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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나도 전생에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오래전의 일이었다.

        이젠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그저 ‘그랬었지……’라고 회상하게 되는 흔적.

       

        그렇기에 나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되, 인간을 ‘공감’하지 못한다.

        수없이 인간과 지성체들을 관찰했기에 그들의 행동을 알 수 있으나, 동시에 그들의 행동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흔적만 남은 오랜 기억에 대조하며 ‘추측’만 할 뿐.

       

        – ㅋㅋㅋㅋ

        – 그럼 뭐임? 손자가 있다는 건가?

        – 외손자면, 딸에게 아들이 있다는 거임?

        – 그런데 갑자기 뭐예요?

        – 무슨 상황인지 나만 이해가 안 되나?

        – 빨리! 빨리 설명을!!

       

        “…….”

       

        그렇기에 나는 시청자들이 소리를 지르는 광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이 왜 이렇게 놀라는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짧게 고민하다, 금세 그 고민을 털어 버렸다.

        어차피 내가 고민한다고 쉽게 이해가 될 것도 아니었고, 딱히 문제가 될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면, 이것도 금세 지나갈 테지.

       

        “그러면 이야기를 계속하마.”

       

       

        *            *            *

       

       

        갑작스러운 위프의 발언에 인간들의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딸은 공포에 질렸고, 아돌프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벤즈 위헌은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해 드리죠.”

       

        벤즈 위헌이 자기 특이한 콧수염을 손가락을 매만지며 답했다.

       

        “기본적으로 혈통에서 가까울수록 상속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그러니 외손자와 형제 중, 기본적으로는 형제의 상속 우선순위가 높죠.”

       

        하지만…… 이라고 말끝을 늘린 벤즈 위헌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돌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형제분께서 상속을 포기한다면, 혹은 상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

       

        상속할 수 없는 상황.

        즉, ‘죽음’을 말하는 벤즈 위헌의 말에 아돌프의 얼굴이 굳어졌다.

        직접 이름을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말하는 ‘형제’는 아돌프를 의미하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설명 감사드립니다. 위헌님.”

       

        “이 정도로 무슨.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소?”

       

        벤즈 위헌과 위프가 허허거리며 웃는다.

        그리고 그 광경을 참지 못한 헤이즈 부인이 버럭 소리 질렀다.

       

        “이게 다 무슨 짓이죠?! 지금, 우리 헤이즈 가문을 모욕하는 겁니까?!”

       

        “……부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비록 황제 폐하께 직접 봉사하는 위헌님 만큼은 아니나, 우리 헤이즈 가문도 황제 폐하께 직접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은 가문입니다.”

       

        아돌프까지 헤이즈 부인과 함께 위프, 그리고 벤즈 위헌을 노려보기 시작한다.

        이대로 끝난다면 벤즈 위헌은 모르겠으나, 제대로 된 권력이 없는 위프에겐 치명적인 적이 생기게 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위프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헤이즈 가문의 사람들을 자극한 것이 아니었다.

       

        “하하하. 많이 화나셨나요?”

       

        “당연한 말 아닌가요?! 당신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저희 가문을 모욕했습니다! 감히 평민 따위가!!”

       

        헤이즈 부인이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소리친다.

        하지만 나에게는 분노의 감정 뒤편에 숨어 있는 ‘공포’의 감정이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위프 역시 헤이즈 부인의 공포를 느낀 모양이었다.

       

        “증거요? 아아…… 헤이즈 부인의 외손자 말씀입니까!”

       

        “당신!”

       

        셋째 딸이 버럭 소리 질렀다.

       

        “제 어머니를 모욕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저까지 모욕하는 것인가요?! 감히-!”

       

        “모욕이라고요? 그럴 리가요. 저는 철저하게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위프가 자기 모자를 고쳐 쓰며 말을 이었다.

       

        “보통 결혼한 여자는, 외가의 가문에서 남편의 가문으로 이적한 것으로 취급되죠. 결혼한 딸이 유산 상속에서 제외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입니다.”

       

        “…….”

       

        “하지만 거기에도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남편의 자식’을 낳았을 경우죠.”

       

        그리고 셋째 딸과 남편 사이에서는 자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편이 죽은 후 그녀는 남편의 가문에 속할 수 없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핑계 삼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라고 들었다.

        다만, 남편의 가문에 속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녀가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을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일단은 ‘결혼’해서, 친가의 권리가 대부분 상실되었기 때문이라나?

       

       

        *            *            *

       

       

        – 그런 법이 어디있음?

        – 와. 한국이면 상상도 못할 듯

        – 너무 미개한 법이야!

        – ㅋㅋㅋㅋㅋ

        – 진짜 다른 세상이긴 하구나.

        – 산업시대 초기 영국이면 그럴법도 함.

        – ㅋㅋㅋㅋㅋㅋ

        – 묘하게 그럴 듯해서 재미있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냥 넘어가지만, 몇몇 극단적으로 보이는 시청자들이 보였기에 나는 입을 열었다.

       

        “먼저도 말했지만, 이 이야기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란다. 이쪽 세상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니, 마음 쓸 것 없다.

       

        – 넹

        – ㅇㅇㅇㅇ

        – 과몰입 금지!

        – ㅇㅇㅇ

        – ㅋㅋㅋㅋㅋㅋㅋ

        – 그보다 빨리 이야기를!!

       

        “그래. 알겠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나는 잠시 생각을 해보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위프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그는 셋째 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부인께서는 남편의 친자식을 생산하는 데 실패하셨죠.”

       

        “당신…… 감히…….”

       

        “어디까지나 ‘남편의 친자식’은 말입니다.”

       

        “……?!”

       

        “음?!”

       

        위프의 말에 아돌프와 벤즈 위헌이 두 눈을 크게 뜬다.

        둘 다 위프가 하고자 하는 뜻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설마……?”

       

        “그런?”

       

        “아, 아니에요!”

       

        “집사! 당장 저 정신병자를 저택에서 쫓아내세요!”

       

        벤즈 위헌과 아돌프가 헤이즈 부인과 셋째 딸을 바라본다.

        그리고 헤이즈 부인과 셋째 딸은 당황한 모습으로 비명을 지를 때.

        위프는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회중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시간이 되었는데?”

       

        똑똑똑-!

       

        “오! 딱 맞췄군요.”

       

        서재 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벤즈 위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들어오게.”

       

        끼이익!

       

        문이 열리며 8명의 인간들이 들어온다.

        전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은, 벤즈 위헌이 데려왔던 ‘도우미’들이었다.

       

        “벤즈 위헌님. 저택을 수색한 끝에, 헤이즈 부인의 드레스룸에 숨어 있던 이 아이를 찾았습니다.”

       

        “으아아앙~!”

       

        “헉?!”

       

        “아아아…….”

       

        벤즈 위헌이 데려온 ‘도우미’…… 아니.

        ‘경찰’이 1~2살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인간 남자아이를 모두에게 보여 준다.

       

        제대로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주 어린 나이의 아이.

        그 아이가 경찰의 품속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헤이즈 부인과 셋째 딸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아돌프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것처럼 입을 쩍 벌렸으며.

        ‘처음부터’ 위프에게 미리 귀띔을 들었던 벤즈 위헌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나왔군요. 증거.”

       

        “……저, 저는 모르는 아이예요!”

       

        “시, 시종의 아이겠죠! 저희는 모르는 일이에요!”

       

        헤이즈 부인과 셋째 딸이 발뺌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아이를 확보한 이상 모든 증거가 모인 상황이었다.

        이제 와서 발뺌해 봤자 소용이 없거늘…….

       

        나는 헤이즈 부인과 셋째 딸을 바라보았다.

        그 어리석고, 동시에 안타까운 인간들을 관찰했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내가 그렇게 인간을 구경하는 사이.

        위프는 경찰들을 향해 손뼉을 쳤다.

       

        “브라보!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슬슬 시간 끌기도 힘들었거든요.”

       

        “뭘요.”

       

        위프의 칭찬에 경찰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어설프게 품에 안은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빠르게 서재에 모인 이들을 둘러쌌다.

        특히나 헤이즈 부인과 셋째 딸을 중점적으로 둘러쌌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이게 무슨?!”

       

        “자! 그럼, 미스터 케이지. 당신이 찾아낸 진실을 들려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마침내 모인 증거, 용의자, 상황, 타이밍…….

        머리에 쓴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주변 인간들에게 인사한 위프가…… 마침내 ‘진정한 쇼’를 시작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제 소개를 하죠. 제 이름은 위프 케이지.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는 탐정이자, 소설가. 그리고 해결사입니다.”

       

       

        *            *            *

       

       

        – 캬!

        – 이거지

        – 와씨.

        – 빨리빨리! 이제 풀이 해주셔야죠!

        – 갸아아악!! 빨리이이이이이!!

        – 치킨이 식는다! 식는다고요!!

       

        “…….”

       

        음료수 좀 마시자.

        이 고얀 놈들아.

       

        나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            *            *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3가지입니다.”

       

        첫째.

        어째서 죽은 가주는 부인에게 금고 열쇠를 남겼으면서, 금고를 여는데 필요한 비밀번호는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둘째.

        셋째 딸은 아기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어째서 남편의 가문에 속하지 못하고 돌아왔는가?

       

        마지막, 셋째.

       

        “……어째서 죽은 가주께서는 없는 유언장을 만들어내신 것일까요?”

       

        “…….”

       

        “…….”

       

        위프의 말에, 인간들이 눈동자만을 움직이며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의 눈치를 보는 사이에서도,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벤즈 위헌이었다.

       

        “우선 첫 번째 문제부터 이야기하도록 하지. 금고 열쇠를 주었으면서, 금고 비밀번호는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처음에 말했듯, 애초부터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텅 비어 있는 금고였기에, 가주는 열쇠를 부인에게 맡기면서도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물론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이들은 따로 존재했겠죠. 이를테면…… 수석 집사님 말입니다.”

       

        위프의 시선이 가만히 서 있는 늙은 인간에게 향한다.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 늙은 인간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조사한 바론,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이들은 수석 집사님을 제외하곤 2명이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돌아가신 가주님의 직속 가신들이었더군요.”

       

        그렇기에 헤이즈 부인은 열쇠를 얻었으면서도 마음대로 금고를 열 수 없었다.

        만약 그녀가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었다면…… 적어도 그녀의 측근이나 그녀의 편에 선 이들 중에서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진작에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겠지.

       

        “헤이즈 가주는 왜 그렇게 한 것인가?”

       

        “간단합니다. 여기서 세 번째 이유와도 상관이 있는데…….”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위프는, 증기 파이프를 한 번 빨아들인 후 말을 이었다.

       

        “돌아가신 가주는 없는 유언장을 만들어, 헤이즈 부인을 묶어두려 한 것입니다.”

       

        “?!”

       

        “호오?”

       

        “형님이?!”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번 끊고 가겠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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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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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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