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56

        잠시 시청자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방송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방식은 나의 두 번째 방송일 때와 같은 방식.

       

        “뽑기 기능을 이용해, 질문할 이들을 뽑아보겠다.”

       

        익숙해진 대로 프로그램을 세팅한다.

        그러자 신청자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움마! 보따구 조물조물…….”

       

        만지작~! 만지작~!

       

        신청자들이 충분히 신청하기를 기다리는데, 내 품에 안긴 슈르네가 갑자기 내 양쪽 볼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시도 가만히 있길 싫어하는 슈르네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 엌ㅋㅋㅋ

        – 귀여웤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엄청 귀엽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저렇게만 보면 진짜 귀여운뎈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귀여운 드래곤님과 드래곤님입니다.

        –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녀석! 어머니한테 무슨 짓이냐?!”

       

        “오빠눈 저리 가!”

       

        “…….”

       

        어느새 내 볼을 가지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하는 둘.

        그런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는 사이, 어느새 신청자들이 꽉 찼다.

       

        “자. 그럼 이제 질문자를 뽑아볼까?”

       

        익숙하게 뽑기를 시작한다.

        그러자 수많은 신청자들 중 하나가 뽑혔다.

       

        [‘동글리마’님 당첨!]

       

        – 아

        – 안녕하세요.

       

        “그래. 반갑구나. 아이야.”

       

        그렇게 채팅을 친 시청자는 이후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긴장한 것 같기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어 주며 시청자를 다독였다.

       

        “벨제투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번 해보거라. 선을 넘는 질문이 아니라면…… 아니, 한 번 넘더라도 모르고 그랬다면 넘어가마.”

       

        아무래도 벨제투스는 지금껏 내 방송에 출연했던 다른 아이들과는 그 결이 달랐다.

       

        블레이즈는 대놓고 인간들과 우호적이었고, 헤니시아는 애초에 인간들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슈르네는 인간은 물론이고, 우리 가족을 제외하면 전부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아이이지만…… 애초에 인간들이 잘 알지 못하니 예외였다.

       

        하지만 벨제투스는 제 형과는 달리, 대놓고 인간들을 적대하는 아이다.

        물론 먼저 나서서 인간들을 학살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인간들을 싫어하는 아이라는 것은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인간들도 갑자기 벨제투스에게 질문이 있다고 나설 수는 없겠…….

       

        – 벨제투스님에 묻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째서 인간을 미워하는 것인지’고, 두 번째는 ‘왜 대서양에 자리를 잡으셨느냐’이며, 세 번째는 ‘인간들과 잘 지낼 수 없느냐’입니다. 첫 번째 질문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라나님에게 들었던 이유 이외에도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그 때의 이유 뿐이었는지, 아니면…….

       

        “…….”

       

        ……다고 생각하자마자 장문의 채팅이 올라왔다.

        이 ‘동글리마’라는 시청자는 단순히 벨제투스가 두려워서 질문하는 것을 망설였던 것이 아닌, 그저 장문의 질문 글을 쓰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던 것이었다.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라나님 표정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처음부터 세게가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그렇짘ㅋㅋ 이래야 시청자짘ㅋㅋㅋㅋㅋ

       

        “큼큼!”

       

        당황도 잠시.

        작게 헛기침으로 모두의 주의를 나에게 모은 후, 나는 장문의 질문을 한 ‘동글리마’라는 시청자에게 말했다.

       

        “그래. 동글리마야.”

       

        – 네.

       

        “안타깝지만, 한 번에 할 수 있는 질문은 하나뿐이란다.”

       

        – ?!!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한 시청자.

        그의 채팅이 한동안 멈추었다, 다시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나요?

       

        “안타깝지만, 예외는 없다. 저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만을 고르거라.”

       

        – 힝…

       

        내 말에 동글리마가 고민하듯 다시금 한동안 채팅을 멈춘다.

        그러는 사이에, 슈르네와 벨제투스는 서로의 얼굴에 손가락을 휘두르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뵤뵤뵤뵤뵤뵤뵵!!”

       

        “으다다다다다닷!”

       

        – 둘이 뭐함?

        – 오빠가 동생이랑 놀아주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볼 때는 친척 오빠가 사촌 동생 놀아주는 느낌인데, 손가락이 잔상을 남기고 있넼ㅋㅋㅋㅋ

        – ㅋㅋㅋㅋ

        – 웃기긴 웃김.

        – 저런 걸 보면 드래곤도 우리랑 비슷한 부분은 있는 듯ㅋㅋㅋㅋㅋ

       

        그렇게 약 30초 정도가 흘렀을 때, 동글리마라는 시청자는 정말 어렵다는 듯이 질문 하나만을 골랐다.

       

        – 두 번째 질문으로 하겠습니다.

       

        “그래. 네 두 번째 질문이…… 왜 대서양에 자리를 잡았느냐에 대해서였지?”

       

        마침내 질문이 정해졌기에, 나는 손가락 장난(?)을 치는 슈르네와 벨제투스를 말렸다.

        그러고는 벨제투스에게 물었다.

       

        “벨제투스야.”

       

        “네. 어머니.”

       

        “인간들이 너에게 질문을 하는구나. 왜 네가…….”

       

        “인간 따위가 나에게 질문하지 마라!”

       

        쾅!

       

        벨제투스의 주먹이 방송실 벽을 강타했다.

        그리고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방송실 벽이 움푹 파였다.

       

        “…….”

       

        – 아닠ㅋㅋㅋㅋㅋ

        – ㅎㄷㄷ

        – 저거 분명히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반응 찰지넼ㅋㅋㅋㅋ

        – 라나님 표정 진짴ㅋㅋㅋㅋㅋㅋ

        – 왜 매번 방송 레전드를 경신하시냐고욬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한 손으로 이마를 탁 때렸다.

        이 아이를 어찌할꼬…….

       

        “바보 벨제투스.”

       

        “바보 아니거든?”

       

        “바보 마자!”

       

        또다시 장난을 시작하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우선 움푹 패인 벽부터 수리했다.

        그리고 벨제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벨제투스. 이 어미의 방송에서는 어미의 말을 따라주기로 했지 않았느냐?”

       

        “전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했지, 불특정 다수의 인간에게 질문을 듣겠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음…… 그건 맞지.

        맞는 말이었기에, 나는 말의 방향을 바꿨다.

       

        “그럼 내가 질문하마. 너는 왜 대서양에 자리를 잡았느냐?”

       

        “대서양? 거기가 어딥니까?”

       

        “대서양이…….”

       

        ……그건 나도 모르는 정보였기에, 재빨리 인터넷을 켜 검색한다.

        그러자 인간들이 조사한 지구의 지형 정보가 인터넷 창에 떠오르고, 거기서 대서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구나. 아마 네 본체가 영역으로 삼고 있는 곳 같은데?”

       

        “음? 아아! 이곳이군요?”

       

        고개를 끄덕인 벨제투스가 팔짱을 꼈다.

        그러고는 두 눈을 감은 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가 그곳에 자리 잡은 이유라면…… 그냥 그곳이 자리 잡기 좋았습니다.”

       

        – ?

        – ???

        – ??

        – 뭔 소리지?

        – 무슨 소리인가요?

       

        “음. 그게 무슨 소리냐?”

       

        “네? 어머니도 아시지 않습니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벨제투스.

        아이의 말대로, 나는 벨제투스가 한 말을 듣는 순간 알아차렸다.

        이 아이가 왜 그곳에 자리를 잡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냥 내가 벨제투스와 같은 ‘드래곤’이라서 알아들은 것이고, 인간들은 사정이 다르다.

        마치…… 그러니까…… 음…… 아!

        인간들에게 ‘화살을 샀다’라고 한다면, ‘사냥하러 가는구나!’라고 알아듣는 것처럼 말이다.

       

        시청자들이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서는, 벨제투스가 좀 더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해야만 했다.

       

        “그래도 네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길 원하는구나.”

       

        “흠……. 알겠습니다.”

       

        살살 다독인 끝에, 마침내 벨제투스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이 차원에 도착한 이후, 이 행성의 바다란 바다는 모두 다녀보았습니다.”

       

        그가 처음 떨어진 장소는……, 아마도 남극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인간들의 문서를 살펴보면, 벨제투스가 처음 등장한 곳이 남아메리카 대륙의 ‘칠레’라는 나라였다고 하니까.

        남극해에서 위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칠레라는 나라의 앞바다를 거쳐 간 것이겠지.

       

        “차가운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바다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둥지를 찾아다니다, 마침내 적당한 넓이에 적당히 평화로운 바다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곳이 지금 머무는 그곳이고요.”

       

        “그렇구나.”

       

        – 아닠ㅋㅋㅋㅋ

        – 그럼 하필 대서양에 자리 잡은 이유가, 그냥 집짓기 좋은 곳이었다는 소리었냨ㅋㅋㅋ

        – 와. 

        – 이유 참 간단하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웃는 게 웃는 게 아님.

        – 저거 때문에 대서양 횡단 케이블 전부 끊긴 것 생각하면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웃긴 데, 웃을 수가 없넼ㅋㅋㅋ

       

        벨제투스의 답변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특이하다.

        웃는 이들이 많으나, 실제로 보이는 감정에는 ‘즐거움’의 감정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자를 뽑으마.”

       

        [‘도키도키요미’님 당첨!]

       

        – 웃으면 안 되는데 왜 웃기냨ㅋㅋㅋ

        – 어?

        – 나 당첨?

        – 허미.

       

        “반갑구나 도키도키요미야.”

       

        두 번째로 뽑힌 질문자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의 질문을 기다리자, 이내 그의 질문이 전달되었다.

       

        – 저는 왜 인간들을 미워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략적인 이유는 전에 라나님에게 들었지만, 본인 입으로 직접 듣고 싶거든요.

       

        “흠. 벨제투스야.”

       

        “네.”

       

        “네가 왜 인간들을 미워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

       

        “???”

       

        벨제투스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왜 아는 사실을 또 설명해야 합니까?’라는 의문이 고스란히 읽혔다.

       

        물론 벨제투스의 의문대로, 나는 그가 왜 인간들을 미워하는지 대략 알긴 하다.

        하지만 인간들은 내가 설명해 준 내용을 제외하면, 다른 사실은 아무것도 모른다.

        즉, 인간들을 위해서는 벨제투스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오랜만이지 않으냐? 듣고 싶구나.”

       

        “흠…… 알겠습니다.”

       

        다행히 착한 아들인 벨제투스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자식들을 참 잘 키웠어.

       

        “아시겠지만, 아버지가 인간들에 의해 죽은 후 저희 형제들은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명백히 따졌을 때, 내 남편을 죽인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고대신’이었다.

        아무리 내 남편이 고대신들보다 약하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내 남편은 ‘초월자’였다.

        겨우 ‘필멸자’인 인간들에 의해 죽기는커녕, 상처 하나 입을 수 없는 몸이었다는 소리다.

       

        다만 고대신들이 직접 나서서 내 남편을 죽인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들은 ‘인간’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내 남편을 죽인 것이다.

       

        고대신들은 인간에게 초월자를 죽일 수 있는 힘을 빌려주었고, 실제로 내 남편을 죽인 것은 인간인 것이다.

        거기서 나는 고대신들에게 직접 복수를 했고, 내 아이들은 그 도구인 인간들에게 복수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로 블레이즈는 저희 형제를 배신하고 인간들에게 붙었고, 헤니시아는 뒤로 빠졌죠.”

       

        “나눈?”

       

        “슈르네가 아직 어렸을 때 일이란다.”

       

        “웅!”

       

        벨제투스가 슈르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은 후,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인간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냥 싫습니다.”

       

        – ?

        – ?????

        – ???

        – ????????

        – ???

        – ??

        – ??

        – 뭔 솔?

       

        “분명히 아버지의 일이 인간들을 싫어하는 이유의 출발선이었지만, 지금까지 아버지의 일로 인간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벨제투스의 말에 채팅창이 ‘???’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매번 ‘ㅋㅋㅋ’로 가득 차는 것만 보았었는데, ‘???’로 가득 차는 광경은 흔치 않아서 그런지 조금 재미있다.

       

        내가 채팅창을 힐끔거리는 사이에도, 벨제투스는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어나갔다.

       

        “전 그냥 인간이 싫습니다. 그 조그마한 것들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이 징그럽고, 기괴한 물건을 만들어서 귀찮게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것도 싫습니다. 그냥, 아무튼 싫습니다.”

       

        – 헐.

        – 저거 그러니까…….

        – 아닠ㅋㅋㅋ

        – 우리가 바퀴벌레 싫어하는 것같이 느껴지는데?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벌레처럼 보여서 싫다는 거 아님?

        – 미친ㅋㅋㅋㅋㅋㅋㅋ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벨제투스의 말을 알아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벨제투스가 인간을 보는 시선 = 인간이 바퀴벌레를 보는 시선.

    사실 벨제투스는 인간을 바퀴벌레처럼 보고 있었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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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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