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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5

        한참 이야기를 하던 나는 잠시 이야기를 끊었다.

        그러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그래서요!

        –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는데요?!

        – 빨리빨리!

        – 아! 뜸들이지 말아 주세요!

        – 갸아아아악!!

        – 드래곤도 육수 끓인다!!!

       

        “잠깐 탄산수 좀 마시고 나서 해 주마.”

       

        꼴깍꼴깍!

       

        시원하게 탄산수를 마신 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따가운 감촉은, 언제 느껴도 참으로 신기하다.

       

        – 이제 이야기요!

        – 큭! 더 버티기가…

        – 빨리빨리!

       

        “알겠다. 나 원 참…….”

       

        그 짧은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야 했다.

        하여간에…….

       

        “그래.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가 신기를 휘두르는 것까지 이야기했었지?”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여신 네페테르의 아이인 엔델로를 향해 신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행동을 나섰다.

       

        “나는 그의 검을 막아 냈단다.”

       

       

        *            *            *

       

       

        한줄기 번개가 되어 하급신을 절단하려는 검을 향해, 나는 손에서 뽑아낸 용금을 휘둘렀다.

        그리고 나의 용금과 신검이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파스스스……!!

       

        나의 용금에 막힌 페르제스의 신검이었지만, 그것을 막아 낸 나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대량의 용금을 뽑아냈으나, 그 용금들이 그대로 소멸했다.

       

        ‘분노가 컸나 보군.’

       

        비록 본체가 아닌, 아바타가 다룬 남편의 초월이었으나… 용금은 본체의 ‘멸천의 초월’조차도 제대로 봉인하고 있던 강력한 ‘봉인구’였다.

        그런데 그것을 소멸시켰다는 소리는, 이번 공격에 페르제스가 대량의 힘을 동원했다는 소리였다.

       

        = 무엇이냐 멸천룡! 우리 신들의 일이다! 끼어들지 마라!

       

        나에 의해 공격이 막힌 페르제스가 나에게 일갈한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격에 의해, 내 아바타의 몸이 찌릿찌릿 거린다.

        기세가 대단하군.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여. 그 말은 옳지 않다.”

       

        = 뭐라고?

       

        “나는 저 아이에 의해 피해를 보았다. 그렇기에 이 일은 너희 신들만의 일이 아니다. 나에게도 이 일에 끼어들 권리가 있다.”

       

        = ……맞는 말이군.

       

        스스스…….

       

        페르제스의 온몸에서 피어오르던 전의(戰意)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신격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신 그 신격들은 무분별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오로지 엔델로에게 향할 뿐이었다.

       

        = 히이익?!

       

        페르제스가 날린 번개의 감옥에 갇힌 채 덜덜 떠는 엔델로.

        그런 아이를 노려보던 페르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래. 멸천룡이여. 어떻게 하길 원하나?

       

        “이미 전례가 있지 않았나?”

       

        = 전례…….

       

        아케포라스와 나를 엮게 만들었던 그 사건.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의 일을 언급하자, 페르제스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때의 사건과 지금의 사건은 비슷했다.

        몇 가지 다른 점은 존재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손님’인 나를 신들 중 하나가 해를 끼치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의 사건을 토대로 볼 때, 나는 저 하급신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를 얻는다.

       

        = 그, 그것은 안 됩니다!

       

        여신 네페테르가 황급히 다가와 우리의 앞에 무릎 꿇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의 최후를 목격한 신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는 자비를 베풀어, 칼리파의 머리만은 넘겨주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본래 가지고 있던 힘도 태반을 잃을 것이 분명하지만 언젠가는 부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몰골로 돌아온 칼리파의 모습을 본 신들은, 나에 대한 공포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유도한 것이고, 신들이 함부로 나에 대한 도발을 시도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급신 엔델로’라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 물러서라 네페테르.

       

        = 페르제스시여! 제발! 제 아이는 안 됩니다!

       

        “흠…….”

       

        자기 아이를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모성애가 눈물겹다.

        하지만 나는 여신 네페테르를 동정하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여신의 모성애를 동정하는 것과, 나의 안위를 위협한 적을 물리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니까.

       

        = 페르제스시여.

       

        = 벤마. 무슨 일이지?

       

        = 법과 재판의 신으로서,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 ……그러라.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의 분노에 잠시 물러서 있던 법과 재판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 이번 사건은, 지난번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의 사건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음.”

       

        맞는 말이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 차이점은 있습니다. 그때는 멸천룡님의 본체를 노렸고, 이번에는 화신을 노렸지요.

       

        = 그렇지.

       

        “그건 맞다.”

       

        맞는 말이었기에, 나와 페르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의 동의를 얻은 벤마는 말을 이었다.

       

        = 그렇기에 그 징벌을 다르게 하는 것이 옳으나, 죄인에겐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벤마의 시선이 여신 네페테르와 하급신 엔델로에게 향했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저번과 마찬가지로, 엔델로의 처벌은 멸천룡께 일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 벨마!

       

        벤마의 말에 네페테르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 질렀다.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시냇물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저것도 신격과 신앙의 영향인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신앙과 신격이 있어야 저게 되는지 신기하다.

       

        = 물론 지난번과 완전히 같은 처벌은 아닙니다.

       

        “음?”

       

        = 그럼 무엇이지?

       

        나와 페르제스의 의문에, 벤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지난번에는 멸천룡님의 본체가 관련되었기에, 멸천룡님의 본체께 칼리파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멸천룡님의 화신이 관련된 사건입니다. 그러니…….

       

        “즉, 내 본체가 아니라 내 아바타만으로 저 아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소리냐?”

       

        = 그렇습니다.

       

        “흠…….”

       

        = 음…….

       

        벤마의 말에 나와 페르제스는 동시에 팔짱을 낀 채 고민에 들어갔다.

        페르제스의 생각은 모르겠으나, 내 머릿속에서는 벤마의 말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일단 난 피해자가 맞다. 그리고 저들도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벤마의 판결은 과연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상으로 적절한 것인가?

        이의를 제기해야 할까? 아니면 넘어가야 할까?

        만약 이의를 제기한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

       

        그런 수많은 것들을 머릿속으로 궁리해 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여신 네페테르의 눈빛과, 여전히 나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하급신 엔델로의 눈빛을 보고 결정했다.

       

        “좋군. 나는 그 판결에 동의하지.”

       

        = ……괜찮겠소?

       

        내 말에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가 나에게 묻는다.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다. 다만…….”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나는 하급신 엔델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아이와 싸울 만한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겠는가?”

       

        = ……알겠소.

       

        나의 생각을 짐작한 것인지, 페르제스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격을 거둔 채 먼저 자리를 떠나가는 페르제스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런 나에게 여신 네페테르가 다가왔다.

       

        =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눈물로 시냇물과 강을 만들어낸 네페테르가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신이여. 왜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지?”

       

        = 그야…… 제 아이를 살려주셨으니…….

       

        무언가를 착각하는 여신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신이여. 나는 네 아이를 살려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 네? 그, 그건 무슨…….

       

        “단지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나의 시선이 엔델로에게 향했다.

        벨마에 의해 포박된 채 끌려가는 하급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여신에게 말했다.

       

        “이곳의 시간으로 10일의 말미를 주마. 그동안 최대한의 준비를 시키도록.”

       

        = !!

       

        충격을 받은 듯한 여신을 뒤로한 채, 나 역시 그곳을 떠났다.

        이제 10일 후가 기대되는군.

       

       

        *            *            *

       

       

        – 여신 뭐임? 

        – 왜 아들이 살았다고 김칫국 마시는 건가요?

        – ㅋㅋㅋㅋㅋ

        – 여신 개 웃기넼ㅋㅋㅋ

        – ㅋㅋㅋ

        – 역시 그 아들에 그 어미인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나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왜냐하면,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내 아바타가 그 상대였기 때문이란다.”

       

        기본적으로 내 본체는 신들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다.

        두터운 용금으로 몸을 보호받고 있었고, 그 안쪽에서는 ‘멸천의 독’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비록 본체가 초월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격이 낮다고는 하더라도, 멸천의 초월은 ‘격의 차이’로도 함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얼마 안됨?

        – 아닠ㅋㅋㅋㅋ

        – 그래도 몇천 년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ㅋ

        – 스케일 진짜 미쳤넼ㅋㅋㅋ

        – ㄹㅇㅋㅋ

       

        “어허. 고작 몇천 년으로는 초월자들 앞에서 자랑도 못 한다.”

       

        어쨌든 본체로서의 나는 신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아바타라면?

       

        “내 아바타 역시 대단하지만 신들과 본격적으로 싸울 정도는 아니란다.”

       

        신들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초월자에 속하지만 내 아바타는 완벽한 초월자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본체가 아닌, 분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잘 쳐봤자…… 초월자에게 힘을 받은 권속 정도라고 해야 할까?”

       

        하급신 엔델로가 방심했기에 내가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순식간에 제압할 수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렇기에 내 결정에 페르제스가 걱정을 표했던 것이었고, 네페테르가 감사를 표했다.

       

        “내가 엔델로의 선처를 우회하여 표현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하나는, 나는 아바타만으로 엔델로를 처단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비록 본체를 이용할 수는 없게 되었으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아바타로서 싸우게 되었으나, 나는 아바타를 이용해 엔델로를 죽일 작정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 ‘적’이었으니까.

       

        “나는 나의 ‘적’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 진짜 독하시넼ㅋㅋㅋ

        – ㅋㅋㅋㅋㅋ

        – 하긴. 원래 독룡이셨짘ㅋㅋㅋㅋ

        – ㅋㅋㅋ

       

        “두 번째는, 그때의 아바타는 ‘전투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 ?

        – ??

        – 엥?

        – ?????

        – 에엥?

       

        내 말에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연신 ‘?’를 표시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몰랐느냐?”

       

        – 아닠ㅋㅋㅋ

        – 그걸 어떻게 알아욬ㅋㅋㅋ

        – 아바타에도 전투용이 있음?

        – ㅋㅋㅋㅋㅋ

       

        “사실 따로 전투용이라고 정한 것은 없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바타는 본래 ‘드래곤인 내가 다른 지성체들과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낸 육체’였다.

        즉, 기본적으로는 ‘소통’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호신 수단은 존재하지만 그 이상의 전투력을 불필요한 것이다.

       

        – 그래도 필요한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

        – 더 강한 놈이 나타나면요?

        – 이번처럼 신에게 공격당하면요?

        – 전투용 제대로 만들어 보심이?

       

        “전투가 필요하면 뭣 하러 아바타를 사용하느냐? 그냥 내 본체가 나서면 되지.”

       

        – 아.

        – Aㅏ….

        – 앗아아….

        – 그러네

        – 우문현답이다.

        – ㅋㅋㅋㅋㅋ

        – ㅋㅋ

        – 앗아…

       

        내 말에 시청자들이 모두 납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디까지나 ‘대화용’인 아바타.

    그런데 이제 국가권력급 화력을 가진….

    다음화나 다다음화쯤에 이번 이야기도 끝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무슨 콘텐츠를 들고 올지 고민 중입니다. ㅎㅎ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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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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