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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4

        – 와. 무슨 레지스탕스임?

        – ㅋㅋㅋㅋㅋ

        – 갑분레지스탕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갑자기 분위기 무엇ㅋㅋㅋㅋ

        – 유언장 찾다가 왜 거기까지 갘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들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러드 네스트라는 인간 단체는, 너희들이 말하는 테러 단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실제로 저 당시에도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던 이들이었지.”

       

        참고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헤이즈 부인이 위프 사무소를 찾아왔을 때 위프가 들고 있던 신문의 첫 장에 러드 네스트에 대한 기사가 적혀 있었다.

        딱히 이야기할 이유는 없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아닠ㅋㅋㅋ

        – 그걸 왜 이야기 안 해욬ㅋㅋㅋ

        – 그게 포인트인데욬ㅋㅋㅋ

        – ㅋㅋㅋㅋ

        – 진짜 웃기넼ㅋㅋㅋㅋ

        – 이럴 때마다 웃김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음?”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위프에 의해 밝혀진 한스 집사의 정체! ……이기는 하지만 나와는 딱히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드래곤인 내가 인간들의 사정에 딱히 관심이 가지 않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인간들의 사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민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위프는 사정이 다르다.

        그는 쓰러진 다른 인간들에게서 수집한 각종 증거들을 들어 보이며, 한스 집사에게 말했다.

       

        “이미 증거는 차고 넘치게 수집했습니다. 발뺌할 속셈은 아니시겠죠?”

       

        “큭! 제기랄! 왜? 왜 당신이! 왜!!”

       

        철그럭! 철그럭!

       

        한스 집사가 묶인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분노를 터뜨린다.

        위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막대한 분노가 담긴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 한, 인간 혼자서 눈빛만으로 다른 인간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위프는 한스 집사의 눈빛을 가볍게 넘기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것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당신이 수상하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알았지?”

       

        “그거야 간단합니다. 간단한 정보 짜맞추기죠.”

       

        들고 있던 증거들을 전부 나에게 맡긴 위프가 증기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박하 향의 수증기가 파이프를 통해 뿜어지고, 그 수증기를 들이켰던 위프가 자기 추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헤이즈가의 사용인들은 전부 저택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저택의 주변은 농경지와 목초지뿐이고, 도시와의 거리도 제법 멀지요. 걸어서 오갈 수는 있겠으나, 시간이 걸립니다.”

       

        “…….”

       

        “그래서인지, 헤이즈가의 외부와 왕래하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죠. 정기적으로 저택에 물자를 공급하는 배달부, 저택과 도시를 오가는 순행마차, 주문을 넣으러 도시로 향하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 정도뿐이죠.”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특성상, 헤이즈가의 저택은 일종의 ‘외딴섬’과 같은 환경인 상황이었다.

        외부와의 왕래도 적고, 설사 누군가가 몰래 저택을 오간다고 하더라도 주변이 탁 트인 평지이기에 쉽게 눈에 띈다.

        즉, 만약 유언장을 훔친 범인이 유언장을 외부로 빼돌렸다면…… 저택을 주기적으로 오갈 수 있는 루트 중 하나를 통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인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나를? 다른 놈들도 있잖아?!”

       

        한스 집사의 의문은 타당했다.

        저택의 안과 밖을 오갈 수 있는 인원은 그 이외에도 있었고, 헤이즈가의 저택은 저택 내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곳이 아니었다.

        실제로 헤이즈가가 자체적으로 운행하는 ‘순행마차’를 통해 도시로 놀러 나가는 사용인들도 존재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순행마차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째서지?”

       

        “유언장이 사라진 이후로, 저택의 출입이 엄격해졌으니까요.”

       

        조사를 시작했을 때, 위프는 유언장이 사라진 이후로 저택의 출입 기록을 찾아봤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무언가 단서를 찾아냈었는데…… 아무래도 저것이었던 모양이다.

       

        “당신도 아시겠으나, 유언장이 사라진 것이 밝혀진 이후에는 저택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엄격히 제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밖으로 나갔었던 이들은 이미 조사를 끝내두었습니다.”

       

        “…….”

       

        “그럼 남은 이들은 반드시 저택의 안과 밖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이들인데…….”

       

        거기서 말을 멈춘 위프는, 잠시 한스 집사를 내려다보다 말했다.

       

        “찍었습니다.”

       

        “……뭐?”

       

        “찍었다고요. 다행히 한 번에 맞췄군요.”

       

        “허어?!”

       

        “???”

       

        나와 한스 집사가 위프를 바라보았다.

        아마 우리들의 시선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이다.

        황당함이라는…….

       

        “위프여. 내가 추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추리가 아닌 것 같은데?”

       

        “아, 결과만 좋으면 추리입니다.”

       

        “…….”

       

        뭐라고 한마디 할까 했지만, 어쨌든 결과를 냈으니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과정이 어떻든, 일단 ‘결과’ 자체는 냈으니까.

       

        내가 입을 다물자, 위프는 척 봐도 신난 얼굴로 한스 집사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말해주셔야겠습니다.”

       

        “큭! 내가, 순순히 발설할 것 같으냐!!”

       

        “아뇨? 말해야 할 겁니다.”

       

        꽉!

       

        위프가 한스 집사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고통에 한 신음을 흘리는 한스 집사를 바라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말을 할 때까지, 저 더러운 오물을 당신 콧구멍에 쑤셔 넣을 테니까요.”

       

        “?!!”

       

        “자! 빨리 말하시죠! 유언장은 어디 있습니까!!”

       

        위프가 한스 집사의 머리를 뒤로 젖힌다.

        그러고는 다른 손으로는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통에 오수를 담아 한스 집사에게 다가갔고…….

       

        “자, 잠깐!!”

       

        한스 집사가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에게서 공포심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선, 큰 두려움을 느낀 모양이었다.

       

        “오! 말할 생각이 드셨습니까?”

       

        “아니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고. 말씀하실 생각이 없으셨군요. 미스 라그나. 부어드려!”

       

        “그래.”

       

        “자자자자자잠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한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인간들의 배설물과 부패한 유기물 따위가 섞인 오수가 담긴 통을 한스 집사에게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 오수를 한스 집사에게 붓기 직전!

       

        “유, 유언장은 나에게 없다!!”

       

        “음?”

       

        척!

       

        위프가 손을 들어 내 행동을 멈추게 했다.

        그의 지시대로 하던 일을 멈추자, 위프는 한스 집사의 머리를 놓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유언장은 어디 있죠?”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라아아…….”

       

        “아직 정신 못 차린 모양이네. 미스 라그나. 계속…….”

       

        “애초에 내가 안 훔쳤어! 유언장!!”

       

        “……응?”

       

        한스 집사의 말에, 위프가 미간을 찌푸린다.

        위프는 찡그린 얼굴로 한스 집사를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헤이즈 부인의 집사인 당신이라면 금고 열쇠를 빼돌릴 기회도 있을 테고, 밖으로 나올 수 있으니 유언장을 빼돌릴 기회도 있고, 심지어 러드 네스트의 일원인 당신이?!”

       

        “진짜 몰라! 애초에 유언장이 있다는 것도 사라진 뒤에 알았다고!!”

       

        “…….”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한스 집사.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위프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이 말, 진짜야?”

       

        “…….”

       

        끄덕.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 집사가 한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저 헤이즈가의 집사이자, 러드 네스트의 일원이었을 뿐이다.

        유언장이 사라진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였다.

       

        “…….”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위프의 입이 쩍 벌어졌다.

       

       

        *            *            *

       

       

        – 와씨

        – 아닠ㅋㅋㅋ 엄한 사람을 잡았엌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한 건 크게 해내기는 했는데, 엄한 사람이었음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게 뭐얔ㅋㅋㅋ

        – 아니 그럼 유언장은 어디간 거임?

        – 범인은 누구야?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뭐, 원래도 ‘ㅋㅋㅋ’이라는 채팅이 계속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유독 심해진 느낌이었다.

        그만큼 내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뜻이겠지?

       

        잠시 채팅창을 바라보다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과자를 먹고, 다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옴뇸뇸.”

       

        – 갑자기 먹방 무엇?

        – 아…. 갑자기 배고파짐.

        – 늦점 먹었는데, 갑자기 배고파진다.

        – 배가…. 고파졌다…..

        – 갑자기 국밥 땡김.

       

        시청자들이 진정한 것 같으니, 과자와 음료수를 먹던 것을 그만두고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단다. 그들이 유언장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이들이라는 것을 말이지.”

       

        – 아닠ㅋㅋㅋ

        – 알고 있었으면 좀 귀띔이라도 해주시짘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똥개 훈련 관음 개꿀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는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라고 묻는 채팅도 보였다.

        그렇기에 나는 답했다.

       

        “위프가 자기 스스로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설사 그 길이 실패라도,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단다.”

       

        – 하긴

        – 말하지 말랬으니, 원하는 대로 해준 거긴 함.

        – ㅋㅋㅋㅋㅋㅋ

        – 그건 맞음

        –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 이건 위프 잘못이넼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결과적으로 위프는 러드 네스트 일당을 잡아낼 수 있었지.”

       

        하지만 그가 받은 의뢰인 ‘유언장 사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가 세웠던 추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남은 시각은 3일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이었지.”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달이 밝은 한밤중.

        잠을(진짜로 잠을 자는 것이 아닌, 눈 감고 가만히 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청하고 있던 나는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꺼운 가운을 걸치고, 테라스로 이어지는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드래곤인 내 본체였다면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바람이었으나, 지금, 이 바람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형태를 한 나의 ‘아바타’였다.

        보통의 인간보다는 튼튼하지만 어쨌든 감각 자체는 인간과 거의 동일한 것이다.

       

        ‘쌀쌀하군.’

       

        소름이 돋은 피부를 만지작거리며, 나는 옆 테라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꿀꺽꿀꺽!

       

        “크하~!”

       

        아까 전부터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위프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그냥 무시하려고 했으나, 이 쌀쌀한 기온 아래에서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기에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금주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뭐야. 너였냐? 미스 라그나?”

       

        뒤늦게 내 등장을 알아챈 위프가 손을 흐느적흐느적 흔들었다.

        술에 잔뜩 취한 듯, 그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탁!

       

        “쯧쯧쯧.”

       

        나는 위프의 방과 연결된 테라스로 넘어갔다.

        그러고는 위프의 이마를 툭 치며 마법을 사용했다.

        위프와 함께 생활하며 계속 사용한 탓에, 이제는 익숙해진 그 마법.

       

        우우웅~!

       

        “……어휴. 기분 좋게 취해 있었는데.”

       

        “너무 취했다.”

       

        나의 ‘취기 해제 마법’에 의해 취기가 사라진 위프.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테라스 난간에 기대 주저앉았다.

        나 역시 그 옆에 주저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슬퍼, 이곳에 있는 것이냐?”

       

        “……글쎄다?”

       

        위프가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서 진한 슬픔의 감정, 그리고 분노, 좌절, 회한…… 그 밖에도 여러 감정의 기류가 보였다.

       

        “미스 라그나. 나는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 진짜로…… 내 힘으로…….”

       

        “…….”

       

        “단서를 찾고, 탐문을 하고, 미행도 하고, 그리고 드디어 범인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위프의 두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꾹 참고 있던 그의 슬픈 감정이, 마침내 인내를 넘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나에겐 익숙한 울음소리가 서늘한 밤하늘 아래에서 울려 퍼진다.

        내가 인간의 감정에 공감해 줄 수 있었다면, 위프의 슬픔을 함께 공감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감정에 공감해 줄 수 없었기에, 그저 그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옆에 있어 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마침내 슬픔을 잔뜩 흘려 낸 위프가 나를 바라보았다.

        퉁퉁 부어 버린 눈을 부릅뜨고, 무언가를 결심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미스 라그나. 난 준비되었어.”

       

        “…….”

       

        “늘 그렇듯이, 이제 알려 줘.”

       

        “……그래.”

       

        고개를 끄덕인 난, 그에게 내가 본 모든 것들을 알려주었다.

        유언장의 행방, 그때의 상황, 내가 본 모든 것들을.

        ……늘 그렇듯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진실은?

    다음 이 시간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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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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