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37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수작 걸려다 당해 버린ㅋㅋㅋㅋ

        – wwwww

        – 개 웃기넼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한다.

        나는 조금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내 행동은 나에겐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상관이 없었던 이들에겐 조금 미안한 일이었지.”

       

        술 먹으며 잘 즐기던 다른 신들에게 미안한 짓을 해 버렸었다.

        물론 같은 무리의 구성원 하나가 나에게 잘못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 그런데 왜 화내셨어요?

        – 화내신 거 맞죠?

        – 그렇게 반응한 이유가 있나요?

        – ?

        – 조금 궁금함.

        – ㅋㅋㅋㅋ

        – ㅋㅋㅋㅋ

        – 왜 화내신 거에요?

       

        “그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단다.”

       

        첫 번째.

        그 여신이 나에게 신격을 사용하려 했던 것.

       

        아마도 그 여신은 자기 신격을 이용해 나를 유혹할 속셈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해를 끼칠 생각까지는 없었을 테지만…….

       

        “비록 본체는 아니나, 아바타인 ‘나’는 본체인 ‘나’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란다.”

       

        인간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보자면, 아바타인 나는 ‘나’를 대표하는 ‘사신’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거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입장을 짊어진다.

       

        – 아.

        – 그건 그럼.

        – ㅇㅇㅇ

        – 대사관하고 비슷한 건가?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런 나에게, 무리를 대표하는 우두머리도 아닌 구성원이 신격을 쓴다? 이것은 명백하게 무례한 행동이란다.”

       

        마찬가지로 인간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보자면…….

       

        “비무장인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칼을 들이댄 것이라고 해야 하나?”

       

        – 오우.

        – 바로 싸대기 갈기지 않은 게 용하네요.

        – 진짜 자비로운 처사였네.

        – 겁주는 정도면 싼 거지.

        – ㅎㄷㄷ

       

        시청자들이 내 말에 빠르게 납득했다.

        약간 극단적인 예시를 든 것 같았는데, 다행히 이해가 된 것 같았다.

        ……이해가 된 것 맞겠지?

       

        “두 번째 이유는 그 여신의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그 네페테르라는 여신은, 명백히 나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나의 아름다움에 그런 욕망을 품었던 것이겠으나, 문제는 내가 그런 종류의 감정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에 있었다.

       

        “내 남편이 그런 욕망에 의해 죽었으니까.”

       

        – 앗

        – 아아…

        – 그러네.

        – 앗! 아아…

        – 아앗….

       

        인간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나의 ‘역린’, 혹은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멸천의 초월을 조금 드러내는 것으로 연회장의 분위기를 망쳐 버린 것에는 이 부분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욱! 했달까?

       

        – 그럴 만하죠.

        – 트라우마는 어쩔 수 없음.

        – 이해합니다.

        – 쩔 수 없음

        – ㅎㄷㄷ

        – ㄹㅇㅋㅋ

       

        “세 번째 이유는, 내가 짝짓기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신이 나에게 달라붙었기 때문이지.”

       

        자고로 짝짓기를 거부하는 것은 생물로서의 권리다.

        짝짓기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오롯이 한 개체에게 주어진 자유.

        물론 나에게 자유를 행사할 힘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나에겐 그럴 힘이 충분하지 않던가?

       

        “그런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단다.”

       

        – 아하

        – 그렇군요.

        – ㅎㄷㄷ

        – ㅋㅋㅋㅋㅋㅋ

        – 납득됨.

        – ㅋㅋㅋㅋ

        – 그런데 굳이 짝짓기를 거부한 이유라도 있나요?

        – 예쁜 여신이었다면, 그냥 짝짓기 해도 되지 않나요?

        – 짝짓기가 아니라 섹…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ㅋㅋㅋㅋ

        – 전부 라나님에게 물들었엌ㅋㅋㅋ

        – 라들었엌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나는 채팅창에 올라온 질문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답했다.

       

        “분명히 아바타의 모습으로 인간과 짝짓기를 한 적이 있긴 하지. 아이를 출산한 적도 있었고 말이다.”

       

        – ㅇㅇㅇㅇ

        – 그렇죠.

        – 다산의 드래곤!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냥 한번 해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았을까요?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답했다.

       

        “방금 말했듯, 짝짓기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란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짝짓기를 거부한다는 선택했다.

        내가 그렇게 선택했으니, 그런 내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드래곤이란다.”

       

        – ?

        – ??

        – 네.

        – 드래곤 맞으시죠.

        – ㄹㅇㅋㅋ

        – 드래곤인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시청자들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드래곤임을 모르는 이들은 없으나, 진정으로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이들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송’에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바타엔 뿔과 꼬리가 존재하고, 가끔 본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의 대부분은 인간의 모습으로 하고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은연중에 나를 ‘인간’과 비슷한 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 어라?

        – ??

        – 그런가?

        – ?

        – ?

        – 어라? 어라라?

        – 응?

       

        “그러니 여기서 분명히 말하마.”

       

        이번 기회에, 나는 시청자들에게 밝혀두기로 했다.

       

        “나의 성적 취향은 같은 드래곤이다.”

       

        – ?!

        – 헉!

        – 아! 그러네!

        – 허미

        – 드래곤이니까 같은 드래곤이…

        – 이해했음.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거였넼ㅋㅋㅋㅋㅋ

        – 드래곤 처지에선 인간과 맺어지는 게 설마 퍼리…

        – 엌ㅋㅋㅋㅋ

       

        그제야 이해한 시청자들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시청자들이 조금 진정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네페테르와 같은 경우는 없었단다.”

       

        몇몇 신들이 나에게 사죄하러 오거나, 혹은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네페테르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연회가 끝난 후였다.”

       

       

        *            *            *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의 부름에, 나는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페르제스의 신전에 향하자, 이미 많은 신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왔군.

       

        “음.”

       

        10계 상위신을 비롯한 수많은 신들이 모여 있는 곳.

        나는 그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러자 페르제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쿠웅!

       

        = 모두에게 전한다. 그녀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화신(和身)’이다! 지금부터 그녀에게 테이토(이 세상의 이름)의 통행권을 부여하노라!

       

        우우웅!

       

        페르제스의 선언과 함께, 나의 아바타에 세상의 규율이 작용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차원의 존재이기에, 나를 거부하려던 세상이 나를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르제스는 말을 이었다.

       

        = 이 사실을 모든 이들에게 전하라! 우리 세상을 찾아온 손님에게 무례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 네!

       

        =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모든 신들이 바라보는 자리에서, 이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흥미롭게 주변의 신들을 바라보는 사이, 페르제스는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그곳을 바라보자, 그곳에선 두 눈을 천으로 가진 세 명의 여신이 있었다.

        페르제스의 시선이 닿자, 그들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 운명의 세 여신들은 손님의 화신에게 운명의 실을 걸도록.

       

        스윽.

       

        이 세상의 지성체들 모두의 운명을 관리하는 이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곤 세 여신 중 하나가 나의 아바타의 몸에 이 세상의 ‘운명’을 걸었다.

       

        슈르륵!

       

        “…….”

       

        그러자 나의 아바타가 이 세상의 운명에 묶였다.

        조금 답답하지만 나는 얌전히 이 구속을 받아들였다.

       

       

        *            *            *

       

       

        거기까지 설명한 순간, 시청자들이 나에게 물었다.

       

        – 구속?

        – 왜 구속을 받아요?

        – 그럴 필요가 있나요?

        – ?

        – 왜 그랬나요? (진짜 모름)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전에도 말했지만, 그 세상은 신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신들이 존재하는 세상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들을 ‘신’이라는 초월자들이 모든 것들을 주관한다.

        지성체들의 생과 사, 문화, 기술, 날씨, 심지어 운명까지 말이다.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농장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들은 농장이나 목장에서 농산물과 가축의 모든 것들을 관리하며 기른다.

        마찬가지로 신들은 하나의 차원에 속한 모든 것들을 관리하며, 지성체들을 키운다.

        그리고 인간들이 결과물을 수확하듯, 신들은 지성체들로부터 ‘신앙’이라는 결과물을 수확하는 것이다.

       

        – 헐.

        – 인간을 키운다니…

        – 혐 주의 좀…

        – 으메….

        – 헐퀴

        – ㅎㄷㄷ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내 생각에서는 여기서 불쾌감을 드러낼 이유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언제나처럼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내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하나의 차원은 신들에 의해 잘 관리되는 곳이란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관리를 받는 존재가 아닌, 전혀 다른 외부의 존재지.”

       

        즉, 나는 모든 것들이 계산된 그 세계에 나타난 변수 덩어리라는 것이다.

        내가 그 차원에 도착했을 때, 신들이 내 본체를 한 섬에만 둔 이유도 이것이다.

       

        “나의 힘을 두려워한 것도 있지만, 나의 존재로 인하여 인간들의 운명이 어그러지는 것도 피하려 한 것이지.”

       

        그리고 실제로 운명이 어그러진 존재가 있지 않았던가?

       

        – ?

        – ??

        – 누구요?

        – ?

        – 아.

        – 알겠다.

       

        “그래. 인간들의 왕자인 아케포라스 말이다.”

       

        심지어 그 인간과 연관된 요르라는 나라의 운명까지 함께 뒤바뀌었다.

        인간들의 운명을 관리해야 하는 신들은 아마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을 것은 분명했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알 것 같은ㅋㅋㅋㅋㅋ

        – 아악! PTSD온다!!!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런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그들은 나의 아바타에 제약을 가했던 것이란다.”

       

        내 아바타로 인해 신들이 계획한 운명이 어그러지는 경우를 벗어나기 위한 구속.

        그것이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몇 가지 절차를 끝마친 나는 마침내 인간들이 머무는 중간계로 내려갈 수 있었단다.”

       

        나는 탄산수를 홀짝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화는 좀 더 상세한 설명을 위해, 이야기 파트가 좀 적어졌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다시 그 때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