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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6

        나는 빵이라는 ‘밀가루’ 식량을 우물거리며 길거리를 걸었다.

       

        부우웅~!

       

        반듯한 석판을 깔아 포장한 도로 위로, ‘소형 스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지나간다.

        내가 알기로, 저 ‘자동차’라는 물건은 상당히 비싼 물건으로 알고 있는데?

       

        “흠…….”

       

        좀처럼 볼일이 없는 자동차의 등장이 신기한 것일까?

        주변을 걸어가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동차로 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동차는 마차로 가득한 도로를 무심하게 질주할 뿐이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금 내 아바타가 머무는 곳.

        이곳 인간들이 ‘아파트’라고 부르는 곳에 들어갔다.

        그리고 3층에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였다.

       

        “왔구나. 미스 라그나.”

       

        “그래.”

       

        방 안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부스스하게 하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난 젊은 인간 남자.

        그가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소파에 누워 있었다.

       

        “먹을 것은 사 왔어?”

       

        “그래. 네가 말한 것들은 전부 사 왔다.”

       

        품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안에선 과일과 고기, 그리고 빵 따위가 들어 있었다.

       

        “그럼 요리 준비를…….”

       

        “……잠깐!”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그.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니, 그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나에게 말했다.

       

        “요리는…… 내가 할게.”

       

        “음? 머리가 아프지 않더냐?”

       

        숙취라고 하던가?

        어젯밤 밤새 술을 마셔댄 탓에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상태로, 요리할 수 있을까?

       

        그런 나의 의문에,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물론! 심부름은 수고했고, 나머지는 내가 할게!”

       

        인간의 표정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그, 그래. 들어가서 쉬어~!”

       

        그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방이나 거실과는 달리, 확연하게 ‘깨끗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방에 있는 ‘가구’라고는 침대와 의자, 책상, 테이블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테이블 위에도 변변찮은 물건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흠. 인간들은 이런 것을 ‘생활감이 없다’라고 하던가?”

       

        아무리 내가 인간을 흉내 낸다고 하더라도, 이 몸은 어지간한 인간보다 튼튼한 ‘아바타(Avatar)’다.

        일반적인 인간에겐 혹독한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이 아바타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바타로서 생활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생길 리 없었고, 당연히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에 가구나 도구를 들여놓지 않는다.

        이 ‘생활감’이 없는 방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 계속 밖으로만 돌아다녔으니…….”

       

        잠시 고민해 보다, 침대에 잘 개어져 있는 이불을 조금 어수선하게 바꾸어 보았다.

        이러면 생활감이 조금 생기려나?

       

        똑똑똑!

       

        “음?”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노크 소리는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닌, 우리가 생활하는 아파트 3층의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그가 이미 현관문을 열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손님은 하얀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늙은 인간 여성이었다.

        그녀는 드레스를 다소곳하게 붙잡으며 그에게 물었다.

       

        “이, 이곳이…… 위프 사무소가 맞나요?”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손님~!”

       

        그가 양 손바닥을 싹싹 문지르며 노인에게 다가간다.

        그러고는 그녀를 소파로 안내하며(소파에 올려져 있던 쓰레기들은 대충 근처에 던져 버렸다)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분실물 찾기, 사람 찾기…… 뭐든 찾아드리는 ‘위프 사무소’의 ‘위프 케이지’라고 합니다!”

       

       

        *            *            *

       

       

        – 어우. 뭔가 영국 느낌인데?

        – 벨에포크 느낌?

        – 스팀펑크 느낌도 남.

        – 무슨 세계관인지 감도 안 잡히네.

        – 오! 탐정물인가?

        – 기대기대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 이야기의 초반부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청자들의 반응이 활발할 줄이야.

       

        “흠. 세계관이라…….”

       

        시청자들의 의문에, 나는 황금을 뽑아내어 그때의 풍경을 재현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때 주변 풍경이…….

       

        “대략 이랬던 것 같은데?”

       

        – 와.

        – 산업시대 영국 느낌인가?

        – 셜록 홈스 시리즈 배경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 셜록 시리즈에 스팀 펑크 섞은 느낌인가?

        – 그래서 누가 셜록인가요?

        – 라나님은 왓슨 포지션?

       

        “셜록 시리즈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내가 방문해 있었던 곳은 이랬단다.”

       

        ‘마나’라는 에너지가 존재하기에 ‘마법’이 존재했던 차원.

        ‘마나’라는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기에 ‘과학’이 발전한 이곳.

        그와 마찬가지로, 그때 내가 머물고 있었던 차원은 ‘스팀’이라는 특수한 ‘증기 에너지’가 실존하는 차원이었다.

       

        그때 내가 머물고 있었던 곳은 ‘데미스 왕국’이라는 곳이었다.

        비록 나라의 크기는 작으나, 주변의 다른 나라보다 ‘스팀 에너지’에 관련한 눈부신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오

        – 뭔가 본격적인 느낌.

        – ㄷㄱㄷㄱ

        – 뭔가 영국이 생각나네.

        – 그럼 그 위프 어쩌구랑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내가 바닷가에 떨어졌는데, 그때 만났다.”

       

        차원에 막 도착했을 때, 그때 나는 행성의 바다로 떨어졌다.

        그래서 육지까지 이동한 다음 바닷가에 올라왔는데, 하필 그때 위프 케이지라는 인간과 딱 마주쳤었던 것이다.

       

        “그 인간과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지금은 하지 않겠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후, 나와 그는 일종의 계약을 맺었다.

        그는 내 신원을 보증해 주고, 나는 그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

       

        – 꿈?

        – 그게 뭔데요?

        – ???

        – 무슨 꿈이길래?

        – 설마?

        – 오오오?

       

        “무엇이겠느냐? 너희들이 말했던 ‘탐정 사무소’를 차리는 것이었지.”

       

        그리고 지금에 다다른다.

       

       

        *            *            *

       

       

        자신을 ‘헤이즈’라 밝힌 노인이 ‘위프 사무소’를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한 달 전, 제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헤이즈의 남편은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던 ‘대지주’였다고 한다.

        성격은 괴팍하지만 그렇다고 불합리한 소작료나 요구를 한 적은 없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의 인망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달 전에 그가 급사했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

        평소에도 가벼운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노환도 겹쳤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가 죽은 후, 그의 유산 상속에서 말썽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남편의 동생이 남편의 재산을 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헤이즈와 그 남편 사이에서는 자식이 없었다.

        정확히는…… ‘수컷 자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머무는 데미스 왕국에선, 암컷… 아니, 여성의 재산 소유가 상당히 까다롭다.

        여성은 결혼을 했을 경우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고, 자식이 존재할 경우에는 남편이 죽어도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설사 자식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편이 죽었더라도…….

       

        “남편분의 동생이 재산권을 주장했다는 것이로군요?”

       

        “네.”

       

        위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이라면 남편의 재산은 부인에게 상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헤이즈 부인이 말한 ‘남편의 동생’은, 남편의 휘하에서 땅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했던 사람.

        즉, 남편의 재산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인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 역시 재산의 상속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부인이 더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까? 남편분께서 유언장이라도 쓰셨다면…….”

       

        “그 유언장이 사라졌습니다.”

       

        “아아…….”

       

        헤이즈 부인의 말에, 위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헤이즈 부인은, 울상을 지은 채로 위프에게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제 남편의 유언장을 찾아주세요.”

       

        “그… 렇군요.”

       

        난감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거리는 위프.

        그의 시선이 힐끔거리며 나를 향한다.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이리저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해결하기 난감한 의뢰를 받았을 때 그가 행하는 습관이었다.

        저런 습관을 내보일 경우엔, 어지간하면 의뢰를 거부하고는 했다.

       

        “제발! 명탐정 위프의 명성을 듣고 왔습니다. 이곳에서마저 거절된다면…….”

       

        “하! 하! 하!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명! 탐! 정! 위프 케이지! 귀하의 의뢰를 수락하겠습니다!”

       

        ……저 ‘명탐정’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말이다.

       

        ‘저렇게도 명탐정 소리를 듣는 것이 좋을까?’

       

        또다시 제 무덤을 파버리는 위프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리석은 인간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구나.

       

        그렇게 헤이즈 부인…… 아니.

        ‘의뢰인’이 돌아간 후.

       

        “갸아아아악!! 어떡하냐?! 어떡하냐?!!”

       

        “…….”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달은 위프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부스스한 자기 갈색 머리카락을 박박 긁으며, 쓰레기로 가득한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저분했던 그가 더더욱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미스 라그나. 나 어떡하지?”

       

        “어떡하긴? 의뢰를 받았으면, 의뢰를 수행해야 하지 않나?”

       

        와삭!

       

        내가 사 왔던 과일을 먹으며 대답했다.

        약속을 했으면, 상대가 먼저 약속을 깨지 않는 이상 반드시 지킨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그런 내 대답에, 위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도 알잖아?! 이건 유산 분쟁이야! 그것도 아주 더러운! 지저분한! 제기랄! 아주 지저분한 일에 끼어들고 말았다고!!”

       

        “네 선택이지 않으냐?”

       

        “맞는 말이네?! 제기랄!!”

       

        인간들은 이걸 두고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 부르던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위프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끌끌거리며 혀를 찼다.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인간이지만, 이렇게 징징거릴 때마다 귀찮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엉망이 된 몰골로 자리에서 일어난 위프.

        선반에서 새로운 술병을 꺼낸 그가, 병째로 입에 물고 술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꼴깍! 꼴깍!

       

        “크으으~! 젠장. 어쩔 수 없지. 움직이자 미스 라그나.”

       

        “그래.”

       

        오도독!

       

        과일을 씨앗째로 씹어 삼키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위프는 옷걸이에 걸어놓은 그의 모자를, 나는 옆으로 매는 가방을 챙겼다.

       

        3층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이 아파트의 주인인 ‘윌슨’이라는 이름의 노인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가 손에 든 빗자루를 흔들며 소리쳤다.

       

        “이봐. 이번 달 월세 언제 낼 거야?”

       

        “하하하. 곧 내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발광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술기운으로 빨갛게 변한 얼굴을 환하게 밝히곤 윌슨씨에게 굽실대기 시작했다.

        평소에 그가 한 말에 따르면, ‘건물주는 조물주보다도 위대하다’라고 했었나?

        자신의 말을 잘 지키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위프의 모습을 뒤로한 채, 사무실이자 우리들의 집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가구를 사는 것은 조금 미루어 두어야겠군.’

       

        또 출장을 나가야 하는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출장이 잦아서 불만이었던 드래곤님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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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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