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03

        새로운 날이 밝았다.

        언제나처럼, 나는 시간에 맞추어 방송을 열었다.

        그러자 언제나처럼 시청자들이 들어와 나를 맞이해 주었다.

       

        – 용하!

        – 용하용하

        – 라하

        – 안뇽하세요

        – 알흠다운 점심입니다!

        – 하이하이요

        – 용하

        – 응애. 나 아기 시청자!

       

        “반갑구나 아이들아.”

       

        언제나처럼 유쾌한 시청자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나는 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했다.

        오늘은…… 이런 각도로 카메라를 설치해 볼까?

       

        – 캬! 얼짱 각도!

        – 얼짱각도라니…. 언제적 단어를….

        – 틀니틀니야…

        – 와. 요즘은 얼짱 각도라는 단어도 안쓰나?

        – ㅎㄷㄷ

        – 세상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

       

        내가 잠시 채팅창에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뭔가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했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끼리 노는 것도 좋다만, 싸우지는 말거라.”

       

        – 넹.

        – 알겠슘다!

        – 넹

        – 네넹

        – ㅇㅇㅇㅇ

        – 네

       

        그렇게 시청자들과 잡담하는 사이, 어느새 수많은 시청자들이 내 방송에 접속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해도 되겠지?

       

        – 이야기! 이야기!

        – 그래서! 그때 총격전이 어떻게 되었나요?!!

        – 갸아아아악!!

        – 아아….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어.

        – 어어? 점마… 왜 혈색이 돌아오노?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야기 시간이다! 다들 착석!

        – 할모니! 빨리 이야기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래그래. 재촉하지 말거라.”

       

        시청자들을 달래주며, 나는 황금을 뽑아내 카메라의 앞에 늘어놓았다.

       

        – ?

        – ?

        – 갑자기 황금은 왜요?

        – ??

        – 엥?

        – 무엇을 하시려고 그러시지?

        – 뭘까?

       

        “어제, 위프의 총격전을 자세히 듣고 싶어 했지 않았느냐.”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로, 나는 인간다운 말재주가 없는 드래곤이었다.

        내 회상을 인간답게 풀어내는 것은 그럭저럭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실감 나게 표현하는 재주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제 방송이 끝나고, 나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그때의 상황을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굳이 내가 말로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나? 그냥 보여주마.”

       

        – 오오오오오!!

        – 감사! 압도적 감사!

        – 그렇지! 라나님은 시청각 자료가 있어!

        – 라나님 감다살!

        – ㅎㅎㅎㅎㅎ

        – 아싸!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어제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탕탕탕!

       

        위프가 총을 쏜 후, 재빨리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로 총알이 떨어진다.

       

        “이크.”

       

        탕탕탕탕탕-!

       

        몇 명의 인간들이 있었는지 짐작하지 못했던 위프는, 저들의 포위 공격에 갇힌 채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붙잡힐 상황!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위프는 황급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어둠에 잠긴 천장과 벽으로 향하고, 이어서 슬러지와 오물이 함께 흐르는 오수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시선은, 저 앞에서 총알을 쏘고 있는 인간들이 들고 있는 ‘증기등’으로 향한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착착!

       

        삭삭삭!

       

        재빨리 품속에서 총알을 꺼내더니, 총알을 분리해 화약을 따로 빼낸다.

        그리고 그렇게 3~4개의 총알에서 빼낸 화약을 한데 모으더니, 그것들을 손수건에 감싼다.

        그 화약의 한쪽에 총알의 ‘뇌관’을 박아 넣고, 그대로 꽁꽁 묶는 것으로 준비는 끝.

       

        “후우~! 난 해낼 수 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자기 암시를 불어넣은 그가 총을 발포한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인간들의 사격이 멈춘 순간, 위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둥 뒤에서 튀어나오며, 급조한 화약 덩어리를 던졌다.

        목표는 인간들이 들고 있던 ‘증기등’ 중의 하나.

       

        휘리릭~!

       

        빠르게 날아간 화약 덩어리가 증기등의 근처까지 날아간다.

        동시에 위프의 손이 빠르게 총의 공이치기를 뒤로 젖히고, 이어서 총알이 발포된다.

       

        타앙!

       

        챙그랑!

       

        “아닛?!”

       

        인간들의 시야를 밝혀주던 빛 하나가 빠르게 사그라진다.

        물론 저들에겐 아직 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증기등’이 3개나 남아 있는 상태였기에, 시야의 문제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증기등의 근처까지 날아간 ‘화약 덩어리’.

        그리고 증기등이 깨져나가며 밖으로 퍼져나간 ‘증기 에너지’에 있었다.

       

        이 세상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증기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열에너지’가 한곳에 뭉쳐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에너지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총알에 의해 일시적으로 와해되고, 그 과정에서 뜨거운 열에너지를 일시적으로 주변에 흩뿌리게 된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뇌관’이 박혀 있는 ‘화약 덩어리’가 날아가던 상황.

        당연하게도…….

       

        철컥!

       

        퍼어어엉!!

       

        밖으로 퍼져나간 증기 에너지에 반응한 뇌관이 화약 덩어리를 터뜨리게 되었다.

       

        물론 그 폭발력은 별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화약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그 양은 기껏해야 총알 3~4개 수준.

        총알을 빠르게 날려 보내는 것에는 충분한 위력을 내더라도, 겨우 저 정도의 양을 터뜨려봤자 화상을 입히는 정도가 전부다.

       

        “흡!”

       

        하지만 위프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화약이 터지는 것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채,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자기 몸을 가리며.

        그는 오물과 슬러지가 가득한 오수 속으로 잠겨 들었다.

        그 직후…….

       

        콰아아아아아아앙!!!

       

        지하수로의 내부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지하수로는 도시의 모든 오수와 생활폐수가 모여드는 하수처리장이다.

        그리고 매일 수많은 오수와 폐수가 흐르는 지하수로에는, 유기물이 분해될 때 발생되는 ‘폭발성 기체(메탄가스)’가 모여들게 된다.

       

        물론 인간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 폭발성 기체를 완벽하게 처리할 기술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 대신 지하수로의 곳곳에 환기구를 뚫고, 폭발성 기체가 최대한 흐를 수 있도록 지하수로 자체를 크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비를 하더라도 완벽하게 폭발성 기체를 처리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폭발성 기체가 고이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위프는 그것을 노렸던 것이었다.

       

        철퍽!

       

        “으으으…… 냄새야…….”

       

        오물로 범벅이 되어 버린 몰골로 튀어나온 위프.

        그는 초토화가 되어 버린 주변을 바라보며 자기 몸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자기 옷매무새를 다듬는 데 성공한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효과 한번 확실하군!”

       

        그에게 총을 쏘던 다른 인간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

       

       

        *            *            *

       

       

        – 캬!

        – 효과 확실하네!

        – 와씨. 시청각으로 보니까 진짜 박진감 넘친다!

        – 무슨 영화 한 편 보는 줄?

        – 계속 시청각으로 보여 주시면 안 되나요?

        – ㅎㄷㄷ

        – 재미있다! 신난다!

        – 오호홍! 좋아용!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시청자들이 매우 좋아했기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볼 때는 무모한 작전이었지만…… 같은 인간인 너희 처지에서는 괜찮게 보였던 모양이구나.”

       

        사실 내가 볼 때, 위프의 작전은 지적할 점이 많은 작전이었다.

        화약의 양을 조금이라도 실수했거나, 뇌관을 잘못 박았거나, 상대의 증기등을 적절한 타이밍에 깨트리지 못했다면…….

        심지어 그 모든 것들을 떠나, 그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작전이었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다.

       

        “자기 목숨조차 운에 맡기다니. 나로서는 정말로 방법이 없었을 때나 시도했을 작전이었다.”

       

        – 오…

        – 드래곤님은 그렇게 느끼시는구나.

        – 그럼 라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어요?

        – 라나님이라면 어케 하셨나요?

        – 라나님의 감점 타임!

       

        “나였다면…… 항복했겠지.”

       

        그리고 기회를 봐서 탈출하거나, 거짓 항복으로 변경하거나 했을 것이다.

       

        – 치사하다!

        – 치사한데 효과적이긴 함.

        – ㅋㅋㅋㅋㅋㅋ

        – 아, 드래곤님은 생존 전문가시라고!

        – ㅋㅋㅋ

       

        “뭐, 어쨌든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그는 오물에 전신을 담갔다며 치를 떨었으나, 어쨌거나 그의 전략은 매우 유효했다.

        위프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이 모두 쓰러졌던 것이다.

       

        폭발에 휘말려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폭발성 기체가 고여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양은 적었다.

        폭발이 일어날 수는 있되, 그 폭발이 지하수로를 날려 버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그렇다면 왜 인간들은 전부 쓰러졌던 것일까?

       

        – ?

        – 뭘까요?

        – 아, 혹시 산소를 없앴나?

        – 폭발 충격에 다 기절했나?

       

        “정답이 나왔구나. 일시적으로 산소를 없애, 인간들을 기절시켰던 것이란다.”

       

        위프가 알고 저질렀던 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결과를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실행한 것이겠지.

       

        “그렇게 보면, 그것도 위프의 재능이었겠지.”

       

        – 오오오. 명탐정.

        – 명탐정의 소양이죠.

        – ㅋㅋㅋㅋㅋ

        – 도대체 명탐정이란 뭘까?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자. 그럼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나는 황금을 거두어들이며, 다시 그때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촤악!

       

        “쿨럭쿨럭!”

       

        물을 뿌리자, 기절해 있던 한스 집사가 정신을 차렸다.

        나는 들고 있던 양동이를 내려놓으며 위프에게 말했다.

       

        “깨어났다.”

       

        “그래.”

       

        “쿨럭쿨럭! 이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정신을 차린 한스 집사가 우리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감히 헤이즈 가문의 집사인 저에게 이런 짓을 하시다니! 헤이즈의 이름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철컥! 철컥!

       

        그는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가 기절한 틈을 타, 그를 기둥에 묶어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소리 지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지하수로의 안쪽이다.

       

        “한스 테멕. 웰우드 지방에서 오셨더군요?”

       

        “……그게 무슨 상관이죠?”

       

        “아아, 물론 상관은 없습니다. 당신의 출신은 이 이야기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죠.”

       

        그렇게 말한 위프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한스 집사의 눈앞에 펼쳐진 위프의 양손 사이엔, 은빛의 무언가가 증기등의 불빛에 빛나며 반짝거렸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그, 그건?!”

       

        한스 집사가 황급히 자기 가슴팍을 확인한다.

        그리고 위프는, 기절해 있던 한스 집사의 목에 걸려 있었던 목걸이를 증기등의 불빛에 비추어보며 말을 이었다.

       

        “낫과 망치가 교차하고 있고……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은 늑대로군요? 참 특이한 상징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미스터 한스?”

       

        “그건…….”

       

        휘리리릭!

       

        한스 집사의 목걸이가 위프의 손가락에 걸린 채 빙빙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한스 집사의 앞에서, 위프가 말을 이었다.

       

        “참으로 우연히, 제가 이것과 비슷한 모양의 ‘상징’을 알고 있지 뭡니까.”

       

        “…….”

       

        “증기 에너지를 배척하는 이들이자, 과격한 테러 집단.”

       

        그들은 ‘증기 에너지’가 인류를 좀 먹는 ‘악마의 힘’이라고 주장하며.

        오로지 신을 향한 ‘신앙’으로 인류가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모든 ‘증기 에너지’에 대한 과격한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임과 동시에.

        현재 인류 문명이 구성하는 ‘계급 시스템’을 타파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혁명가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테러리스트인 이들.

        그들의 이름은…….

       

        “러드 네스트(Ludd Nest). 미스터 한스. 당신은 러드 네스트의 일원이었군요.”

       

        “크으윽!”

       

        한스 집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중에 나온 ‘러드 네스트’라는 집단의 모티브는 ‘레지스탕스’와 ‘러다이트 운동’에서 따왔습니다.

    이쪽 차원에는 실존한 적이 없는 단체이니, 독자 여러분은 안심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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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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