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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8

        나름 보람찬 질문 시간이 지나갔다.

        벨제투스가 어쩐지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문제는 없겠지.

       

        어느 정도 나올 만한 질문은 전부 나왔다고 판단했기에, 나는 물을 마신 후 콘텐츠를 변경했다.

       

        “질문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번에는 이것을 해 보자꾸나.”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화가 여러 물건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종이로 만든 상자들이었는데, 그 안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랜만이지? 이번에는 먹방을 해볼 거란다.”

       

        – 오오오옹오!!

        – 먹방!

        – 그 유서 깊은!!

        – 캬!

        – 얼마만의 먹방이냨ㅋㅋㅋ

        – 저번에 햄버거 먹방이 망한 이후로 처음인가?

        – 이번엔 뭔가요?

        – 어라? 저거 치킨 아님?

       

        시청자들의 말대로.

        이번에 고른 음식은 바로 ‘치킨’이었다.

       

        누군가는 이미 한 번 먹어보았던 음식을 왜 다시 골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치킨을 먹어보았던 것은 ‘나’였지, 내 ‘아들’이 아니었지 않았는가?

        그리고 오늘 방송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내 아들이었다.

       

        “자. 그럼 먹어보자꾸나.”

       

        “음? 아아! 닭이라는 짐승을 튀긴 인간의 음식이군요.”

       

        “치킨이닭!”

       

        벨제투스와 슈르네의 반응이 활기차다.

        그런데 슈르네는 몰라도, 벨제투스가 치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조금 놀랐다.

       

        “어떻게 이 음식에 대해 알고 있느냐?”

       

        “어머니께 드릴 먹이를 사냥할 때, 인간들의 도시에서 먹어 본 적이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벨제투스가 가장 먼저 도착한 인간들의 나라가 ‘영국’이었던가?

        선물이라고 가져온 인간들의 음식도 전부 영국이라는 나라의 인간들이 먹는 음식이었으니, 당연히 그곳에서 치킨도 먹어보았을 것이다.

       

        “뭐, 그럼 먹어볼까?”

       

        “네.”

       

        잘 먹게슙미다!”

       

        슈르네에게 줄 치킨을 따로 챙겨두고.

        나와 벨제투스는 카메라 앞에서 상자 하나를 개봉했다.

        그러자 하얀 수증기와 함께 프라이드 치킨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오

        – 아. 오늘은 치킨 먹어야지.

        – 역시 치킨은 한국 치킨이 제일이지!

        – 과연 심해룡의 선택은?

        – 인간을 싫어하는 심해룡은, 과연 인간의 음식도 싫어할 것인가?!

       

        “인간들은 참 따뜻한 먹이를 좋아한단 말이죠.”

       

        바사삭!

       

        벨제투스가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닭다리를 이리저리 관찰하더니, 그대로 입안에 집어넣었다.

       

        와그작!

       

        – ……아. 오랜만인데.

        – 아닠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갸아아아악!

        – 또야?!

       

        와작! 와그작!

       

        “익혀서 그런가? 연하네요.”

       

        “그렇지?”

       

        와그작!

       

        나 역시 벨제투스처럼 치킨을 먹었다.

        연한 살코기와 바삭바삭한 뼈의 감촉이 맛있었다.

       

        – 갸아악!

        – 치킨을 왜 뼈랑 같이 씹어!!

        – 이걸 또 보게 될 줄이야!

        – 모자가 쌍으로 시청자들 괴롭힌다!

        – 끄에에에에엑!!

       

        “옴뇸뇸.”

       

        와그작! 와그작!

       

        그렇게 나와 벨제투스의 먹방이 이어졌다.

        물론 인간들이 하는 ‘평균적인 먹방’과는 달랐다.

       

        인간들의 ‘먹방’은 보통 음식을 먹으며 대화가 함께 한다.

        그것이 스트리머와 시청자들 사이의 대화이든, 아니면 같은 스트리머끼리의 대화든 말이다.

       

        하지만 나와 벨제투스 사이에서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고 있었다.

        그저 치킨을 먹는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 ㅋㅋㅋㅋㅋ

        – 진짜로 먹는 일에만 집중하시넼ㅋㅋㅋ

        – 심해룡은 그렇다 치고, 라나님까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웃기넼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결국, 나는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먹이를 먹을 때 대화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냐?”

       

        생물은 먹이를 먹을 때 평균적으로 무방비해지고는 한다.

        왜냐하면 먹이를 섭취하는 ‘입’이라는 기관이 ‘눈’과 ‘귀’가 위치한 얼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입’이 ‘얼굴’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생물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생물들이라고 하더라도 먹이를 먹는 와중에는 움직일 수 없기에, 먹이를 먹는 중에 일시적으로 무방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먹이를 섭취할 때, 생물은 최대한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

       

        “사실, 그래서 먹방이라는 것을 처음 봤을 때 많이 놀랐었지. 먹이를 먹으면서 대화하다니.”

       

        – 헐

        – 그런가?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게 먹방이니까…(끄덕)

        – 진짜 웃기넼ㅋㅋㅋ

        – 하지만 지금은 그 먹방을 하시고 계시는데요ㅋㅋㅋㅋ

        – ㅋㅋㅋㅋ

       

        “그래서 지금 내가 이야기 해주고 있지 않으냐?”

       

        와그작!

       

        – 갸아아아악!

        – 으아악!

        – 말 안 해도 되니까, 뼈좀 젭알!

        –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치킨 먹는 소리와 나의 목소리만이 가득한 방송이었다.

        그렇게 치킨 한 상자를 모두 먹은 후.

       

        “맛은 어땠느냐?”

       

        “그냥 튀긴 닭고기였죠.”

       

        벨제투스가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혀로 할짝이며 답했다.

        헤니시아와 내가 했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는구나.

       

        ‘하긴. 프라이드 치킨은 그저 닭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음식이니까.’

       

        심지어 미각이 그렇게 섬세하지 않은 처지에서는, 좀 더 자극적인 향신료를 사용한 음식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

        다만 식감 자체는 좋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치킨의 식감에 대한 평가가 인간과 나 사이에서 차이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치킨의 ‘튀김옷’과 ‘닭고기’의 식감을 좋아했다면, 나는 ‘닭고기’와 ‘닭 뼈’의 식감을 좋아했다는 것일까?

       

        – 아닠ㅋㅋㅋㅋ

        – 그거 원래 뼈는 먹는 게 아니라니까욬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놈의 뼈 진짴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 뼈 그만!!

        – 뼈 멈춰!

        – ㄹㅇㅋㅋ

       

        “자. 그럼 벨제투스야. 이번에는 이것을 먹어보자꾸나.”

       

        “??”

       

        채팅창을 무시하며 새로운 치킨을 꺼내 든다.

        이번에 꺼낸 치킨은, 매운 양념이 버무려진 ‘양념치킨’이었다.

       

        “자. 먹어보거라.”

       

        “네. 그럼…….”

       

        벨제투스가 양념치킨을 집어 들더니, 잠시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곤…….

       

        “윽?!”

       

        갑자기 얼굴을 뒤로 빼더니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이, 이거…… 독입니까?!”

       

        “응?”

       

        독? 갑자기?

        벨제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독이라니?’

       

        혹시나 치킨에 독이 섞여 있는가 싶어서 먼저 하나를 집어 맛을 보았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인간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념치킨일 뿐이었다.

       

        “독은 없는데?”

       

        “그럴 리가요? 제가 새끼일 때, 독에 고생한 시절이 얼마나 긴 데…… 그거 분명 독입니다!”

       

        “…….”

       

        벨제투스야…… 내가 아무리 독룡이라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들에게까지 독을 먹인 적은 없지 않으냐?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라나님 배신당한 표정이얔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너무 웃김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런데 그럴 법해서 더 웃김ㅋㅋㅋㅋ

        – 강하게 크라고 어릴 때부터 독 먹였을 것 같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드래곤이라고 해서 새끼 때도 강하지는 않단다. 새끼 때는 무조건 보호해야지.”

       

        모성애가 왜 존재하겠는가?

        새끼 때는 무조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어미가 새끼를 돌보기 위해 만들어낸 본능이 바로 모성애가 아니던가?

        하물며 ‘고대신’조차도 어릴 때는 약하다.

       

        짧게 일갈한 나는 다시 양념치킨을 살폈다.

        ……물론 아무리 살핀다고 하더라도, 없던 독이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인체에 해로운 독은 없는…… 음?”

       

        잠깐. ‘인체’에 해로운 독?

       

        “아. 혹시 이 ‘양념’ 말이냐?”

       

        “네. 그 붉은색의 얀념? 아무튼 그거 말입니다!”

       

        그제야 벨제투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양념치킨에 사용된 ‘붉은 양념’은 당연히 ‘고추’가 사용된 매운맛을 내는 소스다.

        그리고 고추가 내는 ‘매운맛’은, 그 안에 포함된 캡…… 어…… 인간들이 캡…… 어쩌구라고 부르는 성분에 의해 발생한다.

       

        – 캡사이신

        – 캡사이신입니다.

        – 그거 캡사이신임.

        – 그러고 보니 캡사이신이 독이긴 했짘ㅋㅋㅋ

        – ㅋㅋㅋㅋㅋ

        – 원래는 새만 먹으라고 독을 만들었는데, 인간들이 좋다고 먹기 시작한겈ㅋㅋㅋ

       

        “그래. 그거 말이다.”

       

        ‘캡사이신’이라고 부른다고? 기억해 놓아야겠다.

       

        어쨌든, 시청자들이 말했듯이 ‘캡사이신’은 본래 ‘독’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일부 조류에게는 통하지 않는 독이기에, 그 조류에게 씨앗의 운반을 맡기는 ‘고추’라는 식물은 그 조류를 제외한 다른 생물에게 먹히지 않을 전략을 짜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로 이 ‘캡사이신’이라는 독인 것이다.

       

        다만 이 독은 어디까지나 ‘매운맛’을 내는 독에 불과하다.

        아니, 애초에 ‘매운맛’이라는 것 자체가 미각을 느끼는 기관의 특정 수용체에 통각과 열을 느끼도록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감각이니…… 어찌 보면 독이 맞기는 하다.

        그냥 고통만 주는 약한 독이라는 특이점은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냥 매운맛만 느낄 뿐이란다. 몸에 해로운 독은 아니니 걱정 말거라.”

       

        “아니…… 일부러 미각에 통각을 일으킨다고요? 그리고 그 고통을 즐겨? 그게 무슨?!”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할 말 없긴 하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게 인간이니까(끄덕)

        – 사실 저게 정상이긴 함.

        – 매운맛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고추 먹는 생물이 인간밖에 없긴 하짘ㅋㅋㅋㅋㅋ

       

        벨제투스가 기겁하고,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는 뒤를 가리켰다.

       

        “슈르네도 잘 먹지 않느냐?”

       

        “읭?”

       

        와구와구!

       

        와작와작!

       

        뒤를 돌아보니, 벌써 양념치킨 8박스를 먹어 치운 슈르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그마한 어린 인간의 형상으로도 잘 먹는구나.

       

        슈르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린 벨제투스에게, 나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헤니시아와 블레이즈도 잘 먹었단다.”

       

        “?!”

       

        그 순간 벨제투스의 눈빛이 바뀌었다.

        해로운 것을 바라보는 듯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경쟁심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 이까짓 것! 저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냥 미량의 고통만 주는 독이라니! 하하하!”

       

        턱!

       

        자신만만하게 소리친 벨제투스가 양념치킨의 닭다리를 집어 든다.

        그러고는 잠시 긴장하더니, 힘차게 닭다리 전체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와그작!

       

        – 아닠ㅋㅋㅋ

        – 저놈의 뼈 씹는 소리 진짴ㅋㅋㅋ

        – 그만!!

        – 뼈 멈춰!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벨제투스가 입을 오물거리며 양념치킨을 먹는다.

        그러고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보셨습니까? 이 정도 독은 저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그냥 독은 제 취향이 아니…….”

       

        “음…….”

       

        나에게 말하던 벨제투스의 얼굴이 점점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고, 이어서 그의 몸에서 땀이 뻘뻘 흐르기 시작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말이 멈추고, 동공이 확장되고…….

       

        “크아아아아아가!! 매워어어어어어어어!!!”

       

        와장창창창-!!

       

        이어서 벨제투스의 지배력이 날뛰기 시작했다.

        방송실 안에 있던 탄산수, 음료수, 냉각수 등의 모든 액체가 튀어 오르고, 움직인다.

        이어서 액체들이 칼날이 되어 주변을 베어 버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벨제투스야. 진정하거라.”

       

        “아파! 매워! 으아아악!”

       

        와장창!

       

        쾅! 쾅!

       

        설마 이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할 줄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는 황급히 벨제투스를 진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지지지지직!!

       

        “아.”

       

        벨제투스의 지배력을 받은 물의 칼날이 방송용 컴퓨터를 절단했을 때는 나도 참지 않았다.

       

        “요놈!”

       

        짝!

       

        “아악?!”

       

        그렇게 오늘의 방송은 급하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늦었습니다. 다행히 몸은 이상이 없고요, 그냥 피곤했던걸로…..

    맵찔이 벨제투스 때문에 오늘은 급한 방종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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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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