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5

        날이 밝고, 날이 저물었다.

        평소라면 태양이 가장 하늘 높이 떠 있을 정오에 방송을 켰겠으나, 오늘은 태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온 밤에 방송을 켰다.

       

        – 라하.

        – 어우…

        – 읭? 왜 이 시간에 방송 키시나요?

        – 용하

        – 용하용하

        – 하이용

        – 와. 밤에 방송 키시니까 어색함.

        – 아닠ㅋㅋㅋ 다른 스트리머들 전부 방송 끄는 거 실환갘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다른 방송 시청자 수 확 줄어드넼ㅋㅋㅋ

       

        “반갑구나 아이들아.”

       

        나는 반갑게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방송을 찾아와 준 시청자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시청자들이 내 방송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며 토크코드를 확인한다.

        만나는 시각은 10시 10분이라고 했으니…… 지금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지?

       

        띠롱~!

       

        “옴뇸뇸.”

       

        합방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대화방에 들어간 후, 과자를 먹었다.

        짭짤한 탄수화물의 맛이 나쁘지 않았다.

        심심풀이로는 나쁘지 않은 맛이야.

       

        – 그런데 오늘 무슨 방송인가요?

        – ㅋㅋㅋㅋㅋㅋ

        – 오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오늘 무슨 일이길래 늦게 방송 키심?

       

        합방 인원을 기다리고 있자니, 시청자들의 의아한 듯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며칠 전에 공지를 올려서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지를 확인하지 않은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흠…… 일주일 전에, 기억하느냐?”

       

        일주일 전.

        헌팅 어드벤쳐 월드를 이용해 시청자 참여 콘텐츠를 했을 때.

        그때 마지막 차례로 나와 함께 게임을 했던 것은, ‘도돌순이’와 ‘철수’, 그리고 ‘블렌드’였다.

       

        – 아. 기억남

        – 기억나요

        – 그때 엄청 웃겼는뎈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그때 방송이 끝나고, 블렌드가 나에게 따로 연락을 하더구나.”

       

        바로 오늘의 합방을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나는 재미있을 것 같았기에, 그 요청을 수락했고 말이다.

       

        “5일 전부터 공지를 올렸는데……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 ㅋㅋㅋㅋ

        – 공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 공지가 있었음?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팬카페나 너튜브 커뮤니티에 올라갔음.

        – ㅋㅋㅋㅋㅋㅋ

       

        이런.

        공지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지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있었단 말인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세상을 넓고, 어수룩한 이들도 많을 테니까.

        이해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모르는 이들을 위해 오늘의 콘텐츠를 설명해 보자면…….”

       

        띠롱~!

       

        내가 오늘의 콘텐츠를 설명하려는 순간, 대화방으로 다른 이들이 들어섰다.

       

        = “안녕하십니까 라나님!”

       

        우선, 오늘의 합방에 나를 초대한 장본인인 ‘블렌드’.

       

        = “우와! 우와우와!”

       

        감탄사만을 터뜨리고 있는, 처음 보는 방송인이었다.

        목소리를 들어 보자면…… 암컷인가?

       

        ‘다만…… 느낌이 조금 다르군?’

       

        = “아, 이쪽은 ‘요로케’님이십니다. 요로케님. 이쪽은 라그나님이세요.”

       

        = “바, 반갑습니다! 와와와! 드, 드래곤님이다!”

       

        요로케라고 하는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반갑구나. 방송인 라그나라고 한단다.”

       

        =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요로케예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 “참! 그리고 라그나님! 놀라지 마시죠.”

       

        “음? 뭐가 말이냐?”

       

        = “여기 계신 요로케님은, 무려 ‘엘프’십니다.”

       

        블렌드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요로케의 정체를 밝혔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 “……안 놀라세요?”

       

        “……놀라야 하느냐?”

       

        여기선 놀라야 했나?

        블렌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니…… 엘프는 희귀 종족이잖아요? 애초에 이 종족이 보기 힘들기는 하지만요.”

       

        “그렇게 말해도…… 드래곤인 내 처지에서는 엘프나 인간이나, 전부 이종족이라서…….”

       

        – 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그건 그렇짘ㅋㅋㅋㅋㅋ

        – 드래곤 처지에서는 인간이든 엘프든 전부 이종족이짘ㅋㅋㅋㅋㅋ

       

        채팅창이 순식간에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이도 웃음이 터졌다.

       

        = “풋! 푸프픕…!”

       

        = “아…… 요로케님! 그렇게 웃으시면 제 입장이…….”

       

        = “아하하핫! 아닠ㅋㅋ 전부 이종족ㅋㅋㅋㅋ 이종족이랰ㅋㅋㅋ”

       

        “음…….”

       

        이게 그렇게 웃을 정도의 말인가 싶었지만, 인간들이 재미있게 웃고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다.

       

        띠롱~!

       

        띠롱~!

       

        띠롱~!

       

        블렌드와 요로케와 함께 대화하는 사이, 나머지 합방 인원들도 대화방에 들어왔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아, 늦었잖아~!”

       

        = “아하하하!”

       

        = “안녕 로케짱!”

       

        = “하이하이요.”

       

        “…….”

       

        어느새 시끌벅적해진 스피커.

        나는 이들이 충분히 떠들 때까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충분히 떠든 이들은, 이내 진정한 후 일제히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 “자! 여러분! 오늘 제가 어마어마한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 “오오오!”

       

        = “렌드가 한탕 했다!!”

       

        = “오오오!”

       

        ……진정한 것 맞나?

        분명 진정한 것 같은데, 진정하지 않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끄러워서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 “소개합니다! 화재의 그 인물! 라그나님이십니다!”

       

        = “워후!”

       

        = “(삐익-!!)”

       

        = “와아아!! (짝짝짝-!)”

       

        = “(짝짝짝짝-!)”

       

        순식간에 스피커가 환호성,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 어우

        – 악! 내 귀!

        – 고막 테러다!

        – ㅋㅋㅋㅋㅋㅋ

        – 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귀가 안 들려요!

        – ㅋㅋㅋㅋ

       

        “반갑구나.”

       

        우선 간단히 이들에게 화답했다.

        그러자 그들이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내 화답의 인사조차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웃음이 많은 아이들이로구나.’

       

        = “라그나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음. 그래.”

       

        블렌드의 말에, 작게 헛기침하며 나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라그나라고 한단다. 드래곤으로써 소개한다면 좀 더 격식을 차리겠으나, 여기선 그저 방송인 라그나라고 생각해 주면 되겠구나.”

       

        = “와아아-!!”

       

        = “예쁘다!!!”

       

        내 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다른 이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 “자! 이쪽은 우리 합방의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분이시죠? ‘요로케’님이십니다!”

       

        = “안녕하세요! 원예 및 종합 게임 스트리머, 요로케라고 합니다.”

       

        = “와!”

       

        = “엘프 같아요 눈나!”

       

        = “엘프 맞거든요!”

       

        이쪽도 유쾌하군.

       

        = “이쪽은 이번 합방의 주체자! ‘공물’님이십니다.”

       

        = “안녕하십니까. 공물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방송인은 아닙니다.”

       

        “음?”

       

        저 인간은 방송인이 아니었다고?

        처음 듣는 소리였기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불가능하진 않겠으나, 일반인이 어떻게 방송인들의 합방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 “제법 유명하신 분이시죠? ‘애플파파이’입니다.”

       

        = “VR 전문 스트리머인 애플파파이라고 합니다. 다들 반가워요~!”

       

        굵은 목소리가 활기차게 대답한다.

       

        = “이쪽도 유명하다면 유명하죠? ‘빵실이네’님이십니다.”

       

        = “안녕하세요. 강아지 너튜브를 운영하는 ‘빵실이네’입니다. 간단하게 ‘빵실집사’나 ‘집사’라고 불러 주세요.”

       

        “반갑다.”

       

        이쪽은 정식 방송인은 아닌 느낌이다.

        시청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녹화한 영상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는 종류의 인물로 보였다.

        그러다가 방송인도 조금씩 시작한 모양.

       

        = “(왕! 왕! 왕!) 아, 알았어 빵실아. 아이고. 잠시만요.”

       

        = “네, 다녀오세요.”

       

        실제로 스피커에서는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으니…… 아마 맞겠지?

       

        = “전 ‘블렌드’라고 합니다. 다들 아시죠?”

       

        = “아, 본인만 간단하게 소개한다.”

       

        = “큭큭큭…….”

       

        그렇게 모든 이들이 자기소개를 끝내고.

        블렌드는 마침내 이번 합방의 주제를 발표했다.

       

        = “자!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 바로바로…… TRPG 합방입니다!”

       

        = “와아아아아!!”

       

        = “유후~!”

       

        – 오오오?

        – 캬

        – 와. 이건 예상 못 했는데?

        – 티알피지가 뭔가요?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그렇다.

        오늘의 이 합방은, 무려 ‘TRPG’라는 것을 하기 위해 모인 합방이었다.

       

        TRPG.

        테이블탑 롤 플레잉 게임(Tabletop Role Playing Game)의 약자라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테이블 위에서 롤 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게임 방식’이라고 한다.

        마치 내가 어제 방송 콘텐츠로 사용했던 ‘프론티어 월드’를, 모두가 함께 모여 ‘대화’와 ‘글’, 그리고 ‘상상’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이랄까?

        처음 이런 방식의 게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인간의 창의력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오늘의 방송이 참으로 기대되는구나.’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마침내 서론을 끝낸 블렌드가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 “게임 마스터는 우리, ‘공물’님이 맡아주실 예정입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아휴. 저희가 잘 부탁드리죠.”

       

        블렌드의 설명에 의하면, 저 ‘공물’이라는 인간은 블렌드가 직접 섭외한 TRPG 플레이어라고 한다.

        현실에서 블렌드와 안면이 있는, 친한 인간인 것이다.

       

        참고로, 저 ‘공물’이라는 이름은 방송에서 본명을 밝힐 수 없기에, 임시로 부여했던 별명이 그대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미 한 번 TRPG 합방에서 게임 마스터의 역할을 맡았고, 그때도 재미있게 게임을 진행했다고 한다.

        모두가 한 번 경험했다면, 실력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테지.

       

        = “자. 이번에 플레이할 시나리오의 제목은 ‘심연의 미궁’입니다. 제가 집필했고요, 컨셉은 판타지입니다.”

       

        “호오.”

       

        판타지라…… 내가 알고 있는 판타지와 이쪽 세상의 인간들이 인식하는 판타지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익숙한 세계관이다.

        내가 감탄하는 사이, 공물이 블렌드의 말을 받아 진행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그럼 우선 캐릭터부터 제작할게요.”

       

        시작은 블렌드가 진행했으나, 본격적인 게임의 진행은 공물이 진행하기 시작했다.

        공물의 지시대로, 우리는 각자 PC에 설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사위를 굴렸다.

        가방 먼저 정하는 것은, 각자가 맡은 캐릭터의 ‘종족’.

       

        = “라그나님? D20(20면체 주사위) 굴려주세요.”

       

        “알겠다.”

       

        마우스를 클릭하자, 1~20의 숫자 중 랜덤한 숫자가 화면에 떠올랐다.

        그 숫자는…….

       

        “8이로구나.”

       

        = “음…….”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잠시 말이 없는 공물.

        그리고 이내, 그가 나에게 말했다.

       

        = “라그나님의 종족은, 수인족이네요.”

       

        “호오.”

       

        나는 흥미롭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는 예전부터 TRPG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기회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스트리머들이 TRPG 합방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언젠가 이런 글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TRPG 지식이 깊지 않기에, 본 작품에서 나오는 TRPG에 오류가 있더라도 그러려니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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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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