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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9

        새로운 날이 밝았다.

        나는 자예가 인간 세상에서 새롭게 사 온 맞춤형 컴퓨터를 세팅한 후, 조용히 벨제투스를 노려보았다.

       

        “벨제투스야.”

       

        “네. 어머니.”

       

        그래도 자기 죄는 아는 모양인지, 벨제투스가 내 앞에서 얌전히 배를 보이었다.

        나는 벨제투스의 배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어제의 일은 내 잘못도 있으니, 이 이상 추궁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너도 조금만 더 조심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방송 중엔, 인간들에 대한 혐오감도 조금은 감추고.”

       

        “…….”

       

        “왜 대답이 없느냐?”

       

        “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벨제투스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이놈…… 그렇게 인간이 싫은가?

       

        그런 나와 벨제투스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슈르네가 물었다.

       

        = 그런데 엄마.

       

        “왜 그러느냐 슈르네?”

       

        = 그럴 거면 그냥 둘째 오빠를 방송인가 뭔가에 함께하지 않으면 되지 않아요?

       

        슈르네가 제법 핵심적인 질문을 해 왔다.

        나는 슈르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는 그게 맞겠지.”

       

        문제는 어제의 합방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일찍 종료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예정했던 벨제투스와의 합방 콘텐츠는 아직 반 이상이 남아버린 상황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항상 5시간의 방송 시간을 지켜왔던 나로서는, 겨우 3시간 만에 종료된 방송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오늘 하루 더 벨제투스와의 합방을 하려는 것이란다.”

       

        어제 못다 한 벨제투스와의 방송을, 오늘 전부 끝내리라.

        그런 나의 각오를 들은 슈르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방송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해요?

       

        “중요하다기보단…… 자존심의 문제지.”

       

        나는 슈르네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주었다.

        귀여운 녀석…….

       

        슈르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다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곤 아직도 배를 보인 채 누워 있는 벨제투스에게 말했다.

       

        “슬슬 방송을 시작하자꾸나.”

       

        “넵!”

       

        벌떡!

       

        내 말에 벨제투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슈르네는…….”

       

        고개를 돌려 슈르네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니, 어느새 슈르네의 모습은 사라졌었다.

        그새 싫증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떠난 모양이었다.

       

        언제나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슈르네에 대한 걱정을 접어둔 채 벨제투스와 함께 방송실로 향했다.

        그리고 새로 설치한 컴퓨터를 한 번 더 확인해 본 후 방송을 켰다.

       

        – 오?

        – 하루 만에 컴백!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맵찔이 드래곤님도 계시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제 진짜 레전드였음ㅋㅋㅋㅋㅋㅋ

        – 매번 레전드를 갱신하는 신기한 방송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반갑구나 아이들아.”

       

        시청자들이 빠르게 방송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어제 갑자기 방송사고가 터져서 그런가?

        평소보다 빠르게, 더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에 접속하는 기분이다.

       

        내 생각보다 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기에, 평소처럼 뜸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곧바로 말했다.

       

        “어제 갑자기 방송이 꺼져서 많이 놀랐을 테지. 미안하구나.”

       

        – 에이.

        – 아닙니다.

        – 사고였으니 괜찮음.

        – 어제 못한만큼 오늘 해주시는 거죠?

        – ㅋㅋㅋㅋ

        – 웃겼으니 괜찮아요.

        – ㅋㅋㅋㅋㅋ

       

        “어머니! 인간에게 무엇이 미안하십…….”

       

        옆에서 소리 지르기 시작한 벨제투스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 시선에 벨제투스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방송 중에는 내 말을 잘 들으라고 했거늘…….’

       

        벨제투스와는 두 번 다신 합방하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어제 갑자기 방송이 끊겼지. 그렇기에 본래 어제 못다 한 콘텐츠를 오늘 하려 했단다.”

       

        – ?

        – 뭔가 ‘그런데’가 나올 차례 같음.

        – 넹?

        – ??

        – 그래서요?

       

        “그런데…….”

       

        어제 벨제투스의 폭주(?)에서 피해를 본 것은 내 컴퓨터만이 아니었다.

        후반 콘텐츠로 예정했던 소품들도 전부 박살이 났던 것이다.

       

        “컴퓨터는 어떻게든 하루 만에 구하긴 했는데, 소품들은 구하지 못했단다.”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웃기넼ㅋㅋㅋㅋ

        – 그럼 오늘 뭐함?

        – 오늘 뭐 해요?

        – ㅋㅋㅋㅋㅋ

       

        “나도 그게 문제란다.”

       

        자존심 때문에 벨제투스를 데리고 다시 방송을 시작했지만, 막상 방송을 시작했더니 할 일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 게임 어때요?

        – 다시 먹방? 이번엔 안 매운걸로.

        – 그냥 저챗이나 하죠?

        – 뭐든 다 좋음.

        – 다시 질문타임?

        – 심해룡의 재주 부리기 방송?

        –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채팅을 통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게임은…… 안 되겠지?’

       

        나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지만, 벨제투스는 더더욱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먹방도…… 안 될 것 같군.’

       

        어제 벨제투스가 그 난리를 친 이유가 바로 ‘먹방’ 때문이었다.

        물론 정확히는 ‘캡사이신이 함유된 음식’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먹방 때문이라고 해도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다시 먹방을 하기에는 불안 요소가 있었다.

       

        ‘한국의 음식들은 대부분이 매운 음식이란 말이지?’

       

        물론 캡사이신이 함유되지 않은 음식도 있겠으나, 굳이 불안 요소가 있는 콘텐츠를 다시 진행할 필요는 없겠지.

       

        그 외에도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하나하나 평가를 매겼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 눈에 확 들어오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 저번에 막내랑 같이 방문했던 차원 이야기처럼, 심해룡과 함께 있었던 차원 이야기하나 해주시면 안 되나요?

       

        “호오? 이야기라……?”

       

        ……괜찮은 방법 같았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었고, 사실상 내 방송의 메인 콘텐츠였으니까.

        게다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나였고,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벨제투스가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도 없겠지.

       

        – 와!

        – 이야기 시간이다!

        – 만세!

        – 이예이!

        – 감사! 압도적 감사!

        – 캬아아아!

        – 치킨 시킴!

        – 아! 저녁이었으면 바로 치맥 시키는 건데!

       

        “흠…….”

       

        환호하는 채팅창을 응시하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벨제투스와 내가 함께 머물렀던 차원이 대략…….

       

        “5개 정도 되었던가?”

       

        “6개 아닙니까? 이 차원까지 포함해서요.”

       

        “이곳은 빼자꾸나.”

       

        “그렇다면 5곳이 맞습니다.”

       

        벨제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5개의 차원들 중에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기 적당한 차원의 이야기라면…….

       

        “그래. 벨제투스야. 그때 기억하느냐?”

       

        “네? 언제 말입니까?”

       

        “세 번째였던가? 네 번째였던가? 그곳 말이다.”

       

        “혹시…….”

       

        – ?

        – ?

        – 어딘데요?

        – 둘 만 아는 이야기하지 말아 주세요!

        – 힝.

        – 빨리빨리!

        – 이야기 좀!

        – 크으윽! 감질나!

       

        벨제투스와 함께 기억을 떠올리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그래그래. 슬슬 이야기를 시작하마.”

       

        나는 눈을 감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때가 분명히…….

       

       

        *            *            *

       

       

        나는 차원을 뛰어넘었다.

        차원을 뛰어넘은 위치는 대기권 부분.

       

        쿠구구구구구궁!!

       

        화르르르륵!

       

        = 흠.

       

        이윽고 중력에 이끌린 내 몸이 행성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대기권과의 마찰에 의해 내 몸에 불이 붙지만, 내 몸에 둘러진 용금이 그 에너지를 모두 흡수한다.

        애초에 마그마에서도 뜨뜻함을 느낄 정도인데, 겨우 이 정도에 뜨거움을 느낄 리가 없다.

       

        위이이이이잉!!

       

        슬슬 대지와 바다가 보일 정도가 되었을 때, 나는 날개에 장착된 강척력 엔진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빠르게 추락하던 나의 몸이 빠르게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쿵!

       

        결국 빠르게 추락했던 나는, 약간의 진동만을 남긴 채 육지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약간 뻐근한 날개를 한 번 펼쳐본 후 다시 접었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식생은…… 자주 보던 것들이로군.

       

        몇몇 처음 보는 형태의 식물들이 보이긴 했으나,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식물들도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익숙한 생물들이 도망치는 광경이 보였다.

        저 생물이…… 설치류라고 했던가?

       

        ‘설치류는 어지간하면 보이는군.’

       

        포유류가 서식하는 차원이라면, 거의 반드시 보이는 생물이 바로 저 설치류였다.

        더군다나 나의 전생이 같은 포유류인 ‘인간’이어서 그런지, 설치류를 볼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후다닥 도망가는 설치류들을 살피다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수풀 사이로 나를 지켜보는 몇몇 포유류 동물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포유류 동물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선, 이 차원에도 ‘인간’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적당히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

       

        차원을 막 넘어온 터라, 몸이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둥지를 틀기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다면 마그마가 흘러나오는 장소가 있다면 좋겠는데…….

       

        쿵! 쿵! 쿵! 쿵!

       

        숲을 헤치며 길을 나선다.

        초월자인 내가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외진 곳이며, 동시에 내가 원하는 조건(마그마 온천)을 만족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쏴아아아아-!!

       

        = 음?

       

        어느새 내 앞에 커다란 폭포와 그 아래 만들어진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커다란 크기를 가진 내 시선으로도, 내 앞에 나타난 호수와 폭포는 상당히 거대했다.

       

        ‘소리가 재미있군.’

       

        그러고 보니 이렇게 거대한 물소리를 들은 것이 언제였더라?

        초월자가 되고, 드래곤 코어를 완성하여 먹고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육체를 완성한 이후.

        나는 내 취향에 따라 마그마가 존재하는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당연히 그런 지역은 화산 활동이 활발한 곳일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액체가 많이 모여있는 지형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했다.

        바닷가 근처에 화산 지형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곳에 둥지를 튼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간만에…… 이 근처에 둥지를 틀어볼까?’

       

        어차피 마그마 정도야 땅을 깊숙이 파다 보면 흘러나올 것이다.

        물론 수고는 좀 들겠으나…… 원래 둥지를 만드는 일은 수고가 드는 일이 아니던가?

       

        나는 천천히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둥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으나, 모처럼 커다란 호수에 도착했으니 물을 마셔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호수에 얼굴을 가져다 댈 때였다.

       

        = ……음?

       

        호수 안쪽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얼굴을 굳힌 채 뒤로 물러서자, 호수의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누가 감히 우천군의 거처에 함부로 발을 들이느냐!

       

        = ??

       

        호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가 나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몸은 마치 ‘뱀’이라는 동물처럼 길쭉했다.

        하지만 그 몸에는 날카로운 4개의 발가락이 달린 다리가 네 개 존재했고, 몸에는 비늘과 털, 그리고 갈기가 공존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마치 나뭇가지와 닮은 뿔이 두 개 달려 있었고, 길쭉한 주둥이에는 힘이 집약된 에너지의 구체가 물려 있었다.

       

       

        *            *            *

       

       

        – 어?

        – 잠깐.

        – 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 그거 용 아님?

        – 용? 설마?

       

        시청자들의 채팅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 너희들은 그 생물을 ‘용’이라고 부르더구나.”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드래곤이랑 용의 만남!

        – 가슴이 웅장해지는 매칰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거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순식간에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이야기는 ‘용 vs 드래곤’ 이야기 입니다.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음.

    세계관 컨셉은 고민중이지만, 아마 선협 + 무협 컨셉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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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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