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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4

        = 강이 말라버렸다고?

       

        “네!”

       

        “그렇습니다!”

       

        자신들을 호족이라고 밝힌, 인간형의 호랑이들이 대답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약 10년 전부터 그들이 모여 살던 마을 근처의 식수원인 강이 말라붙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년간은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라든지, 혹은 ‘그저 가뭄이 지나가면 되겠지’ 같은 생각으로 버텨 왔다고 했다.

       

        하지만 마침내 숲속에서 구해 오는 식수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버티던 호족들의 상황도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용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나왔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호족들이 나에게 넙죽 엎드렸다.

       

        “용이시여! 부디! 저희를 가엾게 여겨 주시옵소서!”

       

        “저희의 마을을 구해주시옵소서!”

       

        “제발!”

       

        호족들이 나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어야 할 용이 없으니, 그 대신 나에게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어쩔까?’

       

        나는 호족들을 내려다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서, 내가 이들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는 없다.

        애초에 이들은 내가 아니라 용을 찾아왔던 것이고, 평소에 이들이 관계를 맺어왔던 용은 이곳에 없다.

        어찌 보면 내가 이들의 마지막 희망을 앗아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들을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지.’

       

        나는 그저 이 영역에 살고 있던 용과 싸웠고, 그가 가지고 있던 영역을 빼앗았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그 용이 가지고 있던 관계나 의무까지 빼앗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그…… ‘우천군’이라는 이름이었던가? 그 용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내가 여기서 저 호족들을 도와준다면, 과연 나에게 무슨 장점이 있을까?

       

       

        *            *            *

       

       

        – 그건 그럼.

        – 그냥 도와주면 호구이긴 함.

        – 라나님이 도와줄 의리는 없긴 하지.

        – 그래도 도와주면 좋겠는데.

        – ㅋㅋㅋㅋㅋㅋㅋ

        – 어떻게 됬나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뜸을 들이고 있을 때였다.

        내 옆에서 사탕을 와작와작 씹어먹던 벨제투스가 툭 말했다.

       

        “그거 도와주셨지 않았습니까?”

       

        “…….”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갑자기 스퐄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라나님 육수 우리기 실패.

        – ㅋㅋㅋㅋ

        – 아. 개 웃기넼ㅋㅋㅋ

        – 라나님 표정 진짴ㅋㅋㅋㅋ

       

        나는 벨제투스를 바라보았다.

        내 아들은 나의 표정을 읽지 못했는지(애초에 드래곤이 인간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리도 없지만), 의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때 저 불러다가 갑자기 수원(水原)을 만들라고 하셨지 않았습니까?”

       

        – 엌ㅋㅋㅋ

        – 심지어 뒷내용 대량 스퐄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이야기 다 들었넼ㅋㅋㅋㅋ

       

        나는 벨제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나는 호족들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단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 차원에 도착한 이후로 처음 받게 된 절박한 부탁이었다는 것.

        그것도 협박이나 폭력을 동원한 것이 아닌, 약자가 강자에게 목숨을 걸고 하는 부탁 말이다.

       

        “특히나, 그 차원에서 나는 처음 만났던 지성체가 ‘용’이었지 않았느냐? 그 용과는 싸우기까지 했고.”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맞죠.

        – 그랬죠.

        – 용 보다가 퍼리 호랑이들을 보면 선녀 같이 보일지도?

        –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말대로였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싸가지가 없다? 그래. 그거겠지.

       

        싸가지가 없는 용들만 보다가, 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호족들을 보게 되니 저절로 호감이 생긴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호족들의 이용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란다.”

       

        인간과 유사한 지성체들이 사는 차원도 가보고, 인간 이외의 다른 지성체들이 살아가는 차원도 방문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 차원만큼 다양한 지성체들이 살아가는 차원은…… 사실 본 적이 드물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 차원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었다.

       

        그렇기에 호족들의 부탁을 핑계로, 그들로부터 그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어보고자 했다.

        호족들이라고 해서 그 세상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나보다는 많은 것을 알지 않겠는가?

       

        “어머니! 그런 이유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되지 않았습니까!”

       

        “너나 용들에게 얻은 정보는, 어디까지나 ‘강자’의 처지에서 얻게 된 정보이지 않으냐?”

       

        강자는, 약자보다 적은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강자는 ‘강자(強者)’이기에,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을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들은 이 세상에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들이며, 동시에 매우 오만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상당히 왜곡되고 편중된 정보였다.

       

        “반면에 약자들의 정보는 상당히 다양하지.”

       

        약자들은 약하면 약할수록,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만 한다.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이나, 먹이를 구하는 법, 안전한 잠자리를 만드는 법 등.

        그 모든 정보들이 약자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몸이 약하니 머리라도 좋아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거, 몸이 약하면 머리가 고생한다 아니었나?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럴듯해. 그럴듯해.

        – 어쨌든, 교차 검증은 하신 거죠?

       

        벨제투스와 시청자들이 대충 이해한 것 같았기에, 나는 삐진 벨제투스를 달래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호족들의 마을에 도착한 나는, 단숨에 그들에게 닥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 오.

        – 뭐였나요?

        – 궁금궁금.

        – 올?

        – 이유가 뭐였는데요?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족들의 마을 옆에 존재하는 강이 말라붙은 이유.

        그것은…….

       

        “나 때문이었더구나.”

       

        – ?

        – ??

        – ?

        – ?

        – 갑자기요?

        – 왜요?

       

        “응? 그게 왜 어머니 때문이었습니까?”

       

        벨제투스도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그런 벨제투스에게 물었다.

       

        “기억 안 나느냐?”

       

        “워낙 예전 일이라서…….”

       

        “…….”

       

        그런 놈이, 내가 저놈을 불러서 수원을 새로 만들라고 한 일은 잘만 기억하는구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들의 강은, 내가 영역으로 삼았던 그 폭포와 호수의 물을 수원지로 삼고 있었단다.”

       

        내가 둥지로 삼은 호수는 ‘용의 호수’라고 불리던 곳이었는데, 지하를 통해 그 근처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수원지였다.

        그리고 호족들의 마을 근처에 흐르는 강의 수원도, 바로 ‘용의 호수’에서 흘러 들어가는 물을 수원으로 삼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던 것이다.

       

        “내가 ‘우천군’이라는 용의 영역을 빼앗고자 영역 다툼을 벌였을 때, 그때 싸움의 충격으로 지하에 존재하던 수로가 몇 군데 끊어졌더구나.”

       

        호족들은 강의 상류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꼼꼼히 살폈더라도, 강 상류 지하에 존재하는 지하수로까지 살피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10년이 지나도록 이상을 찾지 못했던 것이었다.

       

        – 아

        – ㅋㅋㅋㅋ

        – 그건 라나님 책임이 맞넼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내가 벨제투스를 끌고 온 것도 그 이유 때문이란다.”

       

        지하수로를 다시 뚫어 버리는 것은 간단했다.

        하지만 나는 내 영역에 있는 호수가 근처의 모든 수원지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원지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부 나를 찾아올 테니까.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공감간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그래서 아예 벨제투스를 불러와서, 수원지를 새로 파냈지.”

       

        “그때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좋다고 따라왔으면서?”

       

        “…….”

       

        내 말에 벨제투스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귀여웤ㅋㅋㅋㅋ

        – 이제 보니 형제 중에서 제일 맹한 드래곤이었넼ㅋㅋㅋ

        – 무싴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제일 컨셉이 깨진 드래곤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호족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었지. 그리고 그 보답을 받았단다.”

       

        거기까지 이야기하던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곤 여기서 이야기를 끝마치기로 했다.

       

        – 아! 왜요!

        – ㅠㅠㅠ

        – 힝

        – 이야기 결말이 뭔가 부실한데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야기 더 해주세요!

        – 시간 다 됐나?

        –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는데?

        – 뭐지?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단다.”

       

        일단 남은 시간이 모호하다는 것.

       

        약 한 시간 정도는 남아 있었으나, 남은 이야기를 마저 이어서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중간에 끊기도 뭣한 것이…….

       

        “다음 이야기는 내가 아바타의 모습을 이용해, 다른 지성체들의 마을을 돌아다닌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 오?

        – 와씨!

        – 저것도 개 재미있겠다.

        – 무협지 스타일의 세계 유람기? 이건 못 참지.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럼 빨리해주셔야죠!

        – 갸아아아악!

       

        채팅창이 시끄럽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하게 고개를 저었다.

        방금 말했듯이, 다음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모자랐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이 이후부터는 벨제투스가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인간을 싫어하는 벨제투스는, 내가 인간들을 보러 간다고 했을 때 따라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후에는 벨제투스가 거의 언급되지 않을 예정이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나와 벨제투스가 함께한 이야기이지 않으냐? 그런데 벨제투스의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지.”

       

        – ㅋㅋㅋㅋㅋ

        – 맞는 말이라서 뭐라고 하기가 그렇넼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럼 다른 이야기라도!

        – ㅋㅋㅋ

        – 그럼 남은 시간 동안 뭐 해요?

        – 그럼 뭐함?

       

        “글쎄…….”

       

        시청자들의 말대로다.

        무려 한 시간이나 남아버렸는데, 당장 같이할 것이 없다.

       

        이 일을 어찌할지 고민할 때였다.

       

        똑똑똑!

       

        “음?”

       

        “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나와 벨제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자예가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자예가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그리고 자예의 말을 들은 나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 하겠구나.”

       

        – ?

        – 갑자기요?

        – 읭?

        – 뭐임?

       

        나의 말에 당황해하는 시청자들.

       

        “그럼 내일 또 보자꾸나.”

       

        – 용바?

        – 아니, 갑자기?

        – 무슨 일인가요?

        – 설명이라도 좀!

       

        뚝!

       

        그렇게 오늘의 방송은 갑작스럽게 끝났다.

       

        방송을 끈 후.

        나는 자예에게 물었다.

       

        “그래. 다시 설명해 보거라. 뭐라고?”

       

        나의 물음에, 자예는 나와 벨제투스의 앞에서 다시금 상황을 설명했다.

       

        “무장한 인간들이, 게이트에 들어섰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휴재라고 했지만, 개인 사정 빠르게 끝마치고 귀환!!

    뒷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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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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