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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3

        “본래는 중간에 인간들과의 사건이 조금 있었는데…… 그건 넘기마.”

       

        – 헐.

        – 썰 좀 더 풀어 주세요!

        – 젠장!

        – 뭔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궁금하네.

        – 크으윽!

        – 시간! 시간만 더 있었어도….

       

        내 말에 시청자들이 아쉬워한다.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 이야기 못 하는 것이 아니란다.”

       

        – ?

        – ??

        – ?

        – ???

        – 그럼요?

        – 이유가 뭔가요?

        – ?

       

        “이게…… 자세히 이야기했다가는 ‘방송 심의’였던가? 너희 인간들의 방송 규칙에 저촉되는 일화가 많기 때문이란다.”

       

        물론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느라 옛날이야기를 많이 진행하지 못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남은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자면, 현재 내가 머무는 이쪽 인간들의…… 윤리였던가? 아니, 사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쪽으로 문제가 되는 이야기들이 섞여 있기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 헐.

        – 야한 이야기인가?!

        – 19금이?!

        – 궁금하다!

        – ㅎㄷㄷ

        – 발그레….

       

        “야한 이야기도 있긴 한데…….”

       

        어떤 도적들이 다른 도시 국가의 10살이 된 왕녀를 납치해서 강간했다는 이야기라든가.

        굶주림의 저주를 받은 인간이 자기 아들딸들을 전부 잡아먹다가 괴물이 된 이야기라든지.

        어떤 마녀가 아름다운 여인의 목을 자르고 자기 목을 붙여서 육체를 바꾼 이야기라든지.

        나에게 자기 아이를 낳아 달라고 외치며 덤벼든 인간의 이야기라든지.

        괴물이 나타나 인간들의 뇌를 파먹은 이야기라든지…….

       

        – Aㅏ…

        – 안 들어도 될 듯.

        – 관심 껐습니다.

        – 그냥 정상적인 이야기만 해주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안 궁금해졌음.

        – 19금이 그 19금이었냐고욬ㅋㅋㅋㅋ

        – 고어랑 스릴러는 좀 그럼.

        – 페도는 좀……

       

        “음.”

       

        대략적인 요약을 듣자마자 시청자들이 모두 고개를 젓는다.

        이런 사건·사고는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일 텐데…… 왜 이쪽 인간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하는 것일까?

       

        “뭐,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마.”

       

        여신이 큰소리치고 떠나간 지 30일 정도가 흘렀을 때쯤.

        ……아니, 45일 정도였던가? 워낙 오래전 일이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기억 이슠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걸 기억 못하시면 어째욬ㅋㅋㅋ

        – ㅋㅋㅋ

       

        “시끄럽다.”

       

        어쨌든 대략 그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나는 신계로 향하게 되었단다.”

       

       

        *            *            *

       

       

        나를 데리러 온 푸푸르마를 따라 신계로 이동한다.

        중간계 특유의 물렁물렁한 느낌이 아닌, 신계 특유의 중압감이 내 아바타를 짓누른다.

       

        ‘딱 좋군.’

       

        아무래도 중간계는 내가 조금만 실수해도 그대로 부수어질 것 같아서 많이 조심하게 된다.

        실제로 힘 조절을 까닥 잘못했다가는 내 본체가 지내는 섬처럼 용금의 영향으로 변질되어 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그에 반해서 ‘신계’는 편하다.

        애초부터 초월자가 지낼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진 차원이라서 그런가?

        적당히 힘을 행사해도 차원이 잘 버텨준다.

       

        =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당히 해주십시오. 아무리 신계라고 하더라도, 멸천룡님의 힘을 매번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음…….”

       

        푸푸르마의 말에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매번 힘을 빼고 지내서 몸이 좀 쑤셨는데, 아쉽게 되었다.

       

        “신계가 이렇게 약해서 되겠느냐?”

       

        = 그건 멸천룡님이 과하게 강하신…… 아니, 아닙니다. 그냥 저희 차원 자체가 많이 약합니다.

       

        푸푸르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내 초월이 ‘멸천’이라서 그렇다고 왜 말을 못 하는 것인지…….

        나를 두려워하는 것 정도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저런 말을 못 할 정도로 내가 겁을 준 적은 없지 않나?

       

        그렇게 우리는 일 전에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향했다.

       

        “호오.”

       

        이전에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은 이곳은 그때의 분위기 따윈 온데간데없었다.

        시끌벅적했던 분위기 대신,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라면…….

       

        = 왔군.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화신이여.

       

        “반갑군.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

       

        인간들이 말하는 ‘법정’과 비슷한 분위기의 단상에 올라가 있던 페르제스가 나를 반긴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그곳에는 처음 보는 신과 여신 네페테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신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 부르지 않았다. 네페테르가 비공개를 원해서 말이지.

       

        = 허나,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공개 재판으로 바꾸겠습니다.

       

        페르제스의 말을 이으며, 처음 보는 남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처음 보는 신은 아니다. 이전에 연회장에서 언뜻 본 기억이 나니까.

       

        “너는 누구지?”

       

        = 제대로 된 소개는 처음이겠군요. 저는 10계 상위신 중 하나이자, 법과 재판의 신, 벤마라고 합니다. 이번 재판의 판결을 맡고 있습니다.

       

        “그렇군.”

       

        법과 재판의 신이니, 이번 사태에 관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 애초에 초월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이니, 그 외에는 적임자가 없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여신 네페테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네페테르가 덜덜 떨리는 몸으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 왜…… 일이 이렇게…….

       

        “…….”

       

        = …….

       

        = …….

       

        나를 비롯한 다른 두 신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나야 ‘딱한 아이로다…….’라는 생각뿐이었지만, 페르제스와 벤마의 표정은 ‘이 사고뭉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라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느낌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 그들도 이번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 테니까.

       

        = 큼큼! 지금부터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 네페테르’가 요청한 비공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는 벤마, 그리고 판결을 내리는 주신 페르제스.

        마지막으로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나와 네페테르.

        이렇게 단 네 명으로만 이루어지는 약식 재판.

       

        슬쩍 네페테르를 바라본 벤마가 한숨과 함께 재판의 시작을 선언한 순간, 그의 초월이 이 공간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초월…… 아니, ‘법과 재판의 신’으로서의 신격이 이 공간에 특수한 규칙을 강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거짓된 증언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있겠지?

       

        = 우선……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화신께 묻겠습니다.

       

        “그래.”

       

        =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벤마의 질문에 나는 용금을 뽑아냈다.

        그리고 용금을 이용해 ‘그때’의 일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엔델로라는 하급신이 나에게 수작을 부리려고 했고, 나는 반격해서 그를 포획했다는 것까지.

       

        = 끙…….

       

        = 하아…….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내 말에 페르제스와 벤마가 한숨을 내쉰다.

        페르제스의 경우엔 손으로 뒷목을 붙잡기까지 했다.

       

        = 여신 네페테르께 묻겠습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전…… 그냥 제 신전에서 있었는데…… 갑자기 제 아이와의 연결이 끊겨서…….

       

        여신 네페테르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때의 일을 설명한다.

        법과 재판의 신인 벨마의 신격이 지배하는 공간이기에, 그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울먹거리면서도 할 말을 다 했다.

       

        “…….”

       

        좀…… 안쓰럽군.

        그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많을텐데, 어쩐지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 기분탓이겠지만.

       

        그렇게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 강함을 짐작하고 있을 페르제스는 물론이고, 공정한 재판을 자기 신격으로 삼고 있는 벨마까지 공정한 재판을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서 네페테르가 억지를 부린다거나 했다면 재판이 피곤해졌을 테지만, 신기할 정도로 그녀는 재판에 협조적이었다.

       

        ‘그렇게 어리석은 여신은 아니었나?’

       

        아니…… 그보다는 저번 연회장에서 내 초월을 느꼈던 공포감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겠지.

        이곳에는 지켜보는 이들도 거의 없는 데다, 나에 대한 공포감이 남아 있기에 허튼짓을 할 생각조차 못 하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그들의 우두머리이자 주신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제스조차 나에게 조심스러워한다.

        그런 상황에서, 투신(鬪神)조차도 아닌 여신이 자존심 하나로 나에게 허튼짓을 할 리는 없겠지.

        만약 그랬다면 ‘정말로 어리석은 여신’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 후우~! 결국 여신 네페테르에겐 죄가 없습니다.

       

        = 그래.

       

        어쨌든, 결과적으로 네페테르에겐 죄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그저 자기 아이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채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 멸천룡께서 원하신다면 가벼운 처벌은 가능하겠습니다만…….

       

        “아아. 되었다. 아이를 위하는 모성애는 나도 잘 아는 바이니.”

       

        그렇게 네페테르에 대한 판결은 끝났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나’와 ‘하급신 엔델로’라는, 여신 네페테르의 아이와의 재판이다.

       

        = 재판에 앞서…… 멸천룡께 부탁하겠습니다. 엔델로를 풀어 주시겠습니까?

       

        “흠…… 필요한 일이냐?”

       

        = 멸천룡님의 진술만으로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인정하마.”

       

        벤마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나는, 하급신이 갇혀 있는 용금 구슬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강력한 지배력으로 압축하고 있던 용금 구슬의 봉인을 풀었다.

       

        파아앗!

       

        촤르르륵!

       

        내 아바타의 주먹만 한 크기로 압축되어 있었던 용금 구슬이 풀리며,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용금이 폭발하듯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액체 금속들을 지배력으로 조종하며, 용금의 한가운데에 붙잡혀 있었던 고깃덩어리…… 아니, 하급신 엘델로를 재판장의 한가운데에 떨어뜨렸다.

       

        철퍽!

       

        쿠당탕!

       

        = 컥! 콜록! 콜록!

       

        = 엔델로!

       

        그저 짓눌린 고깃덩어리는 용금이라는 방해물을 벗어나자마자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했다.

        그렇게 원 상태로 돌아온 엘델로를 향해 네페테르가 달려가 끌어안는다.

        자기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니, 조금 철이 없어도 모성애만큼은…….

       

        =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철썩! 철썩! 철썩!

       

        = 어, 엄마?! 자, 잘못했어요!!!!

       

        “?!”

       

        갑자기 자기 아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하는 여신의 모습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            *            *

       

       

        – ?

        – ??

        – 그냥 궁디팡팡한 것 아님?

        – 체벌 아닌가요?

        – ?

        – 왜인가요?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한다.

        그렇기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이건 그냥 내 착각이어서…….”

       

        – ??

        – ?????

        – ????????? 

        – ?

        – 뭐지? 이 반응?

        – 뭘 숨기고 계신 겁니까?!

        – ???

       

        “음…….”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보였다.

        그렇기에 나는 신음을 흘리다, 천천히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희 인간들은 어머니가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는 것이 ‘체벌’의 의미지?”

       

        – 넹

        – ㅇㅇㅇㅇ

        – ㅇㅇ

        – ㅇㅇㅇㅇㅇㅇ

        – ㅇㅇㅇ

        – 맞아요.

        – 맞아영

       

        “그런데 드래곤들에겐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단다.”

       

        드래곤은 엉덩이와 가까운 부위에 꼬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꼬리를 섬세하게 움직이기 위하여 근육과 신경이 세밀하게 분포한다.

        진화 방향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그렇다.

       

        그렇기에 드래곤에게 엉덩이를 때린다는 것은, 일종의 ‘구애’의 표식이 된다.

        왜냐하면 신경이 세밀하게 분포한 부위를 남이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 아닠ㅋㅋㅋㅋ

        – 엌ㅋㅋㅋ

        – 무슨 고양이냐곸ㅋㅋㅋㅋ

        –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엉덩이쪽이…..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러니까 라나님 눈엔 설마…..

       

        “난 어미가 아이에게 구애를 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란다.”

       

        그래서 화들짝 놀랐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인간의 신체’와 ‘드래곤의 신체’는 그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제정신을 차렸지만 말이다.

       

        “정말로 깜짝 놀랐었지.”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우리도 놀랐음ㅋㅋㅋㅋ

        – 제발 깜빡이 좀 켜 주세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드래곤이 너무 막들어옴ㅋ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채팅창이 다시금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들은 고양이처럼 궁디팡팡 해주면 좋아하는 수준…… 이 아니라 깨물지도 모름.

    드래곤을 만날 때는 성희롱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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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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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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