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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8

        식당에 모인 이들은 나와 위프를 제외하고도 많았다.

        식사 시중을 드는 사용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벽에 가까이 선 채, 다소곳한 자세로 서 있는 사용인들(메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간 여성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식사하는 동안, 동족에게 주변 경계를 부탁하는 것인가?’

       

        거의 모든 생명체는 ‘식사’를 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물론 이것은 ‘식사’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렇기에 나와 같은 독립적인 생활하는 생물은, 먹이를 스스로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식사한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무리 생활하는 이들은, 일부가 식사하는 동안 다른 동료들이 주변을 경계해 준다.

        그것으로 무리 구성원의 안전을 획득하는 것이다.

       

        “아니 아니. 그거 아니야.”

       

        “음?”

       

        이게 아닌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헤이즈 부인’이 웃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생각보다 빨리 와주셨군요?”

       

        “하하하! 아름다우신 부인의 모습이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

       

        위프가 헤이즈 부인에게 구애의 표현을 한다.

        ……인간들은 저런 것을 ‘사교적 언어’라고 표현하던가?

       

        ‘헷갈리는군.’

       

        “크흠! 위프님.”

       

        “네. 말씀하십시오 아돌프씨.”

       

        헤이즈 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위프를 향해,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던 아돌프가 물었다.

        그는 헤이즈 부인을 힐끔 훔쳐보더니, 느긋한 어조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문을 많이 들어 보았습니다. 특히나, 여왕 폐하의 사라진 목걸이를 찾아온 수완은 대단하더군요.”

       

        “하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위프의 입꼬리가 쭈욱 늘어난다.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 형님…… 아니, 가주님의 유언장을 찾을 수 있습니까?”

       

        “총관님.”

       

        아돌프의 말에, 헤이즈 부인이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무슨 실례되는 행동입니까?”

       

        “부인. 이 일은 저희들에겐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여러 번 확인하더라도 부족할 지경이…….”

       

        “그는 여왕 폐하의 인정을 받은 명탐정입니다. 또한 저의 손님이기도 하죠. 그 이상의 무례는 삼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아돌프가 이를 악물었다.

        그에게서 분노와 배신감에 대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순순히 물러섰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우두머리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흠…….’

       

        그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며, 나는 위프에게 배운 ‘식사 예절’대로 식사를 계속했다.

        음식이 맛있군.

       

        “필요한 지원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쪽의 집사에게 말하면 됩니다.”

       

        헤이즈 부인이, 젊은 인간 남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검은 집사 복을 입고, 손에는 하얀 장갑을 낀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한스라고 합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한스씨.”

       

        위프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            *

       

       

        식사가 끝난 후.

        나는 위프의 방으로 들어갔다.

       

        “왔어? 미스 라그나.”

       

        “그래.”

       

        인간이라면 잠이 들 시간이었으나, 위프의 방은 밝았다.

        방 안에 존재하는 ‘증기등’을 환하게 밝혀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란색의 빛을 내뿜는 증기등의 아래.

        스팀 파이프를 뻑뻑 피우던 위프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선, 방금 전 식사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은 모양이다.

       

        “흥미로운 정보를 많이 모았어.”

       

        “그러느냐?”

       

        “들어봐. 헤이즈 부인과 아돌프씨의 양측 세력의 쌍파전이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잖아?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그 이상이야.”

       

        위프가 신난다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식사 자리에서 헤이즈가의 인간들을 관찰하며 짐작해 낸 근거들.

        그리고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에게서 직접 얻어낸 정보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위프는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니 결론은, 내 생각보다 이 집안의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이야.”

       

        “그렇구나.”

       

        “……미스 라그나. 안 듣고 있었지?”

       

        “헤이즈 부인과 아돌프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고, 미망인인 셋째 딸도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

       

        내 대답에 위프가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도 그는 내가 그의 말을 안 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에게는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들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뿐.

       

        “정말로 답을 듣지 않아도 되겠느냐?”

       

        “하! 두고 봐. 너에게 답을 듣지 않아도, 내 힘으로 진실을 찾아 보일 테니까.”

       

        위프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렇게 선언했다.

       

       

        *            *            *

       

       

        – 오

        – 쏴라 있네!

        – ㅋㅋㅋㅋㅋ

        – 이열~! 이걸 참아?

        – 난 문제집 열면 바로 정답지부터 옆에 두는데.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정답지는 못 참지.

       

        “그날은 그렇게 끝났단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폭풍 전의 고요라고 해야 할까?”

       

        나는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이후에는…… 뭘 했더라?

       

        – 잠을 잤겠죠?

        – ㅋㅋㅋㅋㅋㅋ

        – 슬슬 기억력이 떨어지시는ㅋㅋㅋㅋ

        – ㅋㅋㅋ

        – 할머니!!

        – ㅋㅋㅋㅋㅋㅋㅋ

       

        기회를 포착한 듯, 시청자들이 나를 놀리기 시작한다.

        이 고얀 놈들!

       

        속으로만 툴툴거리며, 이미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기억들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그때가…… 식사 다음에…… 아!

       

        “그 다음 날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단다.”

       

        정확히는 위프가 수사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대외적으로 위프가 ‘명탐정’으로 소문이 나 있었고, 나는 어디까지나 그를 도와주는 ‘조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인간들의 일엔 큰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이미 정답까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사건 수사에 열의를 보이는 것은 위프 뿐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푹 자고,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준비를 끝낸 우리는 한스 집사를 찾았다.

        그리고 위프는 가장 먼저 ‘그곳’으로 향하길 원했다.

       

        “우리는 죽은 가주의 유언장을 보관하고 있었던 ‘금고’로 향했단다.”

       

       

        *            *            *

       

       

        “여기입니다.”

       

        한스 집사는 우리를 저택의 ‘서재’로 안내했다.

       

        ‘인쇄기’와 ‘금속 활자’가 개발되며, ‘책’이라는 기록물의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책’이라는 기록물은 비싼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서 ‘서재’라는 공간은 보물고와 비슷한 장소였고, 일반적으로 저택에서도 선택받은 소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장소였다.

        사용인 중에서도 실력 좋고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만 청소를 맡길 정도…… 라나?

       

        솔직히 나에게는 별로 끌리는 공간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보다 더 대단한 것들을 보고, 듣고,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당장 은하 단위로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던 차원만 생각해 봐도 이런 작은 서재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위프에겐 상당히 신기한 공간이었던 모양이다.

       

        “오오. 책이 상당히 많군요?”

       

        “전대 가주님의 대에서 부터 모으신 것들입니다.”

       

        책들이 보관된 책꽂이를 지나가자, 본래 가주가 앉아 일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책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책상의 뒤로는 큰 유리창이 존재했고, 그 유리창을 통해 환한 빛이 흘러들어오며 서재를 밝히고 있었다.

       

        한스 집사는 그 책상마저도 지나쳐, 서재의 구석진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활짝 열린 금고’를 보여 주었다.

       

        “이 금고입니다.”

       

        “호오…….”

       

        위프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금고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세밀한 무언가라도 찾는 듯, 그는 꼼꼼하게 금고를 살폈다.

       

        “에스테빈 회사의 제품이군요? 그것도 20년 전 모델이고요.”

       

        “맞습니다.”

       

        위프가 활짝 열려 있던 금고의 문을 살짝 닫아보곤, 다시 활짝 연다.

        금고의 벽을 손으로 툭툭 두드려보기도 하고, 금고의 문 앞에 달려 있는 다이얼을 돌리며 소리를 들어 보기도 한다.

       

        “……금고 열쇠는 누가 관리했죠?”

       

        “주인마님이십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그가 나에게 눈짓한다.

        그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금 그가 나에게 보낸 ‘신호’의 뜻은, ‘이 금고에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느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미 너무 많은 지문이 찍혔기에, 범인의 지문을 특정할 수 없다’라는 대답을 한 것이고.

       

        내 신호를 알아들은 그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찬다.

        그러고는 금세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한스 집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유언장을 금고에 보관하신 겁니까? 요즘은 변호사를 통하지 않던가요?”

       

        “돌아가신 가주님의 생각을 어찌 저따위가 알겠습니까만은…….”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집사님의 생각을 들려주십시오.”

       

        위프가 넉살 좋게 한스 집사에게 묻는다.

        그런 위프의 미소를 그냥 넘길 수 없었는지, 아니면 헤이즈 부인의 명령이었던 ‘우리에게 협조해라’라는 지시 때문인지.

        한스 집사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가주님께선 상당히 단호하신 분이셨습니다.”

       

        정확히는, 고집이 쎄고 독선적인 인간이었다.

        위프가 조사해 온 자료가 정확하다면 말이다.

       

        “그분께서는 직접 확인하신 사항이 아니라면, 크게 신뢰를 주지 않으셨죠. 변호사라는 직업은 최근에 생긴 직업이니…… 아마 그분께서는 변호사들을 신뢰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아. 이해합니다. 실제로 변호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도 하니까요.”

       

        한스 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위프가 다시금 금고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이 금고의 열쇠는 하나뿐입니까? 헤이즈 부인께서 가지고 계셨던 것 하나?”

       

        “그렇습니다.”

       

        “헤이즈 부인께서 열쇠를 분실하신 적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론,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쇠는 본래 가주님의 것이었겠죠? 어떻게 부인의 손에 들어갔습니까?”

       

        “가주님이 돌아가시기 전, 직접 주인마님에게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위프의 질문에, 한스 집사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런 한스 집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위프가 금고를 가리키며 마지막 질문을 건냈다.

       

        “마지막으로…… 유언장은 확실히 이 금고 안에 들어 있었습니까?”

       

        “당연합니다.”

       

        “……그렇군요.”

       

        만족할 만큼 금고를 살핀 위프가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나에게 말했다.

       

        “자. 가자고 미스 라그나. 탐문 시간이야.”

       

        “알겠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가는 위프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웃고 있으나, 서재를 나서는 그 순간까지 그의 시선은 금고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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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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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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