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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1

        게임의 시작은 전쟁터였다.

        뭔가가 펑펑 터지고, 붉은색의 불꽃이 치솟고, 누군가의 눈높이로 맞추어진 시점이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인간들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런 장면이 인간과 인간의 전쟁터 장면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전쟁터에도 오랜만에 보는구나.”

       

        – 아닠ㅋㅋㅋ

        – 그러고 보니 전쟁터도 많이 가보셨을 듯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젠 뭐가 나와도 놀랍지 않음.

       

        시청자들과 떠드는 사이, 시점의 주인공이 폭발에 휘말린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눈을 감듯 점점 검게 변한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의 앞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비추기 시작했다.

       

        = “정신 차려! 이봐!”

       

        여자 목소리가 점점 흐려지는 것을 끝으로, 시야가 완전히 검게 변한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 주인공은 한 천막에 누워 있었다.

       

        = “정신이 드셨군요. 장군.”

       

        “장군? 장군이라면…… 제법 높은 계급의 인간이 아니던가?”

       

        – ㅇㅇㅇ

        – 맞아용.

        – 군대 계급이긴 한데, 높은 사람이긴 함.

        – 별이다!

        – 스타임.

        – ㅋㅋㅋㅋㅋㅋ

        – 여러 의미로 스타예요.

       

        아무래도 이야기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이는 인간 사회에서도 제법 높은 신분의 인간인 것 같았다.

        무리 동물의 사회에서는, 신분이 높을수록 강력한 권력과 의무를 지게 되니까.

       

        내가 시청자들과 떠드는 사이에도, 게임의 스토리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 “아니, 이젠 장군이라고 할 수 없겠군요.”

       

        = “상부에서 작전 실패의 죄를 물어, 당신의 직위를 해임시켰습니다.”

       

        = “끌고 가세요.”

       

        주인공의 계급이 ‘장군’이라는 것에 즐거워하기도 잠시.

        어느새 주인공은 ‘장군’이라는 직위를 빼앗기고, 그대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갑작스럽구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반응 우마이!

        – ㅋㅋㅋㅋㅋㅋㅋ

        – 개 웃김ㅋㅋㅋㅋ

       

        ‘ㅋㅋㅋ’으로 채워지는 채팅창을 확인한 후, 다시 게임 스토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이름과 나이, 성별…… 다 쓰도록.”

       

        감옥을 관리하고, 죄인을 감시하는 이들을 간수라고 하던가?

        그들이 주인공을 향해 서류와 펜을 내민다.

        그리고 게임 시점이 서류…… 그것도 사진으로 향한 순간, 화면 위로 알림이 떴다.

       

        [캐릭터 선택]

       

        “호오. 여기서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것 같구나.”

       

        다만 고를 수 있는 것은 비슷하게 만들어진 두 캐릭터뿐이다.

        각각 수컷…… 아니, 남자 캐릭터와 여자 캐릭터.

        나이나 외형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보이지 않았다.

       

        – 이게 주인공 캐릭터가 정해져 있음.

        – 성별하고 이름 정도만 고를 수 있어요.

        – 원래 그런 게임임.

        – 마음에 드는걸로 고르시면 돼요.

        – ㅎㅎㅎㅎ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 캐릭터’를 골랐다.

        그러자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 아닠ㅋㅋㅋ

        – 왜 남캐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남자가 남캐 고르는 건 봤는데, 여자가 남캐 고르는 것은 또 처음 보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 사소해!

        – 라나님 하고픈거 다해!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

       

        “음?”

       

        들어 보니, 내가 ‘여자 캐릭터’를 고르지 않고 ‘남자 캐릭터’를 고른 것이 불만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나는 시청자들에게 ‘남자 캐릭터’를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너희 인간은 신체 구조상 수컷이 투쟁에 더 알맞은…….”

       

        – 이럴 것 같았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이거 게임이라고욬ㅋㅋㅋ 게임에서 자꾸 현실성 찾지 마시라고욬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예상했는데도 웃기넼ㅋㅋㅋㅋ

       

        채팅창이 다시 ‘ㅋㅋㅋ’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화를 내다가 갑자기 다시 웃기 시작하다니?

        나는 요즘 인간들의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다.

       

        어쨌든 스토리는 계속 이어졌다.

        주인공은 후퇴 중 적의 기습을 받았다. 그리고 누명을 써, 전투 패배의 죄를 묻게 되었다.

        그 결과 주인공은 장군의 직위에서 해임되었고, 불명예 제대라는 것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명예 제대라는 것이 무엇이냐?”

       

        – 군대에서 쫓겨나는 거예요.

        – 군인이었다는 경력도 인정 못 받고 쫓겨나는 거요.

        – 내쫒긴 거죠.

        – 군인이었다는 사실 전부 부정당하고 쫓겨난 거임.

       

        그렇군.

        이렇게 볼 때마다, 인간들의 사회도 야생 못지않게 살벌하다는 것을 느낀다.

       

        주인공은 그렇게 쫓겨났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노숙하고 있을 때, 그런 주인공의 앞으로 우산이 드리워진다.

       

        = “불쌍한 강아지가, 비를 맞고 있네?”

       

        – 눈나아아아아아!

        – 캬!

        – 눈나다!

        – 에밀리 눈나!

        – 꺄아아아아아!!

        – 눈나누나예~!

       

        “??”

       

        갑자기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의아한 시선으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 에밀리라고, 인기 캐릭터예요.

        – 눈나아아아아!!

        – 사랑합니다 눈나!

        – 카리스마 누님!

        – 캬아아아!

        – 다들 미쳤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눈나아아아아ㅏㅏㅏ

       

        “그렇구나.”

       

        이 게임을 즐기는 인간들에게, 저 에밀리라는 여자 캐릭터는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 것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에밀리라고 밝힌 여자는 주인공을 자기 거처로 데려왔다.

        그리고 주인공의 능력을 사고 싶다고 말하더니, 그를 자기 용병단에 고용하기에 이른다.

       

        용병단 대표, 에밀리 프레스턴.

        그리고 실질적으로 용병단을 이끄는 대장으로 주인공이 있고.

        그 아래로 먼저 용병단의 단원으로 있던 두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 “안녕 신입! 아니, 단장님이라고 해야 하나?”

       

        = “흥! 단장은 무슨.”

       

        활기찬 성격의 여자 캐릭터.

        예민한 성격의 남자 캐릭터.

        이렇게 두 캐릭터였다.

       

        = “내 이름은 메르헨! 이쪽의 고양이 같은 녀석은 제프라고 해!”

       

        = “누가 고양이냐!”

       

        = “네 단장의 이름은 뭐야?”

       

        여기서, 처음으로 내가 설정한 캐릭터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 “…에릭이라고 하는구나?”

       

        – 그런데 왜 이름을 에릭이라고 정했나요?

        – 그냥 라나님 이름을 적으시지?

        – ?

        –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 캐릭터 성별에 묻혀서 그렇지, 이것도 궁금하긴 했음.

       

        시청자들이 나에게 의문을 보낸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오늘 아침에 나에게 간식을 가져온 시종의 이름이 에릭이었다.”

       

        – 아닠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시종 이름 막 가져다 붙이면 어떡해욬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물 마시다 뿜었잖아욬ㅋㅋㅋㅋㅋ

       

        아니…… 어차피 게임이지 않나?

        주인공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다.

        굳이 이런 캐릭터의 이름을 결정하는데 고민해야 하나?

       

        나는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 채팅창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게임에서는 ‘에밀리 용병단’이 첫 전투에 들어가고 있었다.

       

        – 오!

        – 드디어 전투!

        – 턴제 게임은 과연 어떻게 하실까?

        – 라나님 파이팅!

       

        “턴제 게임이라?”

       

        나는 흥미롭게 게임의 시스템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말했듯, 이 게임의 전투는 ‘턴제’ 였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적 캐릭터에게 고유의 ‘속도’가 존재하고, 그 속도에 맞추어 가장 빠른 캐릭터부터 차례대로 하나의 행동을 이어나가는 형태의 방식.

        그것은 나에게 퍽 특이하게 다가왔다.

       

        “재미있는 방식이구나.”

       

        직접 날개를 펄럭이며 움직이고, 발톱을 세우고, 목을 물어뜯는 그런 전투만을 치러 온 나에겐 제법 특이한 방식이었다.

        비유하자면…… 퍼즐 게임을 실제 전투처럼 꾸민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게임’이었기에, 나는 즐겁게 이 전투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이상하게 이런 부분에서는 현실성 안 찾으신단 말이지?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선택적 현실성ㅋㅋㅋㅋ

        – ㅋㅋㅋ

        – 이것이… 바로 드래곤의 인성?

       

        “뭐가 드래곤의 인성이라는 것이냐?”

       

        요놈들이…….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는 채팅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계획을 하나 세웠다.

       

        ‘조만간 시청자들에게 경고 한 번 해야겠구나.’

       

        내 방송에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슬슬 선을 넘으려는 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선을 넘지 않았기에 그냥 두고 보았지만, 저대로 그냥 내버려두면 곧 선을 넘으리라는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다.

        오늘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기회를 잡아서 시청자들에게 한 번 더 경고해야겠다.

       

        속으로 그런 결심을 한 후,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나갔다.

        물론 전투 튜토리얼은 간단하게 끝마쳤다.

       

        “주인공은 화염 속성의 포워드, 메르헨이라는 여자 캐릭터는 물리 속성의 디펜더, 제프라는 남자 캐릭터는 어둠 속성의 바인더?”

       

        중간에 게임 내부에서만 사용되는 고유 명사가 나와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곧 이해했다.

        쉽게 말해서 주인공은 공격에 특화된 직업, 메르헨은 방어에 특화된 직업, 제프는 상대에게 상태 이상을 거는데 특화된 직업인 것이다.

       

        “그렇다고 하는구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우린 알고 있었어요.

        – 라나님 파이팅!

        – 고유 명사는 좀 짜증 나긴 함.

        – 중국 게임이라 쩔 수 없지.

       

        게임의 세계관은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스팀펑크’의 세계관.

        그리고 주인공은 군인이었으나, 누명을 쓰고 불명예 제대를 한 신입 용병.

        그 후 게임의 스토리에 따라, 용병단은 의뢰를 수락하고 한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수상한 야수가 숲속에서 출몰한다는 이유로, 용병단에 의뢰를 한 성곽 도시.

        ‘엘른’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에서, 용병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 오!

        – 가챠가 열렸다!

        – 가챠 드가자~!

        – 가즈아!!

        – 가챠 멸망전 가즈아!!!

       

        “음?”

       

        가챠? 그게 뭐지?

        채팅창에서 계속 언급되기 시작한 ‘가챠’라는 단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렇습니다.

    드래곤님의 게임은, 무려 ‘가챠겜’이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한 편만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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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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