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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7

        삐이이이익-!!!

       

        증기 기관차의 굴뚝으로부터 강력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마나가 없는 곳에서 인류가 개발한 ‘증기 기관’은,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 만들어낸 수증기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그렇다 보니, ‘증기 기관’은 수증기를 내뿜는 분출구 이외에도 연소된 연기를 내뿜는 굴뚝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 세계의 ‘증기 에너지’는, 오로지 ‘수증기’로써 존재하는 이 세계만의 에너지다.

        그렇기에 이 세계의 증기 기관차는 ‘검은 연기’를 내뿜지 않는다.

        내뿜는 것은, 그 힘을 잃어버린 순수한 수증기뿐.

       

        덜컹! 덜컹!

       

        철로를 달리는 객차의 안.

        그곳에서 나와 위프는 함께 앉아, 위프가 조사해 온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은 ‘에프키아’라는 곳에 있는 ‘헤이즈가’의 땅이야. 편의상, ‘헤이즈’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곳이지.”

       

        “호오. 제법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군.”

       

        인간이 이 정도의 영역을 유지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은 영역이었다.

        이 정도라면 왕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영역의 절반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영역이라니……? 미스 라그나. 인간은 ‘영지’나 ‘영토’라고 한다고.”

       

        “그랬지. 딱히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실수 했구나.”

       

        “신경 좀 써달라고…….”

       

        위프가 한숨을 푹 내쉰다.

        그의 한숨에서, 미처 지워지지 않은 술 냄새가 풍겨나왔다.

       

        “……조만간 네 배를 갈라봐야겠구나.”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너희 인간들에겐 독과 같은 것. 분명 간에 손상이 일어났을 테니, 배를 갈라 간을 치유할 필요가 있을 테지.”

       

        여러모로 모자라 보이지만, 이래 봬도 위프는 나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 성실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인간이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편이 나에겐 여러모로 이득이니까.

       

        “그, 그런데 왜 배를 가른다고…….”

       

        “난 치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네 간 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직접 배를 가르고 네 장기를 확인해야 하지.”

       

        내가 치유에 관련된 능력…… 아니면 적어도 치유와 관련된 지식이라도 있다면 굳이 배를 가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쪽에 관련된 지식이 거의 없었고, 그렇다고 무작정 내 힘을 때려 박았다간 연약한 인간의 몸이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니 배를 갈라서 간만 손보는 것이다.

       

        “걱정 말거라. 배를 가른다고 바로 죽지는 않는다. 과다출혈만 예방한다면, 배가 갈라진 상황에서 생물은 제법 오래 생존…….”

       

        “술 끊겠습니다!”

       

        “???”

       

        위프가 결연한 표정으로 외쳤다.

       

       

        *            *            *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건 라나님이 잘못했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호러입니깤ㅋㅋㅋㅋ

        – 애주가가 금주하게 만드는 방법ㅋㅋㅋㅋㅋ

       

        “그게 그렇게 무서운 말이었느냐?”

       

        나로서는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소리다.

       

        – 배를 가른다는 소리를 태연하게 들으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요?

        – ㅋㅋㅋㅋㅋ

        – 이건 부처님도 놀라실듯? 

        – 이건 관우 데려와도 놀람.

        – 조조는 기절함.

        – ??? : 배를 가르라니! 더 살아 무엇하리!!!

        – 그만 죽어 순욱!!

       

        “물론 상대가 살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나 역시 거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살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상대가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시행할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의 의중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게다가 좀 전에 말했듯이, 생물은 배가 좀 갈라진다고 해서 금방 죽지 않는다.

        과다 출혈만 막는다면, 치유 마법이나 재생술을 받는 것으로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 또또! 드래곤 행동이다!

        – 인간은 그게 안 됩니다.

        – 닌겐 야캐요!

        – 인간을 아껴주세요.

        – ㅠㅠㅠ

        – 흙흙흙

       

        “거참. 팔다리나 목이 잘려 나감에도 웃는 인간들도 있지 않더냐?”

       

        인간이라는 생물은 그 바리에이션이 너무 크다 보니, 딱 잘라서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물론 그래서 더 재미있는 생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나와 위프는 증기 기관차를 타고 ‘헤이즈’에 도착했단다.”

       

        이야기나 계속해야지.

       

       

        *            *            *

       

       

        뚜두둑!

       

        “끄으윽! 아이고 허리야…….”

       

        위프가 허리를 이리저리 굽히며 굳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물론 일반적인 인간보다 튼튼한 몸을 가진 내 아바타는 끄떡도 없었지만 말이다.

       

        “거참. 무려 6시간을 그 좁은 좌석에서 앉아 있었는데, 미스 라그나는 몸이 굳지도 않아?”

       

        “음…… 나도 너처럼 몸을 푸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겠느냐?”

       

        “됐어. 괜히 그래 봤자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아.”

       

        한숨을 푹 내쉰 그가 모자를 꾹 눌러썼다.

        그리고 한 손에는 지팡이(스틱)를 들고, 다른 손에는 스팀 파이프(이 세계의 담배 비슷한 기호품)를 들어 입에 물었다.

        입 밖으로 특이한 향이 나는 수증기를 내뿜으며, 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 보자고 미스 라그나. 더러운 흙탕물에 몸을 담그러.”

       

        “그러지.”

       

        나는 내 몸집보다 커다란 가방을 한 손으로 든 채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 소녀는 뭐야?”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들어……?”

       

        “저거 뭐야? 무서워.”

       

        웅성웅성…….

       

        어쩐지 주변이 시끄러운 느낌이다.

        물론 평범한 일이었기에, 나는 그 소란에서 관심을 떼어냈다.

       

        어쨌든 기차역 밖으로 나오자, 기차역 밖에 주차된 마차들 중 하나에서 마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이고! 위프 사무소에서 오신 분들 맞으시지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위프가 마부와 손을 맞잡으며 크게 웃었다.

        평소 사교성이 좋은 그답게, 그는 어느새 마부와 어깨동무까지 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잠시 마부와 신나게 웃은 위프는, 나를 데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리는 ‘헤이즈’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부에게서 정보를 얻어왔어.”

       

        “고생했구나.”

       

        그 짧은 시간에 벌써 정보를 얻었단 말인가?

        역시나 그의 사교성은 상당히 뛰어났다.

       

        “에이. 명탐정에게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지.”

       

        너스레를 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헤이즈가의 상황은, 간단히 말해 쌍파전이야.”

       

        죽은 가주의 부인인 ‘헤이즈 부인’과, 죽은 가주의 동생이자 총관인 ‘아돌프’.

        그 두 세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죽은 가주가 공공연하게 부인과 가깝게 지냈고, 부인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이야기도 했었던 것 같아.”

       

        그렇기에 헤이즈가의 재산은 일차적으로 부인에게 상속되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가주의 ‘공식적인 말’이 적혀 있어야 할 ‘유언장’이 사라진 것.

       

        “그래서 지금은 두 세력으로 갈라져서, 소리 없는 전쟁에 들어간 것 같아.”

       

        “흠.”

       

        한쪽은 명분이 확실한 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법적으로 유리한 세력이다.

        결국 이 싸움은 ‘헤이즈 부인’의 세력이 죽은 가주의 유언장을 기한 내에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며칠 전 헤이즈 부인이 위프를 찾아온 이유도 그것이었다.

       

        “헤이즈 부인은 그 유언장을 아돌프씨가 빼돌린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

       

        “정황상,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그겠지.”

       

        동기도 있고, 총관이라는 직위에 있으니 능력도 있겠지.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이미 유언장의 행방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위프가 헤이즈 부인의 의뢰를 받았을 때, 이미 본체의 천룡안을 이용해 상황을 살폈으니까.

       

        “유언장은 지금…….”

       

        “아아아! 말하지 마. 이번에도 내 힘으로 추리해 볼 테니까.”

       

        “뭐, 그러거라.”

       

        늘 그렇듯이, 그는 나의 도움을 거절했다.

        명탐정이라면 스스로 추리를 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마차는 드넓은 목초지와 드넓은 밀밭을 지나갔다.

        그리고 큰 저택의 안으로 들어섰다.

       

        “오! 큰데?”

       

        “…….”

       

        큰…… 가?

        위성 크기의 우주 정거장이나, 항성에 맞먹는 크기를 가진 초월자들을 본 적 있는 내 처지에서는 딱히……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위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어서 오십시오!”

       

        저택의 앞엔, 헤이즈가의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이전에 사무실에서 본 적 있는 ‘헤이즈 부인’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여러분.”

       

        헤이즈 부인의 뒤에 있는 노인은, 죽은 가주의 동생이자 헤이즈가의 총관인 아돌프.

        인간의 표정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표정이 굳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 옆에는 젊은 인간 여성이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죽은 가주와 헤이즈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셋째 딸이다.

        남편을 사별한 미망인이기에,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서 친정으로 돌아온 것이다.

       

        ‘맞겠지?’

       

        힐끔 위프를 바라보니,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은 전부 마차 안에서 위프가 설명해 준 정보들이었다.

       

        “먼 길을 오신 분들을 계속 세워둘 수는 없지요. 들어가시죠.”

       

        “하하하! 그럼, 부인의 호의를 받겠습니다.”

       

        과장되는 모습으로 인사를 한 위프가 성큼성큼 헤이즈 부인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헤이즈 부인을 바라보는 아돌프를 힐끔 바라본 후 빠르게 위프를 따라갔다.

        지금의 내 역할은, 명탐정의 조수였으니까.

       

       

        *            *            *

       

       

        – ㅋㅋㅋㅋㅋ

        – 와. 라나님이 조수라니.

        – 정답지가 바로 옆에 있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뭔가 웃기넼ㅋㅋㅋ

        – 그런데 그 위프라는 사람이요, 명탐정이라기엔 뭔가 가벼운 느낌인데요?

        – ㄹㅇㅋㅋ

        – 라나님이라는 치트키가 있다?! 뿌슝빠슝!

       

        “그렇게 나와 위프는 저택의 손님방에 묵게 되었단다.”

       

        어차피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에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저녁 식사가 준비되기 전까지 방에서 푹 쉬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고, 나와 위프는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았지.”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될 차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정답지는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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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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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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