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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0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

        – 뭔 깡으로 까불었대냨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하급신이 나에게 시비를 건 것이 이들에겐 웃긴 일인가?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탄산수를 마시며 잠시 시청자들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진정했을 때,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요르의 항구에 정박했을 때, 나를 마중 나온 이들이 있었단다.”

       

       

        *            *            *

       

       

        “어서 오십시오!”

       

        “음?”

       

        배에서 내리는 내 앞으로, 일단의 인간 무리가 다가왔다.

        그중 가장 앞에 선 인간을 바라보니, 우람한 체격의 나이 든 인간이 서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멸천룡이시여.”

       

        “……누구냐?”

       

        처음 보는 인간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나이 든 인간은 서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접니다. 멸천룡님과 약속한 요르의 영웅. 아케포라스입니다.”

       

        “……아!”

       

        그제야 나는 그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반응에 아케포라스가 섭섭함을 표했다.

        그렇기에 나는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흠…… 미안하구나. 인간들은 생긴 것이 다 비슷하게 보여서 말이지.”

       

        “네? 그럴 수 있습니까?”

       

        아케포라스를 비롯해, 나를 따라온 다른 이들도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는 바라본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비유를 댈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같은 종 물고기의 생김새를 구분할 수 있느냐?”

       

        “아…….”

       

        “쩝.”

       

        “그러네.”

       

        그제야 이해한 듯, 인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다시 미소를 지은 아케포라스가 나에게 말했다.

       

        “성에 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나는 아케포라스를 따라 요르의 성으로 향했다.

       

       

        *            *            *

       

       

        성에 마련된 연회장이라는 곳엔 많은 식량…… 아니,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인간들이 있었다.

       

        ‘신들의 연회라고 했던가? 그곳과 비슷해 보이는군.’

       

        물론 음식을 비롯해 모든 부분이 다르지만, 그 형태만큼은 신들의 연회와 많이 유사했다.

        아마도 신들의 문화가 인간들에게 퍼졌기 때문이리라.

        자고로 자식은 부모의 것을 보고 배우기 마련이니까.

       

        디리링~♬

       

        아하하하!

       

        쨍!

       

        황금으로 만들어진 술잔에 과실주를 담아 마시는 인간들.

        그리고 연회장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인간 암컷들.

        어딘가 익숙한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아케포라스가 권하는 음식들을 먹었다.

       

        옴뇸뇸.

       

        “음. 맛있구나.”

       

        “하하하! 다행입니다!”

       

        아케포라스의 말은 맞았다.

        이전에 섬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 아케포라스는 자기 나라인 ‘요르’의 요리가 매우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반쯤 허풍이 들어간 이야기였으나, 또한 반쯤은 진실이 섞인 이야기였다.

        적어도 아케포라스 본인은 자기 국가 요리가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초대 약속을 받아들였고, 지금, 이곳에서 그의 말이 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들이 세운 다른 도시 국가의 요리들도 먹어 봤지만, 이 ‘요르’라는 나라의 음식은 다른 곳에서 먹어 본 인간들의 요리 중에서도 내 입맛에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었다.

       

        “위대한 국왕을 위하여!”

       

        “국왕의 손님을 위하여!”

       

        “누님과 요르의 왕을 위하여!”

       

        챙!

       

        나와 아케포라스가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나를 따라온 인간들과 아케포라스의 부하들은 함께 술잔을 부딪쳤다.

        그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확연하게 늙은 아케포라스의 모습이 보였다.

       

        “…….”

       

        젊었던 그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어났다.

        총명하게 빛났던 그의 눈빛에는 이제 단단한 묵빛이 새겨졌고, 활활 타올랐던 육체의 기세는 잘 다듬어져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건만…… 나와 인연을 맺었던 인간은 어느새 전성기의 끝에 들어서고 있었다.

       

        “아케포라스여. 나이를 먹었구나.”

       

        “네? 아… 그렇게 되었습니다.”

       

        내 말에 자기 얼굴을 매만지며 쓴웃음을 짓는 아케포라스.

        그는 어느새 지난 세월을 더듬듯, 아련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때부터 벌써 30년이 흘렀으니까요.”

       

        “나에겐 겨우 30년이라는 느낌이다만…….”

       

        “하하하! 위대하신 신수께는 짧은 시간이겠지요.”

       

        젊었던 그때처럼 호탕하게 웃어 버린 아케포라스가 술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입가에 흘러내리는 술을 팔뚝으로 닦아낸 후, 환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말했다.

       

        “사실, 멸천룡께서 이렇게 저를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약속하지 않았느냐.”

       

        “네. 하지만 30년이 되도록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서 말이지요.”

       

        “음. 그건 내 실수가 맞다.”

       

        드래곤과 인간의 시간 감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깜빡한 나의 실수가 맞았다.

        까닥 잘못했다가는 아케포라스가 죽은 이후에나 이곳을 찾을 뻔했다.

       

        그런 내 모습에 아케포라스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멸천룡께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자랑? 무엇을?”

       

        “이 도시. 이 나라. 저의 요르를 말입니다.”

       

        아케포라스가 팔을 뻗어 연회장 전체…… 아니, 이 도시를 가리켰다.

       

        “당신께 은혜를 입고, 다시 번화하게 된 이 나라를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나의 눈에 그의 순수한 감정이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자기 것을 자랑하듯, 나에 대한 감사와 친애의 감정이 말이다.

       

        “가능하다면 당신께서 구하신 제 어머니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음.”

       

        그래.

        태양신의 아이를 출산한 요르의 공주이자, 아케포라스의 어머니 되는 인간.

        그녀는 4년 전에 죽었다고 했다.

       

        잠시 슬픔의 감정을 보였던 그는 다시금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멸천룡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 역시, 약속을 지켜 주어 고맙구나.”

       

        “저희 나라의 은인이신데, 겨우 식사 대접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나의 말에 아케포라스는 다시 한번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 오

        – 평화롭네요?

        – 왜 평화로움?

        – 뭔가 폭풍전의 고요같음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용하

        – ㅋㅋㅋㅋㅋㅋ

        – 젠장! 방송 늦게 들어옴!

        – ㅋㅋㅋㅋ

       

        “이런. 방송 시간이 반 이상이나 지났는데, 이제서야 내 방송에 들어오다니.”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무시할 수 없는 채팅을 발견하고 말았다.

        내 방송에 이제야 접속한 이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흠…… 이야기라는 것은 중간부터 듣게 되면 좋지 않은데…….”

       

        그렇다고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소수를 위해서 이야기를 다시 해주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늦게 들어온 이들은 ‘다시 보기’였던가? 그 녹화 영상으로 확인하거라.”

       

        – 넹

        – ㅋㅋㅋㅋㅋ

        – 역시 본방사수가 제일이지.

        – 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이 와중에 채널 홍보하시는 라나님이면 개추!

        – 개추!

        – 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우연이긴 했지만, 본래도 여기서 잠시 말을 끊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일단…… 여기까지는 평화로웠단다.”

       

        – ‘그런데’가 나올 차례 같은데요?

        – 어우.

        – 바로 그런데가 나올 것 같음.

        – ㅋㅋㅋㅋㅋ

        – ㅋㅋ

        –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 혹시 그 하급신인가 뭔가가?

       

        “잘 아는구나.”

       

        몇몇 시청자들이 눈치를 챈 것 같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로잡았던 그 하급신. 그 녀석의 상사가 등장했단다.”

       

       

        *            *            *

       

       

        우우웅!!

       

        “응?”

       

        “뭐지?”

       

        “?!”

       

        한참 연회를 즐기고 있던 그 순간, 연회장의 허공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명백히 이상 현상이었기에 인간들은 황급히 물러섰고, 자신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즉시 마시던 술을 내버린 채 무기로 쓸법한 것들을 쥐었다.

        그것은 내 옆에 앉아 있던 아케포라스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는 사이에도 허공의 균열은 점점 그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간이 열리고, 그 안에서 여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인간들이여. 모두 무기를 내려놓아라.

       

        “헉?!”

       

        “여신님?!”

       

        자기 신격을 어김없이 내보이는 여신의 등장에, 인간들은 혼비백산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이 차원을 다스리는 신에 대한 필멸자의 당연한 자세였기 때문이었다.

       

        “여, 여신이시여. 이 미천한 곳엔 어찌하여…….”

       

        = 요르의 왕이여. 영웅 아케포라스여.

       

        아케포라스가 머리를 바닥에 대며 부복하자, 여신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여신이 몸소 이곳에 행차한 이유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 나의 아이가 불온한 이에 의해 붙잡혔다.

       

        “아, 아이라 하옵시면…….”

       

        = 행운과 불운을 가져오는 악동, 엔델로 말이다.

       

        그 순간 여신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이 강해졌다.

        그것은 여신의 기분을 대변하듯, 주변의 존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흡!”

       

        “흐윽!”

       

        = 감히! 나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인 네페테르의 아이를 건드린단 말이냐!

       

        “여, 여신이시여. 부디 화를 가라앉히소서!”

       

        분노를 드러낸 여신 네페테르의 앞에서, 아케포라스가 황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여신은 필멸자의 말에 쉽게 화를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두 눈에 분노를 가득 담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 저놈이다! 저놈에게서 내 아이의…… 어라?

       

        “…….”

       

        그리고 날 발견한 여신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혹감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여신.

        그리고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음식을 먹는 나.

        마지막으로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눈치만을 살피는 인간들.

       

        침묵만이 흐르는 연회장에서, 마침내 여신이 침묵을 깼다.

       

        = 멸천룡께서…… 왜 여기에?

       

        “초대받았다.”

       

        내 대답에 여신의 얼굴이 구겨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님이 왜 여기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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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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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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