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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2

        농장을 짓겠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나에겐 ‘농사’에 대한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는 방법이나, 하는 모습은 지식에 있었다.

        과거 다른 차원에서 지성체들이 농사를 짓는 장면을 많이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관찰’한 이미지에 불과할 뿐이다.

        단지 그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 ㅋㅋㅋㅋㅋ

        – 그건 그렇죠

        – 라나님도 농사는 힘드시구나

        – 농사짓는 드래곤이라닠ㅋㅋㅋ

       

        “그렇기에, 그때의 나는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결정했단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작물이 잘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나는 농경지가 될 나의 영토를, 일반적인 생물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걸린 시간이…….

       

        “대략 10시간 정도였던가?”

       

        – 아닠ㅋㅋㅋ

        – 10시간요?

        – 땅 면적이 얼마나 되었는데요?

        – ??

       

        참고로, 그때 내가 인간들에게서 소유권을 사들였던 땅의 면적이…… 어…… 얼마나 되었더라?

       

        “흠…… 대략, 서울특별시와 비슷했던가?”

       

        – 아닠ㅋㅋㅋㅋ

        – 서울시 면적을 10시간만엨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ㅋㅋㅋ

        – 도대체 못 하는 것이 무엇입니깤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다시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            *

       

       

        촤라라라락!!

       

        나의 손짓에 따라, 대지에 스며든 중금속이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금속과 함께, 다른 오염물질도 함께 딸려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여든 오염물질들은 용금으로 이루어진 나의 아바타의 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대로 용금에 흡수되어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대략적인 오염원 제거 작업은 끝난 것 같구나.”

       

        이것으로 이 행성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갖추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이 대지에는 생명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양분’이 없기 때문이었다.

       

        “양분이라…….”

       

        이 부분이 문제였다.

        오염된 대지는 내가 어떻게든 오염을 제거할 수 있다지만, 이 대지에 없는 양분을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할 수 있지만 하기가 꺼려지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

       

        “흠…… 내 용금을 풀어야 하나?”

       

        다른 곳에서 양분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으나, 안타깝게도 이 세계의 지구는 대부분이 오염된 상태다.

        당연히 대부분의 땅과 강물은 메마르고 오염되었으며, 그나마 오염되지 않은 곳은 ‘기업인’이라는 많은 재물을 가진 인간들의 소유로 되어 있었다.

        오염된 곳에서는 당연히 양분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고, 오염되지 않은 곳은 인간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딱히 나에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굳이 인간들을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결국 남은 것은, 텅 빈 대지에 나의 ‘용금’을 흘려 넣어 새로운 양분을 심는 것이다.

        내 ‘황금의 영역’에서 생활하는 권속들은 나의 ‘용금’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니, 그것을 응용해 보는 것이다.

        다만…….

       

        “그럴 경우엔, 이 땅이 내 초월에 의해 침식되기 시작하겠지.”

       

        바로 이전의 차원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이전 차원에서 했는데, 이제 와서 왜 망설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차원은 다른 초월자들의 힘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차원이었다.

        초월자들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었기에, 그들의 영향을 지우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내 용금으로 초월자들의 초월을 지워 낸 것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을 선택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나 이외의 다른 초월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기서 내가 초월을 드러내어 영향을 끼쳐 버린다면, 그것이 이 차원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 영향을 끼친다면 모를까, 만약 이 차원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면?

       

        “음…….”

       

        잠시 고민해 보다, 나는 결정을 내렸다.

       

        “자예야.”

       

        “네.”

       

        스르륵!

       

        나의 부름에, 자예가 내 뒤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의 손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씨앗이 들려 있었다.

       

        “도금수(鍍金樹)의 씨앗이옵니다.”

       

        “그래.”

       

        나의 지시에, 자예는 도금수의 씨앗을 영역의 한가운데 심었다.

        그리고 그 위에 나의 용금이 아바타 기준으로 ‘한 움큼’ 부어지자…….

       

        드드드드드드드-!!

       

        용금을 빨아먹은 도금수가 순식간에 자라나며 황금빛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용금과를 생산하는 황금수의 변종 나무다.

        정확히는…… ‘황금수’가 나의 용금을 먹으며 자라난 나무라면, ‘도금수’는 나의 용금 대신 다른 에너지원을 흡수하며 자라난 황금수의 후손이다.

        겉보기에는 황금수와 큰 차이가 없지만, 황금수와는 달리 용금을 퍼뜨리는 능력이 퇴화한 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이거라도 건진 것이 다행일까?”

       

        “…….”

       

        이 ‘도금수’는, 바로 이전 차원에서 발견한 나무였다.

        범죄자들의 초월 침식을 씻어내고, 초월의 침식에 의해 고통스러워하던 생명체들을 지키기 위해 심었던 황금수.

        그 황금수에서 나온 씨앗이 행성의 평범한 땅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고, 다시 후손을 만들고, 다시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 변종.

        비록 황금수에 비하면 그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화되었으나…….

       

        “이 메마른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 정도는 수행할 수 있겠지.”

       

        “주인님.”

       

        “그래. 계속 수고해 주거라.”

       

        나의 지시에, 자예는 도금수의 주변에 ‘금줄’을 걸며 ‘여우 술법’을 걸기 시작한다.

        혹시나 도금수가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하기 위해서,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서 도금수를 지키기 위해.

       

        “다음은 식수로군.”

       

        대지에 양분을 공급해 줄 ‘도금수’는 자예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 행성에선 ‘양분’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생명체가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다음에 필요한 것은 ‘오염되지 않은, 흐르는 물’이다.

       

        ‘물이라…… 어려운 일이로군.’

       

        안타깝게도 나는 ‘물’에 관련된 능력이 없는 몸이다.

        대지를 정화하는 부분은, 내가 가진 ‘금속 지배력’을 이용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마그마’를 흐르게 하는 일이라면 모를까, ‘물’을 흐르게 만드는 능력은 나에게 없었다.

       

        그렇기에 나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도화야.”

       

        “네.”

       

        “창고에서 ‘우천의 꽃’을 꺼내오거라.”

       

        “알겠습니다.”

       

        나의 명령에, 도화가 창고에서 푸른색의 꽃잎을 가진 커다란 꽃을 꺼내온다.

        ‘연꽃’이라 불리는 꽃과 비슷하게 생긴 꽃의 한가운데에선 계속해서 깨끗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우천의 꽃’이라는 식물로서, 예전에 한 초월자에게서 선물로 받은 꽃이다.

        그때 나는 답례로 ‘황금수’를 선물해 줬었지.

        즉, 서로 선물을 교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 식물은 계속해서 순수한 물을 만들어낸다.

        쉽게 말하자면, 내 ‘황금수’와 마찬가지로 그 초월자의 초월 안에서 진화한 식물인 셈이다.

       

        나는 도화에게서 우천의 꽃을 받아, 그것을 도금수의 꼭대기에 올렸다.

        그러자 도금수의 꼭대기에서부터 순수한 물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흘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흘러내린 물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셨고, 이내 땅 안으로 스며들어 가기 시작했다.

        당장은 큰 변화가 없더라도, 이제 곧 이 대지 위로 깨끗한 물이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으로 사전 준비는 모두 끝마쳤구나.”

       

        “네.”

       

        “그렇습니다.”

       

        나의 말에 자예와 도화가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나의 손끝에서 흘러내린 용금이 부피를 키우더니, 황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되어 내 앞에 부복한다.

        그 숫자는 대략 천개.

       

        “자. 그럼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해 보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도화, 자예, 그리고 황금 인형들은 농사를 시작했다.

       

       

        *            *            *

       

       

        – 오오오

        – 시청각 조하용!!

        – ㅋㅋㅋㅋㅋㅋㅋ

        – 무슨 천지창조하세요?

        – ㅋㅋㅋㅋㅋㅋ

        – 천지창조냐고욬ㅋㅋㅋ

        – 아닠ㅋㅋㅋ

        – 진짜 뻘하게 웃기넼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크게 웃는다.

        이놈들…… 또 내가 모르는 이유로 웃는구나!

       

        ‘무엇이 이렇게 재미있을꼬?’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나는 카메라 앞에 황금으로 만들어 놓은 모형을 조작했다.

       

        “우리는 농사를 위해 준비해 둔 나무의 씨앗을 심었단다. 그리고 나무들은 내 용금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는…….”

       

        – ?

        – ??

        – 엥? 왠 나무?

        – 농사 지으신다면서요?

        – 나무? 과수원인가요?

        – ????

        – ?

        – ?

       

        “음?”

       

        나와 시청자들 사이로 ‘?’가 오가기 시작했다.

        뭐랄까…… 뭔가 우리 사이에 뭔가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다.

       

        어느새 숲으로 가득해진 모형을 바닥에 내려놓은 난, 모형을 가리키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농사지 않더냐?”

       

        – ???

        – ??

        – 농사요?

        – 과일나무 심으신 건가요?

        – 과수원?

       

        “아니…… 농사란 그런 것이지 않더냐? 식물을 심고, 기르는 것 말이다.”

       

        – ???

        – 아니, 잠깐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 설마?

        – ㅋㅋㅋㅋㅋㅋ

        – 에이. 아니죠?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더 설명하기로 했다.

       

        “농사라는 것은, 식물을 심고 기르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러니, 나 역시 ‘나무’를 심어 길렀다.”

       

        농사 = ‘식물’을 기르는 행위.

        나무 = 식물.

        나무를 기르는 일 = 농사.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가?

       

        – 아닠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냨ㅋㅋㅋㅋㅋ

        – 아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건 식목입니닼ㅋㅋㅋ 숲 조성이라고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앀ㅋㅋㅋ 스케일이 상상 이상이시넼ㅋㅋㅋㅋㅋ

        – 이분은 드래곤이십니다. 인간의 범주로는 재단할 수 없죠.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채팅창이 조금 버벅거릴 정도로 ‘ㅋㅋㅋ’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만을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진정하길 기다린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진정했다고 판단되었을 때,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어 나에게 익숙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지.”

       

        그렇기에 나는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생각해 봤다.

        그리고 결론은 간단하게 나왔다.

       

        “농사를 짓는 인간들은, 단순히 식물만을 재배하지 않았지.”

       

        ‘농부’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들은, 무려 ‘가축’이라는 동물도 길렀다.

        나는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나 역시 가축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단다.”

       

        – 아닠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

        – 태클 걸 곳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걸기 무서워졌다.

        – ㅋㅋㅋㅋ

        – 유유자적 맞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웃음과 함께, 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의 유유자적은 인간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밭을 가신다고 산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이 드래곤님입니다.

    모두 경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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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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