗은 인간 수컷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            *            *

       

       

        – 헉!

        – 너모 야해욧!

        – 어머 어머

        – 허미!

        – 야한 건 안 돼!

        – 힉!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방문한 그 차원은, 너희의 기준으로 기원전 청동기 시대 정도의 발전도를 가진 차원이었단다.”

       

        당연히 의복, 도구, 배, 항해술…… 그 모든 기술들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내가 발견했던 인간은 바닷물에 휩쓸려 온 모습이었고,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당연히 연약한 의복은 산산이 찢겨 나갔으리라.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이야기하는 것이니, 이상한 채팅을 치지 말도록 하거라.”

       

        – 네

        – 알겠습니다.

        – 넹ㅋㅋㅋ

        – ㅋㅋㅋ

        – 보통 저렇게 말하면 다들 놀리기 바쁜데, 여긴 안 그러네?

        – 넹

        – 네넹.

        – 여기서 채팅 잘못 놀렸다가는 큰일남.

        – ㄹㅇㅋㅋ

        – 평생 흑역사 대 방출됨ㅋㅋㅋㅋ

       

        채팅창이 좀 더 왁자지껄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를 놀리다가도 자기들끼리 놀고, 다시 나를 놀리고…… 참으로 재미있는 아이들이다.

        그래. 뭐든지 재미있을 때지.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볼까?”

       

        – 오?

        – 라나님이 문제를?

        – 오오오오!

        – 뭔데요?

        – 두근두근!

        – 다 맞춰버릴 거임!

        – 맞추면 상 있나요?

       

        “딱히 상은 없단다.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니까.”

       

        내 말에 아쉬워하는 반응이 간간이 나온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후, 문제를 내었다.

       

        “내가 과연 그 인간을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

       

        – ?

        – 어?

        – 으음.

        – 뭔가 있나?

        – 어라?

        – ?

        – ??

        – 구해준 것이…. 아닌가?

        – ?

        – 왜 저게 문제임?

        – ?

        – ?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라나님은 그 인간을 어떻게 하셨을까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