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7

        새로운 날이 밝았다.

        나는 방송을 켰다.

       

        – 라하!

        – 라하라하

        – 반가워요!

        – 라하

        – 용하

        – 하이용!

        – 점심 먹으면서 라나님 방송 보기 우마이!

       

        “반갑구나 아이들아.”

       

        언제 나와 같이 과장이 잔뜩 섞인 시청자들의 채팅을 바라보며 나는 방송을 시작했다.

        시작은 늘 그렇듯이 ‘잡담(Just Chatting)’부터다.

       

        “그래. 어제부터 오늘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느냐?”

       

        – 밥 먹고 자고, 다시 일어났어요.

        – 힝… 과장이 자꾸 괴롭혀요.

        – 너무 슬픔.

        – 엄마랑 싸웠어요.

        – ㅠㅠㅠ

        – 라나 마망…

        –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적으로 인간들의 방송에서 말하는 ‘잡담 방송’은, 일반적으로 방송인 개인의 경험담을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는 방송이다.

        인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같은 인간의 일상.

        하지만 시청자들과는 달리, 방송하는 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되는…… 조금 다른 일상.

        그것이 방송인들이 하는 ‘잡담 방송’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드래곤인 나의 일상을, 인간인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하는 것을 제외하면, 내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 내가 색다른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나의 ‘잡담 방송’은, ‘내’가 잡담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잡담하는 방송이 되어 버렸다.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 요즘 애니는 역시 마법 소녀물이 대세임.

        – 아님. 아직 로봇물이 대세임.

        – ㅋㅋㅋㅋㅋ

        – 이세계물 모름? 

        – 솔직히 라나님 이야기 듣다 보면, 이세계물이 좀 식상해짐.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그냥 라나님 경험담을 누가 라이센스 사가서 애니 안 만들어 주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흠흠.”

       

        잠깐 다른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시청자들의 잡담은 이상한 곳까지 번져 있었다.

        정말 잠깐 눈을 뗐을 뿐인데, 어느새 이야기의 흐름이 여기까지 왔을까?

       

        ‘이게 바로 인간들이 말하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인가?’

       

        놀라운 발견이다.

        어쨌든 슬슬 시청자들도 방송에 모여든 시점이니, 잡담 방송은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겠지.

       

        “흠. 그럼 오늘은 어제 약속한 대로…… 간단한 옛날이야기라도 해 주마.”

       

        – 와ㅏㅏㅏㅏ

        – 아싸!

        – 감사! 압도적 감사!

        – ㅎㅎㅎㅎㅎ

        – 아잉! 좋아용!

       

        환호하는 시청자들을 뒤로한 채, 오늘 해 줄 이야기를 고민해 본다.

       

        ‘너무 길지 않은 이야기로…… 뭐가 좋을까?’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고민을 해 본다.

        그러던 중 채팅창의 내용이 내 눈에 들어왔다.

       

        – 마법 소녀가 역시 짱임.

        – 특촬물이 역시 좋음

        – ㅋㅋㅋㅋㅋㅋ

        – 뭔가 유치한데, 특촬물이랑 마법 소녀물 다 뭔가 로망이 있음.

        – ㄹㅇㅋㅋ

       

        “마법 소녀라…….”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긴 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때 이야기를 해볼까?

       

        “큼큼!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마.”

       

        작게 목을 푼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차원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나는 내 앞에 나타난 초월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 누구냐.

       

        = 흐읏……. 당신이야말로…… 누구죠?

       

        그 존재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성체 인간의 암컷처럼 보이는 초월자가, 온몸에 가시가 박힌 검은 덩굴에 휘감긴 채 허공에 결박되어 있었다.

        저 가시덩굴은 일종의 봉인구로 보이는데…….

       

        = 누구시냐고…… 물었습…… 니다.

       

        = 흠. 내 이름은 멸천룡 그랑 라그나. 하늘을 멸하는 존재이자,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자다.

       

        딱히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기에, 나는 위협을 가하지 않은 채 나의 이름을 밝혔다.

        나의 텔레파시를 들은 초월자의 얼굴이 천천히 들렸다.

        그리고 고통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 위로, 의아함의 감정이 드러났다.

       

        = 어째서…… 당신 정도의 초월자가 이런 외딴 차원에…….

       

        = 뭐,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

       

        = …….

       

        세상을 무한하게 넓고, 나 같이 차원을 방랑하는 초월자들도 많다.

        그리고 차원을 방랑하다 보면, 이렇게 외딴 차원을 찾는 경우도 충분히 존재하는 법이다.

       

        말이 없어진 초월자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천히 그녀의 몸을 옭아맨 가시덩굴로 시선이 내려갔다.

        검은색의 가시덩굴은 그녀의 몸을 단단하게 포박하고 있었고, 가시를 통해 그녀의 몸 안쪽으로 다른 초월을 주입하고 있었다.

        상대를 ‘봉인’, ‘포박’하는 것 이외에도 ‘감염’시키는 개념까지 포함한 봉인구로 보였다.

       

        =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것인가?

       

        = 읏! 저, 저도 좋아서…… 이렇게 있는 게… 아니라고요!

       

        내 말에 초월자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겨우 그 정도 봉인구에 쩔쩔맨다고?

       

        = …….

       

        초월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니…… 내 눈에는 진짜로 별것 아닌 봉인구라서 그런 것인데?

        심지어 상대의 격을 따져 보자면, 상대가 약해서 저 봉인 해제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눈에는, 상대의 힘이라면 저 봉인을 얼마든지 자기 힘으로 부술 수 있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 혹시…… 그런 쪽의 취미라도…….

       

        = 아! 닙! 니! 다!

       

        = 음. 그래.

       

        진짜 아니라는 감정을 보았기에, 나는 빠르게 수긍했다.

        가끔 몇몇 초월자들은 독특한 취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혹시나 했는데, 그런 쪽은 아닌 모양이다.

       

        뭐, 상대가 어떤 사정이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빠르게 내 사정을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 그래. 이 차원을 다스리는 초월자는 너겠지. 신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 네…… 그래서. 무슨… 볼일이죠?

       

        = 잠시 이 차원에서 머물기를 희망한다. 대가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지.

       

        차원을 넘는 일은 초월자인 나에게도 벅찬 일이다.

        특히나 나의 초월은 ‘이동’ 계열이 아니었던데다, 그런 초월을 가진 초월자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차원을 넘을 때마다 휴식을 취하고, 소모된 코즈믹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차원에 이미 주인이 있다면, 당연히 주인에게 허락을 맡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곳은 상대방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들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영역 다툼’을 할 것이 아니라면, 영역의 주인에게 마땅한 대가와 예의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 그렇군요. 대가라…….

       

        내 말에 초월자는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봉인구에 포박된 채 고민에 빠진 그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간다.

        그러고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제 이름은 플로렌스. 마법세계의… 여왕입니다.

       

        = 그렇군. 반갑다 마법세계의 여왕이여.

       

        = 당신이…… 이 차원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이 차원의 지배자인 초월자.

        마법세계의 여왕 플로렌스가 시원하게 나의 거주를 허락했다.

       

        = 단, 대가로서…… 당신의 협력을… 요구하겠습니다.

       

        = 협력?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 마?법

        – 아닠ㅋㅋㅋㅋ

        – 이거 뭔갘ㅋㅋㅋㅋㅋ

        – 마법 소녀 시리즈 클리셰아님?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또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 것이려나?

       

        “플로렌스라는 이름을 가진 초월자가 나에게 한 이야기는 이랬단다.”

       

        그녀가 지배하는 차원은, 세 개의 차원으로 구성된 세계였다.

       

        인간과 같은 필멸자들이 살아가는 ‘중간계’.

        ‘마법 요정’이라고 부르는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마법계’.

        죽은 자들의 영혼이 들어가는 ‘사혼계’.

       

        “이 중 마법계는 플로렌스가 직접 지배하는 차원이었고, 중간계와 사혼계는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차원이었지.”

       

        딱히 특출난 특징이 존재하지 않는 차원이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플로렌스와 같은 ‘약한’ 초월자 혼자서도 그럭저럭 가꿀 수 있는, 그런 작은 세상이었다고 한다.

        뭐, 나는 별로 관심 없는 분야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플로렌스가 다스리는 차원에 다른 초월자가 침략을 감행했다고 하더구나.”

       

        자신을 ‘암흑 차원의 군주’라고 밝힌 그는, 단숨에 플로렌스가 직접 지배하고 있었던 ‘마법계’를 자기 영역으로 삼았다.

        그리고 ‘인질’을 사용해 그녀의 반항을 저지하고, 그대로 그녀를 ‘격리 차원’에 가두었던 것이다.

       

        – 아닠ㅋㅋㅋㅋ

        – 레퍼토리가 왤케 익숙햌ㅋㅋㅋ

        – ㅋㅋㅋㅋ

        – 아는 그맛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그다음에는 마지막 희망이랍시고, 인간 여자아이들을 마법 소녀로 키워서 대항하는 스토리겠지?

       

        “음? 어떻게 알았느냐?”

       

        혹시 독심술과 같은 능력을 갖춘…… 아니지. 아무리 아바타라고 하더라도, 초월자의 생각을 필멸자가 읽을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오로지 추측만으로 내 생각을 알아맞혔다는 것인데……?

       

        – 뻔함.

        – 마법 소녀물 클리셰가 딱 그거임.

        – 여아용 마법 소녀물은 그게 기본 스토리예요.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음? 그런 것이냐?”

       

        이쪽에서는 이런 스토리가 익숙한 것인가?

        이건 몰랐네.

       

        익숙해 보이는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이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을 해 보았다.

        내가 나의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즐기기를 바라서이다.

        하지만 이미 익숙한 이야기라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이들이 없지 않겠는가?

       

        – ㄴㄴㄴㄴ

        – 라나님 이야기는 괜찮음.

        – 이미 시작했으니까, 그냥 빨리 끝을 보죠?

        – 어허! 이왕 시작한 거, 그냥 해주세요.

       

        “흐으음~ 그래. 너희들이 원한다면 계속 하마.”

       

        시청자들의 요청에, 나는 이야기를 속행하기로 했다.

       

        “뭐, 너희들이 예상한 대로… 플로렌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단다.”

       

        그녀는 적에게 붙잡히기 전, 자기 초월을 쪼개어 믿을 만한 요정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 요정들을 중간계로 보내, 믿을 수 있는 인간들을 뽑아 ‘암흑 차원의 군주’를 물리치도록 안배해 두었다고 했다.

        그렇게 중간계는 플로렌스의 초월을 나누어 받은 인간들의 힘으로 암흑 차원의 침략을 저지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내 처지에서는 전부 고만고만한 놈들이었는지라, 왜 그렇게 아등바등 싸우는지 이해되지 않았지.”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ㅋ

        – 라나님 처지에서는 그놈이 그놈임ㅋㅋㅋㅋ

        – 약골들의 라인전이 제일 꿀잼이긴 함.

        –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 후 시간이 흘렀을 때, 내가 우연히 그 격리 차원으로 들어간 것이란다.”

       

        사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에 불과했다.

        나의 ‘차원 이동’은 차원 간의 경계를 찢고 이동하는 방식이기에, 도착하는 위치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는 우연히 플로렌스가 갇혀 있는 ‘격리 차원’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거기서 플로렌스가 나에게 요구한 대가는 다음과 같았단다.”

       

       

        *            *            *

       

       

        = 마법 소녀가 되어 주세요!

       

        = ???

       

        마법 세계의 여왕, 플로렌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녀?

       

        = 마법 소녀라고?

       

        = 네! 저와… 계약해서, 마법 소녀가…… 되어 주세요!

       

        = ???

       

        플로렌스의 말에 나는 반대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는 간단했다.

        도대체 마법 세계의 여왕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 일단 그 ‘마법 소녀’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 예?! 마법 소녀를…… 모르세요?! 아주 유명한…… 건데?!

       

        마법 세계의 여왕 플로렌스가 경악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나는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 너희 세계에서만 통하는 개념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 힉?! 죄, 죄송합니다!

       

        나의 가벼운 호통에 몸을 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 아무튼! 제가 요구하는 대가는 이거예요! 저와 계약해서 마법 소녀가 될 것. 그리고 마법 소녀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것!

       

        = 음…….

       

        마법 세계의 여왕이 내 건 조건에, 나는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꺼려지는 조건 같다면, 그냥 내 착각일까?

       

        = 그…… 일단은 설명부터 듣자꾸나.

       

        = 네!

       

        그렇게 나는 그녀가 나에게 요구하는 조건을 들어 보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매지컬 드래곤! 등장! 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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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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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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