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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3

        “사실 가축을 기르겠다고 하긴 했으나, 내가 기를 수 있는 가축은 얼마 되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아직 환경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때 내가 머물고 있었던…… 음…… 일단 ‘사이버 펑크 차원’이라고 하자꾸나.

        사이버 펑크 차원에서는 ‘가축’이라는 짐승이 거의 멸종해 있었다.

       

        – 헐

        – 멸종이라니

        – 그 정도면 그냥 아포칼립스 아님?

        – 이것은 사펑인가 아포칼립스인가!

        – 모히칸 나와서 사막 질주 할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당장 가축을 구할 수가 없었단다.”

       

        대부분의 가축은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 있는 가축들은 기업의 사육장에서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한 선택은…….

       

        “그래서 그냥 가축을 만들기로 결정했단다.”

       

        – ????

        – ?

        – ?

        – 아닠ㅋㅋ 또 뭔ㅋㅋㅋㅋ

        – ??

       

       

        *            *            *

       

       

        나는 자예가 잡아 온 짐승들을 바라보았다.

       

        크르릉!

       

        푸르르……!!

       

        그것은 오염된 야생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동물.

        그중에서도 이곳 차원의 인간들이 가축화를 시도했었던 짐승들의 일종이었다.

       

        “가축이란, 본래 야생 동물이었던 개체를 오랜 시간 품종 개량하여 만들어낸 것이었지.”

       

        그러니, 나 역시 이 야생 동물들을 이용하여 가축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축을 이용해, 나만의 농장을 꾸린다!

       

        “괜찮은 계획이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짐승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나의 손끝에서부터 용금이 흘러넘치며, 짐승들의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크르릉?!

       

        푸르르르르……!!

       

        용금에 적셔지며 몸을 떠는 짐승들.

        나의 용금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용금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느낀 탓이기도 하겠지.

        어느 쪽이든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마.

       

        용언을 이용해 짐승들에게 말했다.

        비록 지성체보다 자아가 희박한 이들이지만, 대상의 뇌에 직접 뜻을 전달하는 텔레파시의 능력과 용언을 이용한다면 짐승들에게도 나의 뜻을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된다.

       

        = 가축이 되어 종을 보존하겠느냐, 아니면 불안한 자유를 가지겠느냐?

       

        나의 질문에, 짐승들이 떨리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            *

       

       

        – 선택권 주는 의미가 있나요?

        – 저거, 선택권이 의미가 있나?

        – ??

        – 왜 그러셨나요?

        – 나라면 자유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란다.”

       

        의문을 표하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짐승들에게 닥친 상황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말했듯이, 사이버 펑크 차원의 지구는 인류에 의해 오염되었단다. 그리고 대부분의 야생 동물들은 오염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의 수순을 밟고 있었지.”

       

        자예가 데려온 짐승들은 가까스로 오염이 덜 진행된 구석진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으나, 그들의 미래도 밝지는 않았다.

        당장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수년 이후에도 그 ‘종’이 지구에서 삶을 이어 나가고 있을까?

       

        “멸종될 확률이 높은 자유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종을 보존할 수 있는 가축이 될 것이냐. 내가 그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런 선택이었단다.”

       

        – 와

        – 진짜 극단적인 양자택일이네

        – 난죽택

        – 저건 생각할 만하다

        – 그냥 악질적인 노예 계약이네

        – 와…. 이건 짐승들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나의 설명에 시청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채팅이 어찌나 많이 올라오던지, 채팅창이 조금 버벅거릴 정도였다.

        ……이 주제가 인간들에게 그렇게 흥미를 끌어내는 주제였나?

       

        “큼큼! 어쨌든, 나는 그렇게 가축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언가가 부족했다.

       

        “농사도 지었고, 가축도 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했을까?”

       

        – ㅋㅋㅋㅋㅋ

        – 부족한 거 투성인데요?

        – 진짜 웃기넼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뭐였나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뜸을 들였다.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충분히 부풀어 올랐다고 생각된 순간 입을 열었다.

       

        “답은, 바로 ‘밭’이었단다.”

       

        그렇다.

        나는 ‘농사’를 지어 ‘나무’라는 작물(?)을 기르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내가 본 지성체들의 ‘농장’에서 기르던 작물은, 두터운 가지를 가진 ‘나무’가 아니라 ‘한해살이 식물’이었다!!

       

        “내 불찰이었지.”

       

        – 아닠ㅋㅋㅋㅋㅋ

        – 그걸 이제 눈치채시면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 와중에 한해살이 식물이랰ㅋㅋㅋㅋ

        – 왜 벼라고 말을 못 해요!!!!

       

        “그래서 나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작물을 농사짓기로 했단다.”

       

       

        *            *            *

       

       

        “자예야.”

       

        “여기 있습니다.”

       

        자예가 나의 창고에서 꺼내온 ‘종자’를 내밀었다.

        오래전 내 용금의 영향을 받아 진화한 ‘벼’라는 작물에게서 얻은 종자다.

        이름은…… 간단하게 ‘용금쌀’이라고 지을까?

       

        “자. 심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나와 자예, 도화는 황금쌀의 종자를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각자 땅에 손가락을 꽂아 넣어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씨앗을 넣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그렇게 모든 씨앗을 심는 것으로 농사 준비는 끝!

       

        “이것으로 농장은 완성된 것인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영역을 구했다.

        가축을 구했다.

        농사도 지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작물도 심었다.

       

        “……그렇군.”

       

        하나.

        내가 빠뜨린 것이 있었다.

       

        “자예. 도화.”

       

        “네.”

       

        “네.”

       

        자예와 도화가 나의 부름에 응한다.

        나는 그들을 앞에 둔 채, 내가 빠뜨린 것을 말했다.

       

        “농장에는 건축물이 있어야 한다. 가서 건축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을 부르거라.”

       

        “네.”

       

        그렇게 인공적인 건축물까지 완성된 이후에야, 나의 ‘농장 만들기’는 끝을 맞이했다.

       

       

        *            *            *

       

       

        “참으로 고민을 많이 한 취미였지.”

       

        – ㅋㅋㅋㅋㅋㅋ

        – 농장 만들깈ㅋㅋㅋㅋ

        – 뭐라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아무말 안 하겠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 왜 벼 심는데 그냥 맨땅에! 모내기 안하냐고요!!!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드디어 농장 다 만드셨네욬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채팅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자니, 시청자들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 그런데 어디가 유유자적인가요?

        – 사펑 세계관에서 유유자적이 되나요?

        – 약탈자나 트러블은 없었나요?

       

        “흠. 그렇지. 그 부분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

       

        시청자들 처지에서는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합당한 질문이었기에, 나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하기로 했다.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을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그것은 내가 농장을 만들고 1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지.”

       

        “정확히, 9개월입니다.”

       

        방송실의 구석진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던 도화가 나의 말을 정정했다.

        ……12개월이 아니라 9개월이었던가?

       

        “그랬더냐?”

       

        “네.”

       

        “그렇구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9달이었대욬ㅋㅋㅋㅋ

        – ㅋㅋㅋㅋ

       

        채팅창이 다시금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어쨌든, 9개월이 지났을 때였단다.”

       

       

        *            *            *

       

       

        “흠.”

       

        나는 내 영역의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인간을 내려보았다.

        아니……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육체의 70%를 기계로 대체해 버린 인간을…… 과연 나는 ‘인간’이라고 인식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눈앞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기계로 이루어져 있는 왼팔과 왼 다리를 잃어버렸고, 몸에서는 냉각액과 피로 보이는 액체를 질질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 보아선, 이런 상처를 입은 상태로 바닥을 기어 이곳까지 온 모양이었다.

       

        “흠…….”

       

        이 인간을 어찌할지 고민해 보았다.

        죽도록 내버려두어야 할까?

        아니면 살려주어야 할까?

       

        “일단은 살려 두어야겠군.”

       

        비록 내가 초대한 이는 아니나, 그래도 내 농장이 완성된 이후로 처음 맞이한 인간이다.

        이 인간이 내 농장의 손님이 될지, 아니면 적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우선 살려 두어야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스르륵!

       

        나의 금속 지배력이 발휘되며, 인간의 망가진 기계 신체를 임시로 수리했다.

        그저 금속을 움직여 상처를 틀어막은 수준이었으나, 이것으로 당장 죽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돌아가자꾸나.”

       

        컹!

       

        가축화가 되어, ‘늑대’에서 ‘개’가 된 아이가 앞장서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인간을 집어 든 채, 앞장서는 ‘개’를 따라 농장으로 돌아갔다.

       

       

        *            *            *

       

       

        “나중에 알았으나, 그때 내가 구했던 이는 ‘용병’이라고 했단다.”

       

        ‘회사’의 의뢰받아 무법지대로 나왔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적의 공격받아 큰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전장을 벗어났고, 정신을 잃기 직전에 ‘숲’을 확인하고는 내 영역까지 기어 왔다는 것이다.

       

        – 와. 진짜 죽다 살아났네

        – ㅋㅋㅋㅋㅋㅋ

        –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 궁금궁금

       

        “나는 그 용병을 잘 돌봐주었지.”

       

        비록 ‘힐링’을 하기 위해서 농장을 만들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라그나’의 처지에서 행한 일이었다.

        농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래곤인 나의 힘이 사용되었으나, 대외적으로 농장을 만든 이는 ‘인간’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답게’ 행동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단다.”

       

        – 그러니까, 라나님의 돌봄을 받은 인간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다는 건가?

        – 인간 비슷한 존재가 인간을 어색하게 따라 하는 것을 보는 건가요?

        – 이건 어디의 외신이냐고

        – ㅋㅋㅋㅋㅋ

        – 이건 용병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내 돌봄을 받은 용병은 몸을 회복하고 떠나갔단다.”

       

        그 과정에서 내가 기른 작물을 먹고 팔다리가 다시 자라난 용병이…….

       

        – 잠깐잠깐

        – 뭐가 자라나요?

        – 아닠ㅋㅋㅋ 왜 팔다리가 자라낰ㅋㅋㅋㅋ

        – ㅋㅋㅋㅋ

        – 뭘 기르신거얔ㅋㅋㅋㅋ

       

        “음?”

       

        초월자가 기른 작물을 먹으면, 사라진 팔다리를 재생하는 것 정도는 당연하지 않더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월자에겐 당연한 상식입니다.

    필멸자들은 그걸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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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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