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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0

        헤이즈가 사건은 종료되었다.

       

        러드 네스트의 일원이었던 한스와 그에게 동조한 ‘공범’인 ‘셋째 딸’은 중범죄로 경찰에게 잡혀갔다.

        일반적인 경찰의 권한을 벗어나는 어마어마한 범죄자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곳에는 ‘벤즈 위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유산 관리인’으로서의 일이 끝나자마자, ‘그 이후의 볼일’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께 임명 받은 특수 수사관이오. 이들을 끌고 가시오.”

       

        “네!”

       

        유산 관리인은 이곳에 오기 위한 핑계였을 뿐.

        위프의 연락을 받아 이곳에 온 벤즈 위헌은, 위프가 장담한 대로 러드 네스트의 한 무리를 잡아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위프도 손쉽게 범죄자들을 잡아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

       

        반면에 헤이즈가의 인간들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헤이즈 부인은 자기 불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평생 남편과만 짝짓기하겠다는 ‘맹세(결혼)’를 깼다는 사실을 들켰으니, 당연히 그녀의 신용은 바닥으로 떨어졌겠지.

        그리고 헤이즈 부인은 그것을 깨닫고 있는 모양인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돌프도 비슷했다.

        그는 오늘 밝혀진 사실들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인지,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중이었다.

        혈압도 높은 것을 보아하니, 오늘의 일로 수명이 10일 정도를 깎였으리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수명이 깎일 텐데…….’

       

        뭐,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스트레스’라는 것은, 육체의 수명을 대가로 육체를 활성화하는 능력이니까.

        당장 죽을 위험 앞에서, 앞으로 남아 있는 수명을 일부 깎아서 당장 살아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

        벤즈 위헌과 대화를 끝마친 위프가 나에게 다가왔다.

       

        “미스 라그나. 뭐 해?”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아…… 그렇구나…….”

       

        위프가 어색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음? 왜 그러느냐?”

       

        “아니…… 새삼 우리의 차이를 실감했을 뿐이야.”

       

        “??”

       

        이상한 소리를 하는 위프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인간은 때때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하고는 했다.

        물론 그 대부분은 ‘말장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위프와 대화를 하던 중, 우리의 시야 사이로 일단의 인간들이 저택 밖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포박된 한스와 셋째 딸. 그리고 그들을 연행하는 경찰들이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위프가 나에게 물었다.

       

        “이제 저들은 어떻게 될 거로 생각해?”

       

        “글쎄…… 인간들의 규칙대로 되지 않겠느냐?”

       

        나는 저들의 운명에 관심이 없다.

        애초에 종족이 다른 데, 내가 왜 저들의 운명을 궁금해하겠는가?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개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는 이와 가지지 않는 이가 섞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나는 ‘관심이 없는 쪽’이다.

       

        “그냥 네 의견이 듣고 싶어서 그래.”

       

        “흠…….”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관심이 있는 인간인 ‘위프’가 질문했으니, 조금만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디 보자…… 저들의 운명이라…….

       

        “내 생각에는 세 가지 정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구나.”

       

        “세 가지나?”

       

        “그래.”

       

        첫 번째는 자살이다.

        이곳의 상식과 문화를 생각했을 때, 적대 무리인 ‘러드 네스트’의 일원인 한스는 분명 ‘고문’이라는 것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위프와 경찰들에게 고문을 받긴 했지만, 수도로 올라간다면 좀 더 전문적인 고문을 받겠지.

        게다가 헤이즈 부인의 셋째 딸 역시 마찬가지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고통을 받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높았다.

       

        “죽음으로 삶에서 도망치는 것은, 지성체들의 특징이니 말이다.”

       

        “그렇구나.”

       

        두 번째 가능성은 ‘헤이즈 부인의 도움’이다.

        비록 셋째 딸이 러드 네스트의 일원인 한스에게 동조했다고는 했으나, 내가 봤을 때 셋째 딸은 본격적으로 러드 네스트의 일원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러드 네스트의 일원인 한스에게만 동조했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만약 헤이즈 부인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한다면, 셋째 딸 정도는 구해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되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것도 그렇군.”

       

        “그래.”

       

        마지막 가능성은, 한스와 셋째 딸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는 경우다.

        아무리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였다고는 하나, 안타깝게도 둘의 사랑은 ‘이득’이 동반되었기에 가능했던 관계였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셋째 딸의 경우가 그렇다.

        한스는 어떻게 하더라도 인간들의 형벌을 피할 길이 없으나, 셋째 딸은 한스를 배신할 경우 죄를 줄일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는 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저, 저놈이 절 속였어요! 전 모, 몰랐다고요!!”

       

        내가 그렇게 말을 끝내자마자, 저 멀리서부터 셋째 딸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저들의 운명은 내가 생각한 세 번째 가능성으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휘유~ 명탐정 나오셨어?”

       

        “정작 명탐정으로 불리는 것은 네가 아니더냐.”

       

        “에이. 난 멀었지.”

       

        위프가 한숨을 내쉬며 자기 모자를 고쳐 썼다.

        그에게서 ‘슬픔’의 감정이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내 힘으로 정답까지 전부 추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부터 궁금한 것인데, 어찌하여 전부 네 힘으로 추리를 하려 하느냐?”

       

        이번 기회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위프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당연한 것 아니야?”

       

        “당연한 것?”

       

        “그렇지. 내 꿈은 명탐정이 되는 것이라고?”

       

        위프가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

        애초에 그가 나에게 자주 이야기한 내용이기도 하고, 그는 평소에도 명탐정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명탐정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멍청해서는 안 된다고. 언젠가는 네 도움 없이도 답을 척척 맞히는 명탐정이 되고 싶으니까.”

       

        “……하지만 그런 계약이지 않더냐.”

       

        그렇다.

        위프가 나에게 ‘신분’과 ‘보호자’의 역할을 맡아주는 대신, 나는 그에게 ‘사건의 답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바로 나와 그가 맺은 계약이었다.

       

        “하! 내가 언제까지나 네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

       

        “그때가 되면! 우리의 계약을 다시 써야 할 거야!”

       

        “뭐…… 힘내보거라.”

       

        그렇게 그날, 나와 위프는 위프의 사무실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            *            *

       

       

        “참고로, 위프는 죽을 때까지 나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못했단다.”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위프, 이 새낀 그냥 얘가 호감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노력은 좋았닼ㅋㅋㅋ

        – 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음…… 위프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모양이었다.

       

        “이것으로 이번 이야기는 끝이란다.”

       

        – 알찼다!

        – ㅋㅋㅋㅋㅋㅋ

        – 탐정물의 탈을 쓴 막장 드라마 잘 봤구요

        – 현직 변호사인데, 실제로 저런 경우 많습니닼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웃겼음.

        – 와. 좀 탐정스럽다 싶었는데, 바로 막장으로 드리프트 하는 거 웃겼어요.

       

        “음…… 웃었다면 되었다.”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즐겼다면 되었지 뭐.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방송 종료의 시간이로구나.”

       

        시간을 딱 맞췄다.

       

        – 갸아아아아악!!

        – 앙대!

        – 라나님! 부디! 조금만 더!!

        – 에휴. 라바

        – 오뱅알

        – 용바

        – 내일도 오는 거죠?

        – ㅠㅠㅠㅠㅠㅠ

        – 용눈나… 나 추워….. 돌아와….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잠깐, 내일의 콘텐츠를 지금 결정해 볼까?”

       

        – 오

        –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죠

        – 내일도 위프와 함께 한 사건 이야기를?

        – 전에 못다 했던 우주선 이야기! 이번에 완결내죠?

        – 로봇 나오는 이야기 가능한가요?

        – 이야기! 결코 이야기!!

       

        내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채팅이 올라왔지만, 그중 태반은 ‘옛날이야기’였다.

       

        ‘내일은 내가 직접 요리하는 방송을 해볼까 했거늘…….’

       

        살짝 실망감이 들었지만, 나는 그 실망감을 떨쳐 냈다.

        어차피 시간은 많고, 요리 방송은 나중에라도 하면 되니까.

       

        “흠…… 의견이 다들 갈리는구나.”

       

        일단 내일도 나의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결정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내일 해 줄 수 있는 옛날이야기는 하나뿐이다.

        게다가 내가 이야기하는 패턴을 생각해 본다면, 내일과 내일 모래의 이틀을 하나의 옛날이야기에 사용해야 할 터다.

       

        “우선, 이것만 고르자꾸나.”

       

        이들이 말하는, 이전에 끝맺지 못했던 ‘우주선 이야기’를 할지.

        아니면 전에 했던 이야기의 새로운 일화를 이어서 할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할지.

       

        – 고민되네.

        – 전에 전에 그 그뉵 공주님 새로운 애피소드 듣고 싶긴 함.

        – 오크랑 사막에서 모험하는 거 새로운 에피도 있죠?

        – 우주선 이야기는 다 끝마치자.

        – 아예 새로운 거 들려줬으면 좋겠음.

       

        “흠…… 그렇다면 투표하자꾸나.”

       

        나는 빠르게 투표를 준비했다.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투표로 결정하게 되었지만, 너희의 말도 일리가 있구나.”

       

        전에 이야기하던 ‘우주선 이야기’는, 분명 아직 하나의 일화를 완전히 끝맺지 못했다.

        물론 ‘우주선 이야기’를 관통하는 ‘왕족의 권력 분쟁’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터라, 전부 이야기하려면 나 역시 여러 이야기들을 이어 붙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투표에서 탈락한다면…… 다음에 옛날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이 우주선 이야기해 주마.”

       

        – 오오오

        – 대황라나!

        – 아싸

        – 이게 무슨 천장도 아니곸ㅋㅋㅋ

        – 이야기 가챠 천장이냐고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시청자들의 ‘ㅋㅋㅋ’와 함께, 투표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결과는…….

       

        “흠…… 새로운 이야기가 뽑혔구나.”

       

        – 까비

        – ㅋㅋㅋㅋㅋ

        – 이번엔 무슨 에피가 우릴 기다릴까?

        – 캬~

        – ㄷㄱㄷㄱ

        – 내일 기대할게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다, 나는 천천히 시계를 확인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란다. 다들, 내일 보자꾸나.”

       

        – 용바

        – 용바바

        – 빠빠이

        – 라바 용바

        – 바이바이

       

        그렇게 오늘의 방송이 끝났다.

       

       

        *            *            *

       

       

        <……라고 적으며, 나는 이날의 기록을 끝마치겠다.>

       

        “……됐어.”

       

        위프 케이지는 소중히 여기는 깃펜을 잘 닦아,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기록을 적은 책의 잉크를 잘 말린 후, 자기 책장에 집어넣었다.

       

        “…….”

       

        어느새 책장을 꽉 채운, 지난 사건들의 기록집.

        위프 케이지는 그 기록들을 천천히 훑다, 가장 첫 칸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을 꺼내 들었다.

       

        <명탐정 위프&라그나의 사건 기록집>

       

        “……후훗.”

       

        먼지가 쌓인 책 모서리를 탁탁 털어내며, 그 첫 장을 펼쳤다.

        그러자 그곳엔 책의 첫머리가 크게 적혀 있었다.

       

        <아무도 날 믿지 못할 거다. 오! 신이시여! 제가 도대체 뭘 주워 온 겁니까!!>

       

        “큭큭큭…….”

       

        책장을 넘기자, 그때의 혼란이 보이듯이 글자가 난잡하게 쓰여 있다.

       

        <난 아무래도 악마와 계약한 것이 분명하다.>

       

        <신이시여! 절 용서하소서!>

       

        <유서를 남긴다. 이 글을 본다면, 내 시신이 남아 있다면…….>

       

        “위프. 내가 요리를 하마.”

       

        “뭣?! 자, 잠깐! 미스 라그나!”

       

        밖에서 들리는 소중한 동거인의 말에, 위프 케이지는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책의 마지막 장이 펼쳐진다.

       

        <우리의 사건 기록이 계속되기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헤이즈가 사건 기록은 여기서 끝입니다.

    위프와의 사건(탐정물 컨셉)은, 언젠가 제가 내키거나 독자분들의 열렬한 성원이 함께한다면 새로운 에피소드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내일은 완전히 새로운 컨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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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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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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